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카테고리 없음 2015. 1. 16. 12:52

기록으로 남겨두는.

 

해볼만한, 그리고 해야만 하는 아이템을 진행하고 있다. 일을 해야할 이유가 생기는 게 좋은건지 나쁜건지 모르겠다. 받는 돈은 턱없이 적은데 자꾸 열심히 파게 되잖아... ㅠ ㅠ 뒤져볼 문서가 너무 많아서 (동영상 없는 서류만으로 20기가가 넘다니...;;;) 평일엔 무조건 야근을 하고 밤 10시 11시 사이에 버스를 탄다. 버스에 타서는 학원서 나눠준 연습용 문장을 중얼중얼 대고 있다. Do they가 입에 붙지 않고, Does she와 Did she가 섞여서 입에서 튀어나온다.

 

곧장 집으로 안가고 되도록이면 헬스장에 들린다. 10분 허리 옆구리 운동만 하고 돌아오더라도 들린다. 반드시. 난방비 아끼는 우리 집에서 샤워를 하는건 너무 춥고 고된 일이다. 머리를 기르면서 머리카락 말리는 일이 이렇게 고되고 괴로운 일임을 매일 자각한다. 커트로 다시 잘라버릴까 생각도 드는데, 커트에서 머리카락이 묶이는 그 시간까지 감내했던 인고의 기억을 떠올리면 두번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아서 망설이게 된다. 여튼 긴머리 사람이 머리카락을 제대로 말리려면 드라이기로 20분 이상 꼬박 매달려야 가능하다는  깨달았다.

 

푸념조에 글을 쓰긴 하지만, 좋은 사람과 배워가며 일하는 기쁨을 잊고 싶지 않기 때문에 남기는 글이다. 같이 일하는 피디님은 정말 좋은 분이다. 자잘한거 한두개 던져오면 바깥을 돌고 와서 열배의 건들을 물어오고 있다. 덕분에 파야할 범위도 늘어나고 공부할 것도 차곡차곡 쌓여가지만 일단 일이 재밌다는 기쁨에 도취돼 있다. 며칠전에는 밤 아홉시에 뜬금포로 섭외가 해결되는 바람에 인터뷰이가 술마시고 있는 자리에 출동해야하는 날도 있었다. 그자리 잘못갔다가 다구리 당할뻔(?) 했지만, 피디님 덕에 무사할 수 있었다. ㅍㅎㅎ. 되돌아오는 택시안에서 이 얼마나 흥미 진진한 경험인가 곱씹어 보고 피식댔다.

 

생활 리듬이 깨져서 돌아오기 힘든 지경에 이르렀다. 밤 열시 열한시 퇴근이 잦아지고 짧게라도 헬스장을 가든 집에가서 씻고 잠을 자든 밤 열두시 이전에 침대에 눕는게 힘들어졌다. 덕분에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도 늦어졌는데 이젠 아침에 눈뜨면 아홉시. ㅠㅠ 이게 3주 이상 계속되다 보니까 고칠수 없는 습관이 돼버렸다. 시간표가 이렇다 보니까 삼육학원을 다시 다닐 엄두가 안나고 토요일에 나갈 수 있는 영어 수업을 끊었는데, 뭐 일단 다닌다는데 의의를 두겠다. 하반기부터는 다시 좀 정신차리고 영어 공부해야지.

 

일월 초에 놀러나갔다가, 의도치 않게 인연이 트이는 경험을 했다. 이전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관계 형성을 해보고 있는데 이 점에 있어선 정말 미숙해서 뭘 어떻게 해야하는지 사실 내 감정이 무언지도 알기 어렵다. 놓치고 싶지는 않은데. 사실 미쳐보는데 자신이 없기도 하다. 이게 용기인지, 객기인지 구분이 안간다. 가끔씩 내가 뭐하는거지 현타가 올 때도 있고, 그래도 막상 만나면 막 간지러운 느낌도 나고. 정리해보자면 미칠만큼 용기가 나지 않는 상태인거 같다. 그래서 자꾸 망설이게 되는거겠지. 시간의 한계가 정해져 있어서 그게 참 마음에 들었는데 그건 중요하지 않단 생각이 들 때도 있고. 여튼 이것도 곧 결정을 해야겠다.  

 

서른네살 1월, 즐겁게 일하고 있고,  새롭게 도전하는 것도 생겼다. 그리고 좀 더 '찐한' 12월을 기다리고 있다.

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