소소한 수다

병주고 약주고

앙증 2010. 8. 11. 11:05

전지현 커트머리 사진을 본적이 있는지를 묻고 싶다.
그걸 인터넷에서 보는 순간, 욕을 하면 안되는데, 욕이 나왔다.
'더럽게'란 단어랑 '이쁘다'라는 단어가 상반되는 의미인건 알고 있는데, 더럽게 이뻤다.
머리 짧아도 이뻐! 이쁘면 다 이뻐! 뭘해도 이뻐! 머리에 꽃을 달고 몸빼를 입어도 이뻐!
아래 글은, 전지현이 이쁘고 청순하고 졸라 섹시한건 익히 알고 있었는데, 커트머리까지 졸라 어울린단걸 눈으로 확인하고 머리속에 새겨 넣은 날 든 생각이다.



옛날에 최고 미인은 기껏해야 윗동네 순이였는데 요즘엔 전지현 김태희 송혜교다.
넘을래야 넘을 수 없는 넘사벽이다. 어디 우리나라 여자들 뿐이겠느냐.
동서양의 벽을 넘어서 스칼렛 요한슨, 졸리, 앤서니 등등 양것까지도 판을 치는 더러운 세상!

김수영의 시 <보그야>의 한구절이 떠올랐다.
마룻바닥에 깐 비니루 장판에 구공탄을 떨어뜨려
밑바닥만을 보아온, 빈곤에 마비된 눈에
하늘을 가르켜주는 이 거대매스미디어야!

*원문은 '이 Vogue'야! 이다.


그리고 철철 울었다.
거대매스미디어로 인해 박탈당한 나의 가능성을 떠올렸다.
윗동네 순이 하나만 이쁘다면 윗동네 순이만 시집가면 다음 순번이 나에게도 돌아올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세상 모든 것들이 자꾸만 하늘을 가리킨다.
하늘은 또 높기도 우라지게 높아서 한 하늘 품절되면 다음 하늘, 또 다음 하늘, 이번엔 더 어린 하늘이 대기중이시다. 우리 사는 곳은 진흙탕 사바세계인데. 하늘만 보니 목 디스크 온다. 이러고는 못살겠다.


그러고 보면 나의 첫사랑도 거대 매스미디어가 낳아준 산실이었다.
초등학교 6학년 나의 왕자님은 187의 키에 건들건들 출까말까 춤추면서 '나는 너의 맘속으로 딴딴딴딴딴!'을 외치던 오렌지족 구본승이었다.


그들은 나를 추녀로 구분지었고, 연애와 결혼의 기회를 박탈시켰으며, 이루지 못할 꿈만 꾸게 한다. 대신 하늘을 보여주사 나에게 종이남자, 모니터남자, 스크린 남자를 내려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