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R. JHON

두번째스무살 2017. 1. 16. 11:50

Dear. Jhon.

I am a fuching chicken, still afraid of what straight to see.

After I know, it is not the same as before.
Therefore I hope to say, "Thanks."

 

-your friend Shin.

 

 

 

존 할아버지께.

 

인사가 늦은 이유를 이제야 설명할 수 있겠군요. 나는요, 정말이지 몇 줄의 줄 글로 당신을 보내기는 싫었어요. 그래서 나는 영하 십도의 날씨, 내게 주어진 며칠 안되는 휴일, 위험하기 그지 없는 아초항담 이불 밖으로 나왔습니다. 당신과 나. 우리는 최소 그정도는 되는 사이라 믿고 있거든요.

 

여전히 나는 우리의 만남이 특별했다고 기억합니다. 이십대 중반 갓 노동자로 일하기 시작한 내가, 그것도 계급이 첩첩쌓인 방송국 피라미드 맨 밑층에서 간신히 숨만 쉬며 살았던 내가, 스스로에 대한 연민과 세상에 대한 분개가 끓어 넘치던 내가, 그 시절, 그토록 좋아했던 장소 <커피볶는 곰다방>에서 당신을, 그것도 <제7의인간>을, 만난 건 결코 평범한 일이 아니죠. 안그런가요? 우리 그 순간을 운명의시작이라고 부르기로 해요.

 

 

그로부터 지금까지. 서른여섯을 먹고 꼭대기 선배작가가 없는 메인작가 타이틀을 단 지금까지. 당신의 이야기들은 여전히 내 삶을 몰아세우고 채찍질 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내게 외친 형형한 몇 마디는 여전히 내 삶의 지표로 서있죠.

 

당신도 알겠지만, 나는 여전히 겁쟁이예요. 나이를 먹을 수록 세상을 바로보는 것이 두려워지죠. 본다는 것. 그 원초적이고 1차적인 체험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잘알기 때문일 거예요. 때로는 나태한 나의 삶을 멱살잡아 휘몰아치는 태풍의 한가운데 저 머나먼 가시밭길로 끌고갈지 모를 일이니까요.

별 재주 없음에도 글로 먹고 사는 내가, 정규직 같은 안정적인 삶과는 멀어도 한참 먼 삶을 사는 내가, 이 명멸을 향해 달려가는 자본주의 세상의 질주 따위 외면해야 맞는 일인데... 체력도 딸리고 실력도 없는 내가 자꾸 의무방어전에 나서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요즘 자꾸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싶은 건지 모르겠어요.

 

솔직히 전 당신이나 에릭 홉스봄 아저씨 처럼 아흔살까지 살 의향은 없어요. 전지구적 생명체의 효용을 위한 길이죠. 인류의 진보를 위해서도 큰 발자취를 남기긴 그른것 같고 환경을 위해 빨리 사라지는 게 지구의 존재를 위한 길이지 않나.... 그래도 인류평균 수명으로 봤을 때 대충 여든 언저리까지 살건 같은데 언제까지 이 길고 긴 의무방어전을 계속 치를 수 있을지 솔직히 의구심이 듭니다. 한 쉰살까지면 버티면 그 뒤론  슬슬 빠져도 되지 않을 될까요?

 

하지만 너무나 잘 알고 있죠. 당신의 대답이 무엇인지를.

“Go on, continue... contest!”

 

대체 왜 어린 나에게 구구절절 옳은 소리를 속삭여줘서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 하는 건지, 나는 가끔 따져 묻고 싶을 때가 있었어요.

 

그럼에도!
내가 당신께 남기고 싶은 것은 감사의 인사입니다.

보지 못하는 곳까지 보게 해주어 고맙고,

본다는 모든 체험들을 특별하게 만들어 주어 고맙습니다.

 

 

오래 알고지낸 당신의 친구로서 약속 할게요.
느리고 답답하지만,
우리. 멈추지 말고
조금씩 나아가기로 해요.

“Go on, continue... contest!”

 

-당신의 친구 신

 

 

 

 

그 모든 일이 씌여진대로 되면
너는 일곱명을 위해 죽어야 한다.

한 명은 요람에서 젖을 빠는 자.
한 명은 단단한 어린 젖가슴을 움켜쥐는 자.
한 명은 빈 접시를 내던지는 자.
한 명은 가난한 사람들의 승리를 돕는자.
한 명은 산산조각이 날때까지 일을 하는 자.
한 명은 달만 마냥 바라보는 자.

온 세상이 너의 묘비석이 되리니
너는 제7의 인간이 되어야 한다

 

 

 

 

 

 

 

 

 

 

 

 

 

 

 

 

 

 

 

 

 

 

 

 

 


프랑크 푸르트 공항이다.

이제 인천으로 가는 비행편만 남았다.

내게 남겨진 비행 열두시간.

북킹닷컴을 뒤지며 시트가 멀쩡한 숙소를 알아보고 구글맵을 열어서 길 최단거리 길을 확인하고 트립어드바이져를 열어서 맛집과 오늘 하루 배를 채울 곳을 알아보며 메모장에 하루 쓴 돈을 정리하던 생활이여!

안녕.


몰타 마지막은 여행객처럼 지내보고 싶었다. 다들 휴양지로 오는 나라니까. 어학연수 겸 학원 도미토리에서 머무르던 11주, 나는 일주일에 생활비로 백유로를 쓰던 가난한 어학연수생이었다. 하지만 돌아와선 하루 예산 백유로짜리로 탈바꿈해 돈을 펑펑 써보았다. 히히.


무엇보다 삼일간 혼자라는 사실이 무척 맘에 들었다.

여튼 나는 이 섬에서 부산한 마음 다잡고 안녕잘있어요. 인사 나눌 곳이 많았으니까.

엊그제는 두시간 짜리 승마를 신청했는데

말위에서 보는 몰타 전경엔 봄이 한 가득.

흩뿌려진듯 가득한 꽃과 푸른 하늘. 몰타 대리석을 닮은 상아색 햇살이 채워져 있었다.

아 봄이구나. 

 

또각또각 말발굽 소리를 들으면서 안녕안녕 곳곳에 작별인사를 남겼다.

 

어제는 다섯 시간. 매일 같이 산책을 다니던 세인트 쥴리안의 모든 길을 걸었다.

뜨거운 햇살. 시원한 바람. 대리석 위에 고운 햇살이 덧입혀져 더욱 아름다운 건물들.

낮엔 해수욕까지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래 나는 이 섬의 길고긴 여름을 너무나 사랑했었다.  

마지막까지 엄청난 광경을 보여주는 이 작은 섬이 너무나 고마웠다.

 

 

다섯달이 조금 넘는 기간.
지나칠 정도로 충분히 맛있었고 (파하하)

나는 차마 다 담지 못할 거대하고 경이로운 풍경 속에 서있었으며
나는 나의 많은 부분이 깨트리고 새로운 경험들로 다시 채워 나갈 수 있었다.

언젠가 나를 모르는 타지에서 생활해 보는 것과 아프리카를 탐험 해보는 것.

스무살 초반 꾸던 꿈이었다.

그땐 간신히 비행기만 타 봤을, 배낭여행 조차 해본 적 없던 시절이었다.


어느덧 서른다섯 먹은 나는 오래 묵은 꿈을 이뤘고,

 꿈같이 즐거웠던 다섯달을 내려 놓고,

대신 전과 달라진 나를 데리고 집으로 향한다.

나의 경험과 기억이 그리고 사유의 기준이 나를 이루는 부분이라면, 나는 나를 사랑한다고 간절하게 고백할 수 있다.

지난 150여일은 나를 뜨겁게 사랑하던 시간이었다.

대단했고 놀라웠으며 행복했다.

 

모든 것이 끝나가는 지금 무엇과도 바꾸고 싶지 않은 보물같은 시간이

"내"가 되어 너무나 기쁘다.

안녕 안녕 고마웠어요.

나에게서 멀어져 갈 160여일의 시간들을 향해 손을 흔듭니다.

그리고 이젠

새로운 꿈을 꿀 차례다.

 

-2016.02.28 프랑크푸르트공항에서


Bilbo:Can you promise that I will come back?
Gandalf:No. And if you do... You Will Not Be The Same.

 

늘 그랬다.

여행 사진을 뽑을 때면 늘 눈물이 날것처럼 코가 찌릿찌릿해졌다. 
그 시간들을 영영 '과거'에 정리해 두는 것 같아서.


지난 주엔 몰타와 프랑스 리옹, 아프리카와 아일랜드 사진을 출력했다. 
만장이 안되는 사진 중 800여장을 추려서 
인터넷 출력 사이트에 올리고 
소포를 받아 앨범에 정리하는데만 꼬박 하루가 걸렸다.


다섯달이 조금 넘는 여정. 
280장이 들어가는 앨범 세권이 가득 찼다. 
출력하지 못한 추억들도 눈감으면 바로 재생될만큼 아직 생생하다.


지난주말엔 아는 언니집에 가서 연례 행사로
반지의 제왕 확장판 1,2,3 과 호빗 확장판 1,2,3을 2박3일 보았다.


반지원정대가 아라고나스 석상을 향해 배를 타고 갔을 땐 뿜었다. 
그래. 나도 유속이 나지 않는 남아공 오렌지 리버에서

무려 7km를 카누잉 했던 적이 있었다. 

레골라스가 힘들었을거야. 김리를 태우고 가니까. 
노젓기를 잘 못하는 나 때문에 죤이 참 많이 고생했었다.


당나귀를 어색하게 탄 빌보의 모습에도 빵하고 웃음이 터졌다. 
몰타 승마 첫날의 내 모습이었다.
바짝 긴장해서 고작 한시간을 말을 타고 그야말로 걸었던 주제에
다음날 어찌나 뻐근하던지. 한참 동안 근육통에 시달렸었다.


비를 피했다가 고블린 굴에 떨어지는 드워프들을 보면서도 공감할 수 있었다. 
텐트 레인커버가 바람에 날아가 
자다 말고 비맞으면서 텐트를 다시 쳐야 했을 땐 
얼마나 짜증이 났던가.


트롤의 형상과 닮아 있던 스피츠코프의 바위들.
굽이굽이치던 모허절벽. 
아침에 뛰어놀던 귀여운 자칼 가족. 
강령술사가 튀어나올 것 같던 아일랜드의 풍경.


다행히 빌보와 프로도에 준하는 고생은 아니었고,
운 좋게 그들의 여정 못지 않은 굉장한 풍경과 만났다.


빌보와 소린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엉엉 목놓아 울었다. 
나도, 나에게도 이렇게 고맙고 소중한 친구들이 생겼다. 
고되고 힘들었던 시간, 배를 잡고 웃었던 시간, 

감탄하며 기뻐하던 시간 모두를 그들과 함께 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그들의 여정과 나의 여정이 만나 무엇과도 바꾸지 않을 소중한 기억들이 생겼다.


Go back to your books. 
And your armchair. 
Plant your trees. 
Watch them grow.


약속한대로 계획한대로 무사히 돌아왔지만
여행 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얼만큼 변했는가에 대해선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확실한 것이 생겼다. 
자신의 집 정원에 도토리를 심고 자라는 참나무를 바라보며
참나무 방패 소린과 친구들을 떠올릴 수 있는 처럼, 
이젠 과거로 남겨진 사진들을 볼때마다 
시공간을 넘어 '그 때의 나'로 돌아갈 수 있는 것.


그것이 이 여행 끝에 주어진 소중한 '사례금'이다.

 

 


 

 

2016.02.24 발레타 

Sciacca Grill 

발레타에 위치한 바베큐 레스토랑 

스테이크 고기를 직접 눈으로 보고 고를 수 있다. 

이때 치즈나 소시지를 추가할 수 있는데 이것들도 같이 팬에 구워서 나온다 


 

 

두명이었지만 티본스테이크를 500g 시켜보았다. ㅋㅋ.. ㅋㅋㅋㅋ 

괜찮아 괜찮아 맛있으니까 (쪄도)괜찮아







2016.02.25 세인트줄리앙

Impasta 

두시간 승마 끝나고 이탈리아는 아니지만, 생면 파스타가 먹고 싶어서 검색한 집. 

10유로 대 선에서 괜찮은 파스타를 먹을 수 있었음. 

그리고 몰타에선 역시나 치스크 치스크 나의 친구 치스크!! 

 

 

 

 

 

 

 

 

2016.02.25 세인트줄리앙

Wigi's kitchen

내 이럴줄 알았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리옹에서 돌아온 이후로, 

트립어드바이져에서 세인트줄리안 근처 트립어드바이저 1등이

바로 이곳인 걸 알게 된 이후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쩐지 여길 이상하게 꼭 와보고 싶더라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7시쯤 도착해보니, 자리가 딱 한 테이블 남았는데 8시 30분까지 먹을 수 있느냐는 말에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빵찍어먹으라고 줬던 이 집 올리브 오일을 잊지 못하겠다 흑흑흑흑 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대망의 스타터, 깔라마리 ㅠㅠㅠㅠㅠㅠ

이걸 한입먹자마자, 

씹은걸 차마 삼키기도 전에 

웨이터에게 신음하면서 물었다. 


"내일 한 자리 예약할 수 있니?"


웨이터는 빵하고 터졌는데 나는 웃음이 나질 않아 ㅠㅠㅠㅠㅠㅠ

이 레스토랑엘 앞으로 한 번 밖에 더 올 수 없다니 ㅠㅠㅠㅠㅠㅠㅠ

우리 학원 바로 앞이었는데 하루 밖에 더 있을 수 없다니 흑흑흑흑 ㅠㅠㅠㅠㅠ


메인으론 스테이크를 시켰다. 

리옹에서 먹던 스테이크들이 떠올랐다. 

그렇다! 겁나 맛있었다 ㅠㅠㅠㅠㅠ

작은 리옹이 여기 있었는데 ㅠㅠㅠㅠ 

내가 눈뜬 장님이오. 그게 바로 나요 흑흑흑 


 




 



2016.02.26 세인트줄리앙

Frensh-Fresh & French 


몰타에선 작별인사의 의미로 아침식사는 언제나 빵에 마스카포네 치즈, 잼을 발라 먹었다. 

그래서 이 베이커리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낮에 디저트를 사러 갈 수 밖에 없었다. 


신, 저쪽 어딘가에 프랑스 베이커리가 있어. 위치를 못찾진 않을거야. 정말 달콤한 냄새가 나거든....이라고 말해준 수카이나의 말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들었어야 했는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는 왜 이렇게 안타까운 선택을 했나. 왜 여길 한 번밖에 올 생각을 못하고 있었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직원한테 추천받아서 밀푀유와 크림브륄레 

몰타 떠나기도 싫어 죽겠는데 잘하는 짓이다. 80일간 살았던 학원 근처 이런 맛집들을 이제야 발견하고 참 잘하는 짓이야 흑흑흑흑 ㅠㅠㅠㅠ 


 




2016.02.26 세인트줄리앙

Fresco's Cafe 

더 이상 미룰 수 없단 다짐으로 

내일 공항가는 순간까지 세끼 꼬박꼬박 사먹겠단 결심을 지키기 위해 간 곳

(결과적으론 네끼를 먹음 ㅋㅋ)


 

아무 생각없이 갔는데 학원친구 안젤리나가 서빙 중이었다. 

아는 얼굴을 만난다는 기쁨이 쏠쏠.


 

저녁 생각하니까 많이는 못먹겠고 ㅠㅠㅠㅠㅠㅠㅠ

그렇다고 치스크를 안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고

닭가슴살 파스타를 먹어보았음. 

 

 

 




2016.02.26 세인트줄리앙

Wigi's kitchen


어제 예약하고 

한숟가락 뜨고 바로 다시 예약한 그집! 

어찌나 예약이 꽉 차 있는지 밤 9시 30분 자리만 예약할 수 있었다. 

스타터는 나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한 어제 깔라마리로 다시 한번 gogo!! 


그리고 양갈비 스테이크 시켰는데, 지금껏 먹어본 양고기 중 최고였음 ㅠㅠㅠㅠㅠㅠ

몰타 있을 때 글룰루 세번 갈거 이 집 한 번 올것을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미식과 거리가 멀었던, 애써 맛집을 찾기보단 가봐서 무난했던 집을 주로 찾았던

독일 친구들이 미워지는 순간이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2016.02.27 세인트줄리앙

Frensh-Fresh & French 

 

공항으로 떠나기 전 부랴부랴 아침 산책을 마치고 빵집 앞에 섰다.

유럽에서 이런 광경 보기 힘든데 ㅠㅠㅠㅠㅠ 

이 빵집엔 줄이 서 있다. 

대화를 들어보니 죄다 프랑스 사람들...

그리고 직원들도 죄다 프랑스 사람들...

그렇다 본토 프랑스 빵집을 눈앞에 두고 80여일간 빵먹으러 가지 않았던 

나랑 녀자 이렇게 한 없이 바보같은 여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호텔에 냉장고가 없었기 때문에 마스카포네 치즈는 더 이상 먹을 수 없었다. 

아침밥으로 산, 염소치즈 시금치 빵.

지금껏 염소치즈가 들어간 음식 중에 실패한 게 단 하나도 없었음 ㅠㅠㅠ 


 

 

 

아... 캬라멜에 소금을 넣을 생각은 누가 한 걸까.

이런 획기적인 발상은 누가 생각해 내서, 오늘 한국 돌아가는 나를 슬픔에 빠트리나. 



여튼 이렇게 먹방은 끝났다. 

하루 100유로 예산으로 풍족하게 살던 생활이여 안녕~ 

푸른 몰타 풍경과 함께 만났던 맛있는 시간들. 

맛있어서 즐거웠고 즐거워서 풍요로운 시간들이었다. 

경험 할 수 있게 해줘서 다시 한번 고마워~

 



2016.02.20 코크-킨세일의 중간

Insiar B&B Irish breakfast 


 

 

이날을 끝으로 아이리시 블랙퍼스트와 안녕을 고했다. 

그리운 순대맛을 잊게 해주는 블랙푸딩이여 

각종 잼과 맛있는 우유로 만든 버터 치즈들이여 흑흑흑 

안녕 안녕 진짜 100퍼 내 타입의 기름진 아침식사여 ㅠㅠㅠㅠㅠㅠㅠㅠㅠ

 

 

 

 

2016.02.20 더블린 

Tomohachi

영국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 장욕이 왔다. 

장욕은 임신 12주 지옥의 입덧이 끝나는가 마는가의 고비에 서 있었다. 

레스토랑 가는 것도 반경 10분을 넘기가 어려운 상황. 

우리의 선택은 단순. 메뉴의 폭은 좁게! 그냥 가까운 일식집으로 ㅋㅋ


 

그리하여 오래간만에 스띠끼 라이스를 먹어본 식사. 

이날 저녁으론 동네 5유로짜리 피자와 맥주를 마셨으나 인증샷이 없다... 

값싼 음식을 홀대하는 것은 아닌데 숙소에서 놀다보니 까먹음 ㅠㅠㅠ 


 

 

 

2016.02.21 더블린 

HaiLan Korean Restaurant 

 

 

호스텔 아침식사로 토스트 시리얼 위주의 식사를 하다보니, 

매운게 땡겼다.

그리고 용기내서 관광온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비바람과 맞서야 했다. 

역시나 매운게 땡겼다. 

애써 찾아간 퀸오브 타르트는 만석이었다. 

스트레스에 역시나 매운게 땡겼다. 


본래 외국에선 되도록 한국 음식을 안먹는다는게 나의 철칙이었지만

이번만큼은 매운게 땡기는 관계로 쌀 고봉밥에 한식을 먹어보기로 했음. 

영국보다 훨싸고 훨맛있다고 친구가 좋아해서 기뻤다. 

 

 

 

 


2016.02.21 더블린 

Queen of Tarts

 

 

 

만석이라고 포기한게 아니다. 

테이크 아웃이 있으니까. ㅎㅎ

숙소에 돌아와 장욕은 몇입 먹고 잠들고, 남은건 내가 쓱싹쓱싹! 

 

 

 

 

 

 

 

2016.02.21 더블린 
La caverna

장욕이 이탈리안은 그나마 먹을 수 있을것 같다고 해서 트립어드바이저 가장 상위권 이탈리안 식당을 찾았다. 그래 주말이지. 역시나 만석이었다. 그래서 급히 부랴부랴 찾아본 근처 템플바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이었으나 


우앙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맛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날씬한 장욕은 파스타를 시켰지만  


 

나는 거침없이 찌기 위해서 티본스테이크를 주문.... 

