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운다 ....

소소한 수다 2019. 2. 1. 13:36

울어...

 

더치 친구들이 깜짝 선물 보내줘서 우는 중

그냥 크리스마스 카드 한장 썼을 뿐인데

이렇게 무거운 상자를 보내다니 흑흑흑흑

 

크리스마스 카드 엄빠가 챙겨주셨다며

현재 31일째 캄보디아베트남필리핀여행중이라는  

욜이랑 파스가 선물을 보내왔다.

 

스쳐지나가듯,

원오브마이드림은 공짜 치즈를 위해 치즈농장에 시집가는 거라던

나의 말을 기억해주다니 정말 대감격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내가 네덜란드로 소포를 보내봐서 아는데 이 무게면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우리나라 최저임금으로 한 서너시간 정도 일한 값이로구나....

그리고 네덜란드 산 치즈를 사봐서 아는데 이 정도 양이면 ㅜㅜㅜㅜㅜ

최저 임금으로 하루 꼬박 일해야할 돈이로구나....

 

감격감격 대감격

고맙고 감사한 마음으로 최대한 맛있게 먹을 것을 맹세한다.

더불어 앞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더 잘하고

더 다정한 친구가 되어야 겠다 결심했다

 

 

 

 

 

 

더치친구들이여... 제가 한번 파스타 해보겠습니다...

 

 

욜앤파스.. 내가 설날에 와인 좀 까보겠소

 

 

 

 

 

 

엄마에게 뺏길 것이 우려되는 딥치즈 과자 + 크림치즈.

빨리 먹어야겠네 행복해라~ >ㅇ< //

 

내가 진짜 아프리카에서 현지인 친구는 사귀지 못했지만,

좋은 친구들 많이 만나서 두고두고 호강한다.

더 스윗한 사람으로 살아야지 ;ㅁ;

더불어, 좋은 사람들과 끈끈해지는 건 정말 큰 행운이란 걸 다시 되새겨본다.

 

 

 


시간이 말이다.

 


생방토크를 하다보니

전달할 정보들이 수도꼭지 물 틀어놓듯 

새나간다고 투덜댔는데, 서른 여덟 1월이 그렇다.

 

얼마전엔 누군가의 단단히 묵힌 한을 풀어드리는 원고를 썼다.

아주 깊고 진한 한이었다.

제주 4.3 사건 항소기각 판결난날 날,
할머님 할아버님들께 무죄를 선언해드리는 원고이었다.

 

여든다섯에서 아흔너머까지.
근 칠십년을 죄인으로 살아오신 할머니 할아버지의 소원은 단 하나.
무죄라는 걸 알아주는 거였다고.

그 긴 세월 손가락질이 다 거짓이고 잘못된걸

사람들이 들어줬으면 하는 거였다고.

 

할망무죄. 하르방무죄.

 
열여덟분의 이름 하나하나 호명해드리고
무죄를 선언해드리기로 원고를 썼다.

 

요즘 내가 하루에 감당하는 

원고 분량이 너무 많은데,

오프닝에 엔딩에 브리핑에

꼭지까지 하나 더 막으려니 정신줄이 빠지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막상 모니터에 담기는

할망무죄 하르방무죄를 바라보니,

그래도 쓰길 잘했구나.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내 글이 읽혀 전파를 타서 참 다행이구나.

할머니 할아버지께

죄없다고 외쳐드리는 기분이 들어서.

 

나새끼, 잘했다 생각했다.

글쟁이로 살면서 몇 안되는 영광이었다.

 

 

지난 주말엔 덕질모임 언니가 호텔비에 절반이상(?)을 제공한다 하여,
지인찬스로 인생 최초로 디럭스룸(?)에서 지내보는 호사를 즐겼다.
1박2일 호캉스.

먹고 눕고 마시고 자고 다시 일어나 먹고 자고 ...

아름다운 나날이었다.

덕질모임도 올해로 14년인가 15년...

사소한 일상까지 함께 나누면서
장르가 바뀌어도 변함 없는 이 기분

 

언제나 나와 놀아줘서 감사합니다.

오래오래 함께 놀아요.

 

 

체중은 나름 원상 복귀 되었는데 (목표치는 달성하지 못하였지만)

며칠전부터 제니스카페 살라미 피자가 미친듯이 생각나서

어제는 운동 끝나고 제니스로 달려갔다

혼자 찐하고 선명한 기름진 짠맛을 맛보다가 

목이 메일즈음, 시원하게 내려준 아아메로 위장을 뚫었다.

미세먼지가 많은 날이긴 했지만 해가 나고

식탁 위로 내리 쬐는 볕과

창 밖으로 보이는 동네 풍경은 완벽했다.

행복했다.

그래서 정녕 행복했다.    

 


나새끼 잘했다고 칭찬해주려고

서른일곱 마지막날 블로그 창을 열었다.

 

올해 무슨 일이 있었더라.

 

올해는 벌어들인 돈이 많은 해였다.

그런데 정확하게는 많이 번게 아니다.

그저 K국 파업으로 들어오지 않은 돈이

1-3월 사이에 나눠 들어오면서

의도치 않게 금전적으로는 풍성해진 한해였을 뿐...  

 

하지만 이유불문하고

그래서!

나를 위해 아낌없이 써봤다. ㅎㅎㅎ

 

운동을 다시 시작했다.

까만팀에서 9개월간 다시 찐 살을 원상 복귀 시작했다.

다시 건강해지고

20분도 버거웠던 유산소를 50분을 해낸다든지,

버핏 두세트에 토하고픈 마음을 다잡던 저질 체력을 극복하고

버핏하다 말고 스쿼트까지 연잇는 동작도 해내고 있다.

 

여행도 다녀왔다

여행지에서 만난 친구들의 거주지를 방문하는 건 큰 기쁨이었다.

특히나 우리 네덜란드 아저씨들이 앞뒤로 자전거를 나눠 타며

환상적인 에스코트를 해주던 네덜란드 플랫한 시골길은

영영 잊지 못할 인생 순간에 꼽히는 장면이었다.

 

영어 공부는 좀 부진했지만,

작년 벼랑영어 덕을 톡톡히 보고

여행지에서 친구들과 즐거운 의사소통을 했었다.

 

그리고 올해는 일! 무엇보다 일. 일.

내게 주어진 일을 사랑할 수 있어서 좋았다.

좋은 팀원들을 만나서 재밌고 뜨겁게 일했던 9개월이 있었다.

재.밌.었.다. 네 글자로 말할 수 있던 순간들...

프로그램 폐지는 아쉽긴 했지만

새로 만난 팀의 팀원들이 하나같이 너무 마음씨가 좋아서 다행이다.

지랄보존의 법칙에서 내가 지랄을 맡고 있는 것이 아닌가

늘 소소한 고민이 생길 정도....

 

무엇보다도 그런 행운이 내게 올 수 있었던 건

경력을 쌓는 동안 나름 노력해왔던 나의 시간이 있었던 덕이라는 걸 안다.

행운도 있었지만, 너도 참 고생한 덕분이다

참 잘했어 잘했다 잘살았다.

나 자신을 칭찬해주고 싶다.

 

내년 한해는 돈도 많이 벌고,

아껴줄 수 있는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무엇보다도 하고 싶은 일에 조금 더 가까워지길 좋겠다.

 

조금더 나의 인생이 짜릿하고 유쾌하고 반짝반짝 빛날 수 있도록

 


오래도록

소소한 수다 2018. 9. 27. 15:36

작년 추석연휴가 끝난 다음날 

새 공장에 취직(?)을 했었더랬다. 


올해는 2주 방송을 내보내고 

연휴를 쉬고 다시 복귀했다. 


작년과 올해. 

추석을 지내고 돌아와선 새 시작을 맞이했던 셈. 


올해도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만나, 

함께 일했으면 좋겠다. 


오래도록.  



정말이지 넘나넘나넘나 좋아하고 존경해온 분이 출연해주셨다

이 일하길 잘했구나 라고 생각한 몇안되는 순간

만끽해야겠다

 

일단 편구를 털고...


TV를 보다가

소소한 수다 2018. 1. 10. 23:18

 

오늘의 기/레기로 꼽히는 얼굴을 TV에서 보는데 너무나 낯이 익은 얼굴이었다..;;;

어디서 봤지 어디서 봤지 정말 한참을 고민했는데, 도무지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근데 그 모습이 모른다고 하기엔 너무 잘 아는 모습인거다.....

질문을 하는 모습을 보는데,

나 저 사람의 목소리를 알고 있는 거 같아.

저사람이 반팔 티셔츠 입은 모습을 본거 같아

뭐 이정도 어설픈 느낌을 받았다.

 

한참 사무실에서 일하다말고 소스라치게 뭔가 하나 기억이 나더라.

노란색 우의를 입고 유인물을  나눠주는 모습.

그래 통/선대.

나 저기서 저 사람을 본거 같아.

03학번을 챙기는 모습을 본거 같아.

그것도 오랜 시간..;;;

 

 

오늘 하도 털털 털리는 터라,

알고싶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저사람이 요 근래 어떤 기/사를 썼는지 알아낼 수 있었는데,

조선비/즈 각종 현란한 기사제목을 보면서

저정도면 데스크의 지시가 아니라 그 분의 독창적인 머리에서 나온 기/사겠구나 싶었다.

 

여튼 한동안 입에 인생에 쓴 맛을 머금을 수 밖에 없었는데..;; 

 

사람이란 뭘까

인간이란 이렇게 나약하고 쉽게 변질되는 존재였나

삶이란 무언가에서 다른 무언가로 변화해가는 화학식같은 여정일 수 밖에 없는 건가...;;;

허탈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고.

그러면서 나 또한 꽤나 변질되고 변화해서 새로운 생명체로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고 깨닫고.

 

 

2003년 여름에

자기가 믿어온 길을 선교하듯 살았던 2003년의 그 오빠가 너무나 가여워서 참을 수가 없어졌다.  

