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오후에는 출연자랑 통화하는데 숨이 차는 경험을 했다.

호흡이 가빠오고 손발이 차고 식은땀이 나고...

헤아리고 가릴것 없이 그냥 모든 것들을 견딜 수 없고 진저리가 난다.

 

간절하게 집에가서 눕고 싶었는데,

사례자랑 통화해야할 시간이 퇴근 시간 후 여덟시 반이었다.

 

갑갑하고 숨이 턱턱막히는 사무실에서 간신히 밤 아홉시까지 버팅기다가

결국 출연하지 않겠다는 답을 들었다.

맥빠진 채로 운동을 빠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마을버스로 갈아탈 힘이 없어서 153번을 타고 무기력하게 실려 왔다.

집에 와 침대 위 대나무자리에 드러누우니까 그제서야 숨이 제대로 쉬어진다.

 

처음으로 '기대'가 없는 삶을 살고 있다.

나는 언제나 내 삶을 맹렬하게 사랑했는데 사는 것 자체가 막막하고 고되다.

 

9월에 출발하는 여행도 하나도 기대가 되지 않는다.

여행을 가면 뭐하나,

다시 돌아와 어느 방송국 사무실에 앉아서 전화기를 붙들고 출연자와 스케쥴 조정을 하고 있을 텐데...라는 부질없는 생각에 하나도 기쁘지 않다.

언젠가는 그럴싸한 사례자를 섭외해 아귀에 맞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기쁨이 있었는데

그런적이 있나 아득하다. 그런게 왜 신났었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시사프로그램 2년.

아니라고 자신했는데, 예상 외로 많이 닳은 것 같다. 

여행 전에 상담을 좀 받아볼까.

치료를 하고 곪은 곳을 도려내야 새로은 무언가로 채워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