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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윤댕!

앙증 2012. 4. 2. 23:49

윤댕이가 떠난다.
갑작스럽게.

본인도 당황스러웠지만, 우리 역시 그랬다. 뭘 줄까 하다가, 선물로 앨범을 만들어주기로 했다. 길게는 14년 짧게는 6년 7년... 함께 한 순간들의 증언이 되고 증인이 돼줄 앨범.
그 작업을 하는데 늦은밤부터 새벽까지 동트는 걸 보면서 작업하는데 말이지...;;

슈동중에서 뽀샵의 달인은 나인건 분명하고,
시간이 남아도는 것도 분명 나고,
그냥 이대로 윤댕이를 보내고 싶지 않아서 의견낸 것도 나고,
'내'가 만들겠다고 한 앨범인데 말이지...;;


그 새벽엔 뭐가 그렇게 서러웠는지 모르겠다.

몇 명은 사진조차 보내지도 않고, 몇 명은 건성 건성인게 빤히 보였다.
빈틈 새를 메우려면 내가 뛰는 수 밖에 없었다.
슈동사진첩 전체를 뒤지고 또 뒤지며 아둥바둥 대는데, 억울했다.

다들 이렇게 긴 시간 많은 일들을 함께한 윤댕이가 떠나가는데 아무렇지도 않나보다.

나는 말야, 사진첩 뒤지면서 울컥울컥했거든. 우리 이렇게 재미나게 놀았던게 모두 돌이킬 수 없는 '과거'가 된다는 사실에. 그리고 이제 그 변화를 맞아야 한다는 사실에....  그게 슬프면서도 소중한 윤댕이가 저 먼땅에서도 잘살았으면 하는 마음에 콧물이 훌쩍나고 눈물이 슬쩍 나고 그랬거든...근데 그 마음은 왠지 모르게 나만 가지고 있는거 같네.
라곤 말하지 못했다.
대신 다같이 모여서 앨범 꾸밀때
'구차하게' 힘들었다고 말할 수는 없으니, '유치하게' 심통내고 그랬다. 칫.

근데 그게 더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저 단계를 건너뛰고 무작정 '아니, 거기 아니야' '아니, 그렇게 꾸밀거 아니야'라고 고집부리고 있었으니.
그야말로 나는 꼰대... ㅠㅠ

여튼 윤댕이에게 무사히 선물은 전달 할 수 있었지만, 울컥울컥 서럽고 속상하고 섭섭하고, 그러면서 괜히 애들한테 트집 잡는 내가 싫고... 괜시리 맘은 아프고... 

 

그러다 오래간만에 그리운 얼굴을 만났다. 늦깍이로 군대 간 뒤로 처음 보는거니까 진짜 오래간만이다. 우리가 아주 친했던 것도 아니고, 모든걸 시시콜콜하게 나누는 사이도 아니고, 이대로 연락이 끊어지나 생각하면서 때때로 기억했던 이름이었는데, 
핸드폰에서 그 목소리가 부르는 내 이름을 들었을때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우리가 못봤던게 무려 6년. 이젠 말쑥하게 수트를 차려입고 여의도로 출근한다는 그애랑 떨어져 지낸 시간의 간극을 뛰어넘기 위해선 꽤나 많은 수다를 떨어야 했다. 그러다 보니  그 애의 기억 속 내가 자주 등장했다.

"승*야, 너 고등학교 때는 말야."
"스무살 때 너는 말야."
"그래도 승*, 니가 있어서 말야..."

나를 긍정해주는 말에는 치유력이 있다. 의심하는 것도 이젠 지겨워. 묵직하고 침착한 목소리가 짚어주는 '나'를 믿기로 했다.

'진짜? 내가 진짜 그랬어?'

몇번을 되물으며 끄덕여주는 그애를 바라보며 수긍하기로 했다.
그게 나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나 혼자 일한게 억울했을지언정 윤댕이에게 그 앨범을 주지 못했더라면 두고두고 후회했을 것이다. 그때 좀 힘들더라도 잘해줘서 보낼걸, 섭섭치 않게 보낼 걸 두고두고 땅을 쳤을 것이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거기엔 많은 게 담겨있다. 
그곳에서도 우리같은 친구 만나 신나고 재미나게 살라는 '간절한 기도'가,
너와 함께 했던 순간들이 정말 소중하고 그립다는 '애틋한 고백'이 담겨 있다. 

그걸로 됐다.
윤댕이를 소중하게 여기는 그 마음을 묵혀뒀다 잃어버리느니,
꺼내지 않아 있는지 조차 기억못하게 되느니,              

귀찮더라도 꺼내어 전해줄 수 있는 '나'여서, 그거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