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그대로. 얼마나 더 호방해질 참인지.

ㅋㅋ.. ㅋㅋㅋㅋ...

 

그러니까 4주전 방송이 끝나자마자 날벼락이긴 한데 기쁜 날벼락을 맞아서.

1주일 쉬기로 한 일정이 월드컵+지방선거로 대폭확장.

 

10일짜리 여행을 21일짜리로 늘리고

아웃장소를 암스테르담에서 코펜하겐으로 잡았는데,

잡아 놓고 보니 죄다 이미 가본 나라와 도시... ㅠㅠㅠㅠㅠㅠㅠ

암스테르담 잔세스칸스 베를린 함부르크 오덴세와 코펜하겐까지

 

죄다 가봤자나?!??!?!!?

 

그렇다면 이전에 안해본걸 해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함부르크와 베를린을 건너뛰고, 좀 시골로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무도 많고 이왕이면 호수도 있어서

작년 핀란드 투르크 처럼 호수 수영하고 그럴수 있는데로.

 

한참을 구글지도를 뒤지는데,

근데 독일 북부에 숲이 잘 없더라고.

그러다가 Aukrug 라는 국립공원 발견. 근처 뉘엔뮌스터에서 기차로 오고갈 수 있는걸 발견.

 

보통 사람을 넣고 도시이름을 넣고 검색하기 마련인데,

멋모르고 북킹닷컴에서 지도로 장소를 찍어서

숲속에 있는 숙소들을 사진 보고 선택 시작.

북킹닷컴 9.9인..... 말도 안되는 점수의 숙소가 있길래 예약을 걸어버렸다.

내 인생 가장 비싼 방이었음. 심지어 아일랜드 인시아라 B&B보다 비쌌고

작년 투르크 아뮬란타 B&B보다도 비쌌... ㅠㅠㅠㅠㅠ

 

하지만 휴가철 한국 민박집들을 떠올리면 그 돈은 결코 아깝지 않는 돈이었...어...

 

여튼 그런 촌구석으로 들어가게 되었는데,

방안에 침대가 두개니?라고 물었더니

(전에도 포스팅한적이 있지만) 너는 더블배드 침실 두개와 서재 화장실 주방과 거실이 딸린

할리데이 하우스를 빌렸어. 란 답장을 받았다.

ㅋㅋ.. ㅋㅋㅋㅋㅋ

 

 

어제 시사를 기다리면서, 집주인에게

니네 동네 수영은 어디가서 하면 좋으니?

창고와플집 같은 곳은 자전거 타고 다녀야겠던데

자전거를 빌릴 수 있는 곳이 있니?

홀스라이딩이 가능한걸로 알고 있는데, 승마샵이 있니? 있다면 한시간에 얼마나 하니?

 

이런것들을 주저리주저리 물어보려 메일을 받았는데,

친절한 집주인이 엄청 디테일하게 알려주면서

나에게 질문을 했다.

 

 

그런데 너 대체 여길 어떻게 알고 왔니?

여긴 아시안 여행객이 온적이 없는 정말 독일 깡시골...(이란뉘앙스의느낌이었음. 물론 집주인 올리버와

나 둘다 제2외국어 영어로 대화하는 터라 느낌적인 느낌만 그러하지만)  인데, 대체 무슨수로 알고 이 동네를 찾았니.

우리집은 어떻게 검색한거야?!?!?!?

 

하지만 이 긴 과정을 차마 영어로 다 쓰긴 너무 힘들... ㅠㅠㅠㅠㅠㅠㅠ

 

여튼 호방한 나의 실수는 더욱더 호방해지고 있다.

첫번째 아시안 Aukrug 관광객이 될지도 모른다는 이 설렘. 푸하하하.

 

 

+) 떠나는 마당에 덧없는 걱정이 하나 있다면

6월 12일날 북미회담이 겁나 잘되는것까진 좋은데 말이다.

물론!

너무나 겁나 더할나위 없이 엄청나!게 잘되는 걸 기원하기는 하는데

걱정이 하나 있다.

 

정말 '딱 하나' 있다.

 

너무 잘돼서 나 떠나 있는 한국이 재밌을까봐.

나빼고..

재밌을까봐....

내가 없는데 그 시점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제일 씬나는 장소가 돼있을까봐...

 

근데 왠지 그 주 주말

광화문에 겁나 시민들 모여서 놀 각 아닌가(?)하는 의구심이...

(박근혜 탄핵때 마냥, 사실 박근혜 탄핵에 비할바 없이 기쁜일이니까)

축포 쏘고 함성 지르고 소리지르면서 춤추고 노는거 아닌가???

그게 딱! 하나! 걸림 ㅋㅋㅋㅋㅋㅋㅋ  

 

북미회담이 있는 날은 내가 브레멘에서 아우크루크로 들어가는 날인데,

그 동네에 호프집이라도 있다면,

그날 나는 인생 첫 황금벨!을 울리겠다.

 

선 통일한 독일 싸람들 기운 받아 우리도 머지 않았다면서

"내가, 곧! 우리 할머니! 고향엘 갑니다!"

 

화통하게 소리치고 독일제 비어 쏠테다.

(더불어 드는 걱정은... 왠지 그것마저 없는 깡시골같다는 느낌적인 느낌이...

ㅍㅎㅎㅎㅎㅎㅎㅎ 흑흐긓ㄱ흑흑.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휴가 전 내가 마는 프로그램은 죄다 종전과 평화협정에 관한 이야기였다.

녹화를 뜰 때면 노래가 자꾸 들렸다.

대학시절 동아리방에서 참 쉽게 듣던 노래.

총학실에 가면 늘 쉽게 들리던 노래.  

 

'그날이 오면

빼앗긴 채 잊고 살던

'동무'처럼 고운말도 다시 국어책에 올려놓고'

 

녹화를 할 때마다 이 노래가 다시금 머릿속에 들려왔는데

탈북한 출연자에게 물으니,

이미 북한에서는 '동무'라는 말이 사라진 말이 돼버렸다고 한다.

나는 아직도 그 민중가요에 맞춰서 율동을 할 수 있을정도인데,

그 노래가사는 이룰수 없고 돌이킬 수 없는 '지난 시간' 돼버렸다는 허탈감.

그럼에도 그시절 너무 막연하다 느꼈던 그 순간이

성큼 내 앞에 있다는 그 느낌....

 

 

여튼 이런 저런 기대를 가지며 

(비록 아직 사무실에서 붙들려 있는 몸이지만)

비행기에 몸을 실을 열다섯시간 후를 기대해 본다. 

그리 긴 시간은 아니지만 다시 돌아 왔을 얼마나 바뀌어 있을까를 헤아려본다.

 

 

기원하고 기원하고 또 기원하며

언젠가 휴가를 황해도 금천군 산외면 영천리125번지로 가게 될 날이.

오길, 도둑처럼 살그머니 오길.

자주 민주란 단어와 함께 흐드러져 흐드러져 오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