겁나 맛있음 콘에 삶은 감자 으깨고 그 위에 치즈 얹어 준것까지 미치도록 맛있음

 

 

 

 

 

 

 

 

2016.02.22 더블린

트리니티 대학가 


간단한 샌드위치나 식사 대용을 찾았는데, 

대학가라 비슷비슷한 베이커리들이 즐비했다. 

이 집을 갈것인가 옆집을 갈것인가 고민하고 있는데 

대학생으로 보이는 학생 하나가 윙크하면서 '저집 아니야. 이집이야'라고 수화 해줌

 

 


역시나 현지인 추천은 틀린 적이 없었다.  


 

아프리카의 56일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진 모르지만,

아프리카 이후 마시는 모든 커피에 감탄과 만족을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있다 ㅍㅎㅎ


 

 

 

 

2016.02.22 더블린

The Atrium Loudge, Westen Hotel

아일랜드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호사가 무엇이 있을까.

크림티 세트에 스콘에 클로티드 크림과 잼을 발라 먹는 것 외에 

뭔가 더 누릴만한 것이 있을 것 같은데....

그리하여 결정한 애프터눈 티 세트. 

친구 장욕은 영국으로 떠났으나 혼자 남겨진 외로움 따위에 굴하지 않고

웨스턴 호텔로 달려나가 주문. 그리고 감격스런 세 접시를 받았다.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아일랜드도 아름다웠다고 기억해줄게

 

 

 

 

 


부먹이냐 찍먹이냐, 

클로티드 크림이 먼저냐 딸기잼이 먼저냐. 

영국에서도 이 두개를 놓고 논란이 많다고 하던데 

저는 데본스타일로 먹어보았....  

 

 

 

 

 

 

 

 

2016.02.22 더블린

Arlington Hotel

더블린에서 남은 밤은 단 하룻밤. 

펍크롤을 갈 것인가, 아이리쉬 댄스를 볼 것인가 

고민고민 하다가 아이리시 댄스와 음악을 보면서 밥을 먹는 것으로.. ㅋㅋㅋ 

 


따듯한 음악 귀여운 춤 맛있는 술 은 

이러려고 개처럼 돈 벌었던 나의 5년이 주마등처럼 스치면서 눈물눈물이 ㅠㅠㅠㅠ 

 

 

 


2016.02.23 더블린

Guinness

남들 다가니까, 뭔가 있겠지 싶어, 

기네스 박물관에 가보았다. 


학생할인 16유로에 구경할 것도 많은데, 파인트 따르는 법을 알려줌.  


 

이 파인트를 들고 옥상에서 한잔을 할 수 있게 해주는데 

약간 만취 채로 바라보면 백배는 더 아름다운 더블린 시내!!! ㅋㅋㅋㅋㅋ

게다가 석별의 아쉬움까지... 



나는 작별할 생각이 전혀 없는데 

이별의 순간은 다가오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직 다 마시지 못한 맥주가 많이 남아 있는데 ㅠㅠㅠㅠ

 

 



 

2016.02.23 더블린
The Brazen Head
더블린에서 마지막 식사는 뭘할까 하다가 
더블린에서 가장 오래된 펍을 검색. 
마침 기네스 하우스와 가까운 거리에 있었다. 

정확한 년도는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130여년 된 것으로 기억. 

 


사진을 찍으니, 역시나 오지랖 넓은 아일랜드 사람들은 펍 안에 들어가서 찍으라고 권유까지.

미안해요. 너무 관광객 같았죠. ㅎㅎ 


 

 

기네스 스튜를 주문. 

에일을 좋아한다고 말했더니 추천해준 하우스 맥주.

맥주 맛은 기억하지만 이름은 기억하지 못함. ㅋㅋㅋㅋㅋ

 




 

2016.02.23 더블린

 

몰타 출발 전 이삭호스텔 근처 베이커리에 들어가

마지막으로 부랴부랴 홍차를 마셨음. 

케이크는 아르바이트 추천으로... 

여전히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ㅠㅠㅠ

또 올거야 또 올거야 결심한 채로... 흑흑




 

2016.02.17 - 킬라니

Castle lodge B&B Irish Breakfast

아일랜드 B&B에서 묵는 건 인생 몇 안되는 좋은 경험 중 하나였다. 

십몇년전 하루 생활비 40유로로 버티던 대학 유럽 배낭여행도 생각나고, 

아일랜드 직전 들렸던 아프리카와 비교도 되면서...

여튼 만끽할 수 있는 최대한의 숙소를 무난한 가격으로 즐겼단 생각이든다. 

한끼에 3000키로칼로리는 가뿐히 넘길 것 같은 아침밥도 그러했다. 

일단... 아침밥 구성은 물론이고 식당부터 겁나 예뻤으니깐요 ㅠㅠㅠㅠㅠㅠㅠ 

 

 

라디오가 너무 예뻤는데 안다. 이 라디오가 예쁜건 하얀 선반과 벽 옆에 놓여 있기 때문이란걸 흑흑흑... 내방은 지금 티비도 이고 사는 상태 ㅠㅠㅠㅠㅠㅠㅠ 


 

 

늘 너무나 배가 불렀기 때문에 이날은 과감하게(?) 세개 나오는 소세지를 두개만달라고 요청 ㅋㅋㅋㅋㅋ 그래도 이만칼로리는 채운듯요 ㅎㅎㅎㅎ 








2016.02.17 코크

코크에서 첫날 밤을 보내기로 한 숙소는 코크대학 옆에 있었다. 연세대 하숙집 딸로서 삼십여년간 연대 근처에서 살아온 나로선 무척 궁금한 공간이 아닐 수 없었다. 마침 학교 축제였는데 얼마나 대학 느낌이 물씬 나던지 ㅋㅋㅋㅋ 락동아리에선 소리 높여 노래하는데 아무도 안듣고 각자 게임하며 놀기 바쁘고 자기들끼리 떠들고.. 학교란 공간이 다 그렇죠. 집중하지 못하는 자유로움이 바로 대학이겠죠 푸하하. 

 


대학 식당에서 5유로 내고 밥을 샀다. 쵸리소 라는데 쵸리소 스튜란 표현이 맞을 듯. 식당 아주머니가 한껏 퍼담아 주어서 한껏 내 위장에 퍼담아보았다.  




2016.02.17 - 코크

The Oliver Plunkett 

이 다음날 부턴 산골짝 비앤비에 들어갈 예정이다 보니, 아일랜드 전통 음악을 들으면서 밥을 먹고 싶어서 숙소에다 물어본 곳. 인포메이션 센터에서도 같은 곳을 추천해준 덕에 믿고 가볼 수 있었다. 


기네스보단 덜 약한 흑맥주가 있는데 부드럽고 맛있다는 말에 시켜봄 



스타터는 오늘도 치킨 ㅋㅋㅋ 맥주를 시켰으니깐요. 



예전 영국에서 한 번 먹어보고, 정말 내 취향이 아니구나 싶어서 이날까지 먹지 않고 있었던 피쉬앤칩스. 그래도 아일랜드는 영국보단 맛있지여. ㅎㅎㅎ  



에일 먹고 싶어서 시켜본 프란시스콘웰. 

이번에도 흑맥주나 밀맥보단 에일이 취향이었다.  







2016.02.18 코크

Tara's Tea Room

이날 아침 따로 포스팅한 타라티룸에 가서 

새끼 손가락 들고 홍차를 마셔보았습니다. 


 

 

 

 

 

 

 

 




2016.02.18 코크

Fenn's Quay Restaurant 

깡시골로 넘어가기 전 점저를 먹어야 한다는 일념하에 들린 레스토랑. 


 

생선모둠크로켓류를 추천받아 먹고 

산사나이 에일을 마셔보았습니다. 




2016.02.18 코크와 킨세일의 중간계

Isiara B&B

비앤비 아저씨의 도움으로 슈퍼마켓에 들려 사온 2박3일치 연료들

보기만 해도 든든했음. ㅋㅋ

 

 




2016.02.19 코크-킨세일의 중간

Isiara B&B Irish Breakfast

 

여전히 만족스러운 이만칼로리의 아침밥. 

남김 없었고요. 과일도 따로 챙겼음돠. ㅎㅎ 





2016.02.19 킨세일

Poets Corner

벽과 테이블 곳곳에 시와 소설구절 작가들의 명언이 써 있는 찻집


 

킨세일 관광을 끝내고 홍차를 마셔보았습니다. 


 






2016.02.19 킨세일

The Spaniard 

점저를 해결하기 위해 무조건 트립어드바이저 상위권 중에

영업 하는 곳으로 갔던 식당.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갔는데 

느무느무 좋은 것이다.... 아 놔 막 여기서 중간계 왕족이랑 요정이랑 호빗들이 만날 것 같아. 간달프랑 소린이랑 밀회 할 것 같이 오래 됐다. ㅠㅠㅠㅠㅠㅠㅠ 

감격에 감격하면서 물어봤다. 

-여기 몇년 됐니? -건물은 수백년 -이 펍은? -95년. 

아 예.. 십여년 전 돌아가신 우리 할머니와 비슷한 세월을 보내셨군요. 


 

 

 

 

 

바텐더 아저씨가 엄청 친절해서 음식은 남기고 싶지 않았으나 

파스타가 너무나 산더미처럼 나왔던 것이다
배가 불러.. 라고 말했으나 고작 이거 먹고? 란 대답이 돌아왔음 

정말 맛있었는데 맛있었는데 ㅠㅠㅠ 

나의 위장 크기를 한탄했던 몇안 되는 경험이었음




 

더블린 첫날 2016.02.08

Le Bon Crubeen

더블린에서는 총 7박을 했는데, 

내가 묵었던 이삭 Isaacs Hostel 근처에 있던 프렌차+아일랜드 식당이었다. 

식당을 발견하자마자 2014년인가 트립어드바이저 위너라고 써 있는 글에 당장 저녁식사를 예약하고 매일 갈 것을 결심하였으나, 더블린은 넓고 가볼 식당이 너무 많아서 한 번밖에 가보지 못했음. 흑흑



덜 익힌 소고기를 얇게 썰어 나온 스타터. 



오늘의 스테이크를 시켰더니 돼지고기가 나왔다. 

이슬람 인구가 꽤 되는 탄자니아부터 돼지고기를 거의 먹을 수 없었기 때문에 

안그래도 돼지고기를 선호하는 나로선 맛있게 채워 넣어 봤습니다. 



프랑스 디저트들만 떠올리면서 

디저트를 얕본 내가 실수.

어마무시하게 큰 삼단 아이스크림 슈가 나와서 걱정은 됐으나,

절대 남기지 않고 배가 찢어지도록 먹었음.  





 

2016.02.09

위클로우 투어 중에 들린 작은 카페

눈이 거의 오지 않는다는 아일랜드에서 눈이 내리고 비바람이 불었다.

버스 타기 전까지 킬케니에서 두세시간의 충분한 시간을 가졌는데 그때 잠시 카페에 들어가서 진저스콘이랑 라떼를 마셨다. ㅠㅠ 그래 이런 커피도 얼마만인지 카페에서 물씬 풍겨오는 문명의 향기와 인테리어 봐라 ㅠㅠㅠㅠㅠ

그리고 역시 ㅠㅠㅠㅠㅠ 스콘의 나라! 흑흑 자세한 설명은 생략






2016.02.09

Thai Spice 

하루종일 눈맞고 비맞고 바람맞고...

한국 음식은 생각 안나는데 뭔가 뜨끈한 무언갈 먹어야 겠단 생각이 들었다. 

아일랜드 요리나 스프가 무지 떙겨서 The Vintage Kitchen을 갔는데 사람이 많다면서 

대기 조차 받지 않겠다고 했다. 

거절의 아픔과 배고픔. 굶주림이 가져다주는 정서적 서러움에 이삭호스텔에 가서 나 매운거 먹고 싶어. 이 근처 괜찮은 중국집 없니 라고 물었더니 소개해준 태국 식당. 이삭호스텔에서 엄청 가까운 관계로 오고 가기 참 괜찮았다.  



운 좋게 아르바이트 생들이 한국분들이라 메뉴판에서 찾지 못한 똠얌꿍을 주문. 

밥을 말아먹을 수 있었다 ㅍㅎㅎ (얼마나 싹싹 먹었는지 빈접시를 치울때 창피했음..;;)

 

고기가 빠질 수 없지. 

서버들이 추천해준 쇠고기 후라이드를 주문했다.

그래서 이날 저녁은 맵고 따뜻하게 잠이 들었음. 







2016.02.10

더블린 시내 오코넬거리 어디쯤의 중국인 뷔페 식당. 


이 날은 말 그대로 더블린 시내 관광하는 날이었는데...;;; 

아 놔 ㅎㅎㅎㅎ 왜 그랬는지 나도 모르겠다. 

저녁을 맛있는 걸 먹겠다며 점심으로 간단히 크로아상과 사과까지 먹고

갈길을 가고 있는데 중국인 뷔페 식당이 보이는거다.

근데 그 뷔페 안에 놓인 김밥을 보자마자 정말 뭐에 홀린듯이 자리에 앉아서 1인을 주문했던 나..;;; 진짜 홀렸다는 표현 외엔 쓸말이 없다. 

12유로 밖에 안하는 식당인데 학생 할인까지 됐음.

결국 10유로 내고 김밥을 양껏 먹은것까진 좋았으나...

배가 불러서 저녁을 먹지 못했음. 유ㅅ유 






2016.02.11 골웨이 

아일랜드에선 비앤비에 자는 것이 내 목표 였기 때문에 더블린 외에 숙소는 대부분 B&B였다. 문제는 골웨이 B&B가 시내에서 제법 떨어진 거리에 있었단 거다. 숙소로 들어가기 전에 점저를 먹고 들어가야 겠단 생각은 있었지만 어딜 가야 좋을지 감이 안왔다. 오후 2시를 넘기다 보니 문 여는 레스토랑도 손에 꼽고... 그러다 아란제도 페리를 예약하는 사무실에서 펍이나 레스토랑을 추천해 달라고 졸랐다. 


그리하여 추천받은 

An Pucan Bar& Restaurant



아일랜드 스튜나 코스 요리를 먹고 싶었는데 저녁식사 때가 아니어서 거절받고,

대신 추천해달라고 한 파스타 인데

결과적으로 겁나 맛있었음. 

그리고 나는 이날부터 말라리아 약이 남긴 간의 피로를 개 무시하고 

1일 1맥주에 도전하기 시작하는데....;;; 

아 아름다운 기네스 ㅠㅠㅠㅠㅠ 


 

아일랜드 펍에선 핫윙을 쉽게 주문 할 수 있어서

한국치킨에 대한 그리움과 향수를 달랠 수 있었다. 

그래! 내 나라는 치킨의 나라지만 맥주가 맛이 없으므로 ㅠㅠ 

다시 태어나 아일랜드 한국 중에 고른다면 나의 선택은 아일랜드!!!!






2016.02.12 골웨이 

모허 절벽 투어 였는데 이날 아침 날씨가 진짜 안좋았다.

오전 코스에 산행이 있는데 니들이 원한다면 가나마나인 산행을 뺴고 조금 늦게 출발하겠다는 권유에 골웨이 시내  오래 되보이는 베이커리에 들어가서 간단하게 블루베리 스콘을 먹었다.  


 

 

돌 처럼 보이지만 현무암 이런거 아니고요. 스콘입니다. 먹는거에요. 



역시나 슬픈 것은 프랑스 빵을 몇달 전에 실컷 먹다 보니 ㅠㅠㅠㅠㅠ

어딜가도 비교를 하게 된다는 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도 스콘은 맛있었습니다. 






2016.02.12 골웨이 

The Latin Quarter Bistro

모허 절벽 투어가 끝나고 숙소 들어가기 전에 밥을 먹기 위해 들린 골웨이 프랑스 레스토랑

1인용 자리가 몇자리 돼서 마음 편히 식사 할 수 있었음. 

웨이터 아저씨가 음식 소개도 잘해줬고.  


 


스타터. 난 육류를 선호해 라고 말했더니 웨이터 아저씨가 추천해준 오리고기 샐러드

오리 가슴살이었는데 살짝 익혀서 나온 것과 주변 샐러드가 무척 잘 어울렸다. 


 

아.. 그리고 이거슨!!!!!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안그래도 베이컨을 좋아하는데요 ㅠㅠㅠㅠ

스테이크에 크림소스에 베이컨이 얹어 나오다니 이렇게 아름다운 요리가 ㅠㅠㅠㅠㅠㅠㅠ

정말 싹싹 긁어 먹고 나왔음. 






2016.02.12 골웨이 

The King's Head

모허절벽 투어를 위해 숙소로 마중나온 버스 기사 아저씨가 추천해준 펍. 

오 오늘이 금요일 저녁이니 넌 아마 킹스헤드에 가겠지 라고 

묻지도 않았는데 추천을 해주어 가보고 나는 운명의 만남을 갖게 되는데 ㅎㅎㅎ

골웨이 후커 ㅠㅠㅠㅠㅠㅠ TADA-!!  

펍에 들어가서 기네스를 마실까 지역 맥주를 마실까 하다가 

이번에도 바텐더 아저씨에게 물었다. -골웨이 후커 맛있니? -엉 캡맛있어 

그렇게 한잔을 마시게 된 나는 다음날 또다시 골웨이 후커를 마시기 위해 킹스헤드를 찾았고 아일랜드 슈퍼에서도 내내 골웨이 후커만 찾았다.







2016.02.13 골웨이 

아란섬 투어 전에 들린 베이커리. 본래는 아이리쉬 블랙퍼스트를 먹으려고 했는데 

마땅히 문 연곳이 보이지 않아서 들렸다가 

소세지 샌드위치 맛에 넋을 잃고 말았다는...;;;

트립어드바이저로 한참 검색했는데도 잘 나오지 않아서 이름 검색은 포기 ㅠㅠㅠ


이래서 사람은 메모를 해놔야 한다 자고로 ㅠㅠㅠㅠ 

소세지 샌드위치 양이 제법 되는 터라서 반은 남겨서 아란섬 투어 도중에 먹었다. 

 




2016.02.13 골웨이

The Quay Street Kitchen

이 날은 발렌타인데이 이브 였다. 

트립어드바이저에서 꽤 상위 목록인 레스토랑인데 과연 자리가 있을까 반신반의하며 서둘러 레스토랑에 도착한 결과 혼자서 2인용 테이블을 차지할 수 있었다. 음하하하.

주변을 둘러 보니 연령대를 불문한 연인들이 죄다 자리를 차지. 

남녀2인으로 구성되지 않은 테이블은 오직 나 하나...;;;

배경음악은 이즌쉬러블리, 쉬, 아이오유, 엔드리스러브 같은 

누가 들어도 '오늘 너는 이 상황과 좀 맞지 않아..;;;'란 배경음악이었는데 

사뿐히 무시하고 양고기를 시켜서 촵촵촵!!


 

메인코스 나오기 전에 스타터로 매운 핫윙을 시켜서 또다시 촵촵촵!!!

 

사진을 찍진 않았지만 숙소 돌아가기 전에 the King's Head 들려서 

골웨이 후커 한잔을 꿀꺽꿀꺽!







2016.02.14 골웨이

The Skeff

사실 어제 베이커리 가기 전에 이 레스토랑에 들어가서 아무도 없어요? 를외쳤는데 정말 아무도 없었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 덕분에 베이커리 가서 맛있는 소세지 샌드위치를 먹었으니 위로가 됐었지... 

이날 킬라니로 이동하는 날이었는데, 주말이라 버스 시간표가 들쭉날쭉했다. 

한시간이 비는 관계로 재빠르게 나의 트렁크와 배낭두개를 이고 이 가게로 이동. 그리고 아이리시 블랙퍼스트 대자를 시켜서 2000칼로리는 가뿐히 넘기는 아침밥을 흡입. 


 

 

살은 쪄도 잘했어 나새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맛있어서 찐 살은 빼는 것도 아까워!!! 






2016.02.14 킬라니 

Cellar One

오늘은 대망의 발렌타인데이+주말 ㅋㅋㅋㅋㅋㅋㅋㅋ 비앤비 숙소 직원이 우려한대로 레스토랑 몇군데를 갔는데 죄다 만석 예약이었다. 그런데 구세주 같이 이 레스토랑에서 8시 전까지 식사를 끝낼 수 있느냐 물어줘서. 엉! 그건걱정마!! 라고 외치며 자리에 앉았다. 

