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는 그동안 벼르고 별렀던 다이빙을 했다.
내가 온 뒤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고 바람이 드세더니,
생리가 끝나서 다이빙을 하려고 했던 날부터 삼일가까이
다이빙 보트가 뜨질 않았다.

 

첫번째 펀다이빙을 하러 갈때까진 좋았는데
다이빙을 하고 나오니
몸을 조이는 다이빙 수트가 갑갑하게 느껴졌고
배는 흔들리고 파도는 치고... 확실히 멀미가 오고 있단 느낌이 들었다.

 

멀미가 하도 심하길래
두번째 다이빙은 과연 들어갈 수 있을까 싶었는데
입수 하고 난 다음엔 별 문제 없었다.
다행히 다이빙 끝나고 돌아오는 거리도 짧아서

그 뒤로는 멀미의 영향을 받진 않았다.

 

다만 집에 와서 심각한 근육통이 생겼고
머리가 아프고 배가 아픈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더니 심지어 어제는 해변에 나갔다가
거의 쇼크 상태로 말그대로 눈 앞이 캄캄해서 걸을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여기서 쓰러지면 말그대로 객사다. 란 생각으로
정신줄 놓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다이빙 사무실까지 걸어(거의 기어)갔다.

간신히 도착해서 나 헤드에이크도 있고 스토믹에이크도 있고 머슬도 아파.
라고 말했는데
아마도 수분 부족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하루 3리터의 물을 마셔주라고..;;;;

그래 생각해 보니 지난주 주말부터 물마시는 양을 많이 줄이긴 했었다.
내가 생각해도 잠수병, 감압병은 아닌거 같았지만
가끔씩 머리가 찌르는 듯 아파서
어제 하루는 내리 쉬기로 하고 돌아왔다.

 

낮잠을 자고 일어나고
온몸에 느껴지는 근육통이랑 두통을 느끼며 다시 드러눕고.
바람이 불어서 시원한건 좋으나
이틀만 지나도 내방 하얀 모기장이 쌔까맣게 변할 정도로
모래바람이 부는건 문제다.

 

몸도 좋지 않은데 물한병에 3000실링
(그렇다 동네 슈퍼에서는 1000실링이다.)
이나 받아 먹는 바람에
말도 안되게 바가지를 씌우는 옆 하우스 매점 주인에 대한
증오를 숨기지 못하고 한국말로 중얼중얼 욕을 했다.

말이 안되는 걸 아는데,
그걸 일일이 따진다고 봐줄것 같지도 않고
그냥 피부색 다른 내가 봉이지 싶어서
상한 기분을 안고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왔다.

 

소가 울고 닭이 울고
아이들이 5미터는 넘음직한 야자나무에 매달려 열매를 따고.
지나가는 길목마다 삐끼가 건네는 잠보 하와유 란 인사를
하루에 백번씩은 듣는 동네.

이곳에 있으니까 모든게 아득하게 느껴진다.

 

특히 말타링구아 기숙사에서 보냈던 시간들이.
몰타 최고의 버거집을 발견했다며 케빈을 따라 저녁 먹으러 나갔던 길이라든가,
안토니아의 권유로 난생 처음 살사를 배우러 후에고로 가던 밤.
5리터 물이 남았나 안남았나를 확인하며
엘리사랑 장을 보러 지나갔던 지름길이나
우리집에 놀러오며 주전부리를 사오던 수카이나...
이탈리아 요리를 해주던 쏘냐와 사브리나...

 

사람들로 기억되는 시간이겠지만
그 시간이 그립지 사람을 다시 만나겠다는 생각은 좀처럼 들지 않는다.
아마도 몇번의 여행으로 굳은 살이 박힌 체념때문이겠지.
사람은 그리워해도 돌아오지 않는다는 걸
서른다섯 먹은 나는 너무 잘 알고 있으니까.

 

몰타에 있을 때는 예감할 수 있었는데,

몰타를 그리워하게 될 걸 말이다.

11일이나 무념무상. 인도양을 바라보고 넋 놓고 지내는

이곳을 다시 그리워 하게 될까?

아직 확신하진 못하겠다.

 

-2016년 1월 27일의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