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해가네

20세기 소녀 2008. 2. 27. 16:30


나 학교 있을 적, 나이 든 교수님은 눈썹이 더 세어졌다.
오래간만에 한 악수가 반갑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하고, 여전한 것들도 놓치지 않았다.

"신**는 하나도 안변했어. 그래야지. 참 보기 좋다."

그 말이 참 좋기는 한데, 그건 사실이 아니어서 참 슬펐다.

학교 언덕길 경사는 여전했지만, 마을 버스 대신 시내버스가 오고고, 눈오면 정말 예뻤던 이쁜이 나무 자리는 그대로지만, 버스 정류장 차양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는다. 옛 대학의 느낌이 나서 너무나 좋아했던 인사대 건물은 여전히 춥고 습기찼고, 전공강의실에는 이상한 연구소가 들어서 있었다. 그리고 우리 과는 '신자유시대'에 걸맞는 우스꽝스러운 이름으로 바뀌었다.

사람들은 아직도 대학을 학문의 터전이라고 부르지만, 돈이 안된다는 것만큼 힘 없는 건 없었고, 그건 곧 변화에 이유였다. 도태될 지라도 그 모습 그대로 그 자리에 있길 바랬는데. 꼭 바라는 만큼 변하고 바뀐거 같았다.

이제 2년 남았다고 말하는 교수님은 편안해 보였다. 나 학교 다닐 적엔 욕심도 많고 고집도 있었는데. 그 사이 세월에 모든 것을 다 놓는 법을 배우신 것 같았다. 그 낯선 모습에 속이 상했다.

'교수님은 제가 변하지 않기를 바라세요?'

물어보고 싶었는데, 그러진 않았다. 대신 가슴에 꾹꾹 담기로 했다.
내려오는 길에 문득 궁금해졌다. 뭐라고 대답하셨을까.

사람이 변하는 건지, 원래의 본질은 그대로인데 그저 변해가는 세월에 맞춰가는 건지. 근데 그건 이미 본질이 아니라 변질된 것이 아닌건지. 아니 어쩜 세상에 본질이란 존재하지 않는 건지. 알 수 없는 것 투성이다. 세상은 아직 어렵기만하다.


"교수님. 저요, 변하긴 했는데, 많이 변하진 않았어요."

교수님이 뭐라고 답해주셨건, 나는. 그렇게 대답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