 

 


하루한번

소소한 수다 2018. 1. 8. 19:30

통장을 들여다 보면 뭐할 것인가 

들어올 곳은 없어 막막한데... 


이 상황이말로 정말 유ㅅ유



 

 

블로그 창을 오랜만에 열었다. 

11월도 며칠 남지 않았다. 이제 곧 서른여섯 마지막 달이구나.

 

현재의 나는 K본부 파업으로 손꾸락만 빨기를 근 3달여.

중간에 한달 파일럿을 끝내고 다시 백수다.  

이것 마저 안했으면 백수가 체질에 맞지 않는 나는 돌아버렸을지도.

 

어딘가로 뜨고 싶은 마음이 정말 굴뚝이었는데

지난달 말 2000원 남았던 통장이 나를 주저 앉히고

한달간 고강도 하드트레이닝의 일을 하면서 간신히 버텼다.

 

프랑스 친구 M이랑 다녀온 상큼유쾌뿜뿜했던 낙산사 여행 후기도 남겨야하는데

책상 앞에 앉질 않으니, 노트북을 아예블로그도 안켜게 된다. 

아.. 콧물훌쩍이며 바라보던 환한 달 뜬 양양 밤바다는 잊지 못할 장관이었는데 말이지.  

 

이 무료한 시간을 버티게 해주는 것은 넷플릭스 나의 넷플릭스... ㅜㅜㅜㅜㅜㅜㅜㅜ

네가 없었으면 정말 이 시간을 어떻게 버텼을지 가늠이 가지 않는다.

하오카 오뉴블 시즌을 따라잡았고 비밀의 숲에서 전율했으며

동네파 추천작 브레이킹 배드를 끝내고 베터콜사울을 진행중에 있으며

마인드 헌터도 봤다. 걍 조나단 그로프 보려고 켰는데, 뭐지? 이 스무스하게 넘어가는 이 과정은 대체 뭐지?!?! 미드처럼 자극적이진 않은데 담백하면서도 사람을 빨아들이는 마성은 뭐지?? 아이엠디비를 뒤져보니 제작자 데이빗 핀쳐.  ㅋㅋㅋㅋ

아 네 거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또 사전에 정보 없이 배우 얼굴만 보고 영상을 켜기 시작해서 거장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이런일이 일어났네요..

데이빗 핀쳐를 좋아하진 않다보니 그의 연출문법을 알아채기 어려웠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미쳐 못알아보다니 ㅠㅠㅠㅠㅠ  

 

여튼 넷플은 계속 달리고 있다.

어제는 주기자네서 백수된지 한 다섯번째정도 되는 넷플릭스 데이를 열어서 기묘한 이야기 한시즌을 다 달렸다.

특별히 어제는 미드를 보며 늘 침을 떨어트리는 불쌍하고 가련한 나를 위해!

특히나 브레이킹 배드 겁나 미남에 매력터지는 남자가 사장으로 있는 엘뽀요스 치킨집 떄문에 늘 미국식 치킨을 먹고 싶어하는 나를 위해!

파파이스에서 치킨 버거 비스킷을 시켜주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이 기간, 우리 동네파가 없었으면 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우울증이 왔을지도 모름.

 

여튼 먹고 보고 덕질하고 누워있고 아주 짬짬히 영어공부하면서 찌기 시작한 살은,

S본부 과자더미에서 일하면서 최고치를 찍었고

그 뒤로도 맛있는거 먹으러 다니는 일정이 계속되면서 ㅋㅋㅋㅋ

아놔 핀란드 다녀오기 전처럼 다시 찜 ㅋㅋㅋㅋㅋㅋ

다시 운동할 생각에 아주 피눈물이 난다. 꺼걸껄껄껄껄...

시즌 1보다 나름 느긋한 시즌2일에 들어가게 되면 초반 3개월은 벼랑영어를 하고 다이어트를 한 뒤 그 뒤로는 아침 수영과 일주일 1-2회 PT를 받아볼까 했었는데

이명박근혜가 남긴 적폐가 나의 계획을 개박살...;;;;

통장 빵꾸로 PT 마저도 여의치 않음.

 

 

나는 돈이! 벌고 싶다고!!!!!

몇년 내에 세달 일정 이상으로 멕시코를 갈거란 말이다!!!!

내 인생의 일부분을 다시금 심빠띠꼬 이 아마블레한 남미인들과 보낼 거란 말이돠아아아!!!!!

 

돈도 못버는 과정 중에 책출판 원고가 넘어왔는데 이것도 진짜 가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정말 출판사에서 보낸 원고가 맞나 내 눈을 의심.

페이지당 거의 열개 넘는 수준으로 문맥오류와 문단 내 문장마다 바뀌는 주제 전환, 심지어 접속사도 이상해?!?!?!?!

대학생 알바 시켜서 원고를 쓰게 했나는 의문을 지울수 없는 수준의 글을 받았다. 

문과도 아닐거 같아. 논술시험도 치르지 않은 애기들일거 같아.. ㅠㅠ

여튼 대 to the 박

너무 충격적임.

집에서 도저히 수정을 볼 수 없는 수준이라 카페로 기어나왔다.

여튼 덕분에 노트북을 켜고 포맷을 진행하고 원고 수정을 보는 중이다. 

그래서 블로그 창도 간신히 간신히 켤 수 있었음.. 퓨ㅅ퓨

 

 

그래도 중세암흑기 처럼 공백으로 표기될 이 시간 얻은게 있다면 있다.

얼마전 아는 선배를 만나서 다음 꿈도 다듬었고, 목표도 정했다.

세상 살면서 하고 싶은 일이 남아 있다는 건 얼마나 멋진 일인지.

 

여튼 그냥 허투루 보내는 인생이란건 없는 것 같다.

다음주부터는 재정비해서 좀 달려야겠다.

몸도 마음도...

 

 

 

 

 

 

 


 

이 실로 어마어마 한데...,

 

재작년, 작년 반년 여행의 결과물로 통장이 빵꾸인데다가,

작년에 일한 날이 별로 되지 못했다. 벌이도 없었다.

작년 연말부터 상반기 빡세게 벌긴 했는데, 쓰기도 많이 썼다.

 

그런데 일하는 직업계 적폐청산 과정이 나의 업에 직격타를 때리면서 

파업을 맞이하고 흐그극

원고 다 나온 녹화를 뜨지 못하고

이미 뜬 녹화가 방송되지 못하고

더불어 지난 1-2월 일한 기획료도 다 받지 못하면서

 

통장금액이 0에 수렴하는 결과가... ㅠㅠㅠㅠㅠㅠㅠ 아흐흑흑흑

이럴줄 알았으면 여름휴가를 6월에 다급하게 다녀올 것이 아니라,

이 시즌에 갔었어야 하는게 맞을 지도.

 

한달이면 끝날 것으로, 추석 전엔 끝날 것으로 예상됐던 파업은

차일 피일 미뤄지다가 결국 손가락을 빨수 없어 알바자리에 나섰다.

 

연결연결 돼 소개 받은 자리 면접에서 무서운 이야기를 들었다.

 

"막내작가때보다 빡셀거야"

 

후후후.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겠는가.

나는 11년차인데 말이다. 녹화까지는 꽤 시간도 남았는데 말이다.

그때만 해도 거짓말인줄 알았지..;;;   ㅡㅜ

여튼 그날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쉬지 못한채

평균 14시간 이상 체감상으론 18시간 일하고 있는데

넷플릭스를 아예 못보고 있다. 아예 켜지도 못하고 있음 ㅠㅅㅠ

 

첫주엔 나에게 혼자 한 약속 스피킹과제는 해냈는데,

그 뒷주부터는 엄두도 나지 않더라.

몰라 몰라 대체 이게 뭐야.. ㅠㅠ

 

아침 일곱시에 일어나서 가뿐하게 수영or헬스를마치고

마뉴팩트에서 여유롭게 커피를 사서

한챕터의 영어 소설을 읽으며 경쾌하게 출근하던 날들이여 안녕~

집에 돌아와서 치열하게 영어학원 숙제를 하던 여유와는 이별한지 오래.

 

일단 아침에 눈을 뜨면 9시가 다 된 시각이고,

헬스장이 뭐냐. 버스 기다리는 10분도 버틸 체력이 돼지 않아서 택시를 잡아타기 부지기수. 몽롱한 정신을 맑게 개게 하기 위해선 왠만한 카페인으로 안돼서 스벅 커피만 마신다. 인생이 너무 쓰다 보니 스벅 커피가 전혀 쓰지 않게 느껴지는 효과까지...;;; 나 빼고 다른 작가들은 이쪽 스케쥴에 몇년간 익숙한 터라 다들 오후 출근을 하기에, 사무실 문을 여는 건 주로 나. 사온 샌드위치어 커피를 드링킹 하다면서 미친듯이 타자를 치고 자료를 읽다보면 다들 하나둘 출근... 회의 일 회의 일 회의 일을 무한반복 하다가 중간 중간 지천에 널려 있는 과자들을 주워먹고 저녁밥 타임이 되면 1층으로 내려가서 다시 공장밥 을 먹고 다시 일 시작.. 열두시 전에 끝난 날을 손에 꼽을 뿐더러, 지금까지 버스를 타고 집에 온 적은 단 하루. 한마디로 버스 끊기기 전에 집에 온 적이 하루 밖에 없었단 이야기다.

 

구성안 쓴 이야기도 눈물 없인 타자 칠수 없는 이야긴데 ㅠㅠ 하... 내가 맡은 코너 1부 2부 구성안을 네번 뒤집고 나니 프리뷰 알바한것 처럼 손가락이 뻐근하더란 웃지 못할 이야기 흑흑흑흑 Pooooooor Shin so so so poor Shin...

 

여튼 추석 이후 나의 삶... 없어....

출근 22일째인데 체감상 한 세달은 넘게 일한 것 같은 이 기분...;;;

 

이명박근혜가 나에게 뿌린 똥.... 이 이렇게 나를 몰아갈 줄이야.

