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조했다

카테고리 없음 2015. 2. 23. 16:20

의도했던 바는 아닌데... 여튼 블로그에 글 남기는 게 격조할 수 밖에 없는 날들이었다.

방송 날짜가 지지난주 토요일이었고, 그 뒤로 일주일 쉬는 동안엔 좀처럼 인터넷을 하지 않으니까. 일기를 남길 수 없었다. 여튼 바빴다. 바쁘게 일하고 난 뒤에는 바쁘게 놀았다. 그리고 바쁘게 쉬었다. 그리고 씩씩하게 새로운 관계 모색에 힘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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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이번 방송은 기록이라면 기록이다. 원고 직전 50여 시간동안은 고작 2시간 30분 잔게 전부였다. 그 이전에도 새벽에 들어와서 오전에 기상하고 다시 새벽에 들어오기를 반복했으니까 노동량과 품위 대비 어마어마한 열정을 쓴 셈. 결과는 만족스럽진 않지만, 내가 쏟은 노력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없다.

좋은 프로그램이었다. 꼭 했어야만 했던 프로그램이고 대의나 방향 모든 면에서 합리적이었고 상당부분 동의하고 있었고 같이 일하는 스텝들의 노고와 한계까지 쏟아낸 나의 열정이 뒤엉키고 버무려져서 여튼 이런게 방송하는 맛이구나 느낄 수 있었다.

프로그램이 끝나고 같이 일했던 피디와 내 자잘한 일들을 가장 많이 도와준 막내작가에겐 작은 선물을 건냈다. 에두아르도 갈레아노의 책을 한권씩 선물했는데, 이런 마무리 역시 개인적으론 마음에 든다. 수탈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게 남아 있는 땅을 취재했으니까.

여튼 스스로 머리라도 쓰다듬고 싶다. 고생했다. 수고했어. 그리고 잘했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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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인간관계는 계속 탐색중이고 모색중이다. 아 여기다 글남기는 건 좀 그렇고, 새로운 블로그라도 하나파야하나. 이 기억들을 기록하고 싶단 생각이 든다. ㅍㅎㅎ. 내가 정녕 원하는 것과 하기 싫은 것을 명료하게 바라보고 그에 합당하는 대상을 만날 수 있으니 꽤나 만족하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아직 모자라다. 오죽하면 츄이에게 "해는 저물고 나의 갈길은 멀다"라는 메세지를 보낼 정도다. 33년간 부족했던, 결핍됐던 부분들이 마모되고 아무는 걸 느낀다. 완전할 순 없겠지만 온전할 수 있게 노력하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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빡세와 홍구 차를 타고 인천까지 가서 무려 사주를 봤는데...;;; 엉망진창 엉터리인 사람에게 5만원을 날리는 바람에 분기탱천했다. 한마디로 사주를 못보는 사람이 왜 돈을 받고 사주를 보는 가에 대한 분개...;;;라면 분개일까. 내 상황이랑 하나도 맞지 않고, 듣기 싫은 말도 마구 던지는 바람에 아주 불쾌했다. 여튼 그래서 다시 사주를 보고 싶다.란 결론에 다달았다. 하도 그지같은 이야기를 두서 없이 많이 당해서 불쾌하다. 이 불안 역시 다른 사주(응?)로 빨리 치유하고 싶다. ㅍ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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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에는 금댕이가 결혼한다. 동네파야 언제나 함께하겠지만, 영원을 맹세하며 뛰놀던 우리들이 예전만큼 자주 모이긴 쉽지 않겠구나 체념하고 있다. 쾌활하고 낙천적인 금댕이. 그리고 무엇보다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기억들을 함께 해준 금댕이. 금댕이가 결혼해서 슬픈 것이 아니라, 그 소중한 시간들을 두고 멀어져 가는 것이 슬픈거다. 우리동네가 아닌 곳에 신혼집을 차리고 다른 동네를 '우리동네'라고 부르겠지. 우리들보다 조금 더 소중하고 중요한 것들이 생길테니 예전만큼 함꼐하긴 어려울 것 같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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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사랑하는 친구가 아프다. 주변 가까운 사람들에게 늘 이야기한다. 내 사랑하는 친구를 위해서 기도해줘. 라고. 본인이 아니고서야, 감히 할 수 없는 말이지만 나는 그 친구를 너무나 사랑하고 그 친구가 오래도록 내 곁에 있어주면 좋겠다.

 

그래서 해선 안될 말일지 모르지만 메세지를 보냈다.

삶은 그토록 치열하고 엉망진창이 된 채로 싸우더라도 지켜볼 가치가 있는 거라고.

 

이기적인 생각이지만, 나는 그 친구를 너무나 아끼기 떄문에 부디 내 곁에 오래 있어달라고, 날 위해 싸워달라고 말했다. 친구가 다시 예전처럼 기운 차렸으면 좋겠다.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싸움이 지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다시 회복되는 그날까지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혹시나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내 친구를 위해 기도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