빵이랑 버터가 진짜 맛있었는데 메인을 못먹을까봐 참았음 ㅠㅠㅠㅠ 흑흑


 스타터로 샐러드를 시켰으나 샐러드는 보이지 않고 육류 요리가 주를 차지한 상황. 

그래도 아름다운 맛이었음 ㅠㅠㅠㅠㅠㅠㅠㅠㅠ


 

메인요리로 시킨 대구. 크림소스랑 새우 시금치가 ㅠㅠㅠㅠㅠㅠ

괜찮아 괜찮아 ㅠㅠㅠㅠㅠㅠㅠ 이 맛을 평생 기억하면 되니까 괜찮아 ㅠㅠㅠㅠㅠㅠ

본래 나는 육류를 즐기나, 생선 먹어본지 꽤 오래 됐다는 생각에 주문. 

생선 살이 토실토실하게 오른데다가 함께 나온 관자까지 겁나 맛있었음 ㅠㅠㅠ

그래 아일랜드는 섬나라지. 


아 놔 그리고 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

이날 레스토랑에 발렌다인 데이 특별 코스를 주문할 수 밖에 없었는데, 

디저트는 무조건 한종류 밖에 없었다.

그래? 그래도 난 주문할래 라고 해서 나온 디저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웨이터도 웃고 나도 빵터지고. 

아이스크림 위에 얹어진 하트가 왤케 웃긴지.

나는 나를 사랑하니까 나한테 이런 디너를 사줄 자격은 충분! 하다고 생각하기로 함. 

 



2016.02.15 킬라니 - 링오브케리투어 

Red Fox

링오브케리투어 중에 들린 아일랜드 민속 농가 옆 펍에서 마신

아이리시 커피. 술이 들어가서 발이 땃땃해지고 좋았다. 


 아놔 ㅋㅋㅋㅋㅋ 

이 아이스크림은 사진을 찍자마자 두 덩이가 장렬하게 바닥으로 낙하해 전사하고 말았습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3유로나 했는데 흑흑흑 결국 콘에 남아 있는것만 싹싹 먹었음. 



2016.02.15 킬라니

Hannigan's Bar and REstaurant

투어 마치고 와서 들린 레스토랑. 

 토마토 스프가 제법 매콤해서 좋았다. 빵을 버터에 찍어 먹어야할지 스프에 찍어야 할지 고민할 정도로 ㅋㅋㅋㅋ


메인으로 먹은 돼지고기 스테이크

네네 기네스랑 먹어서 역시나 행복했고요. 




2016.02.16 킬라니

캐슬롯지 B&B 아이리시 블랙퍼스트 


 

숙소에서 주는 아침밥인데

보아라. 만칼로리는 거뜬히 넘을 것 같은 이 구성 ㅠㅠㅠㅠ

계란은 수란/후라이드/삶은달걀 중에 선택 가능

시리얼이랑 치즈 과일 은 종류도 많은데 뷔페처럼 먹을 수 있어서

나는 그야말로 이만칼로리를 매일 아침 섭취했드아...;;;;



 


2016.02.16 킬라니-딩글투어

대망의 딩글투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날이 어땠는지는 다른 포스팅을 참조하시기 바람 ㅋㅋㅋㅋㅋㅋㅋㅋ


 

 

 여튼 비바람에 젖은 몸과 마음을 녹이고자 먹었던 것들.. 

 

 

 

 

 

 


 

 

 

 

 

 

 

 

 

 

 

 

 

 

 

 

 

 

 

 

 

 

 

 


오래도록

두번째스무살 2016. 2. 21. 19:48

간직하고 픈 풍경들

 

차갑고 청량한 공기, 

가지 사이로 별빛같이 빛나는 이슬, 

모든 것을 아득하게 만드는 아침 물안개 


마음 속에 잘 접어 두었다가 

복작복작한 날 다시 떠올릴 수 있도록...






















계획이 없던 방문이었다.

숙소가 워낙 외져 있는데다가,

본래 계획은 하루 쯤 아일랜드 시골에서 푹 쉬고 싶은게 목표 였으니까.

 

일단 아침 7시 동네 산책을 한시간 가량 하고 오니까

열두 가구 산다는 모든 동네 집을 다 구경한 셈이었다.

선물받은 제임스 조이스의 책이나 읽어야 하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주인집 아주머니가 자꾸만 킨세일을 적극 추천하는 거다.

 

한시간에 한대 오는 버스지만, 종점이 킨세일이니까 돌아올 땐 버스를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있고. 언제나 망설일 땐 하는 게 남는거다란 생각이 있어서 이번에도 질렀다.

 

버스를 기다리면서 찍은 한 컷...;;;

인도 없는 도로에서 달리기를 5분

시속80키로로 달리는 차들 사이에서 조마조마 하며 걷기를 15분...;;;

버스정류장에서 바라본 풍경은 아름다웠지만.

40여분 가까이 버스를 기다려야 했... ㅠㅠㅠ

 

 

버스를 기다리면서 MP3에 담아온 <프랭크 ost>를 들었다.

I LOVE ALL.

응. 나도 (아일랜드의) 모든 것을 사랑해.

버스 기다리는 시간까지도 말이지...

 

226번 버스로 원웨이 티켓 5.6유로 나왔다.

 

 

킨세일 가는 길에 본 풍경들.

역시나 소품처럼 귀여운 집들 가득.

 

 

계획과 정보 없이 무작정 방문한 킨세일은 남서쪽 작은 항구 도시(?) 마을이었다.

 

 

 

 

 

 

 

저도 힘과 젊음 건강을 위해 술을 마십니다. ㅎㅎ

 

 

Desmond castle

 

Carmelite Curch

 

 

Lower Catholic walk에서 만난 고양이

 

st Multose

 

이런 오래된 풍경 속에서 한 잔 하고 싶었다

 

 

Poets Corner

홍차 마시려고 잠시 머문 찻집

 

 

 

 

 

 

 

The Spaniard는 펍과 레스토랑을 겸용한 집이었는데

숙소 넘어가기 전에 밥을 먹어야 겠단 생각에 검색해서 들어간 집이었다.

오후3시에 운영하는 레스토랑은 거의 없었는데

들어가자 마자 여기 진짜진짜 오래된 펍이란 느낌이 들어 무척 만족스러웠다.

건물과 동네는 수백년.

펍만 95년 됐다고 한다.

 

 

나 흑맥주보다 에일을 선호해란 말에 추천받은 맥주

 

 

 

지도를 잘못봐도

헤메고 헤메도 길을 잃을 염려 없는 아담한 동네였다.


킬라니를 떠나면서 뭔가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코크가 끝나면 다시 더블린으로 가는 건데,

아일랜드에 와서 해야할 걸 안하고 있단 불안감이 든거다. 

그러다 문득 떠올랐다.

 

아... 내가 제대로 된 홍차를 안마셨구나.

다행히(?) 코크 호스텔은 조식이 불포함이었다.

코크에서 첫날 밤. 나는 이 나라에서 제대로 된 홍차와 스콘을 먹어야겠단

일념에 급히 트립어드바이져를 검색.

베이커리 1등으로 돼 있는 코크 타라's 티룸을 찾아냈다. 

 

 

도미토리 8인실은 전원 취침 중이었지만

혼자 7시에 기상해 이를 닦고 옷을 챙겨 입고

아침 8시 호스텔을 나섰다.

그리고 밥을 먹으러 40분 넘는 베이커리까지 달려가는 상쾌한(?) 발걸음 

 

 

 

 

 

그리하여 도착한 타라's 티룸

뛰어들어가느라 바빠서 입구를 찍은 사진은 없다.

 

 

 

 

그래!! 바로 이거였어!!

나는 진정 이런 인테리어 속에서 홍차 잔을 든 손의 새끼 손가락을 치켜 세워 들고

소녀소녀하길 원했던 것이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 집에서 직접 만든다는 메이플 시럽.

지금은 소녀지만 이따간 주정뱅이 아이리쉬 처럼 만취할 예정이므로

오늘 섭취할 열량을 계산하여 조금만 뿌리려고 했는데 ㅋㅋㅋㅋㅋ

아 놔 깨끗이 비우고 말았음 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작은 병에 담긴 이 아이보리색 크림의 정체...

먹기 전엔 왠 생크림을 스콘이랑 같이 줘? 라고 반문햇는데

허류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클로티드 크림이 아닌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헐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 이러려고 왔지!!

이러려고 백여만원 더 투자하면서 아일랜드 여행을 끼우넣었지!!

그러려고 여기까지 왔지 ㅠㅠㅠㅠㅠㅠㅠㅠ

 

 

 

2월 중순 지난 아일랜드는

하루 비오고 하루 흐리고 하루 맑은 날의 연속.

간만에 파란 하늘보니까 잔디도 더 반짝이는 것 같고

어제 못 다 본 코크 시내 곳곳에다가 공원은 한번 더 돌아다녔다.

 

 

 

 

격하게 너의 의견에 동의한다!!

 

 

 

 

 

 

 

 

오후에 인시아라 비앤비로 떠나야 했지만

여튼 코크의 봄날은 아름다웠다.

 


 

 

킬라니에선 두가지 투어를 계획했었다.

링오브케리랑 딩글투어...
혹신 여행사가 문닫았을까봐 부랴부랴 도착한 숙소에 문의해보니

링오브케리 투어는 가능하지만 이 시즌엔 딩글투어는 없다고 한다.
헐... 대체 3박이나 하는 일정을 어떻게 보내라고 ㅠㅠㅠ


그날 저녁 킬라니 시내에 투어오피스를 돌아다니면서 딩글 투어에 대해서 알아보는데

역시나 대답은 마찬가지.

이 시즌에 가지 않는다고 한다...
이대로 포기해야하나..;;;


그러다 월요일 링오브케리 투어를 하는 도중 중국인 친구가
가이드에게 내일 딩글 투어를 갈 순 없겠냐고 묻는다.
가이드는 곤란한 얼굴을 했다.
이때 나는 알아차렸어야 했는지 모른다.

왜 그가 난감해 했는지...;;

하지만 눈치 없는 나를 비롯한 우리는 (호주에서 온 아주머니, 독일친구까지)

총 네 명이 내일 딩글투어를 가고 싶다고 요청했고,

내일 10대 친구들을 데리고 딩글 근처에 갈 일정이 있는데

그 친구들을 아쿠아리움에 내려준 뒤에

그 사이 딩글 투어를 할 수 있는지 알아봐야 겠다고 했다.
이때라도 나는 알아차렸어야 했는지 모른다...;;;

 

그리하여 만난 리얼 아일랜드 겨울 여행 ㅍㅎㅎ!
내가 아름다운 날의 링오브케리 투어는 잊을지언정
평생토록 잊지 못할 여행 추가다!!!

ㅠㅠㅠㅠㅠ

 

 

이 한장의 사진은

이 날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우리의 운명을 표현해주는 아주 시기 적잘한 사진이었다..;;;

 

 

 

 

 

파도는 알고 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여름철 수십대의 45인승 관광차량으로 붐비는 절경이

왜 이렇게 한적한지를 유유

 

우리와 아쿠아리움까지 같이 이동한 학생들

한명명의 아이리쉬 고등학생고 프랑스 교환학생으로 이루어져 있다.

단연 구분되는 아이리쉬 고딩의 자태

너무 귀여워서 눈을 뗼 수가 없었다

 

이 비바람 폭우가 몰아치는 날 양님들이 나오셔서 식사중이셨다.

그래 산다는 것은 버텨내는 것 ㅠㅠㅠㅠㅠㅠ

수고가 많습니다.

 

 

이쯤부터 나가서 사진 찍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를 되새겨봤던 거 같다..;;;

카메라 렌즈를 열자마자 비에 젖어버리니까 ㅠㅠㅠ

 

 

 

아........ 아프리카 이후로 침수된 도로를 만나는 일은 없을거라 믿어왔는데 ㅠㅠㅠㅠㅠㅠㅠ

 

 

 

보이는가?

폭포가 비바람에 역류하고 얼어붙어서 공중에 분사되는 절경을

그래 이것이 바로 리얼아일랜드의 겨울!!!!ㅠㅠㅠㅠㅠ

 

6세기에 지어진 아일랜드 고대 집을 보러 가는 길.

바지 전체가 젖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집 안에는 비가 새지 않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6세기 아일랜드에서 겨울을 나셨을 모든 아일랜드인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 ㅠㅠ

 

 

몸이 춥단 이유로 주문한 아일랜드 전통 스튜와 기네스...

뭐 알콜은 체온 유지에 도움을 주니깐요!!!

 

술을 마시면 당이 땡긴단 이유로 시킨 아일랜드 치즈케이크..

 

그렇게 나의 딩글투어는 끝이 났다...;;;

2월에 아일랜드 여행이란 어떤 것인지 크나큰 교훈을 심어준 채로.

하지만 나는 스튜를 먹으면서 한살 위 중국인 친구와 우리 엄마와 동갑 호주 아주머니와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의 삶을 되짚어 보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고.

온 몸이 젖은 채로 아일랜드 전통스튜와 함께 마시는 기네스는 각별했다.

 

역시나!

이번에도 도전하길 잘했다. 해보길 잘했다. 후후

 

 


영화 <프랭크>에서 나온 아일랜드 시골은 참으로 근사했다.
곳곳에 양들이 뛰놀고 어딜 둘러봐도 녹색으로 가득한...

나 저기 묵을래. 나도 저런데서 한달 두달 놀고 싶어!! 외칠만큼 말이다...

 

코크 3박 일정 중에 2박을

한시간 가량 걸려 한시간에 한대 오는 버스가 있는 B&B를 예약한 건

아일랜드 시골을 조금이라도 만끽하고 싶단 욕심에서였다.

 

게다가 숙소의 평점은 9.5...
대체 어떻게 생겨 먹은 숙소길래 이런게 가능한거지?

외딴 곳이라 걱정되는 건 단 하나였는데,

뭐 아침밥이야 주는거고 점심이나 저녁을 어떻게 해결하느냐 였다.

설마 동네에 펍 아님 레스토랑 하나는 있겟지

 

구글맵을 검색해본 결과 숙소까지 대중교통이 가기는 간다는 걸 확인했다. 
버스에서 내린 뒤에 20분 정도 걸어야 하지만 그건 못할 일은 아니니까

 

코크 시청에서 버스를 기다린지 50여 분...
과연 버스가 오긴 오는 것일까 반신반의 했는데 버스가 왔다.
정류장을 보여주는데 기사가 잘 모른다..;;;

그래도 좋다.

가기만 가면 되니까... 그리고 무려 버스에서 내렸는데...;; 아놔

 

 

ㅠㅠ

진짜로...

아무것도..

없다...;;;;

 

나의 짐은 10킬로그램이 넘는 40리터 배낭,

노트북과 각종 생활용품으로 5키로가 넘는 작은 배낭 하나.

그리고 캐리어와 캐리어에 거기에 붙어 꽤 큰 부피를 차지하는 침낭.....;;;

 

초반 길은 걸을만 했다.

그래도 도로 옆으로 인도가 있었 던 것!!!

 

 

 

그러다 시속 50이었던 길에 변화가 생겼다.

시속 80!!!!

그래 뭐 괜찮다. 차에 치이지만 않으면 살겠지....

 

 

 

 

네... 제가 깡시골을 언하긴 했지만

이렇게 숲만 가득한 걸 원했던 건 아니고요..;;;;

 

 

가도 가도 만날 수 있는건 나무와 새들뿐.. ㅠㅠㅠㅠㅠㅠㅠ

니들 여기서 인시아라비앤비는 얼마나 더 가야 나올지 혹시 아니?

 

 

그런데 갑자기 당황스러운 표지판들이 등장했다...

빨강.... 저거 이 앞으로 전진하지 말란 표시같은데...

 

 

그러더니 등장한 길이 좁아질거란 표시

 

 

 

 

헐?!?!?!?!?

인도!!! 끝났음!?!?!?!?!!?!?

차 다니는 도로 밖에 없어!?!?!?!?!!

사람은 날아가란 말인가/??!?!! ㅠㅠㅠㅠㅠ

구글 맵에선 아직 5분 넘게 걸어가라는데!?!?!?!?!

 

 

게다가 차도는 또 얼마나 좁던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를 앞지르기 위해선 모든 차들이 

나를 피해 반대차선을 넘어가야 했다 ㅠㅠㅠㅠㅠㅠㅠ

미안해요.

하지만 나도 미안하니까 그만 빵빵대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렇게 공포에 떨면서 가기를 5분여...;;;;;

 

 

 

우회전하고 만난  Insiara B&B로 가는 길!!!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지옥끝에 본 천국의 풍경이라 그럴까?!?!!?

이뻐!!!!!!!!!!!!!!!!!!!!

너무 이뻐!!!!!!!!!

 

목숨 걸고 왔지만 일단 이뻐!!!!!!!!!!!!!!

 

 

그리하여 들어온 비앤비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래!!!

내가 여섯살때부터 꿈꾸던 집이 이런거였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벽난로랑 큼직한 소파도 있어야 하고요

사시사철 꽃을 갈아 끼울 수 있는 정원도 있어야 하고요 ㅠㅠㅠㅠ

 

해나는 날

분위기 잡고 책읽으려면 유리창도 큼직해야하고요 ㅠㅠㅠ

 

일단 말을 잃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너무 좋아서 ㅠㅠㅠㅠㅠㅠㅠㅠ

 

밤하늘에 별을 보면서 잘 수 있는 비앤비지만

오늘내일 흐린 날씨란 걸 알기에 ㅠㅠㅠㅠㅠ

 

 

목욕하면서 별을 보라 이건가!?!?! ㅋㅋㅋ

 

 

 

다 좋은데 이 비앤비의 단점이라면 일단 예상과 달리 너무 깡시골이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열두가구 오십여명이 사는 마을이고 ㅠㅠㅠ 레스토랑도 없고 펍도 없고 슈퍼도 없다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점심 저녁 주문도 불가능하다고 한다.

나 내일 아침밥 먹고 나서부턴 뭘 먹지?라고 좌절하니까,

슈퍼까지 차타고 나가주겠다고 한 친절한 호스트 ㅠㅠㅠㅠㅠㅠㅠㅠ

그리하여 쟁여놓은 비상식량

일단 에일 위주로 골라본 맥주들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침 산책 때 봐도 이쁘고

나무 사이로 봐도 이쁜 B&B!!! ㅜㅜㅜㅜㅜㅜㅜ

 

방 안에 작은 룸이 따로 있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침식사를 위한 공간

 

 

 

서른다섯.

도전 해서 후회한 적은 거의 없었다.

조금만 용기를 낸다면, 모험은 계속될 수 있다.

 


50여일간 시달린 피로에도 불구하고

무엇과도 안바꿀 내가 만난 세상.

 

 

 

 

 

 

 

 

 

 

 

 

 

 

 

 

 

 

 

 

 

 



나는 정찰제를 사랑하게 됐다.

 

아프리카 56일 여행이 끝나가는 마당에 깨달은 점이라면 정찰제 강제성의 필요라고나 할까.
오천실링이면 갈 거리를 오만실링으로 불러놓고 삼만실링에서 쇼부보자는 택시기사들.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가는척 쇼하고 시스터시스터 소리 들으면서 팔 붙들리고 다시 흥정하고... 그 모든 과정이 지난하다. 지치고 피곤하다.

 

세렝게티 투어도 마찬가지였다.
너무 싼 회사는 국가 인증이 아닐 가능성이 있다는 말에 애초에 너무 싼걸 할 생각이 없었다.
700 USD에 신청하려고 했는데 호스텔 주인장이 600USD달러짜리를 신청해줬다.

여행책자에는 650에서 800정도가 정가라고 하는데
이거 괜찮을까?미심쩍었지만 그냥 넘어갔는데..;;;
투어 당일 우리 사파리 투어차 문을 열자마자 알았다.

 

내가 600달러짜리 비지떡을 샀다는 걸..;;;
안전벨트는 폼으로 달려 있고 시트는 다 뜯겨 있고 청소는 언제 했을까 싶은 정도의 차량.

우리 차는 첫날 두번이나!!
당당하게 시동을 꺼트리는 바람에 전원이 내려 차를 밀어야 했다.
뭐 괜찮다. 아직 세렝게티 들어가기 전이니까.
굶주린 맹수 앞에서 맨몸으로 차를 밀일만 없으면 돼지 뭐 안그래?

캠핑장도 충격이었는데.

