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담화

카테고리 없음 2014. 9. 11. 16:58

어제는 대체휴일이었는데, 나는 당연히 출근을 했다. (덕분에 연휴첫출근병 따위를 겪진 않았다.) 여튼 일하는 도중, 총 다섯팀에게 놀자는 연락이 왔다. 앞에 네건은 여차저차해서 거절했는데 퇴근해볼까 하던 차에 받은 연락은 거절 할 수 없었다. 내가 고쳐야 하는 버릇 중에 하나가 약한 소리 앓는 소리 하는 사람에게 관대하다는 거다. 생각해 보니 이제 쟤를 그만 만나야지 마음 먹었던 친구 중 하나 였는데 말이지. 그걸 고새 까먹곤 앓는 소리하고 우울한 목소리 내길래 그래 니가 그렇게 힘들면 만나주마 하고 만났다. 뭐 만나고 난 뒤의 사유의 과정은 언제나 똑같았다. 내가 왜 이런걸 듣고 있지? 대체 여긴 어디? 나는 누구?를 몇번이고 반추하면서? 차마 동조할 수 없는 말들 이 나열되는데 그냥 앉아 있었다. 반박하면 문제가 아주 꼬이고 기가 빨리며 말다툼 외에는 답이 없는 상황이 연출되기 때문에 그냥 두주먹 꾹 쥐고 참았다. 아... 뭐 옛날부터 지극히 현실적인 친구였기 때문에 여성을 나이로 품평하는 거나 물건처럼 표현하는 것까진 참을만 했는데 세월호 유족에 관한 이야기는 정말 견딜 수가 없었다. 따박 따박 그애가 저지르는 부분을 가지고 전체를 폄하는 오류 같은걸 지적할 순 있었지만 꾹 눌러 참았다. 그런다고 바뀌지 않으니까. 그 와중에도 뭔가 지금 얘기 처한 아슬아슬한 벼랑 끝 상황이 얘를 이 정도로 만들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안쓰럽기도 하고. 오랜만에 찾아와서 얘기 나에게 원하는 건 대단한게 아니라 넌 잘될거야 하는 위로 같은거란게 너무 빤히 보여서 짠하기도 하고. 여튼 대화내용은 어느면에선 굉장했다. 내 또래의 남자애들이 이런 표현까지 쓰는구나를 알 수 있어서 놀라웠다. 뭐 이 나라 이 사회 이 구질구질한 세상. 기대한 건 아니지만 상상 이상이란건 확실한거라고 믿겠다.
그 와중에 나는 아닐거라는 엉뚱한 꿈을 꾸는 사람인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