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했다 잘했다 잘살았다
나새끼 잘했다고 칭찬해주려고
서른일곱 마지막날 블로그 창을 열었다.
올해 무슨 일이 있었더라.
올해는 벌어들인 돈이 많은 해였다.
그런데 정확하게는 많이 번게 아니다.
그저 K국 파업으로 들어오지 않은 돈이
1-3월 사이에 나눠 들어오면서
의도치 않게 금전적으로는 풍성해진 한해였을 뿐...
하지만 이유불문하고
그래서!
나를 위해 아낌없이 써봤다. ㅎㅎㅎ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까만팀에서 9개월간 다시 찐 살을 원상 복귀 시작했다.
다시 건강해지고
20분도 버거웠던 유산소를 50분을 해낸다든지,
버핏 두세트에 토하고픈 마음을 다잡던 저질 체력을 극복하고
버핏하다 말고 스쿼트까지 연잇는 동작도 해내고 있다.
여행도 다녀왔다
여행지에서 만난 친구들의 거주지를 방문하는 건 큰 기쁨이었다.
특히나 우리 네덜란드 아저씨들이 앞뒤로 자전거를 나눠 타며
환상적인 에스코트를 해주던 네덜란드 플랫한 시골길은
영영 잊지 못할 인생 순간에 꼽히는 장면이었다.
영어 공부는 좀 부진했지만,
작년 벼랑영어 덕을 톡톡히 보고
여행지에서 친구들과 즐거운 의사소통을 했었다.
그리고 올해는 일! 무엇보다 일. 일.
내게 주어진 일을 사랑할 수 있어서 좋았다.
좋은 팀원들을 만나서 재밌고 뜨겁게 일했던 9개월이 있었다.
재.밌.었.다. 네 글자로 말할 수 있던 순간들...
프로그램 폐지는 아쉽긴 했지만
새로 만난 팀의 팀원들이 하나같이 너무 마음씨가 좋아서 다행이다.
지랄보존의 법칙에서 내가 지랄을 맡고 있는 것이 아닌가
늘 소소한 고민이 생길 정도....
무엇보다도 그런 행운이 내게 올 수 있었던 건
경력을 쌓는 동안 나름 노력해왔던 나의 시간이 있었던 덕이라는 걸 안다.
행운도 있었지만, 너도 참 고생한 덕분이다
참 잘했어 잘했다 잘살았다.
나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다.
내년 한해는 돈도 많이 벌고,
아껴줄 수 있는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무엇보다도 하고 싶은 일에 조금 더 가까워지길 좋겠다.
조금더 나의 인생이 짜릿하고 유쾌하고 반짝반짝 빛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