나는 이미 오버랜드 트럭투어 20일을 하면서 15박을 캠핑장에서 잤지만
이건 또 신선한 경험이었다.
누구도 찾아오지 않은 것 같은 화장실과 샤워실 상태...;;;
샤워 하는데 물은 내려가지 않아서 발목까지 차오르고 ㅠㅠㅠㅠㅠㅠ

게다가 텐트 매트리스는 스폰지로 돼 있었는데 누르면 물이 나올만큼 젖어 있었다.
이 위에 침낭을 깔면 내 침낭이 다 젖고 그럼 내가 젖잖아 으응?

매트리스는 바닥에서 습기 찬기운 올라오지 말라고 까는거 아닌가!?!?!?
그나저나 왜왜왜왜 고무커버가 아닌 매트리스를 쓰는거지?!?!?!?

 

그래! 싼가격에 왔으니 할말이 없다 체념했다.
좀 안타까운건 이 투어에 동행하는 다섯명이 모두 다른 가격에 왔다는거다.
나는 600이었는데 중국친구 강시는 700, 인도계 미국인 패트릭은 750,
프랑스 이지도르는 600, 한국인 친구는 580...;;;;
이 비지떡을 비싼 값주고 온 패트릭과 강시... 쏘쏘리...ㅜㅜㅜㅜ 

사실 사파리에서 숙소가 중요한게 아니기 때문에 거기까진 참을 수 있었다.
문제는 본격적인 게임드라이브에 들어가면서부터였다.
사파리를 하러 출발하면, 우리차는 양보를 시작한다.
한마리라도 더 보려고 질주해야 정상인데 모든 차가 우리를 앞서 나간다.

앞선 차량 스무대가 내뿜는 먼지를 먹어가면서 나는 뭔가 허전함을 느꼈다.

그래 응당 있어야할 수신기가 우리 차에 없다..;;;
이 드넓은 벌판에서 어디에 표범이 있고 사자 프라이드가 있으며
사냥이 시작됐다는 정보를 주고 받는 수신기가 없다.
그러고 보니 어제 하루 종일 가이드가 무전기를 드는 걸 본적이 없..네...;;
오버랜드 트럭투어 트럭도 갖추고 있는 무전기가 없...네...

게다가 설명도 없다.
동물을 만나면 암컷 수컷 가족 구성은 어떻게 되고 끝.
그 뒤론 드넓은 풍경만 침묵으로 바라보는 게임드라이브!!

우리 차가 질주를 할 때는 오직 쉬러갈 때 뿐이다.
다른 차들은 한창 사파리 중인데
동물따위 필요 없다.
쉬겠다고 밥먹겠다고 캠핑장으로 전력질주하는 우리 차량..;;
출발은 거의 꼴찌.
쉬러갈 땐 1등.

 

그냥 다른 차들을 쫒아가기라도 했으면 좋겠는데
자꾸 남들 안가는 길로만 다닌다. 
(이제와 생각해 보면 길은 동물 많은 길이 아니라 캠핑장으로 가는 지름길이었는지

가다보면 꼴찌였던 우리 차량은 남보다 앞섰다..;;)

무전기가 없던 우리 차는 핸드폰 통화를 통해 첫날 간신히 사자를 만났다.

 
하지만 그날 저녁밥을 먹으면서 비교한 결과
그날 대다수의 차량은 치타 한마리를 가까이서 봤고
사자를 두번봤으며 표범을 봤다고 한다.
사파리 차량이 열다섯대 넘게 서 있었는데 너희차는 왜 못봤느냐는 말에 
차마 사자나 표범 대신 밥먹으러 1등으로 출발중이었거나
침묵으로 아프리카 풍경을 감상했다 말은 할 수 없었다...
 
둘째날엔 우리팀의 점심시간은 무려 두시간반이었다.
프랑스 요리를 먹는것도 아닌데. ㅠㅠ 
세렝게티 입장료를 치르러 가서는 카드로 입장료를 지불해야하는 이지도르는 진작 돌아왔는데 입장료를 낸 가이드가 두시간 가까이 실종됐다. 거기다 그렇게 긴 시간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세렝게티 입장할 때 요리사 입장료를 내지 않은걸 걸리는 바람에 (아마도 요리사 입장료는 띵길 생각이었던듯) 가이드가 요리사의 티켓을 사러 다시 나갔다. 여기서 20분을 더 소비 ㅠㅠㅠㅠㅠㅠㅠㅠ

 

캠핑장에서 사람들을 만나거나 밥을 먹으러 가서 대화를 할 때마다 다른 차량과의 차이가 현격하게 나기 시작했다. 운전 도중 들은 설명도 (우린 들은게 거의 없으므로) 너무 다르고..;;

게다가 내가 비지떡을 샀으니까란 체념도 먹히지 않기 시작했다.
600달러 미만으로 주고온 애들의 차에도 무전기 송수신기는 구비돼 있었다.

560달러 주고 온 애도 표범을 두번 식사중인 사자를 봤다고 한다.

우리팀은 슬슬 불만에 찼고, 궁금한걸 못참는 나는 가장 적극적으로 다른 차들이 오늘 뭐 했는질 물었다. 정보를 캘 수록 우리 일정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고 우리 팀의 문제에 대해서 볼멘소리를 낼 수 밖에 없었다.

 

-우린 무전기랑 라디오가 없어
-그게 진짜야? 아니 어떻게 세렝게티 투어 차량이 그러지? 그런차가 있어?
-우린 매일 꼴찌로 출발하고 일등으로 숙소에 돌아와
-그래 쉬러 와보면 넌 항상 있더라.
-사파리 때 우리 차 너무 느려
-어. 나 오늘 니네 차 기어가는거 봤다.

 

이 모든 빡침의 상황을 종합해서 불만을 쌓아가며 다른팀 팀원들과 대화를 하고 있는데 우리팀 프랑스 이지도르가 나에게 물었다.
신 무슨 일이니?

나는 이 모든 상황을 종합해서 이야기해주기 시작.

그런데 갑자기 가이드가 나타나더니 나를 끌고간다.
 
대체 너는 뭐가 불만이냐고 소리  지른다.
-동물을 보는 건 운에 따른거다. 이건 게임드라이브다.

나도 지지 않았다.
-운이라고 하기엔 이 투어 회사가 운을 잡기 위해서 준비한게 아무것도 없다.

가이드는 버럭 화를 내면서
-모든 사람들이 사자를 두번 봤는지 확인하란다.

-그걸 말하는게 아니다. 기본적이 노력을 안한다는 거다. 우린 매일 아무도 없는 캠핑사이트에 일등으로 도착하잖아.
라는 내 말에


-그건 얘네들이 5일짜리 사파리 투어를 왔기 때문이야. 라는 되도 않는 거짓말...;;

 

여기 죄다 3박4일짜리 투어거든요?

식당 사람들 죄 쳐다 보는데 막판엔 서로 소리지르면서 대화 결렬
대체 뭘 원해서 날 여기까지 끌고 왔냐고 물으니까
팀원들한테 자꾸 부정적인 이야기하지 말래...;;;
나는 결론 내릴 수 있었다.

우리가 조금 본게 맞구나. 와
더불어 이 가이드는 내일 받을 팁을 신경 쓰는 구나..;;;

 

그리고 넷째날.
가이드와 요리사에게 팁을 줘야하는 넷째날은
정말 토틀리 디피컬트 완전달라진 사파리를 할 수 있었다. 
이 모든 변화가 팁 주는 날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그만하자. 인간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릴까 두렵다.

 

여튼 너무 달라져 있었다.
지난 2박3일간 무전기 댓니 동물 위치 파악을 위해 꼴랑 핸드폰 전화 세통 한게 전부였는데
마지막날은 수도 없이 통화 시전.
동물 보면 설명도 엄청 길게 시작.

당한 일이 너무 분해서 팁을 줘야하나 말아야 하나 좀 고민하긴 했는데 임금이 너무 적은 나라인데다가 이 사람들은 거의 팁에 의존해서 산다고 하는데, 내가 팁을 안주면 임금 체불이잖아?

내키지는 않았지만 중국 기업들이 그렇게 노동착취를 한다는 아프리카 땅에서 안그래도 '치나치나(중국인중국인)'로 불리는 마당에 가난한 노동자 등쳐먹는 자본가진 외국인은 되지 않기 위해 눈물을 머금고 20달러를 냈다.

그래. 3박4일 시간을 보내며 치룬 노동의 대가는 필요하니까 ㅠㅠㅠㅠㅠ


회사명은 그린호라이즌 Green Horizon
가이드 이름은 애덤.
트립어드바이저에 평을 남기려고 했는데 등록이 안돼 있다.
혹시나 가신다면 기억해두셨다가 무전기 수신기 여부가 있는지를 확인하시길...;;;
설마 무전기 수신기가 없을거라곤 생각하기 어려운데다가
에이전시에 물으면 없어도 있다고 대답하기 때문에
아예 저 회사를 선택하지 않는게 낫다고 본다. 


여튼 그리하여 나는 정찰제를 사랑하게 되었다.
말도 안되는 가격을 깎고 또 깎고 실랑이를 하고 목소리를 높이고 
당연히 있어야 할 것이 있는지 없는지를 살펴야'만' 하고
말로 물어보면 안되고 눈으로 확인하고
확인하고 난 다음 당일에 다시 확인하고....

현지인들의 '노 프러블럼, 에브리씽 오케이'란 말은
사람을 얼마나 불안에 빠지게 하는가 ㅠㅠ
'하쿠나 마타타(걱정마)' 란 인사는 얼마나 걱정에 휩싸이게 하는가

이 모든 것이 사람을 피로하게 만든다.
근사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눈에 담았지만
그러기 위해 들이는 수고가 너무 많다.

더불어, 이번 생엔 이보다 더 하다는 인도엔 가지 않는 걸로..;;;

 

추신: 이번 투어에서 만난 광저우 출신 중국인 아저씨를 통해 중국인의 저력(지독함)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이 투어를 500달러에 왔다고 하는데 국립공원 입장료를 생각한다면 대체 이게 어떻게 가능한 금액인지 모르겠다.
게다가 분명 900달러부터 불렀을거 같은데 어떻게 500을 만들었지?
자기는 200생각한다고 했나?!?!!?!?!?

 



엊그제는 그동안 벼르고 별렀던 다이빙을 했다.
내가 온 뒤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고 바람이 드세더니,
생리가 끝나서 다이빙을 하려고 했던 날부터 삼일가까이
다이빙 보트가 뜨질 않았다.

 

첫번째 펀다이빙을 하러 갈때까진 좋았는데
다이빙을 하고 나오니
몸을 조이는 다이빙 수트가 갑갑하게 느껴졌고
배는 흔들리고 파도는 치고... 확실히 멀미가 오고 있단 느낌이 들었다.

 

멀미가 하도 심하길래
두번째 다이빙은 과연 들어갈 수 있을까 싶었는데
입수 하고 난 다음엔 별 문제 없었다.
다행히 다이빙 끝나고 돌아오는 거리도 짧아서

그 뒤로는 멀미의 영향을 받진 않았다.

 

다만 집에 와서 심각한 근육통이 생겼고
머리가 아프고 배가 아픈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더니 심지어 어제는 해변에 나갔다가
거의 쇼크 상태로 말그대로 눈 앞이 캄캄해서 걸을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여기서 쓰러지면 말그대로 객사다. 란 생각으로
정신줄 놓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다이빙 사무실까지 걸어(거의 기어)갔다.

간신히 도착해서 나 헤드에이크도 있고 스토믹에이크도 있고 머슬도 아파.
라고 말했는데
아마도 수분 부족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하루 3리터의 물을 마셔주라고..;;;;

그래 생각해 보니 지난주 주말부터 물마시는 양을 많이 줄이긴 했었다.
내가 생각해도 잠수병, 감압병은 아닌거 같았지만
가끔씩 머리가 찌르는 듯 아파서
어제 하루는 내리 쉬기로 하고 돌아왔다.

 

낮잠을 자고 일어나고
온몸에 느껴지는 근육통이랑 두통을 느끼며 다시 드러눕고.
바람이 불어서 시원한건 좋으나
이틀만 지나도 내방 하얀 모기장이 쌔까맣게 변할 정도로
모래바람이 부는건 문제다.

 

몸도 좋지 않은데 물한병에 3000실링
(그렇다 동네 슈퍼에서는 1000실링이다.)
이나 받아 먹는 바람에
말도 안되게 바가지를 씌우는 옆 하우스 매점 주인에 대한
증오를 숨기지 못하고 한국말로 중얼중얼 욕을 했다.

말이 안되는 걸 아는데,
그걸 일일이 따진다고 봐줄것 같지도 않고
그냥 피부색 다른 내가 봉이지 싶어서
상한 기분을 안고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왔다.

 

소가 울고 닭이 울고
아이들이 5미터는 넘음직한 야자나무에 매달려 열매를 따고.
지나가는 길목마다 삐끼가 건네는 잠보 하와유 란 인사를
하루에 백번씩은 듣는 동네.

이곳에 있으니까 모든게 아득하게 느껴진다.

 

특히 말타링구아 기숙사에서 보냈던 시간들이.
몰타 최고의 버거집을 발견했다며 케빈을 따라 저녁 먹으러 나갔던 길이라든가,
안토니아의 권유로 난생 처음 살사를 배우러 후에고로 가던 밤.
5리터 물이 남았나 안남았나를 확인하며
엘리사랑 장을 보러 지나갔던 지름길이나
우리집에 놀러오며 주전부리를 사오던 수카이나...
이탈리아 요리를 해주던 쏘냐와 사브리나...

 

사람들로 기억되는 시간이겠지만
그 시간이 그립지 사람을 다시 만나겠다는 생각은 좀처럼 들지 않는다.
아마도 몇번의 여행으로 굳은 살이 박힌 체념때문이겠지.
사람은 그리워해도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서른다섯 먹은 나는 너무 잘 알고 있으니까.

 

몰타에 있을 때는 예감할 수 있었는데,

몰타를 그리워하게 될 걸 말이다.

11일이나 무념무상. 인도양을 바라보고 넋 놓고 지내는

이곳을 다시 그리워 하게 될까?

아직 확신하진 못하겠다.

 

-2016년 1월 27일의 일기

 

 

 

 

 

 

 

 

 

 

 



능귀의 일과

말라리아 약 부작용으로 아침 다섯시 여섯시쯤 눈이 떠진다.

깜깜할 때 밖에 나가는 건 부담스러워서 동이 틀 때까지 침대에서 기다린다.

 

동이 트고 난 뒤, 성큼 멀어진 바다를 향해 옷을 대충 차려 입고 아침 산책을 나간다.
이 시간이 유일하게 삐끼가 없는 해변이다.

드디어 나는 고요하게 아침 바다를 만날 수 있다.

산책 후에는 잠시 방안에 앉아 있다가
아침 식사를 하러 나간다.


내가 묻는 게스트하우스(마그하리비 하우스)는 아침이 정말 끝내주게 잘나오는데,
빵이나 난은 그저 그렇지만 정말 한접시 가득 열대과일이 담아져서 나온다.
과일을 먹고 있노라면 동네 닭들 소들이 지나다니는 걸 볼 수 있는데
길 잃은 닭들은 가끔 우리 게스트 하우스까지 몸소 친히 방문하셔서
아침 인사를 건네곤 한다.
여튼 과일만 먹어도 배가 꽉차서,
바나나는 저녁에 배고플 때 먹으려고 남겨뒀다 들고 들어온다.

 

아침을 먹고 난 뒤엔 잠시갖는 휴식시간....
친구가 보내준 소설 파일을 읽거나,
가져온 몇 권 안되는 책을 다시 반복해서 읽거나
중간중간 아침에는 연결상태가 늘 불안정한 숙소 와이파이로
인터넷을 시도해 본다.

 

열두시에서 한시 사이 능귀비치로 걸어나간다.
숙소가 싼 가격인 대신 능귀비치까지는 거리가 있는데
해변을 따라걸으면 20분에서 40분.
불편하단 생각은 안든다.
이마저도 걷지 않았다면
과연 난 뭘 하며 보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두시에서 세시 사이엔 늦은 점심을 먹는다.
대단한 요리를 바라는 건 아니기 때문에 대체로 만족스럽다.
해산물 피자, 해산물 샐러드 해산물 스파게티..
그리고 가끔 치킨이나 소고기 요리를 주문할 때도 있다.
 
배를 채운 뒤엔 다시 해변으로 나간다.
이번주의 능귀 비치는 파도가 센 편이라서
멀리가지 수영하는건 힘들고 날아오는 파도에 몸을 싣고
둥실 둥실 떠내려 가다 다시 해변으로 걸어가는 일의 반복이다.
몸을 말리고,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듣다가
다시 20분에서 40분 해변을 따라 걸어 들어온다.

샤워를 하고 소금기를 씻어내고 빨래를 말리고
가져온 영화를 켠다.

 

능귀는 안전한 편이라곤 하지만
그래도 밤에 혼자 돌아다니지 않는게 좋겠단 충고를 들었다.

저녁엔 잠시 나가서 밤바다가 저만치 멀어져 가는 소리를 듣는다.

이곳에서 하늘에 닿을듯 거대하게 자란 야자나무 잎이 바람에 스치는 소리가
비가 떨어지는 소리와 비슷하단 걸 알게 됐다.

 

컴퓨터에 다운받아온 드라마들을 쏠쏠하게 보고 있다.
오피스는 시즌 2까지 밖에 받아오지 않은 걸 후회하고 있고,
프렌즈는 언제 다시봐도 명작이다.
마지막 시즌 마지막 두 편은 여기 있을 때 끝내 보지 않으려고 한다.

몰타에서부터 트럭킹.

이제 나는 헤어지는 것에 이력이 나 있기 때문에...

 

특별히 할 일이 없기 때문에 나무 위키에서 이것저것 항목을 찾아보고 있다.
사자, 코끼리, 얼룩말, 하이에나, 돌고래, 범고래 ...
동물에 관한 정보는 알면 알 수록 놀라운 일 투성이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아프리카 현대사도 뒤져보고 있는데
암담한 현실에 자꾸 눈을 감아버리고 싶어진다.

트럭투어나 몰타에서 있었던 일이 아득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이곳에서의 일상이 비현실로 느껴지기도 한다.
한국에서의 일들은 더더욱 비현실로 느껴진다.

 

밤이 되면 기도를 시작한다.

며칠전부터 나에겐 정말 커다란 기도 제목이 생겼는데

나의 소중한 친구와의 시간이 영영 가버릴지 모른다는 걱정에

어찌해야할지 모르겠다.

 

여튼 이곳에서의 11일.
잡다한 생각을 버리고
기도하는 마음만 가지고 살아가기로 한다.


지옥의 보트

 

보트를 타고 나가서 스노우클링을 하고 돌아오는데 단돈 20달러.
점심도 준단다.

비비큐 라고 하지만 나는 잔지바르에서의 비비큐는 생선이란걸 알고 있찌

 

여튼 숙소도 마음에 들었겠다, 

(마그하리비 하우스 Magharibi House인데

북킹닷컴에서 2박 예약하고 넘어와서

나 오래 있을거다 하루에 5만실링으로 해달라고 요구 해서

10박에 50만 실링으로 쇼부 봤다.

나는 주인 아저씨가 워낙 친철하고 새로 지은 하우스도

바로 해변 앞에 있는데다가 해변이 보이는 방으로 잡아줬기 때문에

더 깎을 생각은 안했다.

이정도 방이면 25달러는 넘겨야 하지 않나 생각했음.)

여튼 앞으로 11일을 능귀에서 보내기로 마음 먹은터라
생리가 끝나자마자 스노쿨을 신청했다.

그 보트에서 어떤 일을 만날지 전혀 예상하지도 못한 채...


한국 블로그나 소감 후기 같은거 읽어보니까 멀미로 고생한 사람들이 많았다.
심지어 스쿠버 다이빙을 하러 간 보트 안에서도
토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그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내가 바보였다.
물론 배멀미 비행기멀미 차멀미 따위 하지 않는 나니까.

설마 무슨일 있겠어? 란 생각이 전부였다.


물론! 나는 괜찮았다.

근데 보트를 타고 두시간 넘게 달리는 와중에
멀미를 하지 않은 건 보트 승선 인원 스물한명 중에
세 명(나 포함)이 유일...

 

잘게 부서지는 포말 잔 파도 거대한 파도 집채만한 파도 사이를 다니는
보트는 그야말로 놀이동산 후름라이드가 따로 없었는데
문제는 멀미가 아니었다.

