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소녀

역사의 방향

앙증 2012. 1. 9. 18:34

주책인지 모르겠지만,
역사가 제자리만 맴도는게 나를 너무 좌절케 한다.
한 때 그토록 재미나 했던 국사도,
나름의 '민족'이란 껍데기를 경계하기 시작하니 신물이 나기 시작했다.
작년부터 줄창 한국사 책을 읽는게 업이 돼서 그런지도 모르겠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간다는건 믿겠는데, 
그 나아가는 범위가 너무 좁다.
너무 작아 성에 안차. 조급해. 현기증나!
나 죽기 전엔 안올것만같은 세상 따위,
뭐 좋다고 열심히 사나 싶기도 하고. 

서러운 죽음도 너무 많고 
억울한 생애도 너무 많고 
사연이야 차고 넘치고 흘러 넘치고
그 한(恨)들은 떠돌다 떠돌다 죄다 어디로 가나. 

종교에 귀의하는 단순한 마음을 다시금 알것 같다. 

나는 오늘도 또 이름없이 죽어가 공신책봉조차 되지 못한 의병들의 죽음을 읽고  
똑같이 반복되는 50년전 60년전 역사를 읽고 또 읽고 
보답없음을 대신 원통해 하고. 

모두가 작지만 소박하고 각기 다르지만 평화롭게 따위의 세상이 오지 못할거라는걸 
예감한다. 


며칠전엔
잘사는 사람들이 영원히 잘살거라는 친구의 말에 
언젠간 그들이 밑바닥이 되는 세상이 올 수 있다고 대꾸 했다.
우리 모두가 같아질 수 있는 세상이 올거라고 말했다.
친구는 믿지 않았는데, 
난 그게 너무 화가나. 
그걸 왜 못믿냐고 버럭하고 화를 냈다.   
사실 그건 나한테 하는 말이었지. 
그걸 왜 못믿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