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지난 4월 나의 연애운 관해선 신통방통 했지만 우리 프로그램에 시청률은 맞추지 못한 일산 타로점집 아줌마의 충고는 이러 했다. 더워지기 시작할 때 이때 나갔다와 저쪽 시원한 나라로 다녀와. 넌 올해부터 운이 좋은데 나갔다 오면 더 좋아질거야. 나는 신탁을 수호하는 종교인은 아니지만 본래 6월만 되면 다니는 회사를 때려치고 싶어하는 낫지 않는 중병이 있으므로, 시즌 녹화 마무리 될 날짜를 즈음해서 비행기 표를 끊었다.

 

이제 당분간 스킨스쿠버는 어렵고, 서남유럽은 꽤 다녀봤고, 동남아는 더워지고 대체 어디가 좋을까?

친구 Chewy가 에스토니아 탈린을 추천해줬고, 에스토니아에서 라트비아를 비롯한 발트3국을 다닐까 북유럽을 다녀올까 하다가 걍 배로 2시간 거리 가까운 핀란드 헬싱키로 결정했다.

하! 그냥 무심코 집어 짜기 시작한 일정인데...,

 

난 외칠 수 있다.

이것이 나의 인생 여행의 화룡점정이다!

인생이 쓴단 짠단의 강약이 넘치기 마련이라면

이것은 내가 지난 아프리카 여행 내내 누렸던 고통을 모두 치유하는 과정이었....

백팩킹이었는데도 불구하고 얼마나 만족스러웠는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런데 단 하나의 단점이 있었는데

목표한만큼 레스토랑을 가지 못했어 흑흑흑흑흑...

 

 

 

여행 직전에 나는 눈 건강 문제 때문에 운동도 못하고 처묵처묵 먹기만하는 수개월이 계속되면서 체지방 축적량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났다. 그래서 여행 직전 한 3주간 급격히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아마도 여행에선 찌겠지. 술 마시니까 찌겠지. 코스 요리 먹으니까 늘겠지 싶었는데 돌아와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몸무게를 재보니,,,, 하! 그대로다. ㅋㅋㅋㅋㅋㅋㅋ 1일 1레스토랑을 외쳤는데, 굶은게 아닌데 몸무게가 그대로라니 ㅋㅋㅋㅋㅋㅋ 야 나 얼마나 걸어다닌거야?!?!?!?!? 더불어 얼마나 못먹은거야!?!???!?

 

이 모든것은 북유럽 하지축제 문닫은 레스토랑이 내게 내린 축복인 것인가?1?!?!?!!?  (하지만 눈물이 나는 것은 왜 인가?!?!?!?!? 코스요리 맘껏 먹어주려고 했는데) 

 

 

여튼 생각보다, 기대보다 살이 덜 쪘던 과정을 적자면

일단 에스토니아 탈린에서 다이어트는 망이었다.

도착 첫날엔 비맞고 어설프게 돌아다녔는데 그 다음날 바로 트립어드바이져 1등에 방문하고, 웰컴 푸드로 에스토니아 전통 빵에 버터를 발라 먹은 순간 눈이 뒤집혀 이틀 뒤 방문을 또 예약했다. 그날 올드 탈린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근사한 bar를 발견하고 (심지어 음악도 끝내줌) 다이어트는 잠시 불타는 대한민국 한반도로 미뤄두자고 마음먹었다. ㅜㅜㅜㅜㅜ 그 다음날 아침 산책 중 무심코 들어간 카페에서 나온 내 인생 퐈불로봐는 나에게 어떤 충격을 주었나. 하! 800칼로리 고칼로리 디저트로 혀가 썩어들어가도록 단 아침밥을 먹으면서도 나는 행복에 겨웠었다.

중간중간 정말 피로와 노곤이 눈밑까지 차올라서 저녁을 못먹은 날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잘먹고 잘견디고 얼굴도 빵빵하게 살이 오른다 싶었다.

