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스무살

 

4년전 서른살. 남미 여행을 갔을 때 생각한건 상실감이었다. 내가 누리지 못한 이십대. 누가 뺏어간것도 아니고 홀랑 집어가버린 것도 아닌데 분명 나의 이십대엔 누리지 못한 것이 있었다.

 

학과일 동아리일 학생회일 농활 전수 학생회선거 학술제 엠티로 점철 됐던 대학생 시절이 문제인가, 만화 해보겠다고 빈둥대다가 보낸 2년 그리고 그 뒤로 인간끝장 방송작가 막내시절과 입봉하고 아둥바둥 애먹은게 문제였나. 나의 20대는 주체적으로 무엇을 결정하기도 전에 휩쓸리듯 사라져버렸다.

 

나는 그 흔한 어학연수를 비롯한 외국 생활(여행과는 다르다)을 한 번 하지 못했으며,

뜨거운 연애 한번 하지 못하고 어물쩍 시기를 놓치고 말았다.

다니던 대학이 집에서 너무 가까워 남자셋여자셋 같이 부모에게 독립해 친구들과 어우러져 지내는 하숙집 생활, 기숙사 생활은 꿈도 꿀 수 없었다.

 

60리터자리 배낭과 침낭 에어매트를 척척 들어매고 겁없이 어디든 나서는 북미와 유럽 이십대 아이들의 모습은 나를 큰 상실감에 빠트렸다. 그리고 든 생각이 그거였다. 나의 이십대는 아직 오지 않았단 생각이었다.

 

사십리터 배낭에 26인치 캐리어를 들고, 남들

며칠전 이웃 스쿨아파트에 살고 있는 케빈, 엘리사네 집에 소주한병과 젠가를 들고 벨을 누르는 순간 깨달았다.

 

왔다.

나의 두번째 스무살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