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로점을봤다

소소한 수다 2016. 10. 21. 11:42

 

녹화가 끝났다. 

나에겐 너무나 중요했다.

그리곤 3개월간 너무나 사랑해왔던 이 파일럿의 레귤러 여부가..

 

나는 지체하지 않았다.

바로! 즉시! 다음날! 친구와 차를 타고 타로점을 보러 다녀왔다.

레귤러 여부를 물으러 왔는데 이상하다. 자꾸 아줌마는 내 질문엔 답을 해주지 않는다.

 

 

-넌 일이 세개야.

 

파일럿이 끝났으니 3빼기1은 2. 두개가 맞는데, 아줌마는 일이 세개라고 한다. 

 

-돈은 왜 못받았어?

 

맞다. 내 일은 방송이 나가야만 돈을 받을 수 있다. 7월 마지막주부터 일하기 시작해서 8월달부턴 쓰리잡으로 가열차게 달렸는데, 아직 나간 방송이 단 하나도 없다. 근 3개월간 노머니.. 사실 나의 고료는 언제 들어올지 지금도 모른다.

 

-돈카드 뽑았네. 이건 일. 이건 돈. 이건 일..

 

그리하여 내가 뽑은 카드는 돈 일 돈 일 돈 일

 

아줌마가 자꾸 다른 길을 가려고 하기에, 붙잡고 다시 물어봤다.

 

-그래서 제가 어제 녹화 뜬 프로그램은 정규가 되나요? 아님, 전 다른 일을 또 잡아야 하나요?

-넌 뭐든지 7일에 결정나.

-녹화는 떴는데 방송은 멀었거든요.  

 

달력을 보며 아줌마가 아예 날짜를 짚는다.

 

-그럼 27일, 아니면 11월 7일...

-방송은 그 뒤에 나가는데요..;;;

-다 할 수 있어 거절하지마. 너 오늘 뽑은 카드 죄다 일 돈 일 돈 일 돈이야.

 

그렇게 터덜터덜 일산에서 돌아와, 나머지 투잡을 마무리 짓느라 혼을 빼고 있는데 10월 17일. 그래 그  1"7"일. 일단 그 아줌마 말 대로 십 "칠". 후배로부터 전화가 왔다.

 

-선배 일드리려고 전화 드렸어요.

 

 

그리하여! THEREFORE!

프리뷰와 편구를 동시에 쓰느라 하루 다섯시간 수면시간 조차 지키지 못하는 내가..

다시금 쓰리잡의 구렁텅이로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 점집아줌마 예언대로 날짜까지 맞춰가며 다시금 쓰리잡을 시작하는... 이러한 운명을 맞닥드린 것!!

 

여튼 투잡이 된지 사흘만에 다시 쓰리잡이 되고, 테잎 열개 열두개를 한꺼번에 프리뷰하고 그날 바로 편집구성안을 써내는 기염을 토하고, 그 와중에 새 프로그램 서치까지 해내고 있다. 편구를 모두 턴 어젯밤 간신히 수면시간 7시간을 확보했다. 침대에 누웠는데 인생이 너무나 공허하게 느껴진다. 일은 재밌는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달리고 있는데 왜 이럴까, 사진첩을 뒤적이다가 문득 깨달았다.

 

내가 놀질 못했구나... 백수로 일을 안하긴 했어도, 술마시며 놀진 않았다. 올해 나는 3차까지 가는 술자리에 나가본적이 단 한번도 없다. 밤을 새워 들이마시고, 목구멍 끝까지 안주를 채워넣고, 아침에 뼈해장국으로 쓰린 속을 위로하고 배부른 위장을 부여잡고 집에 가줘야, 인생 사는 이유를 느낄 수 있는 법인데... 그걸 못하고 있구나.  일년에 서너번 최소 두세번은 하고 밤샘 술자리를 아직 못해봤다. 보통 추석 연휴에 달려줘야 맛인데 이번 추석은 5일 중에 3일을 사무실 나가서 일하고 카페가서 일하고 일하다 쓰러져 잠이 들었다.

 

여튼 지금 너무너무너무너무느무느무느무 놀고 싶은데 놀수가 없다. 당분간.

다모토리에서 김안주에 병맥을 입안에 넘기고 목이 터져라 떼창을 불러재끼고 싶다.

몰타 후에고에서 촌스런 라틴 음악에 말도 안되는 살사 스텝을 넣어서 쿵짝 쿵짝 춤을 추고 파체빌 너머 집으로 돌아오고 싶은다. 그런데 지금 그걸 할 수가 없다.

훈훈한 음악 나오는 바에서 마음 맞는 여자애들이랑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 왕수다에 창밖 아래 구경하면서 여자들끼리 술먹으면, 술을 마셨을때만 나오는 호호호호 대왕수다를 떨고 싶은데 그걸 할 수 없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 모든 고뇌가 끝나면, 쓰리잡이 끝나고, 통장에 돈이 입금되면

나는 놀아야겠다. 가열차게. 다신 없을 것 처럼.

 

 

그런데 아줌마네 점집에서 뽑은 카드처럼

일일일일일 이면 우짜지 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