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의 역사와 문화와 대해서 공부할 주제는 안되고 아는 거라곤 한창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영화 상영할 당시 몇편 본 것이 전부...;; 사실 그 삭막한 풍경과 묘사를 생각하면 핀란드는 방문하고 싶은 나라는 아니었다. 친구 T도 내가 그 이야기를 하니까 그 감독은 리얼리즘과 냉소가 모토잖아.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녹화 끝나고 여행준비 할 때도 게으름병이 도져서 카모메 식당도 찾아보지 못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탈린 들어가는 핀에어 비행기에서 영자막으로 감상할 수 있었다.

결국 내가 아는 핀란드에 대한 건 나무 위키에서 핀란드 겨울 추위에 관한 개그 몇 개가 전부였다.  

 

헐.

그런데, 그게 참 투르 였다니.

나무 위키에 쓰여 있던 그 개그가 모두다 진짜였다니....;;;

내가 여행지에서 북유럽 친구들 만나면 니넨 겨울에 얼음 깨서 수영한다며? 라고 시시 껄렁하게 농담 몇마디 던지는게 그게 진짜 진짜 진짜 리얼이었다니!!!

아 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15 C This is as warm as it gets in Finland, so we'll start here. People in Spain wear winter-coats and gloves. The Finns are out in the sun, getting a tan.
(영상 15도 - 핀란드에서는 이보다 더 따뜻해지지 않기 때문에 여기서 시작한다. 스페인 사람들은 겨울 코트와 장갑을 착용한다. 핀란드인들은 밖에서 일광욕을 즐긴다.)
+10 C The French are trying in vain to start their central heating. The Finns plant flowers in their gardens.
(영상 10도 - 프랑스인들은 중앙난방기구를 틀려고 안간힘을 쓴다. 핀란드인들은 정원에 꽃을 심는다.)
+5 C Italian cars won't start, The Finns are cruising in cabriolets.
(영상 5도 - 이탈리아의 차들은 (얼어서)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핀란드인들은 오픈카를 타고 드라이브를 즐긴다.)
0 C Distilled water freezes. The water in Vantaa river (in Finland) gets a little thicker.
(0도 - 물의 어는점이다. 핀란드의 반타 강물은 그저 조금 걸쭉해질 뿐.)
-5 C People in California almost freeze to death. The Finns have their final barbecue before winter.
(영하 5도 - 캘리포니아 사람들은 얼어죽기 직전이다. 핀란드인들은 겨울이 오기 전에 마지막 바베큐 파티를 즐긴다.)
-10 C The Brits start the heat in their houses. The Finns start using long sleeves.
(영하 10도 - 영국인들은 집에 난방을 시작한다. 핀란드인들은 긴팔옷을 입기 시작한다.)
-20 C The Aussies flee from Mallorca. The Finns end their Midsummer celebrations. Autumn is here.
(영하 20도 - 오스트레일리아인들은 마요르카 섬에서 도망쳐나온다. 핀란드인들은 그들의 하지 축제를 마친다. 이제 가을이다.)
-30 C People in Greece die from the cold and disappear from the face of the earth. The Finns start drying their laundry indoors.
(영하 30도 - 그리스 사람들은 다 얼어죽고 지구상에서 사라진다. 핀란드인들은 집 안에서 세탁물을 말리기 시작한다.)
-40 C Paris starts cracking in the cold. The Finns stand in line at the hotdog stands.
(영하 40도 - 파리는 얼어서 부서지기 시작한다. 핀란드인들은 (따뜻한 것을 먹기 위해) 핫도그 스탠드에 줄을 선다.)
-50 C Polar bears start evacuating the North Pole. The Finnish army postpones their winter survival training awaiting real winter weather.
(영하 50도 - 북극곰이 북극에서 탈출하기 시작한다. 핀란드군은 진짜 겨울 날씨가 될 때까지 그들의 혹한기 훈련을 연기한다.)
-60 C Korvatunturi (the home of[8] Santa Claus) freezes. The Finns rent a movie and stay indoors.
(영하 60도 - 산타클로스의 고향인 코르바툰투리(핀란드의 전설의 산)가 얼어붙는다. 핀란드인들은 영화를 대여하고 집 안에서 시간을 보낸다.)
-70 C The false Santa moves south. The Finns get frustrated since they can't store their Kossu (Koskenkorva vodka) outdoors. The Finnish army goes out on winter survival training.
(영하 70도 - 가짜 산타가 남쪽으로 이사간다. 핀란드인들은 바깥에 보드카를 보관하지 못하기 때문에 짜증을 낸다. 핀란드군이 비로소 혹한기 훈련을 시작한다.)
-183 C Microbes in food don't survive. The Finnish cows complain that the farmers' hands are cold.
(영하 183도 - 음식물 안의 미생물이 더이상 살아남지 못한다. 핀란드의 소들은 자기네 농부 손이 차갑다고 불평한다.)
-273 C ALL atom-based movement halts. The Finns start saying "Perkele, it's cold outside today."
(영하 273도[9] - 모든 원자의 움직임이 멈춘다. 핀란드인들은 이제야 "젠장할, 오늘 춥네"라고 하기 시작한다.)
-300 C Hell freezes over, Finland wins the Eurovision Song Contest.
(영하 300도 - 지옥 마저 얼어붙는다.[10] 핀란드인들은 유로비전 노래 대회에서 우승한다.)