 

그래도 좋은 사람들 많이 만났다.

내 일이 많아질것을 염려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결과물 그 하나를 보고 달리는 모습에 고무되기도 했다.

스스로를 반성하게 하는 포인트였음.  

일이 너무 몰려서 야차가 될뻔한 날, (사실상 야차가 되었음..;;)

날 위로한답시고 돈부리에 크레이프 케이크까지 사다준 후배들의 델리케이트한 배려는 잊지 못할 일 중 하나였다.  

 

공백이 주는 지루함에 몸부림쳤고, 넘쳐들어오는 일거리에 혼을 쏙 빼놨다.  

여튼, 시간은 간다.

조금 더 달려야하는 순간이지만

그렇게 이 가을을 살아냈다.  :)

 

 

돌아가고 싶은 순간을 올리면서 이번계절 나의 푸념 끄읕~ 

 

 

 

 

 

 

 

 

 


근황

소소한 수다 2017. 10. 18. 18:19


과연 나의 다음달 일정은 어찌 될것인가...;;
몇도씨정도의 용암이 이글대는 지옥의 헬게이트를 걷게 될 것인가?

 

요즘 하루에 한번 정도는
파업 노조 페북에 들어가서 정보를 체크중인데.
반가운 얼굴들이 보여서 뭉클했다.

 

응원하는 마음이야 늘 한결같은데,
일단 통장은 바닥을 쳤고 ㅠㅠ

일자리를 찾은 덕에 알바중이다.

새로 적응하는 팀의 으쌰으쌰한 분위기는 무척 고무적이다.

배울점도 있고 잘할수 있을까 걱정도 되고..

적응은 어렵지만 프리랜서 팔자.
언제나 보따리 들고 품팔고 적응하는 게 본업이다 생각하고 있다. 

 

 

왜 이 프로그램을 하고 싶냐고 물었을 땐 언니가 떠올랐다.

언니는 그 언젠가 기륭전자 노동자 대표로 삭발을 한 채
TV모니터 속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었지.  
'앙증, 행복하니?'라고 물어주던 언니였다.

 

모니터 속 언니를 바라보며,

언젠가 내가 하는 일이 언니의 이야기를 화면 속에 담는

일을 할 수 있길 기도했던 적이 있었다.

 

안구가 자주 뜨거워질만큼 업무량이 엄청난데...

일에 치이지 않으려고 노력중이다.
내가 하는 일이 나의 전부지만 매몰되지 않으려면
나를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겠지.

 

 

 


숨 쉬자

소소한 수다 2017. 10. 15. 20:43

 

이런 저런 바람이 쓸고 지나가는 복작복작한 날.

눈을 감고.

위로가 되는 그날의 풍경을 떠올리며..,

 

 

 

 

 

 


거의 모든 대답을 '영어 숙제..'라고 하던 3개월이 끝이 났다.

 

나의 지난 3개월은
주변 사람들이 내게 하는 질문에

'영어숙제'라고 대답하던 시간이나 마찬가지였다. ㅋㅋㅋ

 


"오늘 끝나고 뭐해?""영어숙제..."
"뭐하고 있어?" "영어숙제..."

"저녁먹고 갈래?""영어숙제..."

"동네서 커피마실래?""영어숙제"

"주말에 뭐하셨어요?""영어숙제..."등등...

 

 

심지어 요즘 뭐가 널 가장 힘들게 해?란 질문에도

'영어 숙제...'라고 답을 한 적도 ㅋㅋㅋㅋ

 

단 한번도 영어숙제가 인생의 화두가 될거라 여겨본적 없었는데

영어숙제만을 생각하면서 살았던 3개월이 드디어 끝났다.

 

과연 내가 얼마나 발전했을까 싶었는데

학원 막마지에 미국 드라마 루머의루머의루머 한 편을 보는데

80퍼센트 이상 이해가 되는 것이 너무나 신기했다.

내 인생에 영어 책 한권을 읽을 수 있을까 했는데

3개월차에 배우는 홀스 한권을 읽고

내친김에 팬픽도 도전해보자 했더니 ㅋㅋㅋㅋ

우왕.. 읽힌다. 팬픽이 읽힌다... ㅋㅋㅋㅋ

->다른 의미론 인생 망일지도....  

 

 

여튼 마지막 스피킹 숙제를 낼 때가 기억이 난다.

숙제를 끝내고 비밀의 숲을 봐야해서 미칠것 같았는데 

그날따라 126문장이나 돼서 너무 화가 났었음...;; ㅎㅎㅎㅎ

중간 중간 짜증도 났다... 하지말가 하는 생각도 들었음.

녹음을 발송하고 프린트 정리하다 눈에 띈 글귀...   

 

"You can't jump straight to the end, the journey is the best part."

 

나 정말이지 이 글을 읽고 눈물을 펑펑 쏟음.. 

여정은 인생의 최고의 부분이라는데

"이게 베스트 파트야? 이게 정말 최고야?" 란 자조가 들었기 때문...

아 놔 고3때도 운적 없던 내가 울다니....ㅠㅠㅠㅠㅠㅠㅠ

 

그만큼, 지난 3개월의 여정은 정말이지 너무나 쓰고 고되고 힘들었다.

그냥 힘들다라고 표현하기 어려울만큼의 압박이 있었지.

 

 

그래도 분명 얻은 것이 있다.

이제 더 이상 영어가 두렵지 않다는 것.

이제 즐기면서 영픽 같은거 일으면서 천천히 영어를 즐길 수 있다는 거.

그게 아마 지난 3개월 모든 답에 '영어숙제'라고 말하던 시간이

내게 준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Way to Go Champ!

Chin up Shin!!

 

 

 

 

 

 

 


 

사진이 찍혔다.

꼬꼬마 막내작가 시절 한 친구가 건너 연구동으로 출근을 시작했다.

꼬꼬마 막내작가 시절 다른 한 친구는

지금 나랑 같은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다.

 

모이자! 우리 얼굴을 보자!

약속을 했는데 

건물을 잘못찾아 한블럭 건너를 두고  옥상에서 마주한 친구와

목청 높여 대화를 했다.

 

건너편 친구가 사진을 찍고 싶다고 외쳤다.

어서 찍으라고 소리질렀다.

그렇게 사진에 찍혔다.

 

 

막내시절, 곧잘 이런 수다를 떨곤 했다. 

언젠가 우리도 그런 시간이 올까.

메인이 되고, 작가실에 우리 책상이 생기고,

무엇보다도 10년뒤에도 '여전히' 이 일을 계속하는 그런 날이 오긴 올까.

 

아무것도 가늠할 수 없는 날이었다.

쥐고 있는 패가 몇장 되지 않다보니,

어떤 결과도 장담하기 어려운 날들이었다.

 

며칠전 옥상에서 다시 만난 친구들과 함께 했던

K본부 막내 시절은

MB정권 초창기로 광우병 시위를 비롯해,

참 많은 의미로 뜨거웠던 날들이었다.

 

그날들이 아직 생생한데,

다시금 K본부는 큰 싸움을 준비하고 있다. 

숨겨져 있던 억눌려 있던 많은 목소리들이 다시 나오기 시작한다.

 

믿기기 힘들지만

아직 우리는 방송판에 (무사히) 남았고

다시 모였다.

우리가 곧잘 말하던 그 날을, 그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10여년 전, 닿지 못했던 목소리들은,

이번엔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이 싸움은 소중한 승리의 경험이 될 수 있을까.  

10여년 전 아무것도 예측못하던 꼬꼬마 때와

지금의 나는 많이 달라졌지만

지금도 여전한 것들이 많다.

그때의 마음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것이 많다.

 

 

비록 원고에 호스트 미팅까지 끝낸 녹화가

6주 넘게 미뤄지는 바람에

내 통장엔 크나큰 타격이 생겼지만,

 

다시 한번 K본부, M본부의 파업을 지지합니다.

계속 싸워나가길!

싸우는 모든 이들에게, 행운이 함께 하길!

 

 


2년간 묵혀뒀던 나이키 헬스 장갑을 꺼냈다.

헬스장 등록을 하면서

1년을 끊을까 6개월을 끊을까 고민이 좀됐는데,

일단 마음먹은 이상 다녀보기로 했다.

예전에도 2-3년 잘만 다녔으니까.

 

 

현재 나의 체중 증가는 요요라고 말할 수 없는 상태다. 

그냥 지난 시간 운동하고 약간의 음식조절하던 습관을 버리면서

필연적으로 따라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1월부터 몇주전까지 나의 일정은 거의 원고쓰는 기계였다.

일주일에 하루 쉴까 말까한 채로

아침 930분쯤 출근해서 밤 10시까지 집에 못가는 상황인데다

그나마 아침 7시에 일어나 가던 수영도

수경 낀 채로 안압이 높아질까봐 그만뒀다.

그리고 정말 미칠 노릇이, 탄수화물이 들어가야 머리가 돌아간다는 걸

매번 경험했다. 쌀밥이 들어가면 이 다음 원고가 풀리는데 어떡해...

단걸 먹고 나면 하루 스트레스가 풀리는걸 어떡해...

 

 

오늘로서 딱 일주일.

정코치가 예전에 짜줬듯이 맞춰서 먹지는 못하겠고,

그저 달걀 네알, 고구마 200g, 바나나 두 개,

닭가슴살이 먹기 여의치 않은 관계로 되도록

점심이나 저녁 중에 한번은 서브웨이 샌드위치 로스트 치킨을 주문해

허니오트 빵에 소금 후추로만 간을 하고 한끼를 때우고 있다.

일단 숫자로는 일주일만에 2-3킬로그램 줄어든 걸로 보여서

현재 굉장히 고무돼 있다.

 

 

 

고우영의 십팔사략을 다시 읽기 시작했고, 열국지도 샀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나의 사랑 오자서 아저씨.