 

더럽다는게 가장 큰 문제...;;;; ㅠㅠㅠㅠ

돌아가면서 자판기 버튼 누르면 음료수나 과자가 나오는 것 처럼
누군가 이번엔 너다. 니가 토할 차례야! 라고 스위치 누른 듯

돌아가면서 배 바깥으로 머리를 내밀고
토하기 시작...;;;

애기 둘과 함께 온 젊은 부부도 있었는데
갓난 애기가 토하고 난 다음, 애기 아빠가 토하기 시작...
갓난 애기의 누나로 보이는 누나도 토하기 시작..;;;

좀 있다가 엄마도 토하기 시작...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나는 지붕에 호기롭게 앉아 있다가
토하기를 시작한 20대 젊은 청년의 토사물이
공중에 분사되는 장면까지 보고 말았다.
몇 방울은 내 가방에 묻기까지....;;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푸른 바다 사이로 돌고래도 봤으나,
그 돌고래를 보고 좋아하는 사람은 보트에서 내가 유일..;;;
다들 토하고 정신줄 놓느라 바깥 경치를 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여튼 나는 더러운거 빼고 무사했으나,
열 여덟명 중엔 스노쿨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사람들까지 속출...;;;

문제는 두시간 스노클을 즐기고 난 다음
'다시. 돌아가야만 한다'는데 있었다.

그 분들에겐 이 무슨 여섯시간짜리 생지옥이란 말인가...;;;

 

거기다 보트는 과연 살아서 돌아갈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게 하는 했다.
중간 중간 갑판을 열더니 배에 찬 물을 사람이 손으로 퍼서 날라..;;;;
야... 이 보트 물이 새는거 아니니?
라고 물었지만 괜찮대..;;
죽고 난 다음엔 괜찮지 않을텐데 말이다..;;

그래서 보트타는 내내 나는 해안까지 수영해서 갈 수 있는거리인가
아닌가를 계속 가늠해 볼 수 밖에 없었다.


여튼 아프리카 여행 근 40일째.
비싼 리조트 비치가 즐비한 잔지바르 능귀 해변에 있지만
나는 여전히 더럽고 못생겼다.   

 

 

 

 

 

식사를 공유해야하는 그 분들*에 관하여


탄자니아에서 대단한 식사를 하는 건 아니지만,
능귀에는 현지인 로컬식당이 전혀 보이지 않고 ㅠㅠㅠ
(아마 내가 해변에 있기 때문인듯)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리조트 레스토랑을 이용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만원에서 이만원 사이면 그래도 한끼 식사를 해치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데
문제는 이 식사를 그분들과 공유해야한다는 점이다.

아침 호스텔에서 한가득 차려진 과일이 날라져 오면
그분들이 나타난다!!! ㅠㅠㅠㅠㅠㅠㅠ


내가 먹고 난 뒤에 건드리는 건 참을 수 있지만
과일을 공유하는 건 상당히 어려운 문제인데
문제는 이것들이 과일에 달라붙어 먹다가

과일 위에 달라붙어 날아가지 못한다는데 있다.

 

식당에서 망고주스를 시켰을 때도 유사한 문제가 발생한다.

잠시 한눈을 팔다가 파리떼를 내쫒는걸 게을리 하면
어느새 망고주스에 빠져서 파닥대는 파리를 만날 수 있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건져내는 일도 쉽지 않고

건져 낸 다음 마시는 것도 쉽지 않다.

내가 다 마시고 난 다음에 빠져 죽든 헤엄을 치든 해수욕을 하든

상관 없지만 제발 몇모금 마시지 않았는데 빠지진 않았음 좋겠다.

 

 

 


 

케이스와 헤르트

지팡이를 쥔 채 잔뜩 찌푸린 얼굴. 

백발이 성성한데도 한참을 올려다 봐야 하는 큰 키의 

네덜란드 할아버지.

처음 케이스를 보았을 땐 조금 괴팍한 인상의 얼굴만 남아 있었다.
왠지 무섭기도 하고,
친해질 수 있을까 싶기도 했는데
케이스와 본격적으로 말을 트기 시작한건
언덕을 내려갈 때 내가 팔을 빌려주면서 부터다.


그리고 그날 우린 같은 식사준비설거지팩킹조 지브라 인걸 확인했고
그 덕에 함께 설거지를 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처음 케이스는 헤르트에 관해
39년이나 된 오랜 친구 사이 라고 소개했는데
둘이 함께 집이 몇채 있다는 말에 '으응..??'하고 뭔가 드는 생각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헤르트의 다리엔 한자로 男男 문신이 있었다.

아 그렇구나...

재밌는건 일본 남자애들이었는데,

이들은 1주일만 트럭투어를 하고 돌아갔는데
마지막까지 이들이 커플 파트너 사이란걸 몰랐던거 같다.
마지막날 식사할때까지

-결혼은 안했냐? 아이는 없느냐?

-우리도 당신들 처럼 39년 우정을 잘 간직하고 

39년 뒤에 아프리카에 또 같이 오기로 약속했다.

 

등등의 말을 이 커플에게 던진 걸 보면 말이다.

 

케이스 나이가 우리 아빠와 똑같다는 말을 했더니,
그럼 자신의 딸을 하라고 했다.

그 말에 난 참 슬펐는데.. ㅠㅠㅠㅠㅠ
케이스는 농담이었겠지만,

나는 진심이었기 때문에....
이딴 나라 국적포기 원사우전드타임즈도 할 수 있다.
퓨퓨퓨퓨퓨퓨퓨퓨퓨ㅠㅠㅠㅠㅠㅠ

(엄마아빠 미안ㅠㅠㅠㅠㅠㅠ ㅋㅋㅋ)

 

케이스는 무대 설치 기사였고,
헤르트는 컨템포러리 아트 뮤지션들을 경영하고 관리하는 사람이었다가

둘다 은퇴한 모양이다.
현재 헤르트는 남아공 아티스트를 발굴하는 일을 하느라고

남아공에 오고가다가 이곳에 집을 한 채 마련했다고 한다.
케이스는 늘 말끝마다 돈은 헤르트가 쥐고 있지 라며 껄껄 웃곤 했다.

2015년 마지막날도 캠핑장 바에서 헤르트와 케이스와 수다를 떨었는데
얼마전 헤르트 마저 은퇴했고 연금도 있긴 하지만 

생활비의 상당부분을 집을 사고 되팔면서 남는 이득으로 생활할 계획인 것 같았다.

아무도 안사는 빈집을 사서 말끔하게 개조하고
(케이스는 무대 설치 기술자였으니까 가능한듯)
헤르트가 고른 물건들로 인테리어를 깔끔하게 해서
몇개월 혹은 몇년 사용하다가 팔 예정인 것 같았는데..;;;

 

"그런데 큰 문제가 생겼어"

 

헤르트가 심각하게 말한다.

 

"우린 이번에 프랑스 집을 팔아야만 하거든.
헤르트도 은퇴를 했으니까 수입도 예전같지 않고..."

 

케이스도 심각한 얼굴이다.

 

이 계획의 가장 큰 문제는
고쳐 놓은 집이 팔기엔 너무너무너무너무 마음에 든다는 것
자기 취향대로 꾸며놨을 테니 당연하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러면서 이번에 꾸며 놓은 남아공 집을 보여주는데 아오 ㅠㅠㅠㅠㅠㅠㅠ
나같아도 못판다.
너무 이뻐! 너무 잘꾸몄어!!! 모던하면서도 심플한게 너무 괜찮아!!!
나도 이들의 심정을 알것만 같았다.
그래 내가 예뻐서 사고 내 취향대로 꾸민걸 누굴 준단 말인가...;;;;

누구에게 팔 수 있단 말인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케이스는 호방하니 농담의 천재였다. 

"그거 아나? 내가 헤르트보다 키가 큰데,
헤르트는 나보다 다리가 짧지 허리가 한참 아래 있다고. 아하하하
나는 다리가 길어서 의자 공간이 언제나 부족한데 헤르트는 넘쳐. 아하하하하"

"한 번은 헤트르가 다시 담배 피우는 걸 알았는데
그때 내가 스파게티 요리 중이었어.
공중으로 스파게티 한냄비를 던져버렸지. 아하하하"
"밀가루 얼룩을 지우는데 1주일이 넘게 걸렸어"

 

케이스는 내가 옆에 앉기만 하면 언제나 재밌는 얘기를 해서
빵빵 웃음 터지게 해줬다.
나는 심심할 때마다 케이스 근처에 가서 수다를 떨곤 했는데

 

한번은 맥주를 사주길래 '왜 니가 사?'라는 말을 했다가
헤르트에게 '남자가 술을 사는데 거절하다니 끔찍한 아가씨군.'이란 핀잔을 사야했다.
네덜란드 더치문화 엄청 신경써서 괜찮다는 사양의 말이었는데
그 두 사람한테 상처를 준 모양이다.

 

아이패드로 사는 집도 구경하고 별장 사진이며 염소들 검정 강아지 이야기도 하고
보트 사진도 보여주면서 네덜란드 놀러오면 태워준다는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내가 가고싶지 않아서 안가는게 아니라 솅겐 협정 때문에 몰타에서 한국 간 뒤로

3개월간 유럽에 갈 수 없는데다가

그 전에 돈이 없어 갈 수 없는 이 절박한 심정을
그들이 알아줬음 싶다 정녕!!!

 

 

그들에게 한국사회에 대한 불만이 많고, 결혼은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머니가 된다는 건 굉장한 일이며 한번쯤 경험하고 싶은데
내 아이가 한국 사회에서 행복할 수 있을지 확신을 갖기 어렵다고 했더니

 

"뭐 너무 걱정하지마 요즘엔 시험관 아기도 있고"
"음... 우리 이웃집에 정말 뷰우티풀한 청년이 있는데 말이지"

 

헐.. 무려, 정자 중매에 들어간다..;;;;;

 

"도서관 사서야. 인텔리틱 하고 아주 예의바른 청년이지."
"네가 우리 집에 오면 소개시켜줄게"

 

나는 괜찮다며 관심 없는 척 손사레를 치다가
끝내 한마디를 물었다.

 

"그분... 키는 큰가요?"


 

 

 


욜란다와 파스칼

욜란다와 파스칼은 일찍부터 트럭 앞자리에 앉았던데다가
딱히 대화를 나눌 기회가 없어서

초반에는 거의 대화가 없었다.
욜란다와 파스칼과 친해진 것은 소수스 블레 사막에서부터 였다.

사진 찍겠다고 죽은 나무에 올라갔다가

손바닥 한가득 나무 가시가 박혀서 좀처럼 빠지질 않았다.
트럭으로 돌아와 핀셋이랑 옷핀으로 하나하나 벌려가면서 가시를 뽑는데
욜란다가 일일이 옆에서 지켜봐주며 약까지 발라줬다.

나 진짜 대 감동 ㅠㅠㅠㅠㅠㅠㅠ

 

-둘은 어떻게 만났어?

 

커플끼리 온 친구들에게 의레 하는 질문에 파스칼이 슬픈 표정을 짓는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땐 욜란다가 무려 10번이나 내 데이트신청을 거절했어

-뭐? 10번이나?

 

물론 욜란다는 지금도 가슴 빵빵 미녀지만

파스칼 너도 못나진 않았는데...;;;


-근데 계속 물어봤던거야?

-파스칼은 내 친구의 친구였는데 내 친구들이 파스칼을 좋아하지 않았어.
결국 열번째에 내가 오케이를 했고  영화를 보러갔고 우린 사귀기로 했지.

나는 이 얘기가 스무살을 훨씬 넘었을 때의 일인줄 알았다.

 

-17살 때 일자리를 얻으면서 난 파스칼과 살겠다고

가족으로부터 독립을 했고 그때부터 21년간 같이 살고 있지.

 

나는 여기서 일자리를 얻으면 바로 독립하는 네덜란드 고딩문화와
더불어 파스칼의 집요함을 배울 수 있었다. ㅋㅋ

 

욜란다와 파스칼은 지독한 헤비스모커 였는데,
다행히 나는 담배를 싫어하지 않아서 쉬는 시간마다 그들 옆에서 수다를 떨었다.

그리고 막판 스웨덴 젼(JD)가 앞자리를 비우면서

그들과 마주보는 냉장고 좌석 옆을 차지할 수 있었다.

이때도 파스칼의 도움을 받았는데 파스칼이 아침 일찍 자기 침낭을 젼의 자리에

놔두어서 내 자리를 맡아줬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흑흑

 

정말 신기한게 그들은 물을 거의 마시지 않고
쥬스 환타 콜라로 부족한 수분을 보충했는데
어떻게 전혀 살이 찌지 않았는지 의문이다 의문이야 ㅠㅠㅠㅠㅠㅠ

 

 


폴 앤 팸
요즘 힙하다는 모자를 (챙을 접지 않은 채) 쓰고
아프리카 라고 써 있는 티셔츠를 줄창 입어대는 폴은
63세 할아아버지 였다.

작은 동물 귀여운 집이나 꼬마를 볼 때마다
"러블리~!!"라는 찬사를 입버릇 처럼 말하는 팸은 61세 할머니.

영국 동쪽에 살고 있는 이 부부는 팸이 19살 때 펍에서 만나 결혼을 했다고.

 

하루에 한번 텐트를 펴고 접는 일이 정말 큰 일이었는데
팸은 폴이 텐트 치는데 고생을 하건 말건
늘 유유히 자리를 떠났다. ㅋㅋㅋㅋㅋㅋ

그럼 둘이서 접어야하는 텐트를 혼자 정리하는건 언제나 폴 몫 ㅋㅋㅋ
서양엔 레이디 퍼스트가 있는지 몰라도
동양에는 노인경로 사상이 있어서
나도 모르게 우리 아버지뻘 되는 폴을 외면하기 어려웠고
몇번 텐트 접는 것을 도와주었다.

 

그 뒤로 내가 무슨 일을 할때마다 폴은 늘 내 옆으로 달려와
짐을 들어준다던가, 손수 물건을 날라주곤 했다.

 

"신 너는 팸 다음으로 내 두번째 레이디니까"

 

그 말이 참 기뻤다.

 

둘 사이엔 아들이 하나 있는데 얼마전 남아공에서 손자를 하나 봤다고...

 

-아들은 언제 결혼했나요?
-모른다!

-그냥 손자가 나와 있었어.

 

라는 시크한 대답에 다시 한 번 빵.
여기서 나는 또 한번 결혼을 하고도
부모에게 결혼 소식을 알리지 않는 영국 문화를 배울 수 있었다.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고???"

 

남미며 북아프리카며 세계 곳곳 여행을 안해본 곳이 없는

젼이 나를 아주 의아하게 봤을 때
나는 나의 계획이 왜 의아한지에 대해서 의심을 했었어야 했다.

 

여튼 아프리카는 백팩킹으로는 쉽지 않은 곳임이 분명하다.
(백팩킹이 아니더라도 쉽지 않은 여행지지만...)

 

다시 배낭을 싸면서 하나의 바람 중에 하나는

남미 여행을 당시, 버스를 이동할때마다 만나는 거대한 백팩커스의 무리를
이곳에서도 만날 수 있을거였는데...


그건 정말 나의 오산이었다.

남아공의 경우 케이프타운을 제외하면 안전한 장소가 거의 없다.
포트엘리자베스나 희망봉같은델 가려면 투어를 이용하던지,
차를 대절해야하니까 이것도 쉽지 않은 (비용+)일정이다.

 

그래서 트럭투어를 마치고 본격적인 개별 여행을 시작하면서야
나는 왜 다들 트럭투어를 이용하는지 알게 됐다.

 

덜 더럽고 덜 위험하려면 돈 밖에 방법이 없는 곳이다.

(트럭투어 역시 더럽게 지내지만 비교적 위험하진 않으니까

물론, 트럭투어 트럭이 털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ㅜㅜㅜㅜㅜ)

 

그리하여, 남미를 잘도 40시간 50시간 버스 타고 다니는

북미와 유럽 이십대 애들도

이곳에서는 죄다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거나

짧게 왔다 몇군데 포인트만 찍고 돌아가는 일정을 잡는다.

그래 유럽이랑 여긴 가까운 축이지 ㅠㅠㅠㅠㅠㅠㅠㅠ

또 오면 된다 이거냐?!?!?!?!

 

 

***
본래는 잠비아 루사카에서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까지

30시간 버스를 타고 갈 계획이었다.

이미 남미에서 40시간 가까운 버스를 두어번 타봤고
그때마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놀라운 장관,

버스에서 자리 짝으로 만나는 친구들도 사귀고 수다도 떨 수 있었기에

30시간 버스는 별 부담 없는 선택지였다. 

그런데 루사카로 떠나기 전 리빙스턴에서 찾아본

루사카-다르에스살람 버스 생생 후기는 처참했다.

30시간 버스가 54시간 (타자라 열차 수준)이 되기 쉽고,
무엇보다도 바퀴벌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렇게 바퀴벌레 빈대가 출몰하며, 버스 이용 후 호텔에 가서 짐을 풀면
자신의 가방 안에서도 버스에 동행했던

바퀴들을 십여마리 다시 만날 수 있을거라는

무시무시무시한 정보 흑흑흑흑...ㅠㅠㅠㅠ
버스 30시간 (아마도 50시간을 넘기겠지 흑흑) 더러운건 참을 수 있는데

그 이 후에도 '더러울'거란 예고는 나의 전의를 상실케 했다.
고민하는 나를 두고 마침 루사카 백팩커스에서 만난 한국인 커플이 나에게 권했다.

비행기 타세요. 그 수 밖에 없어요.

그리하여 나는 30만원돈 비행기 티켓을 결재하고 말았다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 돈이면 여기서 잔지바르에서 다이빙을 4-6번을 할 수 있는 돈인데 흑흑흑

 (그리고 이제사 하는 말인데 비행기도 결코 쾌적한 환경은 아니었다..;;;;

사람들이 버스 타고 내리듯이 중간중간 타고 내리고

좌석 가죽은 지저분하기 이를데 없는데다가 ㅠㅠㅠㅠㅠㅠㅠㅠ

머리를 대는 부분의 부직포는 어찌나 보풀이 일었는지 ㅠㅠㅠㅠ) 

 


***
잠비아까지는 별 문제 없이 이동할 수 있었다.

강도택시 (택시기사와 강도가 한패가 되서 낯선곳으로 끌고 가서

다 털어가는 수법)를 걱정한 터라,
잠비아 인터시티 버스 정류장에 그렇게 삐끼들이 많았는데

그 모든 삐끼들을 물리치고 택시정류장까지 가서 내가 직접 골랐다.
(내가 고르면 아무래도 확률상으로 강도택시를 만날 가능성이 낮지 않을까 싶어서)

 

여튼 그렇게 알게 된 택시 기사 덕분에 숙소까지 한번
숙소에서 공항까지 한 번

총 두 번을 무리 없이 이동할 수 있었고

아저씨 마음씨가 좋은지 돈도 여행책자보다 덜 받는 행운도 만나고.

(물론 택시가 중간에 고장날까봐 걱정은 됐다.

막 길한복판에 차를 세운다음에 헤드라이트를 손으로 고정시키고

테이프로 붙이는 장면을 목격 ㅠㅠㅠㅠㅠㅠ

공항까지 무사히 갈 수 있을까 쫄아있던 상황)

 


***
문제는 다르에스 살람이었다.

탄자니아 오기 전에 만난 한국인들에게 들은 정보로는

바자지 (3륜오토바이)는 한시간을 달려도

10000실링 이상 받지않는다고 한다.

공항 근처에서 잡아탄 바자지는 20000실링을 불렀다.

너무 비싸다 한마디 하니 옆에서 현지인들 열댓명이 끼어든다.

그 정도면 적당하다 여기서 시내는 진짜 멀다고 한마디씩 거든다.

2만실링을 내고 바자지를 탔다.

(택시도 그 돈 정도면 가는 비용이다.)

안그래도 바가지 쓰는게 분명한 상황인데 내릴때 돈을 더달라고 한다.
ㅠㅠㅠㅠㅠㅠ


좀 먼 곳까지 핸드폰을 고쳐야 하니 쇼퍼스를 가기 위해 

바자지를 타겠다고 했다.

호텔에서 불러줬으니 믿을만 하겠지 싶었는데

왠걸 3만실링을 부른다.
갈때 만실링 올때 만실링 기다리는 비용 만실링이라고.