 

*출처는 나무위키지만 제가 경험해본 바 이 모든 것이 사실임을 증언합니다.

 

일단 영상 15도가 이 나라 사람들에게 수퍼 핫인건 알겠다.

흐리고 비오고 춥고 습해서 바람막이 입고 아침 산책나갔던 그날 호숫가에서

빙하물이 녹아 염분이 적은 헬싱키 바다에서 수영을 즐기는 할머니 할아버지 둘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날 영상 13도에선 비바람이 불기 두시간 전 나체로 서핑을 즐기는 젊은이들도 목격했다.

 

그리고 그 경험을 어찌 잊으랴. 투르크 Aamuranta B&B에서 아침을 먹던 날. 유디스와 남편이 한시간 넘게 겨울철 얼음 깨서 수영하는 애길 해줬던 시간을....

 

그러니까 그 전날 나는 유디스의 집 근처 퍼블릭사우나에서 호수 수영과 노천 온탕을 번걸아가며 두시간 넘게 수영을 즐기고 왔다 어제 재밌었니? 란 말에 내가 나름 25개국 정도 나라를 경험해봤는데 손에 꼽는 경험이라고 말해줬다. 그러면서 꺼낸 이야기가 보통 한국에선 30도가 넘어야 야외 수영을 한단 이야기였는데, 이 질문을 꺼내면서 나는 또다시 그 질문을 건냈던 거다. 북유럽 사람들은 겨울에 얼음깨서 수영한단게 진짜니? 이 질문이 발단이 되어 밥먹는 내내 핀란드 얼음깨서 수영하는 문화에 대해서 듣다니.

 

지금부터 내가 적는 모든 내용의 출처는 모두 유디스와 그의 남편임을 밝힌다.  

근거는 없다. 하지만 그들이 자랑스럽게 말해준 바는 다음과 같았음.

이후에 만난 내 친구 T에게도 그게 다 진짜냐고 물었는데 크게 팩트가 틀린것 같지는 않았다. ㅋㅋㅋㅋ

 

일단 호수 근처 사는 사람들은 집집마다 빙쇄기를 가지고 있는거 같다. 이동이 불편해서, 차를 운전할 수가 없어서가 아니다.

영하 30도의 날씨에도 호수 수영 해야하니까. 그게 핀란드니까!! 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아놔 ㅋㅋㅋㅋㅋㅋㅋ 얼음 깨고 호수수영을 해야 더 사우나가 짜릿하기 때문인지 사우나를 해야 얼음 옆에서 호수수영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인지, 닭과 달걀 같은 문제인듯. 여튼 그들은 겨울에 얼음을 깬다. 수영을 하려고. 사우나를 하려고.

 

더불어 들은 정보론 호수를 마주하고 사는 사람들끼린 컴패티션, 경쟁도 붙는거 같은데, 얼음을 크게 깨는 것이 자랑이고 자부심이라고 ㅋㅋㅋㅋ 앜ㅋㅋㅋㅋ 옆집 남편이 좋은 빙쇄기를 산건 꽤나 화제가 되는 모양.  걍 날도 춥고 힘든데 작게 깨면 안되는 것인가?!?!??!?!? 이러다 커다란 호수 하나 다 쉐이크 만들 기세?!?!?!? ㅋㅋㅋㅋ(실제로 작은 호수 근처 사는 집들은 다 깨버리기도 한다고 ㅋㅋㅋㅋㅋ)

 

내가 얼음 호수 수영 중에 가장 걱정되는건 얼음 아래로 들어가서 위로 못나오게 되는 상황이었다. 얼음 아래로 들어가버리면 어떡하는 거냐 물으니까 그럴것에 대비해서 구멍은 두개 이상 낸다고 ㅋㅋㅋㅋㅋ 아니 그전에 걍 얼음 수영을 안하면 안되는 거냐고..;;; ㅋㅋㅋ 걍 따뜻한 집에서 디자인 끝내주는 핀란드 가구 아래서 만화책이나 읽으면 안되는거냐고요!?!?!?!? ㅎㅎ

 