당신의 복수를 응원합니다.

한결 같은 마음으로 그의 기개와 강단에 매번 감탄한다.

중국 여행을 가고 싶단 생각까진 못해봤는데,

언제 소주항주를 다시 방문하거나 쓰촨성 쪽을 가보는 것도 좋을듯.

얼마전엔 에어리언 커버넌트를 봤는데

구약신화의 몇장면과 창조설화로 해석한 부분이 참 재밌었다.

나도 내가 아는 아주 오래되고 묵혀놨던 이야기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해도 즐겁고 재미날 것 같고.

여튼 그 어떤 신화와 역사도 인문학의 산물이라

동양적 사고관을 기반으로 해석하기 마련이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엑스컬리버의 이야기보단 고주몽의 아들 유리왕이 칼 반쪽을 들고나온

이야기가 더 쉽게 이해가 되기도 하고.  

 

 

 

현재 내 자리를 그대로 지키기로 했는데,

조금 열받는 상황?

마이너스 스러운 감정은 접어두고 나는 더 나아지는 걸로 내 에너지를 쏟기로 했다.

 

안그래도 하반기 계획은 죄다 내갖한단계 더 발전하는 일들 뿐이다.

조금 더 건강해지고

조금 더 다른 언어를 공부하고

조금 더 이 분야를 깊이있게 개척해야지

 

내게 주어진 세상은 생각보다 아름답고,

그것을 살아내는 일은 아름다운 일이다.

 

 


 

2014년 추운 4월

팽목항에는 소문이 돌았다고 한다.

 

물도, 밤도, 날도 몹시 춥기만 하던 그 계절.

애기들 방을 다시 따습게 덥히고

방 안에 좋아하던 찬을 올려 밥상을 차리면

애기들이 마지막으로, 하룻밤.

따뜻하게 자기 위해 자기 방을 찾는다는 이야기...

 

방을 덥히고 나면,

마지막으로 하룻밤 집에 오기 위해 아이의 시신이 떠오른다는 말이

끝도 없이 돌고 돌아

한집 두집 가족들이 애들 방을 덥히러 올라 갔다 왔다고 한다.

 

세월호를 취재하는 일은 참으로 괴로운 일이었다.

뉴스와 티비에서 보는 그 현장을 

모자이크 없이 영상으로 받아들이는 일은 

그들의 고통을 고스란히 경험하는 일이었고,

시간이 지나 다 토해내고 진이 빠진 감정들을 읽는 일 역시 어렵고 힘든 일이었다.

 

그 시간 내가 하지 않은 일이 있다면,

미안하다. 라고 소리 내 말해보는 일이었다.

 

그 감정에 동요하기만 했지, 내가 책임자가 되어서 사과할 줄을 몰랐다.

 

 

집회에 나가서

나는 차마 그 노래를 다 따라 부르지 못한다.

 

이 사회와 사회의 모든 부속품들을

용인하고 용납하고 받아들이며 순응해왔던

내가 어떻게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고 말하며,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고 이야기하며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라고 노래할 수 있을까.   

 

이제서야 나는 그 아이들에게 사과해야함을 꺠닫는다.

그 노래 가사가 사실이 아닌 세상을 만들었으므로.

차마 그 노래를 따라부르지 못한채,

내가 미안하고 잘못했다고 사과해야할 때다.

 

 


“Go on, continue... contest!” 
계속 싸워 나가시기 바랍니다!

사무실에 앉아 있는 지금, 
몸은 이곳에 있지만 마음은 촛불을 들고 
간절히 싸우고 있다.
Now I am sitting in my office for working, 
But My soul is holdding a candle, still fighting.

마침 오늘은 친구의 타임라인에서 보고 알게 된, 
세 손에 꼽게 좋아하는 작가 존 버거 할아버지의 생일. 
just in time, It is my favorite author John Berger's birthday.

사무실에 앉아
다시 한번 마음에 쓴다. 
Nonetheless still sitting in office, 
my heart is being with demonstrators. 
And again write in my mind. 
For this sentence.


“Go on, continue... contest!” 
계속 싸워 나가시기 바랍니다!



타로점을봤다

소소한 수다 2016. 10. 21. 11:42

 

녹화가 끝났다. 

나에겐 너무나 중요했다.

그리곤 3개월간 너무나 사랑해왔던 이 파일럿의 레귤러 여부가..

 

나는 지체하지 않았다.

바로! 즉시! 다음날! 친구와 차를 타고 타로점을 보러 다녀왔다.

레귤러 여부를 물으러 왔는데 이상하다. 자꾸 아줌마는 내 질문엔 답을 해주지 않는다.

 

 

-넌 일이 세개야.

 

파일럿이 끝났으니 3빼기1은 2. 두개가 맞는데, 아줌마는 일이 세개라고 한다. 

 

-돈은 왜 못받았어?

 

맞다. 내 일은 방송이 나가야만 돈을 받을 수 있다. 7월 마지막주부터 일하기 시작해서 8월달부턴 쓰리잡으로 가열차게 달렸는데, 아직 나간 방송이 단 하나도 없다. 근 3개월간 노머니.. 사실 나의 고료는 언제 들어올지 지금도 모른다.

 

-돈카드 뽑았네. 이건 일. 이건 돈. 이건 일..

 

그리하여 내가 뽑은 카드는 돈 일 돈 일 돈 일

 

아줌마가 자꾸 다른 길을 가려고 하기에, 붙잡고 다시 물어봤다.

 

-그래서 제가 어제 녹화 뜬 프로그램은 정규가 되나요? 아님, 전 다른 일을 또 잡아야 하나요?

-넌 뭐든지 7일에 결정나.

-녹화는 떴는데 방송은 멀었거든요.  

 

달력을 보며 아줌마가 아예 날짜를 짚는다.

 

-그럼 27일, 아니면 11월 7일...

-방송은 그 뒤에 나가는데요..;;;

-다 할 수 있어 거절하지마. 너 오늘 뽑은 카드 죄다 일 돈 일 돈 일 돈이야.

 

그렇게 터덜터덜 일산에서 돌아와, 나머지 투잡을 마무리 짓느라 혼을 빼고 있는데 10월 17일. 그래 그  1"7"일. 일단 그 아줌마 말 대로 십 "칠". 후배로부터 전화가 왔다.

 

-선배 일드리려고 전화 드렸어요.

 

 

그리하여! THEREFORE!

프리뷰와 편구를 동시에 쓰느라 하루 다섯시간 수면시간 조차 지키지 못하는 내가..

다시금 쓰리잡의 구렁텅이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 점집아줌마 예언대로 날짜까지 맞춰가며 다시금 쓰리잡을 시작하는... 이러한 운명을 맞닥드린 것!!

 

여튼 투잡이 된지 사흘만에 다시 쓰리잡이 되고, 테잎 열개 열두개를 한꺼번에 프리뷰하고 그날 바로 편집구성안을 써내는 기염을 토하고, 그 와중에 새 프로그램 서치까지 해내고 있다. 편구를 모두 턴 어젯밤 간신히 수면시간 7시간을 확보했다. 침대에 누웠는데 인생이 너무나 공허하게 느껴진다. 일은 재밌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달리고 있는데 왜 이럴까, 사진첩을 뒤적이다가 문득 깨달았다.

 

내가 놀질 못했구나... 백수로 일을 안하긴 했어도, 술마시며 놀진 않았다. 올해 나는 3차까지 가는 술자리에 나가본적이 단 한번도 없다. 밤을 새워 들이마시고, 목구멍 끝까지 안주를 채워넣고, 아침에 뼈해장국으로 쓰린 속을 위로하고 배부른 위장을 부여잡고 집에 가줘야, 인생 사는 이유를 느낄 수 있는 법인데... 그걸 못하고 있구나.  일년에 서너번 최소 두세번은 하고 밤샘 술자리를 아직 못해봤다. 보통 추석 연휴에 달려줘야 맛인데 이번 추석은 5일 중에 3일을 사무실 나가서 일하고 카페가서 일하고 일하다 쓰러져 잠이 들었다.

 

여튼 지금 너무너무너무너무느무느무느무 놀고 싶은데 놀수가 없다. 당분간.

다모토리에서 김안주에 병맥을 입안에 넘기고 목이 터져라 떼창을 불러재끼고 싶다.

몰타 후에고에서 촌스런 라틴 음악에 말도 안되는 살사 스텝을 넣어서 쿵짝 쿵짝 춤을 추고 파체빌 너머 집으로 돌아오고 싶은다. 그런데 지금 그걸 할 수가 없다.

훈훈한 음악 나오는 바에서 마음 맞는 여자애들이랑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 왕수다에 창밖 아래 구경하면서 여자들끼리 술먹으면, 술을 마셨을때만 나오는 호호호호 대왕수다를 떨고 싶은데 그걸 할 수 없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 모든 고뇌가 끝나면, 쓰리잡이 끝나고, 통장에 돈이 입금되면

나는 놀아야겠다. 가열차게. 다신 없을 것 처럼.

 

 

그런데 아줌마네 점집에서 뽑은 카드처럼

일일일일일 이면 우짜지 ㅠㅠㅠㅠㅠㅠㅠㅠ


언제까지

소소한 수다 2016. 9. 30. 15:11

카페인으로 지탱하는 삶을 이어갈 수 있을까?

 

놀아도 너무 놀았다. 올해 일한 기간이 3개월이 채 되지 않는다. 아마도 10월말까지만 달릴 예정이고 그 뒤는 불투명이라 꼴랑 4개월 일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중이다. 당연히 벌이도 시원찮아서 투잡도 아니고 쓰리잡을 진 행중에 있다. 본래부터 쓰리잡을 할 생각이 있었던 건 아니고, 파일럿 들어가는 프로그램의 녹화가 늘어지면서 하루 일당 5만원은 넘기자고 마음 먹은게 이런 결과를 낳았다. 

 

돈을 버는 건 좋은데, 몸이 녹아나네. 눅진눅진.

