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수다/서른에도꿋꿋이앙증!
탈당을 고민하고 있다.
앙증
2014. 7. 3. 12:05
2002년도에 민주노동당 가입한 이후로, 당적이 없었던 적은 없다.
지난주 즈음이던가 통장에서 빠져나간 2만원이 (처음으로) 아깝단 생각이 들면서 12년 만에 처음으로 당적 없이 지내볼까 하고 고민하고 있다.
뭐 사실, 대단하게 활동하는 당원은 아니었다.
당비 밀리지 않고, 간간히 모임에 나가고, 가끔씩 특별당비나 보태고, 선거 앞두고 몇번 선거운동 뛰는 것이 당원 활동의 전부였다.
하지만, 2002년 겨울부터 지금까지 나는
내가 가진 당적이 내 에고의 한부분이자, 내 생각과 행동의 기반이 되는 하나라고 여겨왔다. 설령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해도 그것은 내 본질의 하나이며, 내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자리였다.
싹다 갈아 엎고 싶은 여당이 아니라, 등신 천치같이 미적거리는 야당이 아니라
더 많은 변화를 말하고 더 자유로울 것을 더 평등해질 것을 말하는 '작은 진보 정당'은 내게 얼마나 큰 자랑이었던가. 언젠가는 열망하는 꿈이었고, 현실로 다가올 날이 있다는 예언이었으며, 나를 움직이고 외치게 하는 힘이었다. 그렇게 긴 시간 나의 한 부분으로 위치해왔다.
그런데 그런 요즘엔 그런 자부심이 생기지 않는다. 정확하게는 내가 소속된 우리 당에 대해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이제 더이상, 노동장이 녹색당과 무엇이 다른지, 정의당과 어떻게 다른지를 설명할 수 없다. 우리가 집권하게 되면 무엇을 바꿀 수 있을지 세상이 얼마나 변할지도 말 할 자신이 없다. 사실은 우리가 과연 집권할 수 있는가를 헤아리는 것 조차 우스운 일이 돼버렸다.
탈당을 할지, 말지는 아직 결정하진 못했다.
나의 결정이 어떠하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은, 아직 모든 희망을 버렸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진보정당 12년. 이렇게 처참하게 흩어지고 깨어져 부서진다면, 다시 합쳐져 변화를 마들어내는 '힘'이 될 날이 있으리라. 그렇게 믿고 싶다. 그렇게 믿고 싶으니까 지금 이렇게 투덜대고, 투정 부리는거라 생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