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수다/서른에도꿋꿋이앙증!
번호 좀 따가세요
앙증
2011. 1. 30. 18:53
앙증은 핸드폰번호 딸 때 만큼은 선수야 선수. 거부할 수가 없어.
란 소릴 들은적이 있다.
(나.. 바로 이런 사람....)
친구의 결혼식에서, 혹은 길거리를 지나치다 만난 우연한 기회에서, 핸드폰을 들이미는 나는 주저함과 망설임을 몰랐다. 언제나 담대하고 용맹했다. 10수년 전 학교에서 각종 비행과 일탈 그리고 외모로 말미암아 (동갑인데도 불구하고) 오빠라 불리던 남자애도, 애틋한 미모로 여자애들의 가슴 설레던 남학생도 거칠것이 없고 가릴것이 없었다. 그리고 나에게 그러한 용기(만용?)을 부리게 한 것은, 고런 멤버가 좀 끼어야 연말에 있을 반창회(?)가 성황을 이룬다는 진리 때문이었다. 남들에게야 오빠였고, 미소년이었지 사실 학교 다닐때 그들중에 날 설레게 한 사람은 없었다고!
그렇다면 정작 내가 번호 따여본적은 있는가.
있다.
세번.
모두 여자들한테;;;;
이 경험을 가능케 했었던 건 <개청춘> 덕분이었다. 개청춘은 인디다큐멘터리 계의 <시크릿 가든>이었나봐.... 길가다 낯선 얼굴이 '저 혹시...'라고 말하면 '넵! 개청춘 보셨죠?'라고 응수하는게 익숙해져갔다. 연락처를 원하면 연락처를 주고 나중에 시간되면 차나 한잔 하자고 진심을 다해서 말했었는데, 정작 다들 번호만 따가시고 함흥차사 모르쇠 였다.
그러다가 며칠 전 작년 봄에 우리 집앞에서 내 번호를 따간 풋풋+상콤한 연대(여학)생에게 연락이 왔었다. 이제 대학교 3학년에 올라간다는 상콤이는 겨울방학. 나는 여행을 기다리며 무기력하게 방바닥을 긁는 백수. 그리하여 엊그제 연희동에서 우리는 만나고야 말았다.
책도 많이 읽고 생각도 깊고 나름 자신의 미래를 길게 내다 볼 줄 아는 상콤이 한테 진짜 뻥안까고 많은 걸 배웠다. 나 대학때는 어땠더라? 상콤이에게 늙으니 꼰대마냥 '저 학교 다닐때는 말이죠..'라고 주섬주섬 기억을 말하다 보니, 언뜻 언뜻 스치는 장면들이 꽤 됐다. 말할때마다 후회와 그리움이 뒤범벅. 더 넓게 볼 걸. 도망가지 말 걸. 그때 좀 더 잘할 걸. 대화로 해결할 걸. 그러다 보니, 내가 상콤이 그녀에게 해줄수 있는 이야기는 많지 않았다. 일반적인 줄서기의 삶을 택할것이냐, 이탈을 꿈꿀것인가. 입으로야 그런 삶이 싫다, 진저리 난다. 라고 손가락질 하지만 역시 나부터가 이명박이고 나부터가 모순이고 그렇다.
결국 그때부터 지금까지 지금 내 상태가 어떤것인지 진단불가능한 감정들이 물밀듯이 밀려와서 피드백 되고 반성하고 나 자신을 돌아보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이런저런 상념들이 많다.
사람이 스물다섯을 전까지 만나는 사람들이 A,B,C라면 스물다섯 이후에 만나는 사람들은 A다시, B다시, C다시 라고 들었다. 비슷비슷한 사람들을 반복해서 만난다는 이야기다. 그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아직 서른.
그 누구에게라도 번호 따이는 것에 주저하지 않겠다.
그 누구라도 번호 따는 것에 망설이지 않겠다.
새로 만나고 새로 배우고 부딪히고 싸우겠다.
아직 누려야할 많은 것들에 용기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