출근해서 일하고 택시타고 목동으로 넘어가서 밤 11시 12시 시차 맞춰서 전화 통화하고 집으로 택시타고 돌아온 날도 있고, 택시 기사님께 양해를 구하고 달리는 택시에서 김밥을 우적우적 씹으며 박근혜 욕을 들었던 날도 있고. 그토록 사랑하는 피터팬 샌드위치를 책상에 앉아 먹으며 무슨 맛인지 못느끼고 지나칠 때도 있다.

 

현재 몸과 정신상태의 직격탄은 추석 다음날부터 하루도 쉬지 않고 달린 나의 스케쥴에 있는 거 같다. 밤샘을 하거나 새벽에 들어가는 건 아닌데 쉬는 날이 하루도 없으니까 자꾸 한계에 부치는 느낌. 그런데도 녹화가 끝나는 14일까지 하루 푹 쉬는 날이 주어지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적인 느낌이 아니라 그건 명백한 사실.이라 조금 더 좌절.

 

늙은 몸뚱이를 부여 잡고 채찍질해가며  

 

원고를 고쳐쓰고 고쳐쓰고 고쳐쓰고 새로 쓰고.

미팅 회이 미팅 회의 또다시 회의를 거치고,

부장님 ver을 만들었다가

호스트 ver을 만들었다가

너무 분량이 늘어나서 쳐내는 ver을 만들었다가....

후토크를 넣었다가 프리젠팅 내용에 따라서 또 거의 새로 쓰다가...

 

납득은 가는데 몸이 힘드니까, 수정이 쉽지가 않다.

 

그럼에도,

이 정신이 피로한 와중에도 좋은 사람들 만나서 일한다는 건 정말 다행이다.

매번 감탄할 때도 있고 배우는 면도 있고.

다만 이 좋은 프로그램이 레귤러가 되지 못할 것 같다는

징후가 너무나 많이 보이고 있어서 씁쓸할.. 뿐 

 

 

그래도 달린다. 즐겁다.

 


길고, 깊었던 여름이었다.

진저리 날 만큼.

 

그리고, 그렇게 쌩- 하니 가버렸다.

 

금요일엔 K사 본관에서 주스를 사들고 야외 벤치에 앉았다.

여의도 공원을 바라보며 땡땡이를 쳤다.  

동료와 수다를 떨던 도중, 깊어진 하늘이 한눈에 들어왔다.

 

저 멀리서 청량한 바람이 불어왔는데,

딸려온 내음이 5년 전 줄창 듣던 어느 노래를 실어 보냈다. 

 

 

잠이 들 때엔 여름이 한창이었으나,

눈을 떠보니 싸늘한 겨울이 와있더라.

 

5년 전. 남미 여행을 하기 전과 하고 난 후, 

<생각의 여름> 앨범 전곡을 열심히 들었다.

한번 재생시키면 멈추지 않고 끝까지 듣곤해

나에겐 앨범 속 열두곡이 한곡처럼 느껴졌다. 

 

하늘을 바라보다 주스를 빨고 수다를 떨다

중간중간 눈을 감고 맴도는 노래에 귀기울였다.

 

 

다섯 여름이 지나고

나는 어디 있을까?

다섯 여름이 지나고

나는 지금 보다

아름다울까, 어떤 색으로 짙어질까.

푸르러질까 붉어질까 창백해질까

 

 

5년전 이 노래들을 듣던 그때를 떠올렸다.

시간의 힘은 얼마나 대단한가.

많은 것을 지우고 새로운 것을 계속해서 꺼내 놓는다.

 

다섯 여름 전, 당시 나는 완전! 귀여웠지만 ㅎㅎ

평생 커트 머리를 할거라 결심했었고, 내 인생의 몸매는 아마도 영원히 오동통하지 않을까 속단했었다. 사는데 불편 없으면 된거 아닌가? 라고 스스로를 규정었다. 그 생각이 틀렸단 것은 아니지만 결론 지을 필요는 없었다. 한국사회에서 쓰잘데기 없이 제시한 '여성에 대한 미'의 기준을 가지고 스스로를 폄하하던 쩌리같은 면이 있기도 했었다.

엉겁결에 다이어트를 하고 머리를 길렀다. 절대 하지 않을거란 화장도 이젠 제법 능숙하다. 덜 여성스러운 '나'라도 즐거운 데이트를 하는데는 무리 없단 걸 알게 됐고, 오랫동안 꿈꿨던 장소들을 경험하며 겁은 덜어내고, 용기는 더해가며 살아보고 있다.

 

 

그래.

다섯여름이 지나고 나니 그렇다.

그날의 나는, 감히 지금의 나를 상상할 수 없었다.

어째서 상상해 볼 수 없었을까?

나의 존재가. 이처럼 다채롭게 채색 될 수 있음을.  

끝없이 도전하고 무언가를 향해 변화하고 있음을.

그래서 더욱 반짝 반짝 빛날 수 있음을.

 

 

<다섯 여름이 지나고>를 속으로 따라부르며,

나는 불과 보름전에 시작됐던 놀라운 일들을 기억한다.

그 난자리가 완전히 아물지는 않겠지만

그때의 생채기가 또 다른 나를 만들어내고 끝없이 변화하고 멈추지 않을것이다. 

다양한 색으로 가득 물들었다 바래지기를 반복하며

삶이 얼마나 누릴 것으로 가득한지, 그 풍성함을 만끽할 차례다.

 


이대로는

소소한 수다 2016. 8. 10. 13:56

이대로는 안되겠다.


오늘 아침 출근길에 마음먹었다.
올해 안에 어떻게 해서든 영어 공부를 제대로 해놓겠다.
내년엔 아이엘츠나 비스무레한 영어시험을 치르던가, 아니면 자격증이나 기술을 배워두겠다. 반드시 그렇게 하겠다.

 

안그래도 한군데 누르기라도 하면 자판기 처럼 욕이 튀어나가는 계절이다.
며칠째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찌뿌둥한 몸과 정신머리로 어제, 정부에서 누진세 철폐하지 않겠다는 기사를 읽었다.

불합리한 세제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국민 99프로가 고통받건 말건 융통성 따위는 무시하고 구린 제도를 반백년의 전통을 이어가겠다는 그 괘씸한 발상에 쌍욕을 뱉었다.

더워 죽겠는 생존의 문제 앞에, 부자 감세 따위를 지껄이는 그 공무원의 발언을 보며 천계를 불싸지르던 아수라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폭염 경보 문자는 매일 꼬박꼬박 보내면서 실내에선 에어컨을 틀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 놓고 출근은 꼬박꼬박 하게 만들어 놓는 이 나라, 이 사회, 그리고 이 시스템...  
가능 하다면 폭풍의자녀 용들의어머니 은색여왕 불타지않는자 사슬을 끊는 용애미 칼리시가 되어 드라카리스! 라고  어딘가에! 저딴 제도를 고수하고 있는 어딘가에!! 세마리 용 끌고 가서 드라카리스! 라고 외쳐주고 싶다. 다시 지금 쓰고 있는 말은 오늘 아침 내 마음을 담은 '진심'이다.  

 

다시 출근하고 있는 이곳은 공사다. 오후 즈음 너무 덥다는 항의가 들어오면 아저씨가 내려와서 온도를 직접 재준다. 26도 적정온도니까 덥더라도 더 세게 틀어 댈 수 없다고 합리적으로 대꾸 한다. 주말에 아예 에어컨을 틀어주지 않는 적도 많다. 쉬는날 나온 것도 열통터지는데 편집실로 이동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편집실에서 프린트한 용지를 찾으러 왔다갔다 할 때의 분노를 떠올리면.. 그만하자. 그건 작년 일이니까. 게다가 회사는 내가 겪고 있는 어느 곳보다 시원한 축에 속한다. 지금은 다른 일에 화내기도 바쁘다.

 

오늘따라 유달리 분노한 이유를 찾자면 그게 있겠다. 오늘은 창문을 열 수 없을 정도로 미세먼지 농도가 엄청났다. 마스크를 쓸 수 없는 계절에 마스크를 써야하는 대기 상태.... 아아.. 다시 말하겠다. 나는 분노를 참지 않겠다. 이 화를 누군가를 향해 쏟아놓지 않고서는 못배기겠다.


이런 거지 같은 상황을 묵과할 수 없다. 앞으로 육십여년 매해 여름마다 미세먼지를 온 내장기관으로 들이마셔주고, 여름마다 온 몸의 땀구멍으로 수분을 쏟아낼 고통들을 계산해 보면 생각한다면 지옥이 멀지 않다. 지금 겪는 게 바로 현실 지옥용암.
난세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이상 기혼인 올라갈 때마다 백성들의 폭동과 혁명의 깃발이 높게 흔들린건 모두 다 깊은 상관관계가 있는 법이다.

 

참지 않겠다. 국가와 사회가 이 정도도 배려해주지 않는다면, 나도 너 따윈 필요 없어. 뻥하고 차버린 다음 다른 좋은 사회 만나 호강하며 살 준비를 해야겠다.

 

그리하여, 함께 이민가실 친구분을 모집합니다. 한 집 같이 사는 건 좀 그렇고, 한 동네에 살면서 적적할때 고스톱이나 같이 칠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인생은 거짓말

다시 출근을 했다.
 
작년 8월 막방을 끝내고 아프리카를 간다며 작별인사를 나눴을 때, 외쳤었다.
K본부 신관8층만큼은 돌아오고 싶지 않다고.
이곳은 내인생에서 밤샘의 기억이 가장 많았던 곳이다.

6주마다 일주일씩, 지독하게 길었다.
파블로프 개의 효과로, 편집실로 턴하는 입구의 형광등만 봐도 멀미가 날 것 같다. 
엘리베이터가 열리는 순간의 풍경은 유쾌하던 기분도 답답갑갑하게 만드는 재능을 갖추고 있다.

