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수다

지구로부터 1광년 떨어지고 싶다

앙증 2013. 11. 1. 15:13

핸드폰 속 통이 사진을 꺼내 보다가 그런 생각을 해봤다.
지금으로부터 일년 전, 까만 털이 수북하게 나기 시작한 통이의 모습이 너무 그리워서 
지구로부터 일광년 떨어진 별에가고 싶단 생각을.

요 얼토당토 않은 생각은 시미즈 레이코의 단편집 중 가장 유명한 만화 '잭과 엘레나' 시리즈 에서 차용한 아이디어다. 

엘레나는 2백년 전에 죽어버린 주인(텐류)을 너무나 그리워해서 자살(?)을 일삼는 비행로봇(?)이다. 그걸 지켜보던 잭은 엘레나를 위해 지구로부터 정확히 2백 광년 떨어진 떨어진 천문대로 여행을 떠난다. 수백광년 떨어진 그 행성에는 '지금'에서야 수백년 전 지구에서 쏘아진 빛이 도착할 시간이니가. 투시능력을 가지고 있는 엘레나는 망원경 속 지구에서  살아 있는 텐류의 습을 바라본다. 

사실 바보 같은 짓이고 무의미한 행동이다.  바라보는 것은 아무런 힘이 없으니까, 과거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고, 곱씹을 수록 스스로에 대한 무력감만 깨달을 뿐이니까.

예전처럼 눈물 흘리지 않는다고 해서, 그 마음이 마모되거나 닳아 없어진 것은 아니다.
울면 울 수록 눈물의 방류점은 높아져서 그정도 높이에는 흔들려 넘치지 않는 것일 뿐.
닿을 수 없는 마음만이 계속 초라하고 허공에 빙빙 돌고 잇는 것 같고.

어떠한 시점으로 점점 멀어지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과거로부터 멀어지는 것일까
무수히 많은 과거들이 나만을 내버려두고 떠나가는 것일까.
시간과 공간에 대한 얼토당토 않은 생각들을 해보면서

알지 못하는 개념과 인지하고 있는 상념 속에서 쓸쓸한 마음만은 자꾸 한가득이라...
그래서 나는 소용 없는 짓인 줄 알면서도 엘레나의 이야기를 떠올리고 그 마음을 공감이란 이름으로 내내 곱씹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