안타겠다고 하니까 호텔직원 몇명이 나와서
왜 그러냐며 이 정도가 정상이라고 다들 거든다.
이 가격이면 한국 택시보다 더 비싼데

택시보다 위험한 바자지다... ㅠㅠㅠㅠㅠㅠㅠㅠ

눈물을 머금고 바자지를 탔다.

돌아오는 길에 바자지 기사가 또 말을 바꾼다. 돈을 더줘야겠다고.

나는 슬슬 남아공에서 흑인 아저씨랑 삿대질을 하며 싸움을 했다던

내 친구가 이해가 가기 시작한다.

 

한국인 위주로 바가지 안씌우고 친절하게 영업하는

택시를 소개 받았다.
내일 먼거리를 이동하길래

호텔 직원에게 팁을 주고 전화를 걸어달라고 했다.
내일 약속 시간이랑 호텔이름까지 통화 한다음
호텔 직원한테 여기 위치 좀 설명해 달라니까
갑자기 전화를 끊는다.

택시 기사가 안온다고 했단다.
근데 이상하다.

호텔직원은 택시기사랑 말을 거의 주고 받지 않은 채로  전화를 끊었다.
너 방금 그냥 대충 설명하더니 기사말은 듣지도 않고 전화를 끊었잖아..;;
호텔 직원의 핸드폰이 울린다.

아무래도 방금 통화했던 택시 기사 같은데 울리는 전화를 안받는다.
그러더니 자기가 택시 기사를 소개해주겠단다.

이 거리는 얼마 나오냐 물었다. 15000실링이면 간다고 한다.
자기가 아는 기사랑 통화 한 뒤 호텔 직원이 말을 바꾼다.

25000실링에서 30000실링이라고

(호텔은 콘웨이 호텔이다.

혹시나 다르에스살람에서 콘웨이 호텔 이용하시는 분들은

택시비가 더 나올 수 있으니 유념하시라 ㅠㅠㅠㅠㅠㅠㅠ)

 

그냥 사람 거짓말에 질리고 질렸다.
택시 기사만 거짓말 하면 괜찮은데,

문제는 옆에서 그게 맞다고 맞장구 치는 현지인들이다.
나를 너무 돈쓰는 외국인으로만 보고

사람 취급을 안해주니까 진이 빠진다.


다르에스 살람 두번째 날은 바자지 기사들이

또 너무 말도 안되는 돈을 마구불러대서
시내 중심까지 한시간을 걸어갔는데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내가 그 길에서 아무 일도 안당한게 기적같은 일이라고 ㅠㅠㅠㅠㅠ

(일례로 얼마전 한국인 한 명이 총을 몇방 맞았는데 사람들이 막 달려오더란다.
아 살았다 나를 구해주려나 보다 라고 했는데
자신이 피흘리고 있는데 옆에서 손에 찬 시계며 지갑이며 벨트 구두를 훔쳐갔다고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강도 안당하려고 택시를 탈 수 밖에 없는데
택시 기사들이 날강도가 되어 나의 돈을 뜯어먹고 ㅠㅠㅠㅠㅠㅠ...
분통은 터지는데 받아들이는 수 밖에 없다.

나 이렇게 체념을 배워가나보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남미랑 자꾸 비교할 수 밖에 없는데,
성희롱도 비스무레한 말들을 하는것 같아서 슬슬 빡이치는 상황.
남미는 돌아다닐 때

'아가씨 아가씨. 너 예쁘다. 하얗다. 귀엽다.'

이러고 내가 빵하고 터지면
윙크를 날리면서 끝이나기 마련이었다.

근데 여긴
'치나치나 (중국인중국인)!! 라고 외친 다음

자기들끼리 뭐라고 대화 주고받고 웃는데

뭐랄까 스와힐리어를 아는건 아니지만

이게 기분이 좋은 내용은 아니란걸 느낌적으로 알겠다.
성별 비중도 중요하다.

남미에서 돌아다닐 땐
현지 여자들도 호감을 갖고 이것저것 물어보고

대화도 주고 받는 경우가 많았는데
여긴 말을 걸면 100% 남자.

여자랑 말을 해본건 호텔직원 리셉션 스텝이 전부임 ㅠㅠㅠㅠ

 

빅폴에서 리빙스턴 넘어올 땐 한사코 괜찮다는데
같이 택시 타자더니
(아 택시 안에서 나랑 같이 있던 베이크가 얼마나 떨었는지 모른다.
구글맵으로 맞게 이동하는지 안하는지를 계속 체크하면서 ㅠㅠㅠㅠㅠㅠ)
자기가 택시비를 내겠다며 우리돈을 안받더니
결국 그날 밤 중에 한잔하자며 호스텔로 찾아온 인간도 있었고
(다행히 호스텔 경비가 그 아가씨들 가버렸다고 쫒아냄)

나중에 현지 한국인에게 들어봤더니

치나치나 외친 다음 잠보 맘보 하고 대꾸해주면
이런 경우 '너 내 동거녀 해라. 우리 밤을 같이 보낼까?' 등등의

말이 연이어 붙는다고...;;;
아 난 이대로 인간에 대한 믿음을,
그것도 특히 개발도상국 사람들에 대한 편견을 굳혀버리나 ㅠㅠㅠㅠㅠㅠㅠ

 

 

 

***
말라리아 약의 부작용도 예상치 못한 문제다.
몰타에서부터 이상하게 새벽에 자꾸 깬다 싶었는데
트럭투어에선 새벽에 일어나 일출 보는 애로 유명해질만큼 일찍 깬다.
새벽 두시에서 네시 경에 꼭 일어나는데 두시엔 어떡해서든 다시 잠을 자려고 노력해보다가
네시엔 아예포기하고 일출이나 보잔 셈으로 눈을 뜨게 된다.

 

 

 

***
여튼 수 많은 위험들을 피해피해 가며, 거쳐가며

지금은 잔지바르 인도양 능귀해변이다.
이곳에서 11일이란 엄청난 숫자가 남았다.
무얼 할 수 있을지는 천천히 생각해 보기로 했다.  
인도양 에메랄드색 바다를 두고

공놀이 하는 동네 아이들을 보는 것만해도 일단은 만족스러우니까.


 

 


 

 

샬롬버스의 대테러....

 

오늘 리빙스턴에서 루사카로 넘어왔다.

트럭투어 친구 베이크랑도 헤어졌으니

이제 진짜 혼자하는 아프리카 여행이다!

생각하는 시간도 갖고 내 인생에 대해 정의하고
이번 여행에 대한 감상도 결정할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테러로 나의 소중한 시간을 또다시 날려버렸으니......

 
그러니까 이건 예기치 못한 공격이다.

 

버스 안에 바퀴벌레가 우글댄다던가

냄새가 난다던가 6시간짜리 버스가 9시간 걸려 도착한다든가
이런것들은 예상 가능한 범위 안의 일들이다.

아프리카니까 그렇다 스스로 위로할 수 있는 범위다.

이건 테러가 아니지.

 

어제 버스예약하러 가서 가장 깨끗하고 비싼 버스를 말했더니

샤롱 버스를 추천... 그때 스펠링을 잘 읽었어야 했는데
현지 발음은 샤롱이지만 샬롬이다.

 

하지만 블로그나 여행책자엔 잠비아 리빙스턴에서 루사카로 가는데는
가장 좋은 버스 중 하나라고만 소개해 있었지

가장 중요한 정보는 남겨주지 않았다...

 

그러니까 나는

내 짐을 차 트렁크에 실을 때 흘러나오던 찬송가에 나는 좀 더 주의했어야 했다.
오전 8시 출발 시간이지만 버스는 떠날 생각을 않는다.

8시 10분....
그때 반듯한 분홍 셔츠를 갖춰 입은 남성이 성경책을 들고 나타났다.
그때부터 마이티 네임 오브 지저스를 외쳐대면서

고린도 전후서의 며구절을 읊기 시작한다.
그래 버스 시간 다 됐겠다.

아마도 이건 기독교 회사 버스 같으니 잠깐 설교하고

안전 운전을 위해 주님께 기도나 잠깐 하려나보다..
는 나의 방심.

 

남자의 설교가 40분을 넘겼다는건 중요치 않다.
복음을 전하는데

악다구니를 쓰면서 박수를 치면서 거의 화를 내는 톤으로 설교 시작.
예수님이 성전 장사치들 가게를 뒤엎을 때도 저정도로 박력 넘쳤을 것 같진 않은데...

 

귀를 막아도 복도를 오가며 외쳐대는 통에 견딜 수가 없었다.
나중엔 한국말로 나도 모르게 '그만좀해'란

말이 육성으로 튀어나올 정도..

 

출발 시간이 훨씬 지난 8시40분...
버스가 출발했다.

드디어 가는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왠걸 ㅠㅠㅠㅠㅠ

버스가 출발했는데도 남자는 계속 서서 설교 중....

워딩을 좀더 정확하게 하자면 성경책 부여잡고 악다구니 쓰는 중 ㅠㅠㅠㅠㅠㅠ

동영상을 한번 실행해 보시라.

저건 막판 기도 중인데 정말로 저 사운드보다 더 큰 소리로

50여분간 화를 내며 복음을 전했다.


셔츠 겨드랑이 부분이 다 젖을때까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버스가 출발한지 십여분 후에야 남자는 자리로 돌아갔다.

아! 이제야 잠비아 풍경을 보면서 이번 아프리카 여행 중

조용한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겠구나 ..
는 개뿔

 

그때부터 버스 TV에서는 아프리카 CCM뮤직비디오가
내 좌석 위의 버스스피커에서 아프리카 CCM이 흘러나오기 시작 ㅠㅠㅠㅠㅠ 

재미난 것은 노래는 모두 다른데 모두 비슷한 춤을 추고 있다는 점.

그리고 뮤직비디오는 가끔 이해할 수 없는 하드코어 편집이 있었는데...
예수님이 겨드랑이에 창찔리고 가시면류관 쓰고 십자가못박히는데 그 영상이랑
흥에 겨워 춤추는 사람들 영상을 교차 편집...

이건 대체 뭘 의미하는거지????
예수님의 고통을 개의치 말고 구원받았다는 사실에 기뻐하라 이건가?!?!!?!? 응?!?!

 

내 심미안은 지독하게 까다롭진 않지만
그렇다고 취향이 절대 아닌 영상을 8시간 30분이나(그렇다 버스 예정시간은 6시간이었다.
도착시간 두시간은 훌쩍 넘겨버리는 아프리카 고속버스 ST) 볼 정도로 너그럽진 않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정말이지 아프리카와서 최고의 대 테러였음

트럭투어 도중 오카방고 델타에서 46도에서 워킹사파리로 3시간 걸었을때보다
샬롬버스에서 십분 이십분이 더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다고
기억한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여튼 나는 이 글을 블로그에 올리겠다.
나같이 아무 준비 없이 버스를 탔다가 8시간 내리 테러를 당하느니
마음의 방어막을 치고 샬롬버스를 탈 수 있도록...

부디
아프리카 CCM과 뮤직비디오가 음악적 영상적 취향이 아니신 분들은
귀마개를 준비하세요.
그리고 같은 가격에 다른 회사 버스도 있답니다.

 

 

북킹닷컴에서 예약해서 오게 된 Natwange Backpackers 는 굉장히 마음에 든다.

사람 사는 집 같고 ㅠㅠㅠ 도미토리 12달러에

무엇보다 바닥에 카페트가 깔려 있는데 푹신푹신..

물론 인터시티 버스 정류장에서 택시를 타야했지만

루사카 숙박 업체 찾고 계신 분들께 추천합니다~!!

 


20일간 트럭투어 간단 요약
From Cape town To Victoria Fall

회사 이름 노매드


12월 23일 (수) 첫째날
아침 8시까지 케이프타운에 우치한 회사 사무실로 오라는 연락에

택시타고 7시 45분까지 도착
일찍 가면 사물함 자리를 일찍 맡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음.

당연히 사물함은 열기 쉽고 짐 넣기 편한 곳으로 재빨리 찜하라고 권해주고 싶다.

구탱이 제일 윗칸에 있으면 185가 넘는 네덜란드 성인 남성이라 할지라도

짐 찾는 것이 큰 문제가 된다.


몇개의 서명을 마친 뒤에 소파에 앉았는데 처음으로 타티아나랑 아투르와

말을 트게 됐다. 근데 수다를 떨다가 트럭 좌석을 맨 꼴찌로 맡게 됐음.

맨 뒷 창가 자리인데 뭐 좋다. 내릴때 빨리 내릴 수 있고 좋지.  
(간단한 서류 작성 다음에 트럭 탑승은 되도록 빨리 하는게 좋은듯)
트럭 맨 앞에는 바닥 냉장고를 테이블 삼아 8칸짜리

이른바 비지니스 석이 있는데 그걸 몰랐음 ㅋㅋ

 

간단하게 케이프타운 테이블마운틴과 넬슨만델라 감옥을 먼 발치에서 사진찍고

첫번째 캠핑장으로 이동.
등산을 할 수 있을거라고 기프트가 귀띔을 해줬는데

야심차게 실행에 옮겻으나 날이 무지하게 더워서 중도 하차.

도요타삼형제, 나딘, 타티아나는 정상 정복하고 내려 온듯.
그래도 중도에 내려오길 잘했던 것 같음.

끝까지 다녀왔으면 더위를 먹었을지도.

트럭투어 출발 직전날 걸린 목감기가 심해지고 있다. 
저녁에는 Cederberg Region에서 와인테스팅이랑 전통 요리로 치킨을 먹었다.
와이파이가 터지고 샤워를 할만한(?) 구조의 이 캠핑장이
앞으로 있을 캠핑장 중에 어마어마하게 좋은 곳이었다는 걸 이땐 몰랐다.
이날 샤워 생략.

 조금 더럽고 못생겨지기 시작

 


12월 24일 (목) 두번째날이자 크리스마스 이브
Namaqualand Gariep (Orange) River
드라이브가 주를 이뤘다 .

조금씩 타티아나가 이상하단 생각이 든다..;;;;

자신한테 가장 중요한건 행복이라고 하면서

남의 행복은 신경쓰지 않은 채 너무 큰소리로 웃고 떠들어댄다..;;;

기프트(가이드)에게 무례하게 대할 때도 많다..;;;

얘 왜 이러지?!?!?!

 

더럽고 못생긴 관계로 캠핑장 도착하자마자 샤워장으로 달려갔다.
샤워장 시설은 어제보다 나빠졌으나 그런걸 고려할 처지가 아니었다.
샤워를 하고 나니 살만했는데

샤워를 하고 오렌지 강에 가보니
애들이 오렌지 강에서 수영하고 있었는데 

강이 너무 근사해! 제기럴!! 속상함. ㅠ
하지만 두 번 샤워할 염두가 나지 않았기에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걸로 족함

 


12월 25일 (금) 크리스마스
남아공-나미비아 국경을 넘어온날

인생 최고의 크리스마스!!!

인생 최고로 하드트레이닝한 크리스마스!!

우린 루돌프가 아니다!!

 

오전에는 옵션투어로 오렌지 리버에서 카누잉을했다.
카누잉을 하면 꼴딱 젖게 되는 관계로 사진기는 들고가지 않았는데 
진짜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이 장관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아름다운 풍경속에서

선물 다 못 전한 루돌프 마냥 친듯이 노를 저었다는데 있다.

문제는 물의 양이 충분치 않아서 유속이 전혀 나지 않았고

7킬로미터를!

걷는것도 쉽지 않은 7킬로 미터를!
그야말로 '인간 팔'의 힘으로 노를 저어서 강을 타고 왔던 것.
나는 스웨덴 엑스레이사진사 젼과 파트너였는데  
'신 그렇게 저으면 안돼. 면적을 많이 닿게 해야지!'

잔소리잔소리 ㅜㅜ
덕분에 풍경은 기억 안나고 카누잉 하느라 거칠어진 내 숨소리와

젼의 목소리만 기억난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게다가 중간중간 바위라도 만나면 어떠했나.

카누 노로 바위를 밀치느라 있는 근육 없는 근육 다 써가면서 ㅠㅠㅠㅠㅠㅠ

 

아 내가 상상한 카누잉은 이런게 아니었는데
풍광을 바라보며 가끔씩 방향 틀때마다 노 좀 저어주는 거였는데
놀고 있으면 카누가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 ㅠㅠㅠㅠㅠ

다들 왜 대체 안끝나는거지?!!?!? 라는 말을 한 서른번 쯤 외친것 같다. 

카누잉이 끝나고 오후, 나미비아 국경을 가로지르고 나서부터는
매드맥스 4편 OST를 들었다.
사막 바람을 맞으면서 질주하는 트럭 위에서
엔돌핀이 돌면서 그래 내가 이러려고 왔지란 생각이 ㅠㅠㅠㅠㅠ

오후에는 빅피쉬리버로 이동해 석양이 지는 것과 달이 뜨는 걸 봤다.
투어 사람들은 지는 석양에 집중하고 있을때

나 혼자 반대편으로 걸어나와 보름달을 바라봤다.
지구에서 홀로 나만 달을 바라보고 있고

달도 나만을 바라보는
말그대로 독대하고 있는 느낌.
가방에 있던 엠피쓰리를 꺼내서 드뷔시의 <달빛>을 들었다.
바람이 악곡에서 묘사한 물결 같이 불었고  
잔잔한 달빛이 운율처럼 눈앞에 흘러내렸다.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길에 올가를 만났는데
이어폰 반쪽을 넘겨주고 함께 드뷔시 <달빛>을 한 번 그리고 <플라이투더문>을 들었다.

 

밤에는 크리스마스 선물 뽑기를 했는데

나는 선물로 보드카를 뽑았다


 

 

12월 26일 (토) 넷째날
너무 더웠다.
처음으로 작은 협곡을 봤는데 너무 더워서 움직이지고 싶지 않았다.
처음으로 왜 아프리카를 택했을까

와이 디드 아이 초이쓰 아프리카? 라과 볼멘소리를 냈더니,
다들 공감하는지 빵빵 터졌다

하지만 캠핑장(Seriem campsite)에 가서 끝없는 초원 지는 해을 보고 바로 후회를 접었다.

사방이 뚫린 캠핑장은 한참을 걷고 걸어도 평원.

이곳에서 지는 해를 보는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오늘 밤에도  거대한 보름달을 만났다.

 

 

12월 27일 (일) 다섯째날
듄(언덕)45에 해 뜨는 걸 보기 위해서 4시기상했다.
모래 사이로 발이 빠져 한걸음 내딛기 힘들고
턱이 숨까지 찼지만
밤사이 차가워진 모래가 발에 닿고 그 모래를 내리 누르며

한걸음 한걸음 걷던 기억을 잊지 못하겠다.

마침내 듄 꼭대기에 올랐을 때 해가 뜨기 시작했고
그때 펼쳐진 색색의 향연.
해의 가시광선을 받아 더욱 짙어진 오렌지 색 사막. 새파란 하늘.

 

죽은 나무에서 사진 찍는다고 올라갔다가 손에 나무 가시가 마흔개쯤 박혔다.

그냥 놔두면 덧날거서 같길래 그걸 다 뽑아내느라 애를 먹었다.

 

오후에는 부시맨 투어를 했는데 스프링 벅 한마리가 석양 사이로 걸어가는 걸 봤다.
너무 아름답고 그 아름다움이 고독해서 울컥 울고 말았다.

밤에는 캠핑장에서 근처로 물 마시러 오는 얼룩말과 스프링벅을 만날 수 있었다.

중간 중간 얼룩말 대 스프링벅의 조직싸움을 재미나게 구경. 


로드리고, 아투르, 나딘과 함께 텐트 없이 야외 취침을 시도했다.
눈을 뜨면 거대한 달이 나를 바라보고 살풋 잠에 들었다가

다시 눈에 떠도 달이 나를 따뜻하게 바라보고 있었던 엄청난 잠자리.
달을 베고 별을 덮고 자던 밤.

 

하지만... 새벽에 비가 내리기 시작.
부랴부랴 1인용이었던 나딘의 텐트 안으로 들어갔으나
텐트 뚜껑이 안덮혀 있었다. 다시 잠을 청햇으나 비가 새기 시작.
결국 일어나서 레인커버를 덮었는데 이번엔 비가 그침.
이 덥고 좁은 텐트에서 네명이 후덥지근하게 잠이 들었는데

이번엔 바람에 레인커버가 날아가더니 다시 비가 오기 시작.
"왜 죄다 반대지? 와이 얼띵 이즈 오파짓?"
내 의문에 그때부터 빵터져서 한 십분 남짓을 웃기 시작했다.

