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중요한가.

 

새삼 깨달은 구호다. 

스물세살. 대학교 4학년 한학기를 휴학하고 떠난 47일짜리 배낭여행. ㅠㅠㅠㅠㅠㅠ

한도시를 하루만에 찍고 때론 1박2일에 끝내버리고, 각종 박물관 취향에 상관 없이 여행책자에서 가라고 하면 최우선으로 방문했던 나의 스물셋 방랑이여...

(체력이 그만했으니까 가능했다)

 

암스테르담에서

렘브란트는 쫌 그립지만 반나절만에 다 보긴 힘드니까 내셔널갤러리 스킵!

사람이 박터지는 고흐미술관은 스킵!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나여서 행복했다.

 

 

거기다 츄히가 3년간 네덜란드 근무니까 3년 내에 언제든 갈 수 있고,

그땐 아예 뮤지엄 1년패스를 끊을 생각이므로 덴하그에서도 관람을 자제했다 후후 후후후후

 

여튼 덕분에 꼭 봐야겠단 전시만 골라서 봤는데, 마음에도 쏙 들었다.

 

대도시 소유 미술관이 아니었고, 건축자체도 아름다웠고 멍때리고 앉아 있으면 눈물이 날만큼 좋은 전시관들이었다.

 

 

크뢸러뮐러 미술관  Rijksmuseum Kröller-Müller

내셔널파크 안에 있어서 자전거를 타고 들어가야한다.

는 사실 하나만으로 여길 방문하기로 마음먹었음.

 

암스테르담에서 기차 두개, 버스 두개를 타고 자전거를 타고 들어가야 함.

 

 

유럽자전거 첫 시승인 날이었는데 너무 높아서 몇번 넘어질뻔함.

안그래도 높은 안장 최하로 내렸는데도 높았다..;;;;

유럽최장신국가여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네덜란드 자전거는 브레이크가 없어서, 페달을 반대로 돌려야만 서서히 멈추는데

이거 적응하는데 꽤 애먹었다.

 

 

중간에 길도 잃어보고 덕분에 숲길을 20여분 달렸음.

 그것도 나름대로 정취가 있어서 좋았음

 

 

 

 

 

배치나 구도 전시의 흐름같은건 그냥 가서 보라고 말하고 싶다. 나같은 애송이가 논할범주가 못되고 그냥 다 좋았음 ㅠ

 

 

그리고 나 고흐방 들어갔는데

닥터후에 나오는 고흐 처럼 울었자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닥터후의 반고흐는 영국의 전시를 갈 것이 아니라

크뢸러뮐러 미술관에서 자기방을 봐야했음.

정말 얼굴을 감싸쥐고 벅차오르는 감정을 주저하기 어려웠다.

고흐가 내 훼이보릿 화가가 아닌데도 너무 감격스러웠음

사람 없이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ㅠㅠ

 

 

 

 

 

 

 

 

요 아래그림이 참 좋았찌.

고흐를 한참 감상하고 난 다음 현대관에서 만난 작품인데

작품 이름이 빈센트.

열혈덕후가 빈!!센!!트!!!! 라고 절규하는 느낌 아니냐규

클래식 덕후가 롹커가 되어서 헤비메탈로 괴성지르는 심정 아니냐규.

 

 

 

 

 

 

사진기에 다 담지 못했던 전시 구성과 건축

전시 중간중간  더 호헤 벨루에(De Hoge Veluwe)국립공원을 바라볼 수 있고,

국립공원에 놓인 컨템포러리 아트들도 감상할 수 있다.

하루를 다 들여서 감상해도 부족할만큼 좋은 공간이었다.

암스테르담 관광을 아낌없이 포기할 수 있을만큼

 

 

 

 

 

 

 

 

 

 

 

잠시 쉬었다가 고흐관을 다시 보고 가야겠다고 마음 먹고,

매점으로 향했는데 때마침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숲이 젖어들어가는 소리 속에서 한참이나 풍경을 바라봤다.

이런 풍경이 내 삶에 오래도록 자리하길 기원하며...

 

 

 

 

 

 

 

 

 

 

 

 

코펜하겐 세번째날 들린 루이지애나 미술관 Louisiana

 

바닷가를 마주하고 있는 아름다운 현대미술관

나 이곳에 왔다고 헤르트에게 편지를 쓰고 싶을만큼 좋았다.

주말엔 사람이 넘치니 왠만하면 평일에 들리는 걸 추천하고 싶다.

(책에 씌인대로)

 

 

 

 

 

마오쩌뚱 형님그림은 아니지만, 프란시스 베이컨의 작품도 하나 소장중이었는데, 실물로 베이컨의 작품을 본건 처음이라 여튼 오래도록 멍때리고 봤따. 너무 고통스럽고 따거운 느낌이라 ㅠ 괴로우면서도 오래볼 수 밖에 없는...

여튼 순간의 감정을 예술가의 손을 빌려 영원으로 박제한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감사한 일이기도 하고.

 

 

여기 매장이 마성의 샵이었다

걍 소장 작품의 팬시만 파는 게 아니라, 현존하는 디자이너들의 생활용품을 팔고 있... ㅠㅠㅠㅠㅠㅠ 그냥 지나치기 쉽지 않았음. 손목시계 하나를 굉장히 오래 고민하다가 나의 주머니 사정을 생각해서 참았따 ㅠ

 

 

 

루이지애나도 크뢸러미술관 처럼 자연과 잘 어울어졌고 그걸 건축에도 잘반영했다.

 

 

 

 

 

 

 

 

 

 

 

들어가던 입구는 짱짱하더니 돌아올 즈음해서 날이 흐려지기시작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두 날씨를 모두 체험하는 건 값진 경험이다.

 

 

 

 

 

 

다음 여행도 취향에 맞는 선택이 내 인생을 좀 더 풍요롭게 하길.

취향이 뭔지 모른체 바지런하게 왠만한 걸 다 경험해본 나의 과거를 다시금 칭찬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