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여, 우리의 19세기는 위대하지만, 20세기는 행복할 것입니다.
그때에는 낡은 역사를 닮은 것이 더 이상 없을 것입니다.
정복, 침략, 찬탈, 국가들 간의 무력 대결, 어느 왕의 혼인으로 인한 문명의 중단 사태, 세습적 폭정의 탄생, 국제적 협잡에 의한 민족들의 분열, 왕조의 붕괴에 뒤따르는 나라의 분할, 무한의 다리 위에서 마주친 어둠의 두 숫염소처럼 정면으로 부딪치는 두 종교의 싸움질 등, 오늘날 우리가 두려워하는 그따위 것들이 더 이상 없을 것입니다. 기아, 착취, 절망에서 비롯된 매춘, 실업으로 인한 극빈 상태, 처형대, 검, 전투, 사건들의 숲 속에서 벌어지는 온갖 약탈 행위 등을 더 이상 근심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더 이상 사건은 없을 거야.' 모두들 행복해질 것입니다. 지구가 자기의 법칙을 따르듯, 인류 또한 자기들의 법을 충실히 이행할 것입니다. ...'

<펭귄클래식 '레 미제라블' 5권 43p.>


아침을 먹을 때마다
식탁에 마주 앉은 엄마에게 시시콜콜 세상 욕을 하는 건 하루 일과가 돼버렸다.
 
며칠전 엄마가 넌지시 말했다.

"그런데 *희야, 니가 꿈꾸는 그런 세상은 오지 않아."

그 말은 사랑하는 엄마말이었고,
무척이나 조심스러웠기 때문에 무척 세게 다가왔다. 
 
내가 그 말을 작년에 들었더라면, 큰 상처였을지 모를 정도로...

내가 꿈꾸는 세상은 쉽게 오지 않을 것이다.
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레미제라블 앙졸라의 외침이 현재에도 불가능했던 것처럼
200년 뒤에도 불가능할지 모른다.  

그래도
이상은 언제나 큰 간극 속에 빚어지고, 
그래서 더 빛나고 더 탐나며 걸어볼만한 가치가 있는 것임을 안다. 
 
다행히 이제 나는 더 이상 내 꿈을 '내가 살고 싶은 세상'에 걸지 않는다.  
내 꿈은 그 세상을 향해 가는 '길'에 있다. 

'무엇이' 아닌 '어떻게'가 중요하다는 것을 깊이 새긴다.
그 덕에 삶이 조금이나마 충만해졌다. 

뒷걸음치는 듯 해도 결코 되돌릴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덕분에 공허하다고 헛헛하다고 투정부리는 일도 줄었다.  

이상 같은 구호는, 생각이 되고, 생각은 혁명을 만들고 혁명이 세상을 바꾸리라.   
선지자의 예언은 과하지만, 반드시 실현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나는
'앙졸라 2013년에도 네가 말하는 그런 세상은 오지 않았어.' 라고 말하는 대신, 
'앙졸라, 2013년에도 네가 말하는 세상을 향한 걸음은 계속되고 있어'라고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