 

달을 베고 별을 덮고 잤던
그리고 유쾌했던 밤의 기억

 


12월 28일 (월) 여섯째날
스와코프문트로 향하던 길에 플라멩고의 바다 Walvis Bay Lagoon에 도착
호텔에서 첫 취침.

오래간만에 깨끗하고 못생겨짐
아투르와 도요타 삼형제와 함께 하는 마지막 저녁식사였기에
다같이 레스토랑으로 갔다.
식사 후 몇명은 클럽으로 이동했으나 잠이 너무나 부족했던 나는

숙소로 일찍 돌아와 취침에 임했다.

 


12월 29일 (화) 일곱째날
스와코프문트의 두번째 날
옵션투어로 쿼터바이킹을 했다.
쿼터바이크는 팸, 나, 도요타삼형제가 신청했는데
간단한 운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ㅠㅠㅠㅠㅠㅠㅠㅠ
좀 처럼 능수해지지 않아서 초반에 몇번 사고를 낼뻔 하다가
결국 가이드 등 뒤에서 오토바이를 타는걸로 결정했다.
근데 이게 오히려 좋은 결과를 가져올줄이야.
가이드는 경사면도 능숙하게 탈줄 아는데다가 가이드가 운전을 하니까
나는 풍경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

능선도 곡예 못지 않게 묘기 부려가면서 탈 수 있었고...

 
쿼터바이킹이 끝난 뒤 스와코프문트에서 트립어드바이저 1등인

빌리지카페에 가서 거대한 토스트를 점심으로 먹고 저녁은 포기했다
그룹투어에 좀 질리는 감이 있고 좀 조용하고 조촐하게 개인적으로 시간을 보내고 싶단

생각이 들어서 숙소로 일찍 돌아와 휴식을 취했다.

 

 

12월 30일 (수) 여덟번째 날
Spitzkoppe

거대한 바위가 이상야릇한 형상을 만들어 낸 아름다운 풍경이었지만 비가 미친듯이 내렸다.
옵션투어를 안갔는데 안가길 잘한듯. ㅋㅋㅋ

트럭 안에 앉아 미친듯이 쏟아지는 비를 보며 투어안간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ㅋㅋㅋㅋㅋㅋ 우린 행운아라고...
나딘과 호드리고가 밤 7시까지 돌아오지 않아서 잠시 소동이 일어났으나 둘은 무사 귀환. 
모두다 야설을 쓰며 둘 사이에서 무슨 일이 있길 바랬으나
아무일도 없었고 단지 석양을 보고 돌아왔다고 한다. 아숩.. ㅋㅋㅋㅋ 

자면서 사고가 많았는데 천둥이 치고 바람이 불고 텐트벽이 기울었다.

과연 이 상태에서 잠을 잘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결국 레인커버 끈이 두개 밖에 없던 우리 텐트는 레인커버가 날아갔다. 
그 와중에 전갈을 봤는데 전갈이 우리 텐트 안으로 들어갔을까봐 걱정 또 걱정.
그런데 타티아나가 짜증이 났는지  
가이드 기프트를 깨워 커버를 씌우라고 화를 냈다.

그냥 우리 텐트 레인커버에 끈이 두개 모자랐고

내가 준비해간 운동화 끈으로 충분히 마무리 지을 수 있는 일이었다.  

 

몰타 아프리카 여행 전에 호빗 빌보 사진를 페이스북에 올려놨던게 기억났다. 빌보의 엄청난 여정을 꿈꿨지만 그렇다고 빌보 같은 개고생을 원한건 아니었는데 ,,,,

그리고 역시 오늘도 나는 빌보만큼 더럽다.

 


12월 31일 (목) 아홉번째 날
힘바부족 Outjo

새벽같이 떠나야 한다고 해서 다같이 아침 거르고 브런치로 대신했다
아점을 위해 중간에 들른 캠핑장은 근사했다.
힘바부족 만나러 갔는데 사람을 동물원 동물 보듯 구경하는것 같아서 느낌이 좋진 않았다.
나딘이 냉장고 옆 비지니스 석을 싫어하길래, 자리 바꿔서 맨 앞자리로 왔다.

아니 이렇게 좋은 자리를 싫어하다니...;;;;

아마 나딘은 단순히 독일어를 쓰고 싶은 걸지도 모른다.

 
캠핑장 사장님이 쏘는 아마룰라를 안마시는 사람이 있길래 혼자서 세잔을 마셨다.
저녁에는 제법 근사한 스테이크가 저녁으로 나왔다.
케이스가 마지막 밤인데 그냥 잘거냐고 같이 바에 가자고 해서 헤르트와 셋이 수다를 떨었다. 그러던 와중에 이 둘이 나에게 정자 중매를 섰기에 진짜 빵 터졌다.
 


1월 1일 (금) 열번째 날
에토샤 내셔널 파크 게임드라이브.

아침에 조금 일찍 일어나 새해 첫 해 뜨는 걸 오래도록 바라봤다
나딘과 자리를 바꿨는데 이번엔 타티아나가 필립 옆으로 자리를 옮긴다

응?!?!?!? 응?1?!!?!?
모르겠다 일단 오늘 부터 타티아나 옆자리를 벗어나다니!! 새해출발만만세!!
거대한 개미집이 보이기 시작했는데 바벨탑 느낌?
오늘 처음으로 기린을 봤다. 
밤하늘에 별이 가득했는데 서울에서 삼십사년 사느라 잊었던,
별이 반짝인다는 사실을 오래간만에 깨달았다

올가가 나에게 오더니 앞으로 나와 텐트를 써야 한다고 한다.

타티아나와 필립이 텐트를 쓸 예정이라고

응?!!?! 응?!!?!?!?!?!
덕분에 나는 올가와 텐트를 쓰기 시작했다 예쓰!!!! 만세만세만만세!!

 

 

1월 2일 (토) 열한번째 날
에토샤 내셔널 파크 게임드라이브
흰꽃이 핀 들판을 코끼리가 가로지르는 걸 보고
기린 무리가 유유히 초원을 거니는 걸 봤다
하얀 조약돌은 들판에 흐드러진 꽃처럼 보이는 구나.
뜨겨운 볕을 피해 그늘에 누운 사자
뿔이 부러진 코뿔소
들판을 달리는 햄스벅 새끼
무리지어가는 코끼리
아침 일찍 움직여야 해서 조금 피곤했지만 즐거운 게임 드라이브였다.

Bar에서 케이스,헤르트 폴앤팸, 파스칼 욜리나, 로드리고 젼과 수다를

떨었는데 한국 남자들은 다 싸이나 김정은 처럼 생겼느냐,

그들은 한국 여자에게 다정하느냐가 주된 주제였다.

ㅋㅋㅋㅋ 호드리고가 굉장히 고무돼서 그렇다면 자기가 한국에 꼭 가서

아름다운 한국 여성들과 잊지 못할 추억을 되새길거라고

굳게 결심한듯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오늘은 수영과 샤워를 둘 다 한 덕분에 조금 덜 더럽고 못생겼다.

 

 

1월 3일 (일) 열두번째 날
빈트후크

아침 일찍 일어나 캠핑장에 앉아 있는데
자칼 두 마리가 서로 장난치고 놀고 있었다.

트럭투어 참가자 대부분이 짝궁과 함께 왔고

아프리카 동물들까지도 짝궁과 함께 돌아다니는 것들이 많다...;;;

망할.. ㅋㅋㅋ 
밤새 비가 적당히 와서 시원하고 좋은 날들.
헤트르와 케이스에게 부채를 선물했더니 너무 기뻐해줘서 기분이 좋았다. 

아침 해 뜨는 사이로 음악을 들었다.
지구에서 가장 긴 아프리카의 시간을 마주하면서 
나 개인 하나의 시간이 얼마나 하찮고 보잘것 없는지 깨달았다.
그럼에도 열망하고 사유할 수 있는 존재로 태어나
바라는 것을 이뤄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하던지.
막 눈물이 줄줄 나는걸 애써 참고 또 참고...

오랜만에 호텔에서 숙박했다.
혼자 방을 쓰고 샤워하고 나니 조금 덜 더럽고 못생겨졌다.
케이스 헤르트 나딘 젼 호드리고의 마지막날이라 저녁에 다같이 레스토랑에서 식사했는데
재빠르게 케이스와 헤르트 옆자리에 앉아서

케이스의 개그를 들으며 빵빵 터졌다.

 

사진기까지 가져가놓고 같이 사진 찍는걸 깜빡한게 아쉽다 ㅠ

 

 

1월4일 (월) 열세번째 날
빈트후크의 풍광도 좋고 크기도 거대한 로지였기에
아침일찍 일어나서 1등으로 밥먹었다.
기프트도 우리에게 새로운 팀원은 없을거라고 말했기 땜누에

13명이 빅폴까지 가게 되는 건 줄 알았건만
오늘 호주에서 다섯명의 걸들이..;;;

그리고 독일 친구 베이크가 우리의 새 멤버가 됐다.
그리고 드디어!!!!!

스웨덴 젼, 제이디의 비지니스 석을 내가 차지 파하하.

하루종일 차를 타고 달렸더니 덥고 또 더웠다.
오늘은 보츠와나로 넘어왔고 밤에 보는 샘족의 댄스를 봤는데
이걸 전통문화 체험으로 봐야할지 인간 전시로 봐야할지 모르겠다.

오늘 캠핑장에는 샤워장과 화장실에 문이 없었고 전등도 없다.
이닦기를 제외한 모든 걸 생략하고 취침하기로. ㅠㅠㅠㅠㅠ
오늘은 더욱 더럽고 못생겼지만 불이 없으므로 참.....는다.


1월5일 (화) 열네번째 날
한 3-4일간 밤마다 너무 더워서 침낭이 필요 없기에
트럭 안에 두고 텐트에서 잤는데 새벽에 추워서 깨고 말았다.
타티아나라면 기프트를 깨웠겠지만 ㅠㅠㅠㅠㅠ 

내 잘못으로 기프트를 괴롭히고 싶진 않았다.
오늘 나의 상태는 여전히 더럽고 못생긴데다 냄새까지 났기 때문에

꼭 샤워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저녁으론 파스칼 욜리나가해주는 볼라냐 파스타를 먹음.
온 종일 드라이브로 심신이 지친 상황.
트럭투어 42일 짜리를 신청 하지 않길 잘했다고 백번천번만번 생각했다. 

 


1월6일 (수) 열다섯번째 날
오카방고 델타

델타 보트타고 두시간 순식간에 스쳐 지나가는 하마 악어 구경.
덥다. 한캔에 2달러짜리 환타를 몇캔째 먹는지 모르겠다.
타는듯한 더위와 초원에서 3시간짜리 워킹사파리를 하고 오니
오늘 46도였다고 한다. ㅠㅠㅠㅠㅠㅠㅠ!!
안그래도 못생긴 얼굴 이상하게 눈썹그리는 것 마저 포기하고 싶더니만...

46도!!!!!!

 

게다가 우리가 본건 코끼리똥 사자발자국 소..;;; 가 전부였는데

캠핑장에서 사파리 안간 팸과 폴은 코끼리를 두번이나 봤다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오늘을 기점으로 눈썹그리는 걸 포기하게 됐다!!

못생겼지만 더 못생긴 채로 살기로!!!

생존이 왔다갔다 하는 마당에 눈썹 하나는 중요하지 않ㄷ.

메탈 섞인 검은 흙이 흩날리는 곳에서 세시간을 걸었더니

신체 안 더러운 부분을 찾을 순 없지만 ㅠㅠㅠㅠㅠㅠ

그중에서 나의 발은 최악 of the 최악

 


1월7일 (목) 열여섯번째 날
오카방고 델타에 언제 내가 또 오겠는가,
아침에 해뜨는 걸 보려고 앉아 있다가
숙소로 박쥐들이 돌아오는 소리를 들었다.

얘들아 방가방가, 아니? '대체불가능한 다섯종 중에 하나' 지식채널 만든게 나야 ㅋ 


낮에 잠시 쉬는 시간이 있었는데 감상은 단 한마디.
덥다.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이 덥다.
이 근사한 풍경이 아름답다고 느낄 때는 오직 얼음컵에 환타를 마실때 뿐. ㅜㅜ

원래 일정은 선셋크루즈였는데

캠프장 측에서 수량이 적어 보트가 갈 수 없다면서 트럭타고 라군 구경을 가자고 했다.
욘과 쌔미가 싸우다시피 요구해서 결국 모코로 타고 하마구경으로 변경됐다.

초원 풍광을 좀 보고 싶었는데 가는 길에 호주 애들이
너무 셀카 찍고 난리를 치는 데다가
타티이나까지 우하핳 하고 떠들어대서 피곤이 더해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모코로를 타고 정말 가까이에서,
이보다 더 가까울순 없다 싶을 정도로 오래도록 하마구경을 했다.

(아프리카 손꼽히는 맹수 하마의 경계소리를 두어시간 들으며..;;;)

 


1월8일 (금) 열일곱번째 날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일찍 준비하고 밥을 먹었더니 시간이 남아
해먹에 누워 오카방고의 초원을, 하늘과 구름을 봤다 
내 인생 중 초원에서 보내는 짧은 시간이 이렇게 가는구나.

아침 보트만 두시간을 탔는데 이보다 더 오래 오카방고 델타를 볼 순 없겠지.

호스텔 도착해선 돈주고 와이파이 샀는데
다음메일이 열리지 않는다. ㅠ

케이스에게 보낼 말이 많았는데 결국 쥐메일 보냄.
트럭투어 이후 여행 숙박업체나 등등을 알아야 할게 많아서

수영장도 못들어가고 내내 바에서 이것저것 예약 결재하며 보냈다.

 

 

1월9일 (토) 열여덟번째 날
초베강 투어
아 하루 한번 트럭팩킹 식사 준비 설거지... ㅠㅠㅠㅠㅠ

가끔 훈련 받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많았는데

아이스박스에 음료수와 술을 가득 싣고
유람선을 타고 동물 구경을 시작하는 날이 오다니 ㅠㅠㅠㅠ
다들 이제야 휴가다운 휴가를 보내는 것 같다며 수근수근댔다.


무리지은 코끼리,
엄마 보폭에 맞추기 위해 엄마 한걸음에 다섯걸음씩 뛰어야 하는 3주된 코끼리
목욕하는 코끼리
진흙 썬탠하는 코끼리
혼자 이동하는 수컷 코끼리
코끼리 코끼리 코끼리 진짜 질리도록 본 것 같다.

오늘이 마지막 텐트치고 밤.

하지만 오늘 밤도 비가 왔다 ㅠㅠ

이제 내일이면 덜 더러울 수 있을것이다!!

 

 

1월10일 (일) 열아홉번째 날
게임사파리-빅토리아폴

아침 다섯시에 일어나 게임사파리를 갔는데
오늘 최고로 많은 동물을 봄
사냥하는 와일드 독,
도망가는 스프링벅들.
죽은 코끼리 주변에 모인 독수리데와 쟈칼 무리.
그리고 아침 잠에서 아직 일어나지 않은 사자 무리.

많은 걸 보고 또 봤다.  

짐바브웨 국경으로 들어오는데 직업란에 방송작가라고 적었더니
주의해야할 여행자란 판정 받아서 기분이 안좋다.

다들 20일 여행일정에 지쳐가는것 같다.
점심 팩킹 중엔 살짝 말다툼이 있기까지 했다...

 
사실 나 역시 언제나 붐비는 트럭복도가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한 상황이었다. 애들이 짐을 무조건 사물함에 쑤셔 박을 게 아니라 나중에 효율적으로 찾기 위해 봉투에 분류해 놓으면 안되겠!?!?!?!?! 뉘?ㅃ?ㅃ?ㅃ?ㅃ?ㅃ?ㅁ?ㅇ

 

그래도!! 도착한 레인보우 호텔 방은 아프리카 여행 중에 가장 근사했다
아아 무려 에이컨디셔너가 있는 삶이란 ㅠㅠㅠㅠㅠㅠ

 

저녁식사 전에 쟈니와 쌔미에겐 결혼선물로,
폴앤 팸과 파스칼 욜란다 커플에게도 부채를 선물했다.

너무나 기뻐해줘서 나까지 기뻤다.
올가에겐 짧은 카드와 뒷면에 달밤에 놓인 텐트 그림을 그려줫더니
고맙다면서 집에 붙여놓을거라며 울기 시작해서 급당황.. ㅎㅎ

샤워를 하고 오래간만에 눈썹을 그렸다.

여전히 못생겼지만 어제에 비하면 덜 더럽고 덜 못생겻다고 자부한다. ㅋ

 

 

1월 11일 (월) 스무번째 날. 안녕 트럭킹!
헬리콥터로 내려다본 빅토리아폴은 울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돈이 모자라는 까닭에 브릿지 슬라이딩을 했는 짧아서 아쉬웠다.
셸터 카페에서 아이스커피를 마시고 호텔로 돌아와 마주치는 투어사람들과

작별인사를 나눴다.
기프트를 두시간 가까이 기다렸으나 기프트는 오지 않고
결국 베이크와 비를 뚫고 국경 이동 ㅠㅠㅠㅜㅜ

여튼 이렇게 끝이 났다.

 

잘가!

울고 웃고 짜증내고 기뻐하며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던 광경들로

아프리카의 시간드로 가득찼던 나의 20일!!

 

 



*친구만들기는 성공적!

동생 승용이도 나미비아 비자를 만들러 대사관에 갔을 때 만났던 한국인도
나에게 조언을 해줬다.
 
죄다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애들이라 도저히 어울리기가 힘들거라고
그들 대화를 알아듣는데는 한계가 있었고 그걸 깨고 친해지기란 어려울거라고... 

 

하지만 이번에도!! 나는!! 운이 좋았다.
현재 우리 트럭킹 멤버는 운전사 알폰소, 가이드 기프트,
오직 영국인 노부부 폴 앤 파멜라만이 영어를 모국어로 쓰고 있다.
가장 많은 인원은 7명으로 네덜란드가 가장 많고
스위스 세명, 스페인 두 명, 독일인 두 명. 
심지어 친구들끼리 온 일본인 대학생도 세명이나 된다. (자칭 도요타 삼형제 라고 불리는 중)

그밖에는 브라질 한명 스웨덴 한명 그리고 나. 이렇게 구성이 됐다. 
여튼 영어권인원이 많지 않아 진짜 다행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트럭투어에서 왕따 혹은 은따가 되는 상상을 얼마나 많이 했던가... 

여튼 이번 친구 만들기는 성공적!! 외롭지 않게 보내고 있다.

 

 

*첫날 캠핑장에서 텐트를 치고 자는 날이었다.
텐트 안에 신발을 신고 들어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많았는데
그 어떤 텐트에도 바깥에 신발이 놓여있지 않았다.
그 말은 다들 신고 들어갔다는 의미다. 덕분에 나도 과감하게 신을 신고 들어갔다.
이를 닦으러 수돗가로 가던 도중 나는 가지런히 놓인 신발 세개를 발견하는데
도요타 삼인방의 텐트였다.
그렇다. 문화적 동질성은 이렇게 서로를 가깝게 만든다.
텐트가 집인데 신을 신고 들어가서 더럽히고 싶지는 않지.

암 그렇고 말고.

 

 

*동생 승용이가 주의하라고 한 것 중엔
지나치가 밝고 자기 감정에만 충실해서 망나니같이 구는
북미 혹은 오세아니아권 남자애도 있었는데
다행히 우리 그룹엔 그런 남자애가 없다... 라고 생각했으나,
있다. 그것도 내 옆자리에.
스위스에서 온 타티아나가 과하게 오바하고 언제나 큰 소리를 낸다. 
문제는 큰소리로 웃는건 참 듣기 좋은데 큰소리로 짜증과 화까지 내니까

언제나 이게 문제.
트럭에서 자다 말고 깜짝 놀란게 한 두 번이 아니다. 
앞으론 귀를 제외한 얼굴에 구멍(피어싱)을 네 개 이상 낸 친구들과는 적당한 (위치상의)

거리를 두는 걸로 ㅋㅋ


*네덜란드 할아버지 두 분이 일행으로 같이 와 있다.
같은 조에 속해 있어서 설거지를 하면서 물었다.
30년 가까운 친구고 네덜란드 암스트레담 근교에 집이 있지만
케이프 타운에도 집이 같이 있다고...
그말에 으응? 아무리 가까워도 그럴수 있나 싶었는데...

