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만들기는 성공적!

동생 승용이도 나미비아 비자를 만들러 대사관에 갔을 때 만났던 한국인도
나에게 조언을 해줬다.
 
죄다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애들이라 도저히 어울리기가 힘들거라고
그들 대화를 알아듣는데는 한계가 있었고 그걸 깨고 친해지기란 어려울거라고... 

 

하지만 이번에도!! 나는!! 운이 좋았다.
현재 우리 트럭킹 멤버는 운전사 알폰소, 가이드 기프트,
오직 영국인 노부부 폴 앤 파멜라만이 영어를 모국어로 쓰고 있다.
가장 많은 인원은 7명으로 네덜란드가 가장 많고
스위스 세명, 스페인 두 명, 독일인 두 명. 
심지어 친구들끼리 온 일본인 대학생도 세명이나 된다. (자칭 도요타 삼형제 라고 불리는 중)

그밖에는 브라질 한명 스웨덴 한명 그리고 나. 이렇게 구성이 됐다. 
여튼 영어권인원이 많지 않아 진짜 다행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트럭투어에서 왕따 혹은 은따가 되는 상상을 얼마나 많이 했던가... 

여튼 이번 친구 만들기는 성공적!! 외롭지 않게 보내고 있다.

 

 

*첫날 캠핑장에서 텐트를 치고 자는 날이었다.
텐트 안에 신발을 신고 들어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많았는데
그 어떤 텐트에도 바깥에 신발이 놓여있지 않았다.
그 말은 다들 신고 들어갔다는 의미다. 덕분에 나도 과감하게 신을 신고 들어갔다.
이를 닦으러 수돗가로 가던 도중 나는 가지런히 놓인 신발 세개를 발견하는데
도요타 삼인방의 텐트였다.
그렇다. 문화적 동질성은 이렇게 서로를 가깝게 만든다.
텐트가 집인데 신을 신고 들어가서 더럽히고 싶지는 않지.

암 그렇고 말고.

 

 

*동생 승용이가 주의하라고 한 것 중엔
지나치가 밝고 자기 감정에만 충실해서 망나니같이 구는
북미 혹은 오세아니아권 남자애도 있었는데
다행히 우리 그룹엔 그런 남자애가 없다... 라고 생각했으나,
있다. 그것도 내 옆자리에.
스위스에서 온 타티아나가 과하게 오바하고 언제나 큰 소리를 낸다. 
문제는 큰소리로 웃는건 참 듣기 좋은데 큰소리로 짜증과 화까지 내니까

언제나 이게 문제.
트럭에서 자다 말고 깜짝 놀란게 한 두 번이 아니다. 
앞으론 귀를 제외한 얼굴에 구멍(피어싱)을 네 개 이상 낸 친구들과는 적당한 (위치상의)

거리를 두는 걸로 ㅋㅋ


*네덜란드 할아버지 두 분이 일행으로 같이 와 있다.
같은 조에 속해 있어서 설거지를 하면서 물었다.
30년 가까운 친구고 네덜란드 암스트레담 근교에 집이 있지만
케이프 타운에도 집이 같이 있다고...
그말에 으응? 아무리 가까워도 그럴수 있나 싶었는데...

다른 할아버지와 대화하다가 둘은 파트너란 이야기를 듣고
아... 이분들도 역시나... 싶었다.

문제는 이걸 아직까지 일본인 삼인방이 모른다는 거다.
눈치 없이 네덜란드 할아버지들한테 결혼은 한적 있느냐,
자식은 없느냐, 왜 없느냐 라고 꼬치꼬치 묻는다.
(야 임마 나오키 너 헤르트 다리에 男男이라고 새겨진 문신 못봤냐 ㅠㅠㅠ라고
말해줄 수도 없는 상황.)

 

*네덜란드 파트너 중에 케이스와 많이 친해진 편이다.
특히 거침 없는 케이스의 입담은 너무나도 재미나다.
그러다가 케이스가 우리 아빠랑 동갑인걸 알게 됐고,
당신 우리 아버지랑 동갑이에요 라고 알려줬다.
 
케이스는 이왕 이렇게 된거 자기가 날 입양하겠다고 입양딸하라고 권한다.

그는 권유는 가벼운 농담이었겠으나, 나의 대답은 무거운 진심이다.
진심이다.
이딴 나라 대한민국의 국적 따위 단 1초의 망설임 버릴 수 있다.
어느새 케이스는 잊었겠지만 나는 진지하게 입양의 법적절차를 묻고 싶은 것인
진솔한 나으 심정이다. 흑흑


*달밤에 스프링벅이랑 얼룩말이 물마시러 오는 광경까지 보고 난 뒤
기분이 업 된 몇몇이 아예 침낭만 가지고 밖에서 잘까란 결론을 냈다.

사막의 밤, 달과 함께 잠드는 근사한 기분이란.
살풋 잠에서 깨서 눈을 떠보면 달이 다정하게 나를 내려다 보고 있다.
그 느낌이 정말로 너무나 황홀했는데 말이다.

문제는 그날 새벽 세 시경.
갑작스레 비가... 사막에서 비가 ㅠㅠㅠ 내리기 시작했다는거다.
미처 텐트를 치지 않았던 세 명은 그나마 텐트를 마련했던
나딘의 텐트로 뛰어들어갔다.
좁아터진 1인용 텐트 안에 세 사람. (호드리게스, 나딘, 아투르, 나)

그런데 이게 무슨일이지?
비가 계속 내려...;;;

그렇다 천장이 뚫려 있었던거다.
간신히 레인커버를 씌우려고 보니 이번엔 레인커버에 있던 모래들이 비처럼
우두두두 떨어진다. ㅠㅠㅠㅠㅠㅠㅠ
그렇게 삽질을 거듭해가며 레인커버까지 씌우고 나니, 이번엔 비가 그쳤다.

 

잠시 후 강풍에 레인커버가 떨어졌다.
설마 비가 또오진 않겠지 그냥 자는데
또 오더라... 비가... ㅠㅠㅠㅠㅠ
결국 호드리게스랑 나딘이 다시 레인커버를 씌우고 묶고 고정시키고 나니
그래! 예상했던대로 비가 그쳤다... ㅠㅠㅠㅠㅠㅠ

 

"와이 오파짓!!(왜 죄다 반대지?)"
"그저 우린 밖에서 자고 싶을 뿐이었어"

 

나의 절규와 아투르의 절규에 갑자기 빵처진 우리들은 5분넘게 배를 잡고 웃었다.  

 

*배를 잡고 웃을일도 많고,
순간 순간 경이로움에 할 말을 잃을 때도 많다.
몰타 3개월 끝에 약간 지친감도 있었는데
거대한 장관이 "이래도 감동 안할래? 이래도 놀라지 않을래?"
나를 채찍질 하는 느낌.

이곳에서 순간을 사랑하는 법을 다시 배워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