 

언니들이 몇번이나 이곳 일자리를 권해줬었는데 그때마다 거절해왔던건, 이런 이유때문이었다. 그렇지만 결국 어쩌다 보니 거치고 고쳐서 다시 돌아온 곳이 이곳..

아아.. ㅠㅠ

 

익숙한 K본부에 앉아, 주변을 돌아보면 그때봤던 얼굴들이 고대로 남아 있다. 
바뀐 것은 팀의 위치. 책상의 방향 정도?
커피까지 여전히 맛없어! 어쩜 이렇게 한결같은지.

퇴근시간 광흥창행 버스 15*번 지옥까지 똑같음. 꼭 같음.

 

여튼 모든 것이 그대로인 곳에 앉아 있다보니  보니 모든것이 아득한 꿈, 거짓말 같다. 몰타의 대리석 건물들, 프랑스 리옹의 요리, 남아공의 오렌지리버, 거대한 달의 향연, 나이먹은 숫코끼리, 집채만한 독수리떼. 빅토리아 폴의 무지개, 트럭투어의 캠핑장, 세렝게티 투어...
지난 1년 나의 여행이 모두다 거짓말 같다. 

아이돌 피디님이 인생은 속고 사는 거라며 말해줬는데,
거짓말로 치부하기엔 통장에서 빠져나간 돈이 많잖아?
여튼 모든 허탈함을 뒤로 한채 자리에 묵묵히 앉아 있다.

가진 재주 중에 그나마 그 재주를 쓸만한 팀에 들어와서 다행이다.

간절히 바래왔던 스타일의  프로그램이라 그나마 위안이 된다. ㅠㅠ

 

 

 


*존나 부러움의 회전

작년에 아프리카 간다고 작별인사를 했을때, 팀장님 한 분이 진심을 다해 나에게 말했다

 

"*희야 '존나' 부럽다"  라고.


모험과 여행을 사랑하는 팀장님은 아이가 셋이다. 막내는 늦둥이다. 다 크려면 아직 멀었다. 평소 비속어를 절대 쓰지 않는, 과묵 점잖은 신사적인 어른이었기에, 나는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팀장님이 정말로, 나를 '존나' 부러워 하시는 중이라는 걸...

 

그런데, 돌아와보니 왠걸, 이번에 팀장님이 특파원으로 해외에 2년 나간다고.
그것도 내가 꼽은 인류 최고 맛있고 아름다운 나라로 ㅠㅠㅠㅠㅠ 흑흑.

작년, 의기양양하게 작별인사를 나누던 K본부 8층에서 근1년 만에,

나는 팀장님과 다시 마주쳤다.

 

"놀러와라 *희야. 밥사줄게."

 

만연한 미소.

흑흑 알고 있다.

내가 2년간 바게트국에 나타날 가능성 따윈 한참 바닥이라는 걸 알고 건네는 인사라는 걸 ㅠㅠㅠㅠㅠㅠ 
다시 만난 팀장님한테 차마, '팀장님 존나 부러워요.' 라고 말하진 못했다.

정말 부러워서 입 밖에 내 뱉는 순간 눈물이 날것만 같아서.

 

 

 

 

*덥다
그리고 습하다.

이대로 한반도에서 진화하다간 한민족 후손에겐 아가미가 생길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면 땀에 푹 절어서 눈을 뜬다.
얼마나 더우냐면, 블루레이로 산 <배트맨과 슈퍼멘>확장판을 못볼만큼 덥다.
근육근육한 주인공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턱 막힐 것 같아서

차마 아직도 블루레이를 돌리지 못했다. 


 

토요일엔 오뉴블을 보는데, 교도소에 있는 주인공들이 나보다 더 쾌적해 보였다.
습도란 이런 것이다.

분노를 자아내고 짜증을 쥐어짜고 인간다움을 잃게 만든다.
미드나 영화는 나의 더위에 분노만 자아내 것 같아서, 어제는 카페로 도망을 갔다.

쩔어주는 습도와 온도를 위로하기 위해 오랜만에 <버마시절>을 들고 나갔다.
벽지에 핀 곰팡이랑 비오는 계절과 습한 밀림에 대한 묘사를 보니, 일단 조금은 위안이 됐다. 내가 나을거야. 암 20세기 초 식민지 공관의 영국인들보단, 내가 나은걸거야. 중얼중얼 주문을 되뇌였다.

그러다 문득 미얀마가 보고 싶어졌는데 이번 방송 녹화를 털고 나면 나름 또 비는 시간이 생길텐데, 여행을 다시 떠날지 나를 위한 공부를 해야할지 살짝 고민이 된다.


일단 올해 수입금은 최저임금에 못미치는 금액이라서 돈을 아끼긴 해야할텐데 임애인 보러 삿뽀로에 가보고 싶기도 하고, 성게알 덮밥도 먹고 싶고 미얀마가 11월부터 계절이 괜찮다고 하니 이 책들고 떠나볼까 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일단 이 다음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찰제'의 여부로... 삼고.

올해는 적게 버는 만큼 인생을 채워야겠단 생각이 든다.

 


 태풍이 본격적으로 몰아친다는 둘째날

우리는 쫒기고있었다. 

태풍이 제대로 몰아치면 더 이상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없다는 공포에 ... 



맛사지 샵에선 아무리 태풍이 와도 101 빌딩은 정상 영업할 거란다.

아침 일찍 기상해서 첫끼니로 컵라면 두개를 바로 깠다.

고기가 듬뿍 든 컵라면은 어매이징 했음. 

 

그리고 메인스테이션으로 향했다가 텅 빈걸 눈으로 확인하고, 

101 빌딩으로 향했다. 



<101 푸드코트>

101 빌딩 지하1층 푸드코트에서 만난 보석들... 

얼음 콩국을 제외하고 이 세 접시에 한국돈 4000원이 안됐던 걸로기억. 



마파두부 양념이랑 약간 비슷한데 나는 고기를 더 좋아하니까 ㅎㅎ 



중국 음식의 진리는 기름짐이죠 ㅍㅎㅎㅎ 





우육탕은 도전했으나, 비닐이 나오는 바람에 반환.

교환이 안되서 환불받음 ㅠㅠㅠㅠ 

이럴줄 알았으면 좀 맛이라도 봐보는건데 




그리고 101 빌딩에서 만난 대망의!!!!!!!!!!!!

두부아이스크림



먹으면서 대박 외에는 할 말이 없었음.

왜 우리 앞 아저씨가 큰 통을 사갔는지 알것 갓같았음 ㅠㅠㅠㅠ 엉엉. 




어제 야시장에서도 느낀거지만, 우리가 한 걸음을 떼기가 어렵다는걸 알았다.

101 빌딩에서 나오는 순간에 또 그걸 못참고 질러버린 1973 치킨... 인데 

우린 멋모르고 오징어 튀김을 시켰음. 

그래도 내가 먹어본 오징어 튀김 중에 최고였어!! ㅠㅠ








중산 역에 들려서, 일본 체인 고급스런 롤케익 집에서 무려 24000원짜리인

롤케잌을 사보았다.  



룰케잌을 샀으니 커피가 필요한거 같아서 

85도씨 체인점에서 커피도 먹어보았다. 




커피만 먹으면 배가 고플것 같아서 

만두와 전병튀김도 시켜보았다. 

 

 

 

 



생강과 간장까지 뿌려주는 아저씨의 센스.... 

 

여튼 만두와 전병, 롤케잌 한롤과 각종 커피, 화장품통 밀크티까지 꺼내어

태풍에도 굴하지 않고 우리의 먹방을 계속 이어 나갔다.




 

이후 호텔에서 태풍을 대비하며 조마조마 하고 있는데, 

태풍이 타이페이만 쏙 빼놓고! 

진짜로 타이페이만 쏙 뺴놓고 지나간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다시 가게가 열지 않을까 반신반의 하면서 중산역으로 맛사지를 받으러 고고. 



맛사지 받고나면 늘 배가 고프다.

각 혈이 쥐어 짜이는 고통을 당하는데 당연한 이치다.  

배는부르지만 당이 떨어지는 걸 느끼면서 중산역 맛사지샵 바로 옆 건물에서 

개당 한국돈 800원짜리 과자를 사보았다. 두개 다 먹어봤는데 오리지널보다 크림이다 단연코 크림! 








그리고 대망의 <닝샤야시장> 

이곳은 꿈의 공간!

마음만 먹으면 다 먹어볼 수 있는 값싼 음식점이 가득한 ㅠㅠㅠㅠㅠ 

나으 로망의 공간!!!!! 






제일처음으로 고기고기! 

큐브스테이크를 먹어보았다. 





다양한 꼬치를 도전했는데 비와서 사진은 남지 않았다. 

사진찍는 시간을 야무지게 아껴 싸게 많이 먹어보았다. 

저 꼬치 하나가 1000원이 안한다는 사실을 나는 지금도 믿지 못하겠다. 




멋모르고 스파이시를 외쳤다가 입안이 타는 듯한 고통을 맛보았다. 




타는듯한 고통이 여전히 혀를 엄습하고 있었지만, 

지글지글 타고 있는 오징어 구이를 피할 순 없었다. 





오징어는 데리야끼 소스인데도 불구하고 겁나 매워서 

다시금 우리의 혀를 활활 불태웠다. 






타고 있는 혀라 할지라도, 뜨거운 소세지랑 꼬치를 외면할 순 없었다. 

이번엔 소스 뿌리는걸 자제하고 더 뜨거워보기로 했다. 

처음으로 시식했다가 혀천장이 홀랑 타버렸다. 

물집이 잡혔다 터졌지만 다른 음식을 먹어보기 위해서 외면했다. 











뜨거움을 식혀줄 후식이 필요했다

끓는 물에 데친 모찌를 빙수와 파는 멋진 가게를 만났다. 

넷이 작은거 하나 시켜서 숟가락 네개를 쓰는 민폐를 끼쳐보았다.





