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소녀

행복할 시간

앙증 2011. 8. 16. 15:40

두 달 여의 시간 동안 낯선 땅을 걷고, 보고, 듣고, 받아들이면서 느낀 건 단 하나였다.
('배웠다'는 표현이 인위성을 포함하거나, 이해를 동반한 수긍에 또다른 표현이니까, 
'배웠다'라는 단어 대신 소화하고 온몸에 체화해서 완벽하게 내것으로 남은 '느꼈다' 란 표현을 쓰고 싶다.) 

몇개월간을 내가 체험한 남미를 압축한 한 단어.

No mañana
오늘을 저당잡혀, 내일을 꿈꾸지 말것.
오늘 행복해야 내일이 행복할 수 있음을 믿을 것.

그렇게 내 맘에 새겨진 단어가 용기를 주었다. 
한국으로 돌아와 제자리를 찾는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었다. 

"넌 어디서 일하고 싶니?"
"니가 말하고 싶은건 뭐니?" 

묻고 또 물어서 마침내 대답을 하나 찾았다.
민망함과 송구함을 무릅쓰고 작가를 뽑지도 않는 곳에 이력서를 넣었다. 
이력서와 구성안이 마음에는 들지만, 언제 자리가 날지 기약할 수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  

후회하지 않을 만큼의 시간을 기다린 다음, 적정선에서 새직장을 얻었다.
새로운 장르였고, 내 연차에 배울 점도 있었다. 
그렇게 한달을 일했는데, 연락이 왔다.

여튼 그래서 지금은 온전히 행복할 시간.
인생에 몇 번 찾아오지 않을 짜릿한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