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에 걸렸다.
몸살 한번 안걸리고 초중고대딩 시절을 보냈는데
재작년 11월을 고비로 1년에 한번씩 골골대고 있다.

문제는 언제나 씩씩한 내 목소리인데,
아파도 아픈게 티가 안나.
몸살나서 죽겠는데 그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는데 있다.

그러고 보니 고등학교 때도 그랬다.
목이 쉴만큼 쉬고 기침이 너무 심해서 병원가겠다고 조퇴한다고 했는데
내  앞에 바로 조퇴 허락 맞은 우리반 꾀병여왕의 리얼한 연기 덕에
나는 하나도 아파보이지 않았다. 양호실에서 약 몇알 얻어 먹고 보충수업 띵기는걸로 끝내야 했다. 이렇게 써 놓으니 아파보이지 않아서 당했던 수많은 일들이 생각난다. 아! 억울해.

여튼 화요일에는 조퇴를 했다.
정말 회사 길건너에 있는 병원 갈 엄두가 안나더라.
인어공주 다리 달고 첫걸음 딛는것 마냥 손가락 마디마디가 욱씬 거리더니
허리 다리 무릎 어깨 팔목 심지어 이빨까지 아파왔다.
그냥 회사 앞에서 택시 잡아 타고 집으로 갔다.
잠을 자겠다고 누웠는데 너무 아파서 잠이 안오더라.
30분마다 자다 깨다의 연속이었다.

나 아프다고 회사 조퇴했다고 하니까
친구 김마망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그럼 나 홍대에 있으니까 카페로 와"

나 아파서 골골대고 밤에 핸드폰 문자 확인하는데
주기자의 문자가 와있었다.
"우리 피자헛 런치 언제 먹어?"

이 인간들아 나 아프다규!!

여튼 내 주변 철 없는 친구들의 문자에 한참을 처 웃었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이면,
나 어제 어지럼증을 두어번 느꼈다.
집에 가고 있는데 갑자기 휘청하더니 하루가 다시 시작되는 기분.
그니까 나는 컴퓨터가 되어본적이 없지만, 컴퓨터 재부팅 할 때 컴퓨터는 이런 기분이 들까? 싶었다.

여튼 나이 먹으니까 특이한걸 다 경험해 본다. 병원갔더니 기관지가 약하다면서 호흡기를 사라고 하지 않나? 어지럼증이라는 기이한 경험도 해보고.
나 소싯적에 넘치는 정력과 기발산으로 인하여 우리과 애들한테
정력이 좋지 않단 음식만 권유 받던 여자였는데 말이다.

결국 모든게 변하긴 변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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