고기는 생명의 선물이라는 꺠달음을 다시 한번 떠올렸다. ㅠㅠ 

이래서 서양애들이 생선에 머리 나온 접시를 보면 기겁을 하는구나 

고통 없이 갔기를... 








대만 야시장이 아름다운건 

가게마다 엄청나고 다채로운 음식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큰 꺠달음을 가지고 

대만의 또 하루를 보내주었다. ㅠㅠㅠㅠ
























 

 

 

 

 

 

 

 

 

 

 

 

 

 

 

 

 

 


상상 이상의 맛있음
누가 대만은 어때? 라고 묻는다면, 나는 맛있어. 라고 대답할 것이다.

 

이번 여행은 정말이지, 기대 이상을 멋어나 퐌타스틱, 어메이징의 연속이었다.  

실패를 한 걸 도무자 찾을 수 없었던 아름다운 먹방의 향연. 그것도 3박4일간. 

인류의 위는 왜 하나 인가? 예비용 위가 하나 정도 더 있어서 너무 긴급할 때 소나 낙타 같은 동물 처럼 되새김질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단 생각을 해본다. 


여튼 다시 대만에 갈때까지 이 맛을 재경험 할 수 없다는 뼈 아픔을 두고 

그날의 아름다운 추억과 맛있음을 사진으로 갈무리 해본다. 

벌써 배고파온다. 쩝쩝. ㅎㅎ



 

케세이 퍼시픽에서 준 아침밥. 티켓팅 당시에 콜드 푸드가 나온다고 말해서 롯데리아에서 치킨가스를 먹은 나새끼를 원망한다. 흑흑.  




 


 

<딘타이펑 본점>

역대급 태풍이 오고 가게가 죄다 문을 닫을 수도 있다는 예보에 잔뜩 긴장해서 긴급하게 가장 중요한 먹거리부터 먹으러 나섰다. 딘타이펑 본점. 25분 기다린다고 쓰여 있었는데 3-4인용 자리는 금방금방 나는듯 했다.  








나는 지금도 이곳에서 먹었던 소룡포가... 한국에서 먹었던 음식과 같은 소룡포인지 모르겠다. 아예 다른 음식인 것. 너무나 황홀한 만두피랑 육즙 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고기가 취향인 나는 숯불맛 나는 이 떡갈비같은 음식을 잊지 못하겠음. 국수랑 볶음밥 두개 시키길 잘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넷이서 오길 잘했어!! 속으로 백만번 외쳤음. 



 

 


 

용캉제에 카페 <리브로>를 향해 가면서 먹었던 주전부리. 

개수별로 하나씩 먹어봤는데 만두인 것도 있었고 단팥이 들은 달달한 먹거리인것도 있었고. 향신료가 들은 만두 하나는 그 옛날 중국 상해거리에서 속을 다 흘려 버렸던 길거리 만두를 생각나게 했으나 무난히 다 시식했다.   




 

 

 

 


 

용캉제 <리베로>
너무 더워서. 정말이지 너무 더워서

용캉제 거리를 후딱 보고 목표했던 커피숍 <Libero>도착. 



나는 위스키가 들은 커피 with아이스크림을 시켜보았다. 

날 더울 것이 걱정되었으나 나는 단게 좋다. 거기다 일단 오늘 저녁 내일 화장실을 확실히 다녀올 수 있는 방법 같았다. 



마망이 시켰던 아이스 카푸치노. 

인당 한국돈으로 만원정도를 썼는데 

훗날 우리가 상당히 비싼 커피숍에 방문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트립어드바이저에서 고순위에 꼽힌다는 용캉제의 빙수집은 

한시간은 넘게 기다려야 먹을 수 있을것 같았다. 

태풍이 와서 내일부턴 호텔에 갇힐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시멘딩에 있는 빙수집 고고 고고! 

 

 

 

 

 

시먼딩 <삼형제 빙수집>

한국 이대에 있는 분식집 처럼.... 온 벽면에 한글이 빼곡한걸 확인하면서 ;;;;

지하로 들어가서 야무지게 시켜봤습니다. 

그래 나도 한국인인데 한국인 입맛엔 맞겠지 최소. 란 결심으로.

아니다 달라 아르바이트 숫자가 이 집이 얼마나 잘나가는 집인지를 과시하고 있었음.



역시 연유는 많이 뿌려서 느끼하게 먹어야 맛이죠. 


 


 

 

시먼딩 <오래된 식당가>

전신 맛사지를 받고 나면 배가 고파진다. 

맛사지집 찾다가 우연히 읽게 된 50년 넘은 식당이 즐비한 가게들. 

맛사지 받고 나와서 바로 향했다. 입구엔 취두부의 찌린내가 심각했지만 좌석이 비지 않고 꽉꽉차는걸 보고 맛집임을 확신. 



 

연두부 ㅠㅠㅠㅠ 이 당시에는 감탄하면서 넘나 맛있는것.외쳤었다.

하지만 마지막날 키키레스토랑에서 더한 연두부를 만나고야 맘. 


 

면이 무지하게 얇았던 국수. 국물 맛이 다 괜춘한편이었다.

 

고기를 선호하는 나는 고기 계란후라이 양념밥을 잊지 못하겠다 



이외에도 무례를 마구 저지르면서 ㅋㅋ  

옆자리 사람의 접시를 가리켜, 저거 저거 저 어묵볼 국! 을 외쳤는데 ...

너무나 맛있어서 놀랐는데, 먹느라 급해 사진은 안찍었군. 





배가 터져도 

넷이나 되니, 쩐주나이 차 큰 사이즈는 나눠 먹을 수 있었다. 

해외 여행은 죄다 혼자만 다녀봤던 나에게

네 명의 친구와 함께 가면 배가 불러도 더 먹을 수 있다는 큰 교훈을 줬다.

 

 

 

체인점 <팔방운 만두>


비상식량 목적으로 산 만두 두접시. 

분명 목적은 비상용인데 첫날 저녁 맥주와 함께 끝내버리고 말았다. 푸하하.

 


 

<까르푸>로 고고.

일단 내일은 문닫을지 모르니까 내일부터 호텔에서 버틸 비상식량과 간단한 선물을 사보았지만 비상식량은 얼마 되지 않고, 자꾸 선물을 사는 우리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태풍으로 인해 가게들이 문닫으면 펑리수와 화장품차로 버텨야할 상황이 돼버렸다.ㅋㅋ 






그리고 여행 첫날의 맥주파티!

 

팔방운 김치 만두가 상당히 맛있었고 튀김 만두도 맥주랑 잘어울렸음.

망고를 맥가이버칼로깎다 마망의 손 부상을 입었... ㅠㅅㅠ

거듭 미안한 마음으로 망고를 다 먹어치웠다. 


 

내일 태풍이 덥치더라도 오늘 식량을 다 먹어치우자는 마음가짐.
이렇게 우리는 하루 여섯끼를 채워봤다. ㅋ . 













 

 

단순한 실종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정말로 사라져 버렸다.

그녀의 존재가, 내 삶에서.

 

그녀가 영영 사라져 버린 지금, 나는 그녀와의 추억을 떠올린다. 존재했던 것으로 착각했지만 실상은 비어 있었던, 그 난자리를 살펴본다.

 

사실 전혀 몰랐던 건 아니다. 다만 미묘한 수준의 거짓말이었을 뿐이다. 6개월 근무를 9개월 근무라고 바꿔 말한다랄지, 자신이 말았던 프로그램에서 역할을 살짝 수정한다랄지. 그것은 1년 넘는 시간을 같이 일한 관계에서는 쉽게 알 수 있는 내용이었지만 그 사사로움을 따지기는 미묘했다. 어차피 주어진 VCR을 말거나 프로그램 하나를 각자 마는 일이 우리 업이고, 서로 피해가 되지 않는다면 그 미묘함을 꼬집어내 굳이 사이가 틀어질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출신학교도 그랬다. 막연히 서울 본교는 아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지만, 학벌이 중요하지 않은 방송 판에서 굳이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었다. 그냥 서울 본교는 아닌 것 같은데 정말이까? 의문이 들었지만 디테일을 따져 묻지 않았다. 그녀가 보여준 졸업사진에서 K대 특유의 베레모 같은 학사모를 확인했고, K대이긴 한데 캠퍼슨가? 하는 생각을 해본적은 있다.

 

그녀가 타 방송사 다른 프로그램으로 넘어가면서 가끔 확인 전화가 걸려왔다. 그쪽에서도 여전히 경력을 약간 구라치는구나. 살짝 정정해주면서도 크게 의아해 하진 않았다. 여쨌든 일했던 프로그램이 맞고 그녀의 자의로 프로그램 제작기간이 늦춰진 것은 아니라, 억울한 면이 있긴 했으니까.

 

돌이켜보면, 사상활에 관해서도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 애인과 관련된 이야기나, 수상공모 경력 같은 것들. 팀에서는 결혼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는데 나와 만나 밥먹을 때 그녀는 일절 그 이야기를 꺼내놓지 않았다. 뭐, 많은 방송일 하는 사람들이 건강 또는 결혼같은걸 핑계대고 그만두곤 하니까, 그 핑계는 프로그램 그만둘 때 써먹으려는 구라카드인가보다 했다.

 

 

출근 2주만에 방송을 말게 되고 간신히 쉬고 있을 무렵, 다른 친구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그녀의 경력을 디테일하게 확인하는 전화. 뭔가 일이 있나 싶었지만 굳이 그녀에게 물어보진 않았다.

그리고 그 주를 보내고, 그 다음주 목요일 금요일 그녀를 찾는 전화가 쉴새 없이 걸려오기 시작했다. 그녀가 일하던 팀에서 홀연히 사라진 것이다.

 

며칠 뒤, 그녀에 관한 모든 것이 밝혀지기 시작했다.