 

헬싱키 시내의 경우에 주말엔 주말에 조금더 가격이 올라가는 경향이 있는데 초반에 너무 돈을 아끼지 말았어야 했다. 유로 호스텔 근처에서 내 사랑 마스카포네 치즈는 발견하지 못했지만 일단 유분이 많은 리코타 치즈랑 폭신폭신한 플랫브래드 느낌의 북유럽 치즈를 발견하고 그때부터 유당으로 점철된 식사를 시작했다. 사과 바나나 서양배를 비롯한 간단한 과일은 헬싱키 슈퍼가 더 싸다는 믿기 힘든 현실... 하! 최저임금 6400원대에 사는 대한민국 배낭여행객은 닥치는대로 슈퍼에서 과일을 사고 샌드위치를 만들어서 아점을 때우곤 했다.

 

그래도 그 놈의 시나몬 롤도 먹어주며, 쓰리 코스 짜리 레스토랑도 런치를 이용해서 다녀왔다. 투르쿠 넘어가선 헬싱키보다 더 싼 레스토랑이 많아 12유로 대에 스테이크 샐러드도 먹고 했는데 문제는 투르쿠 B&B숙소에 들어가면서 부터였다 바베큐를 할 수 있다길래 바베큐용 고기와 소세지를 사고 라면을 끓여먹을 생각을 했던 것. 갔더니... 라면 끓일 수 있는 냄비가.. 없어..;;;; 바베큐만 가능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라면을 끓이려고 바베큐 화덕에 불을 피울 수도 없고 그래서 2박 3일의 일정 중에 점심 한끼는 과일로 때웠다. 과일로 때운 주제에 무려 이틀에 걸쳐 두번이나 2시간 넘게 호수수영과 사우나를 반복한 것이 문제였던가... 그래 투르쿠에선 바베큐까지 해먹으면서 즐거웠으니 됐었다. 문제는 헬싱키에 도착한 금요일 오후부터 전 북유럽이 하지축제에 들어가면서 레스토랑에 갈 수 없게 된 상황 때문이었나...;;;;;

 

하지축제에 대한 이야기로 마지막 장을 본다 결심하고 이런저런 치즈를 사고 핀란드 조식빵을 사고 버터를 사고 햄을 사고 소세지를 산 뒤 그래도 이 양식을 아껴야 하니까 진라면을 끓이고 짜왕을 끓여야 하는 이 기분...;;; 본래 비앤비에서 먹을 식량을 고대로 가져온 덕에 헬싱키 유로호스텔에서 야무지게 끓여 먹었음.

 

하지만 문제는 관광 도중이었는데 ㅋㅋㅋㅋ

현지인 친구 T랑 세군데를 돌아다녔는데 다 닫음.

야무지게 닫음.

그래서 막 본의 아니게 샐러드를 파는 샐러드 바에 가서 샐러드로 식사를 때운다던가,

포르보 같은 근교를 나갔는데 먹으려고 했던 전통 케이크 가게가 문을 닫아서

짭퉁 케이크를 파는 맥주 바에서 맥주에 케이크를 먹는다던지

억울한 상황이 계속 펼쳐졌던 것.

핀란드 사람들은 휴일은 얼마나 야무지게 챙기는지 무슨 레스토랑이 하루 쉬면 됐지 일요일 문닫고 월요일도 쉬나 ㅠ

결국 가고 싶었던 olo 레스토랑은 마지막날 점심 비행기 타기 딱 직전에 문을 열었는데 예약도 못하고 누추하게 찾아가니 이미 풀부킹. ㅠ 눈물을 머금고 나의 생일을 축하해 주기 위해서 juuri로 14도 핀란드 한여름 날씨 쏙에 발에 땀나도록 뛰어갔다는 사실.

 

여튼 그래서 약간은 들어간 뱃살과 여행 직전까지 빼낸 나의 몸무게를 고사하며 지내고 있단 사실. 며칠간 연이은 생파로 좀 더 열심히 뺴야할 상황이다.

 

나 나의 어메이징한 휘바휘바를 백만번 더 외치고 싶은 여행기를 남겨야 하는데

일단은 바쁘다. 도착 첫날부터 출근해서 회식에 참가한 대한민국 비정규직 프리랜서의 삶에 대해서 논하자면 피눈물이 앞을 가리니까 일단 여기까지!!!

 

그렇게 배고프지도 않았는데 몸매유지까지 곁들인 엄청난 여행이었땈ㅋㅋㅋㅋㅋㅋㅋ 휘바휘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