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엔 유학원에 다녀왔다.
세달 일정 대략적인 금액을 따져보기 위해서.
그리고 이번주 월요일부터는 비행기표 끊는데 골몰했다.


어제 비행기표를 결재했다.

이 결정을 내리기까지 3일간 얼마나 골머리를 썩었던가.

이번 여행은 다섯달 장기간이라면 장기간이고,
그간 저금해놓은 모든 돈을 탈탈 털어 가는 여행이므로,
값 싼 대신 융통성이 없는 비행기를 선택했다.
덕분의 나의 9월 달과 내년 2월 말의 이동 경로는 빼박 확정이다.

사실,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다.
세달 후, 여섯달 후, 나의 입장과 처지를 알 수 없을텐데
무언가를 미리 결정한다는 건 대단히 위험한 일이다.
연말 연시 크리스마스를 어학원에서 새로 사귄 친구들과
작별을 고하며 술잔을 높이 치켜들 것인가?
이역만리 남반구 남극과 붙어 있는 땅 케이프타운 호스텔 도미토리에서
쌩판 모르는 양놈들 사이에서 쭈구리로 앉아 있을지 모를 가능성 앞에
나를 던져 놓을 것인가?


그래도 어쩌면
호스텔 부엌에서 잡히지 않는 와이파이에 기대어
시차도 맞지 않는 카톡울림을 기다리고 있을 지언정,
그래서 90여일 새로 사귀고 정든 친구들이 떠오르고
익숙해진 땅 몰타가 그립고
서울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이 생각나 눈물콧물을 쏟을지 모를지언정,
결정했다.


그때 나는 시간은 넘쳐나고 돈은 없을것이 뻔하므로,
되도록 풍요로운 시간을 활용하기로.


아직 트럭킹 티켓은 끊지 않았지만,
크리스마스전 출발하는 트럭킹을 탄다면
어쩌면 아프리카 국립공원에서 트럭 옆에 앉은 친구들에게
'새해복 많이 받아'를 외칠 수 있을 것이다.
저 멀리 기린이 지나가는 모습과 거대한 코끼리와 거대한 신의 형상들을
마주하며 특별한 서른 다섯을 맞이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