그녀의 학벌, 방송관련 경력, 사소한 취미와 습관, 사생활에 가까운 연인관계, 부모님에 관해 해주었던 모든 이야기들. 대다수가 거짓말이었다. 터무니 없는 뻥이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은 그녀가 나에게 말해준 자신에 관한 이야기기도 했다.

 

 

누군가는 배신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녀에게 화가 난다고도 한다. 하지만 내가 느낀 것은 슬픔이다.

 

S본부에서 K까지 그녀는 나와 옆자리에서 함께 일했다. 스브스앞 쇠고기 돈장찌개의 공짜 돈까스 반찬에 함께 환호하고 K본부 오후4시의 비빔국수 간식을 먹으러 함께 나섰다. 내가 종종 사다준 연희동 빵굼터 엘리게이터에 진심으로 기뻐하고, 시시콜콜한 프로그램 고민을 들어주고 함께 PD뒤땅을 같이 까주며 공감해주던 그녀. 그녀는 단순 동료라기 보다는 분명 나의 친구였다.

순박하지만 영민하다고 여겨왔던 그녀의 모든 것이 실재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진 지금.  내가 1년의 시간을 함께 보내왔던 그녀는 어디로 사라졌나.

알게 모르게 정주었던 그녀가 사실은 존재조차 하지 않았다는 그 허망함이 나를 이토록 슬프게 만드는 것이다.

 

여튼 그녀는 없다.


달과 함께

소소한 수다 2016. 5. 20. 17:31

찍지 않길 잘했다고 생각한 장면들이 있다.

선명한 촛점, 구체적인 모형과 뚜렷한 색으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냄새, 바람, 소리, 그 순간에 정취가  있으니까.

차라리 눈을 감고 떠올리면 그 순간 그곳으로 이동이 쉬워진다. 

 

아투르와 호드리고와 텐트 밖에서 잔 날이 그랬다.

매트리스 하나 깔고 누운 침낭 안은 포근했고 거대한 달과 독대한 그 밤. 

잠결에 눈을 뜨면 나를 향해 웃어주던 달. 달. 티끌 하나 없이 둥그런 달.

 

 

 

당분간 여행도 못가는 몸뚱아리.

물욕으로 대신하려고 하나 장만했다.

크기는 작은데 바라볼 때마다

그곳, 그 순간, 그때의 간질간질 살랑살랑 내 안으로 들어 차던 기분이 되살아나 

참 좋음.

응, 진짜 좋음.

 

 


 

프랑스 리옹을 거쳐 아프리카 찐 살은 지금도 빠지지 않고 있다.

여름옷 대부분이 맞지 않는 이 사태를 어떻게 해결해야하나 걱정이다.

 

여튼 술마시고/안주먹고/밥먹고빵먹고/운동은 안하고 이 악순환을 해결하긴 힘든데 조금이라도 덜 쪄보고자 어제는 회사에서 걸어 왔다. 공복에 한시간을 걸었지만 옆건물 고디바 매장에서 혀가썩을것 같이 단 고디바 초콜렛을 먹었으니 큰 도움은 안됐을 거다.

 

정말 놀라운건 내가 몰타에 살았었다는 기억마저 가물가물하단 거.

어제는 오래간만에 네이버 클라우드에 있는 사진들을 들여다 봤다.

야 나 여기 있었어. 장기기억 저장소 해마에 되새김질 해주기 위해서...

그러다가 케빈이 만들어 준 올리브유 파스타 사진을 봤는데,

아아...

넘넘 맛있어서 토할정도로 부른배를 잡고 한접시 더 먹었던 기억이 난다.

 

채식주의자였던 토마스를 위해 올리브유 파스타를 만들겠다고 큰소리 땅땅 쳤을땐 반신 반의했었다. 면 따위가 어떻게 고기를 대체할 수 있느냐 크게 항의했다.

만드는 과정에선 과연 이게?란 생각이 들었다. 면 삶고, 레몬 하나 으깨고 남미 향신료 몇개 넣고 토마토랑 아보카도 하나 넣은게 전부였던 파스타...  

 

아아...

과연 1리터에 100유로 짜리 올리브유는 아름다웠다.

어디다 걸쳐도 아름다운 맛이었지.

 

그때 열심히 구경한다고 구경했는데 막상 레시피가 기억이 안난다.

가물가물 ㅠㅠ

가장 중요한건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100유로 하는 올리브 유를 한국에서 사려면

나름 괜찮은 파스타 면을 사서, 그걸 솜씨좋게 삶으려면...

질 좋은 아보카도랑 방울토마토를 사?

이왕 돈지랄 하는 김에 버팔로 젖으로 산 모찌렐라 치즈도 사?

결국 사먹는게 낫다는 결론에 또다시 도달하고..;;;

 

 

이렇게 자꾸 그리워하는 것들 투성이라.

과연 경험이 좋은것인지,

남은 인생 그리움의 쓰디씀만 곱씹게 하는 건 아닌지

다시 생각해 본다.  

 

 

 

여튼 케빈에게 물어 레시피는 알아두는 걸로


금요일엔 유학원에 다녀왔다.
세달 일정 대략적인 금액을 따져보기 위해서.
그리고 이번주 월요일부터는 비행기표 끊는데 골몰했다.


어제 비행기표를 결재했다.

이 결정을 내리기까지 3일간 얼마나 골머리를 썩었던가.

이번 여행은 다섯달 장기간이라면 장기간이고,
그간 저금해놓은 모든 돈을 탈탈 털어 가는 여행이므로,
값 싼 대신 융통성이 없는 비행기를 선택했다.
덕분의 나의 9월 달과 내년 2월 말의 이동 경로는 빼박 확정이다.

사실,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다.
세달 후, 여섯달 후, 나의 입장과 처지를 알 수 없을텐데
무언가를 미리 결정한다는 건 대단히 위험한 일이다.
연말 연시 크리스마스를 어학원에서 새로 사귄 친구들과
작별을 고하며 술잔을 높이 치켜들 것인가?
이역만리 남반구 남극과 붙어 있는 땅 케이프타운 호스텔 도미토리에서
쌩판 모르는 양놈들 사이에서 쭈구리로 앉아 있을지 모를 가능성 앞에
나를 던져 놓을 것인가?


그래도 어쩌면
호스텔 부엌에서 잡히지 않는 와이파이에 기대어
시차도 맞지 않는 카톡울림을 기다리고 있을 지언정,
그래서 90여일 새로 사귀고 정든 친구들이 떠오르고
익숙해진 땅 몰타가 그립고
서울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이 생각나 눈물콧물을 쏟을지 모를지언정,
결정했다.


그때 나는 시간은 넘쳐나고 돈은 없을것이 뻔하므로,
되도록 풍요로운 시간을 활용하기로.


아직 트럭킹 티켓은 끊지 않았지만,
크리스마스전 출발하는 트럭킹을 탄다면
어쩌면 아프리카 국립공원에서 트럭 옆에 앉은 친구들에게
'새해복 많이 받아'를 외칠 수 있을 것이다.
저 멀리 기린이 지나가는 모습과 거대한 코끼리와 거대한 신의 형상들을
마주하며 특별한 서른 다섯을 맞이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 옛날 내가 싫어했던 것 중 하나가, 싸이월드 제목에 자기가 일하고 있는 프로그램 적어 놓는 거였다. 꼭 나의 전부가 내 '일'인것 같은 느낌을 주니까. 그 뒤로도 오랫동안 내가 프로그램이 '내 전부'가 되는 일은 없을거라고 생각하고 살았다.

그럼에도 나름 노력하고 있는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으면 우울하다. 내 존재확인이 어려워진 셈이니까. 출장간 피디랑 새벽 한시 두시 아침 여덟시 아홉시 통화를 마다 않으며 국회의사당 의원실을 하루 두번세번 들락날락 하면서 하고 있는데 성과가 잘 보이지 않는다. 보일거라고 생각했던 성과가 보이지 않으니 이렇게 우울함이 극에 달한다. 꼭 해야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더 그럴수도 없고.

 

페이스북은 푸념용으로 블로그는 기록용으로 사용하는 중이다. 푸념차 올려본다. 더 우울할 때 찾아보고 위안을 얻거나, 기쁠때 열어보고 안도하기 위해 올려본다.  

 

 

 


근황

소소한 수다 2014. 12. 31. 10:50

19일 원고를 털고 총 9일을 쉬었다.

지금 떠올려보면 술마시고 호빗보고 술마시고 미생보고 술마시고 호빗 재관람하고 술마시고... 를 반복한 아름다운 날들이었다.

 

엊그제 월요일부터 재출근이었는데 새 아이템은 공부할 내용이 제법된다.

덕분에 지금까지 줄창 야근을 하고 있네.

어제는 그 야근 도중에 27기들을 만나서 다쿠앙에서 술을 마셨다. 좋은 애들이다. 심성이 바르고 착한 애들. 그리고 익숙하기까지 하니까 더할나위 없이 편하고 소중한 애들. 예전엔 매주 일요일마다 언제나 함께였는데, 한 두명 씩 떠나가는 자리가 보여서 서글퍼지기도 하고, 함께였던 그때가 어느덧 13년 14년 아주 예전 일이라 쓸쓸해지기도 했다. 

 

소모임 비슷한 것을 해보고 있는데 금새 흥미가 식어버렸다. 적응이 어려운 점도 있고, 내년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할텐데 실패지점이 뭔지는 잘 보이지 않는다.

 

오늘 전인권밴드 콘서트에 간다. 노래여 잠에서 깨라 같은 외침을 들리면 뭔가 번쩍하고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감정이란 건 스스로 판단 불가능할 때가 있고, 겹겹이 옷을 입고 나타날 때도 있으니까. 
이 감정이 무엇인지 확인 하기 위해 들인 시간과 노력을 아까워할 필요는 없다.
'미련'같은 찌꺼기를 남기기 보다는 명확하게 인지하고 행동하는 편이 훨씬 이롭다.고 
생각했고, 대게 나는 생각하면 행동하는 편이니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배운 셈.
이번에도 하길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