다른 할아버지와 대화하다가 둘은 파트너란 이야기를 듣고
아... 이분들도 역시나... 싶었다.

문제는 이걸 아직까지 일본인 삼인방이 모른다는 거다.
눈치 없이 네덜란드 할아버지들한테 결혼은 한적 있느냐,
자식은 없느냐, 왜 없느냐 라고 꼬치꼬치 묻는다.
(야 임마 나오키 너 헤르트 다리에 男男이라고 새겨진 문신 못봤냐 ㅠㅠㅠ라고
말해줄 수도 없는 상황.)

 

*네덜란드 파트너 중에 케이스와 많이 친해진 편이다.
특히 거침 없는 케이스의 입담은 너무나도 재미나다.
그러다가 케이스가 우리 아빠랑 동갑인걸 알게 됐고,
당신 우리 아버지랑 동갑이에요 라고 알려줬다.
 
케이스는 이왕 이렇게 된거 자기가 날 입양하겠다고 입양딸하라고 권한다.

그는 권유는 가벼운 농담이었겠으나, 나의 대답은 무거운 진심이다.
진심이다.
이딴 나라 대한민국의 국적 따위 단 1초의 망설임 버릴 수 있다.
어느새 케이스는 잊었겠지만 나는 진지하게 입양의 법적절차를 묻고 싶은 것인
진솔한 나으 심정이다. 흑흑


*달밤에 스프링벅이랑 얼룩말이 물마시러 오는 광경까지 보고 난 뒤
기분이 업 된 몇몇이 아예 침낭만 가지고 밖에서 잘까란 결론을 냈다.

사막의 밤, 달과 함께 잠드는 근사한 기분이란.
살풋 잠에서 깨서 눈을 떠보면 달이 다정하게 나를 내려다 보고 있다.
그 느낌이 정말로 너무나 황홀했는데 말이다.

문제는 그날 새벽 세 시경.
갑작스레 비가... 사막에서 비가 ㅠㅠㅠ 내리기 시작했다는거다.
미처 텐트를 치지 않았던 세 명은 그나마 텐트를 마련했던
나딘의 텐트로 뛰어들어갔다.
좁아터진 1인용 텐트 안에 세 사람. (호드리게스, 나딘, 아투르, 나)

그런데 이게 무슨일이지?
비가 계속 내려...;;;

그렇다 천장이 뚫려 있었던거다.
간신히 레인커버를 씌우려고 보니 이번엔 레인커버에 있던 모래들이 비처럼
우두두두 떨어진다. ㅠㅠㅠㅠㅠㅠㅠ
그렇게 삽질을 거듭해가며 레인커버까지 씌우고 나니, 이번엔 비가 그쳤다.

 

잠시 후 강풍에 레인커버가 떨어졌다.
설마 비가 또오진 않겠지 그냥 자는데
또 오더라... 비가... ㅠㅠㅠㅠㅠ
결국 호드리게스랑 나딘이 다시 레인커버를 씌우고 묶고 고정시키고 나니
그래! 예상했던대로 비가 그쳤다... ㅠㅠㅠㅠㅠㅠ

 

"와이 오파짓!!(왜 죄다 반대지?)"
"그저 우린 밖에서 자고 싶을 뿐이었어"

 

나의 절규와 아투르의 절규에 갑자기 빵처진 우리들은 5분넘게 배를 잡고 웃었다.  

 

*배를 잡고 웃을일도 많고,
순간 순간 경이로움에 할 말을 잃을 때도 많다.
몰타 3개월 끝에 약간 지친감도 있었는데
거대한 장관이 "이래도 감동 안할래? 이래도 놀라지 않을래?"
나를 채찍질 하는 느낌.

이곳에서 순간을 사랑하는 법을 다시 배워가고 있다.

 

 

 


 

 

 

 

 

 

 

 

 

 

 

 

 

 

 

 

 

 


 

-75유로자리 보졸레누보 와인투어 뽕뽑겠단 일념으로

12잔을 한방울도 남김 없이 마셨다.

그 뒤로는 만취한 채로 바라본 남프랑스 포도밭의 몇장면만 드문드문 머리에 남아 있다.

 

 

 

 

春日醉起言志
봄날 취했다 일어나서

- 李太白

處世若大夢
胡爲勞其生
所以終日醉
頹然臥前楹


세상 처하기 마치 큰 꿈 같으니
어찌 그 삶을 수고롭게 여기는가
써한 바 종일 취하여
쓰러지는 듯 앞에 있는 기둥에 누웠노라

 

 

 


실은, 한국에서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었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간절히 생각을 멈추고

만취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생텍쥐베리도 프랑스 남자.

리옹의 공항은 우리가 아는 어린왕자의 저자의 이름을 딴 생텍쥐베리 공항이다. 이번 여행을 통해서야 나는 알게 됐다. 생. 텍쥐 베리가 아니라, 그의 이름은 세인트-익취베리 세인트가 연음으로 표기되면서 헛갈리는거지, 실은 익취베리가 그의 본명이라는 걸.

여튼 만두와 리옹 기념품 가게에서 이거 저거 구경하다가 어린왕자 몇구절을 서로 읊었는데

그때 내린 결론이.

 

결국 생텍쥐베리도 프랑스 남자였구나!

 

"내 비밀은 이런 거야.  매우 간단한 거지. 오로지 마음으로  보아야만 정확하게 볼 수 있다는 거야.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는 보이지 않는 법이야."

 

"네 장미꽃을...  그렇게 소중하게 만든 것은 그 꽃을 위해...  네가 보낸 시간이란다."

"내가..  나의 장미꽃을 위해 보낸 시간이다."

오래도록 기억하기 위해  어린 왕자가 말했습니다.

 

"네가 나를 기르고 길들이면 우린...  서로 떨어질 수 없게 돼. 넌 나에게  이 세상에서  단 하나 뿐인 사람이 되고 난 너에게  둘도 없는 친구가 될테니까."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그러나...  만일 네가...  무턱대고 아무 때나 찾아오면 난 언제부터  마음의 준비를 해야할 지 모르니까"


"사막은 아름다와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디엔가  우물이 숨어있기 때문이야.  

눈으로는 찾을 수 없어 오직 마음으로 찾아야 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야. 각각의 얼굴만큼  다양한 각양각색의 마음을 순간에도 수만 가지의 생각이 떠오르는데 그 바람 같은 마음이  머물게 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거란다. 사람들은  이 진실을 잊어버렸어"

여우가 말했습니다.

"하지만   넌 그것을 잊어서는 안돼. 넌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  언제까지나 책임을 져야 하는 거야. 네 장미에 대해 책임이 있어"

"난   나의 장미에 대해 책임이 있어"

오래도록 기억하기 위해  어린 왕자가 되뇌였습니다.

 

아 놔.... 생텍쥐베리도 프랑스 남자라는걸 생각한 순간 왤케 웃긴지. ㅋㅋㅋ

어린왕자 대사 몇개만 곱씹어도 새침떼기 연인에게 버림받고 고통에 몸부림치는

(차인) 프랑스 남자가 눈에 선명하게 그려져서 왜이렇게 빵터지는지.

이런 감수성을 가진 민족이니까, '너 어디 출신이니 Where are you from?' 이란 질문에

능숙하게 "In your dreams" 이란 대답이 나오는 것이며,

(이것은 친구의 증언) 밤에 산책하면서 별이 쏟아지길래 '너는 매일 이런 별을 보잖아'란 질문에 '그래도 너랑 보는 별은 오늘이 처음이잖아'란 대답을 할 수 있는거 아니겠음?

아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 생텍쥐베리도 프랑스 남자였어. 어린왕자 쓰기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대충 감이 옴 아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영어란 존재를 무시하는 프랑스인들에 관해.

몰타에선 모두다 영어만 쓰는데 이곳에 와보니 죄다 프랑스어로 말을 거는게 당연지사라 난감했다. 게다가 게르만 민족이나 스칸디나비아 쪽 처럼 남 일에 심드렁한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려고 하니 여러가지 사건사고가 발생할 수 밖에...

 

-이를테면 밤 11시 30분에 리옹공항에 떨어져서 론익스프레스 타려고 하는데 티켓이 구입이 안되는거다. 곤란해 하는 나를 귀여운 베레모와 예쁜 목도리를 감은 프랑스 할아버지할머니들이 둘러 싸더니 그때부터 참견 시작. 대충 뜻은 모르겠지만 '마드모아젤은 나만 따라와. 내가 차장한테 말해줄께'라는 뉘앙스 같았다. 그러더니 다른 할아버지가 내 카드로 뽑아주고 현금으로 받겠다며 실랑이. ㅋㅋㅋ 론익스프레스 타고 차장이 오고 나니, 할아버지가 흥분하면서 이 마드모아젤이 이 차를 못탈뻔 했다면서 강력하게 항의. 뉘앙스는 모르겠으나 자판기가 고장났다 어떻게 이럴수 있느냐는 뉘앙스인것 같았다.

결국 귀여운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나보고 중앙역 택시 타는데까지 데려다 주라며 어떤 젊은 아가씨에게 나를 맡기며 신신당부... ㅋㅋㅋㅋㅋ 오랜만에 느껴보는 이런 오지랖 너무 웃겨서 그냥 즐기기로 마음 먹었다.

 

-뻬르쥬에서도 비슷한 일이 또 있었는데, 뻬르주 뻬르아쥬 페루쥬르 아무리 외쳐도 못알아 듣는거다. 프랑스어 표기가 거의 불가능한 한국어34년 인생. 나의 발음을 알아듣는데는 큰 무리가 있다 판단하고 기차표를 꺼내서 페르쥬를 보여줬다. 나 여기 가고 싶어 여기 어디로 가야하니? 친절한 프랑스 아주머니는 방금 기차역에서 온 나를 끌고 다시 기차역까지 친히 가시더니, 여기가 CNCF야 자랑스러워 하는 모습이 역력. 너무 자랑스러워 하길래 실망을 안겨드릴수 없어서 메르씨메르씨보꾸.아우브아.하고는 기차역으로 다시 들어가서 기차역 인포를 찾았다는 슬픈 이야기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몇가지 웃긴 일들은 몇개 소소하게 더 있었다. 분명히 사용가능한 언어애 프랑스어는 없는데도 불구하고 대놓고 말을 걸곤하는 프랑스 사람들. 영어 번역기를 좀 돌려봤더니 '작고 귀여운 널 만난건 내 인생의 딜라이트야.' 정도로 번역 되는것 같다. 아 놔 ㅋㅋㅋㅋㅋㅋㅋ 어떻게 이처럼 영어란 존재는 싸그리 무시하고 이 지구에 프랑스어만 존재하는것 처럼 사는지는 모르겠으나 일단 귀여우니까 됐다. 특히 혼자 다니면 불쑥불쑥 프랑스어로 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무뚝뚝한 인상이 한순간에 허물어지고 웃음지으며 눈을 빤히 들여다 보며 건네는 한마디가 그것 그대로 나에게 큰 웃음을 주니 그걸로 됐다.

 

 

 

 

성평등의 나라에서

프랑스에서 성평등을 느낀다는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침 출근길 열중 대여섯은 아빠 손을 잡고 학교 가는 아이들. 우리나라 같았으면 미란다 커 같은 여자 모델이 온몸을 뒤틀고 섹시함을 뿜어내며 크리스마스 선물 광고판을 장식하고 있을텐데, 여기는 왕 섹시한 프랑스 남자가 웃통을 벗고 산타 모자를 쓰고 온몸을 뒤틀고 있다. 그런 광고판이 유독 많아서 인상적이었다.

그 다음 놀랐던 게 애들 사탕파는 가게 한켠에서 섹스토이를 파는것도 신기했는데 ㅋㅋ

남성고객것만 있는게 아니라 똑같은 버전의 여성고객 게 같이 전시돼 있어서 인상적이었음. 이를테면 여성 곡선을 강조한 컵이 있으면 같은 버전에 남자어깨와허리선을 강조한 컵이 있음. 게다가 주나 종류로 봤을때 남성 성기나 남성의 것을 묘사한 게 더 많아서 큰 웃음을..;;;;;

 

 



11월 8일  일  시칠리아 여행 5시 기상 고든 케빈 안토니아 소피아 두명의 줄리아
11월 9일  월  아시안마켓 갔다가 KFC에서 치킨에 대한 허기를 달램
11월 10일 화
11월 11일 수  프랑스 짐싸기 장보고 불고기 재우기
11월 12일 목  안토니아 엘리사를 위한 저녁대접, 수키니아 케빈 두명의 줄리아 피터 고든

                   케빈 등 대 인원 참석!
11월 13일 금  루프트 한자 파업으로 공항에 새벽 5시에 도착했으나 8시 반까지

                   아무도 없다가 아침 9시에 오늘은 비행기가 없다는 절망적인  소식을 들음.

                   잠시 혼란스러워 하다가 날린 돈이 얼마야 안타가운 마음에 인터컨티넨탈

                   호텔로 가서 하룻밤 묵고 진작가님과 점심 저녁 즐김.

 

******

11월 14일 토  간신히 리옹도착 밤11시
11월 15일 일  리옹에서 안시 이동 간단하게 베이커리에서 점심 구시가지 구경 호수

                   유람선 관광 저녁 먹음
11월 16일 월  아침 안시에서 가장 맛있는 베이커리에서 해결 점심즈음 리옹 이동,

                   리옹 호텔에 짐풀고 리옹 벨쿠르 광장에 인포에 가서
                   보졸레누보 투어 예약, 벨쿠르 근처에서 리요네즈 식당에서 식사
11월 17일 화  혼자서 리옹산책. 구시가지 가서 리옹노트르담 봄 구시가지 식당에서

                   스케이크 주문
                   오후 즈음 벨쿠르 광장에서 촛불켜고 추모하는 공간에 좀 오래 머뭄.
                   잠시 카페에 들렀다가 다시 광장으로 나가서 몇마디 글 귀 적음.
                   프랑스 청년이 내가 쓴 한국말을 궁금해 달라기에 번역해주고 그 청년에게도

                   궁금했던 말 몇마디 번역 부탁
                    저녁은 어제 추천받은 리요네즈 식당에서 해결. 송아지 머리와 혀 스튜가

                    충격적이게 맛있어서 충격에 휩쌓임
11월 18일 수  유랑에서 본대로 기요르떼다리에서 한두시간에 한대 있는 버스 기달렸다가

                   놓치는 낭패. 마르세유 중앙역으로 이동해서 간신히 기차타고 다녀옴 영어

                   못하는 프랑스인들 때문에 고생이 좀 많았으나 페르쥬가 너무 예쁜 바람에

                   다 상쇄됨. 
                   저녁엔 만두랑 숙소 근처 ICEO식당 다녀옴
11월 19일 목  아침에 르 키친카페 갔다가 문화 충격 보졸레누보 투어 가서 12잔 마심

                   저녁엔 만두 공연 저녁을 못먹었으나 괜찮다
11월 20일 금  만두와 리옹 투어 아침으로 근처 맛있다는 공장빵집에서 아침 해결 
                   점심으로 중국집에 갔다가 맛있어서 3년간 중국음식 못먹어본 중국사람처럼

                   중국밥먹음. 
                   저녁으로 프랑스 남부 음식이라는 고기 퐁듀를 먹으러 갔다가 무리해서 주문. 
                   하지만 곧 다른 사람들이 미친듯이 녹아내리는 치즈를 퍼담는 걸 보고

                   샐러드를 추가 주문
                    하지만 우리가 주문한건 샐러드가 아니었음. 결국 해당 메뉴를 다시 추가 주문
                    평생 먹을 치즈를 다 먹은 느낌적인 느낌이나 진짜 맛있어서

                    따뜻한 꼬리꼬리한 치즈 누룽지가 글을 적는 지금 이 순간에도 또 먹고 싶음 
                    결국 둘이서 4인분 75유로를 쓰는 기함을 토함
11월 21일 토   만두 떠나는 날. 만두랑 헤어지고 르 키친 카페에 가서 아침 먹고, 점심예약

                    SLO호스텔에 가서 짐 맡김 호스텔이 예쁘고 따뜻해서 충격먹음
                    하루1 유로라는 벨로브 자전거 타보고 싶었는데 날이 오지게 춥고 비가

                    오기 시작 ㅠㅠ
                    호스텔서 비 그치길 기다렸다 르키친 가서 점심 해결. 영국아저씨랑 요리사를

                    향해 당신은 매지션이야! 당신은 기적을 만들어!
                    칭찬 몇마디에 공짜 디저트 접시를 두접시나 더 얻어먹었다 ㅠㅠㅠㅠㅠㅠㅠ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녁으론 인포에서 추천해준 또다른 리요네즈 집에 갔다가 충격적인

                     소세지를 경험. ㅠㅠㅠㅠㅠ 이게 어떻게 같은 소세지인가 눈물이 남.
11월 22일 일   26인치 캐리어를 들고 왔다가 21인치로 바꾸는 바람에 터질것 같은 가방을

                    끌어안고 다시 몰타로 고고!!
                    돌아와보니 엘리사의 편지와 선물이 기다리고 있었고 쥴리아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몰타 컴백! 맛있었던 프랑스 리옹 여행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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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3일 월 영화 러쉬 라이벌 봄 케빈 고든
11월 24일 화 영화 콜롬비아나 같이봄 케빈 고든 수키아나
11월 23일 수  J언니와 삼겹살. 아주 오랜시간 쇼핑해서 시슬리 가죽잠바 건짐 마음에 듬 ㅎㅎ
11월 24일 목  시험공부. 아프리카 여행준비. 케냐 비자 잘못입력한것 같다는 느낌적인 느낌
11월 25일 금 하우스 파티. 13명이라는 대 인원 등장
11월 16일 토  쥴리아 마지막 하루

 

 

 

 

 


 

 


 

 

 

 

 

 

 

 

 

 

 

 

 

 

 

 

 

 

 

 

 

 

 

 

 

 

 

 

 

 

 

 

 

 

 

 

 

 

 

 

 

 

 

 

 

 

 

 

 

 

 

 

 

 

 

 

 

 

 

 

 

 

 

 

 

 

 

 

 

 

 


 

 

 

 

 

 

 

 

 

 

 

 

 

 

 

 

 

 

 

 

 

 

 

 

 

 

 

 

 

 

 

 

 

 

 

 

 

 

 

 

 

 

 

 

 

 

 

 

 

 

 

 

 

 

 

 

 

 

 

 

 

 

 

 

 

 

 

 

 

 

 

 

 

 

 

 

 

 

 

 

 

 

 

 


Place Bellecour

두번째스무살 2015. 11. 24. 01:18

 

 

 

리옹 벨쿠르 광장에서 멋쩍게 한참을 서성였다.

차마 너희의 슬픔을 이해한다는 알량한 말이 나오지 않았다.  

한참을 생각하다 간신히, 그리고 간절히 바래 온 한마디를 적었다.

얼마 후 다시 돌아와보니,
누군가 다정하게 초를 켜주었다.

 

 

 

I had written some sentences, there are my earnest wishes.

In Place bellecour Lyon. ...
Before long I came back,
Someone lighted candles tenderly.

 

I know that who is...

 

 

 

 

 

 

 

 

 

 

 

 

 

 

 

 

 

 

 

 

 

 

 

 

 

 

열심히 아이들의 모습을 사진기에 담고 있는 꽁지머리 청년은

해가 저물기 전부터 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날이 저물기도 전에 혼자서 묵묵하게 촛불을 붙이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사뭇인상적이었다.

카페 다시 나와 광장을 찾았을 때도 그는 여전히 이곳에 있었다.

 

바닥에 한글로 글을 남기자,

뜻이 궁금하다고 물어왔고

간단한 영어 번역을 듣고는 진심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내친김에 바닥 곳곳에 남은 글귀들을 영어로 번역해줄 수 있느냐고 묻자,

그는 선뜻 이 단어 저 단어들을 번역해줬다. 

뜻을 해석해주는 중간중간 마음이 아픈지 머뭇머뭇 거리기도 했다.

나도 잘 알것 같았다.

소리내어 읽다 보면, 그것은 단순한 표어가 아니라,

간절히 이루어고 싶은 미래일테니까.

 

한참을 산책하다 다른 길목에서 다시금 이 청년과 마주쳤다.

집에 돌아가는 길같아 보이는 그와 안녕!

짧은 작별인사를 나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