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을 잃어버리며 살아가고 있다.

어제는 만두 주기자랑 마포숯불갈비에 다녀왔다.

1년에 최소 다섯번. 고등학교 때부터 서른네살까지 꾸준히 다녔던 고깃집.

30년 가까이 연남동 기사식당 골목을 지키고 있던 마포숯불갈비는 어제로 문을 닫았다.

 

 

"사람이 변하면 버텨낼 재간이 없어.

동네 사람들이 바뀌었으니, 건물이고 골목이고 버틸 수가 없는거지.

다 사람 따라 변하는거지"

 

이 동네서 사십년 가까이 살았다는 아주머니가 해준 말이다.  

 

 

나같은 겁장이는 돌아갈 곳이 없을까봐 늘 두렵고 초조한데,

서울은 너무나 쉽게 예전의 자신을 버리고, 새 모습으로 갈아입는다.  

사람들은 과거의 흔적을 아쉬움 없이  지워버린 채, 늘상 새모습으로 나타나곤 한다.

매정하게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것들을 두번 다시 만날 수 없게 만들어 버린다.

 

연남동 기사식당 마포숯불갈비.

밑반찬 하나하나가 맛있고, 세지 않은 간에 냉면에 싸먹으면 세상 어느 음식도 부럽지 않던 우리 동네 최고의 갈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해서 언제나 '즐거워 행복해'라는 풍요로움으로 기억나던 갈비.

   

이제 두번 다시 '마포 숯불 갈비를 먹을 수 없다.

하루 더해지는 서울살이. 오늘도 나는 고향을 잃어버리며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