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창을 오랜만에 열었다. 

11월도 며칠 남지 않았다. 이제 곧 서른여섯 마지막 달이구나.

 

현재의 나는 K본부 파업으로 손꾸락만 빨기를 근 3달여.

중간에 한달 파일럿을 끝내고 다시 백수다.  

이것 마저 안했으면 백수가 체질에 맞지 않는 나는 돌아버렸을지도.

 

어딘가로 뜨고 싶은 마음이 정말 굴뚝이었는데

지난달 말 2000원 남았던 통장이 나를 주저 앉히고

한달간 고강도 하드트레이닝의 일을 하면서 간신히 버텼다.

 

프랑스 친구 M이랑 다녀온 상큼유쾌뿜뿜했던 낙산사 여행 후기도 남겨야하는데

책상 앞에 앉질 않으니, 노트북을 아예블로그도 안켜게 된다. 

아.. 콧물훌쩍이며 바라보던 환한 달 뜬 양양 밤바다는 잊지 못할 장관이었는데 말이지.  

 

이 무료한 시간을 버티게 해주는 것은 넷플릭스 나의 넷플릭스... ㅜㅜㅜㅜㅜㅜㅜㅜ

네가 없었으면 정말 이 시간을 어떻게 버텼을지 가늠이 가지 않는다.

하오카 오뉴블 시즌을 따라잡았고 비밀의 숲에서 전율했으며

동네파 추천작 브레이킹 배드를 끝내고 베터콜사울을 진행중에 있으며

마인드 헌터도 봤다. 걍 조나단 그로프 보려고 켰는데, 뭐지? 이 스무스하게 넘어가는 이 과정은 대체 뭐지?!?! 미드처럼 자극적이진 않은데 담백하면서도 사람을 빨아들이는 마성은 뭐지?? 아이엠디비를 뒤져보니 제작자 데이빗 핀쳐.  ㅋㅋㅋㅋ

아 네 거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또 사전에 정보 없이 배우 얼굴만 보고 영상을 켜기 시작해서 거장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이런일이 일어났네요..

데이빗 핀쳐를 좋아하진 않다보니 그의 연출문법을 알아채기 어려웠을 수도 있지만 그래도 미쳐 못알아보다니 ㅠㅠㅠㅠㅠ  

 

여튼 넷플은 계속 달리고 있다.

어제는 주기자네서 백수된지 한 다섯번째정도 되는 넷플릭스 데이를 열어서 기묘한 이야기 한시즌을 다 달렸다.

특별히 어제는 미드를 보며 늘 침을 떨어트리는 불쌍하고 가련한 나를 위해!

특히나 브레이킹 배드 겁나 미남에 매력터지는 남자가 사장으로 있는 엘뽀요스 치킨집 떄문에 늘 미국식 치킨을 먹고 싶어하는 나를 위해!

파파이스에서 치킨 버거 비스킷을 시켜주었...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이 기간, 우리 동네파가 없었으면 ㅠㅠㅠㅠㅠㅠㅠㅠ 진짜 우울증이 왔을지도 모름.

 

여튼 먹고 보고 덕질하고 누워있고 아주 짬짬히 영어공부하면서 찌기 시작한 살은,

S본부 과자더미에서 일하면서 최고치를 찍었고

그 뒤로도 맛있는거 먹으러 다니는 일정이 계속되면서 ㅋㅋㅋㅋ

아놔 핀란드 다녀오기 전처럼 다시 찜 ㅋㅋㅋㅋㅋㅋ

다시 운동할 생각에 아주 피눈물이 난다. 꺼걸껄껄껄껄...

시즌 1보다 나름 느긋한 시즌2일에 들어가게 되면 초반 3개월은 벼랑영어를 하고 다이어트를 한 뒤 그 뒤로는 아침 수영과 일주일 1-2회 PT를 받아볼까 했었는데

이명박근혜가 남긴 적폐가 나의 계획을 개박살...;;;;

통장 빵꾸로 PT 마저도 여의치 않음.

 

 

나는 돈이! 벌고 싶다고!!!!!

몇년 내에 세달 일정 이상으로 멕시코를 갈거란 말이다!!!!

내 인생의 일부분을 다시금 심빠띠꼬 이 아마블레한 남미인들과 보낼 거란 말이돠아아아!!!!!

 

돈도 못버는 과정 중에 책출판 원고가 넘어왔는데 이것도 진짜 가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정말 출판사에서 보낸 원고가 맞나 내 눈을 의심.

페이지당 거의 열개 넘는 수준으로 문맥오류와 문단 내 문장마다 바뀌는 주제 전환, 심지어 접속사도 이상해?!?!?!?!

대학생 알바 시켜서 원고를 쓰게 했나는 의문을 지울수 없는 수준의 글을 받았다. 

문과도 아닐거 같아. 논술시험도 치르지 않은 애기들일거 같아.. ㅠㅠ

여튼 대 to the 박

너무 충격적임.

집에서 도저히 수정을 볼 수 없는 수준이라 카페로 기어나왔다.

여튼 덕분에 노트북을 켜고 포맷을 진행하고 원고 수정을 보는 중이다. 

그래서 블로그 창도 간신히 간신히 켤 수 있었음.. 퓨ㅅ퓨

 

 

그래도 중세암흑기 처럼 공백으로 표기될 이 시간 얻은게 있다면 있다.

얼마전 아는 선배를 만나서 다음 꿈도 다듬었고, 목표도 정했다.

세상 살면서 하고 싶은 일이 남아 있다는 건 얼마나 멋진 일인지.

 

여튼 그냥 허투루 보내는 인생이란건 없는 것 같다.

다음주부터는 재정비해서 좀 달려야겠다.

몸도 마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