유디스의 옆집 이야기도 많이 들었는데 조금은 깊게 생각하지 못한 유디스 옆집은 친구들을 초청해 사우나를 즐기기 위해 사우나를 엄청 크게 지었는데 문제는 집을 너무 작게 만들어서 손님들이랑 밥먹을 공간이 없다고. 그렇다 핀란드에서 야외에서 조촐하게 식사할 수 있는 따뜻한 기간은 오직 7월 며칠 한정이다. ㅋㅋㅋㅋㅋ 내가 머물렀던 6월 중순에도 11도와 14도를 오고가고 있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여기서 또다시 깨달을 수 있는건 대부분 핀란드 인들의 인생 화두는 사우나 인 것인가?!?!? 란 결론이..;;;;

 

호수를 끼고 있는 유디스의 이웃은 숲길 도보로 3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에 있었다. ㅋㅋㅋ 아 놔 ㅋㅋㅋㅋㅋ 하지만 이 바지런한(?) 이웃은 겨울철 유디스네 놀러올 때면 언제나 빙쇄기로 얼음을 갈면서 배를 타고 노를 저어 30여분 이상 걸려서 온다는 사실 ㅋㅋㅋ 그래 나도 로잉머신 사고 싶은 날이 있었어. 이왕 산 기계와 배일테니, 쓰면 쓸수록 남는 거라는 건 알겠다. 얼음갈고 노젓고 무슨 설국열차도 아니고!?!?!? 5분 숲길 걸어가는 것이 훨씬더 안추운 방법일텐데...!?!?! ㅋㅋㅋㅋㅋㅋㅋㅋ

 

여튼 이런 저런 이야기를 잔뜩 들었다. 안그래도 아침밥도 한상 거했는데 수다까지 배부르게 들었따. 팔순 넘은 유디스의 시어머니도 겨울철 수영을 즐긴다는 사실 그럴 수록 핀란드 인들은 건강하다는 사실 알아도 별 쓸모는 없으나 밥을 먹으면서 계속 빵빵 터질 수 밖에 없는 많은 사실들을 알았다....;;;

 

*사우나에 대한 깊이 있는 체험에 관해

우리도 보통 한겨울에 뜨뜻한 아랫목에 누워 있으면 사람이 한없이 다정하고 따뜻해지지 않나? 여튼 그것과 비슷한 맥락인진 모르곘다.  사우나에서 만난 핀란드 사람들은그렇게 다정하고 오지랖넓고 친절했다.

헬싱키 둘째날, 유로호스텔 사우나를 이용하는데 핀란드 할머니가 너는 반드시 이 단어를 알아야 한다면서 두가지 단어를 알려줬다. 이 단어가 내가 핀란드에서 핀란드 인에게 배운 처음이자 마지막 단어일지 모른다(휘바휘바는 대한민국 전국민이 알고 있는 단어니까)

그날 할머니의 팔을 쭉 뻣는 제스츄어와 함께 들은 단어는 랏민!

두팔을 움추리며 오들오들 떠는 자세로 배운 단어는 뀰마!

 

랏민은 heat on...;;;;

이런 단어를 배워서 핀란드 호수 옆 퍼블릭 사우나에서 동네 할배 할매 꼬꼬맹이들에게 둘러 싸여 있을 때도 야무지게 써먹었다. 랏민은 힛온 이지만. ㅋㅋ 뭔가 너무 좋아 따뜻해 온도가 올라가?!?!? 란 호들갑 스런 느낌이고, 뀰마는.. 추우니 돌에 물좀 뿌려라 수증기로 온도 좀 올리게 란 느낌? 여튼 본능에 따라 적절하게 사용했고 그때마다 빵터지는 핀란드 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친구 T에게도 물었는데,

아뮬란타 비앤비 유디스의 집은 정말 엄청난 실로 대단한 인테리어 잡지에서 뽑아져 나온 것 같이 꾸며져 있었다. 난 이 집이 워낙 별장 스타일이고 남편이 건축가라 이렇게 만든 줄 알았는데 ...;; 헐... 친구 T의 부모님 집도 실로 엄청났던 것...;;; 그 벽에 붙은 모던한 느낌의 그림하며 카페트 하며 화초들이 뻗어져 나오고 벽난로가 있던 풍경을 잊지 못하겠다. 너무나 당연하겠지만 컵도 죄다 아라비아 아니면 이딸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야 니네집 끝내줘 엄청나다. 라고 하니 '이게 어디가 끝내준단 거야?'란 표정의 대답이 들어왔다. 이런 집이 정말로 북유럽에선 평범한 집인 것인가??!?!?!

돌아오는 길에 핀란드 사람들은 사우나를 가지고 있는 집들이 몇퍼센트나 되니? 너무나 당연하게 그리고 뭐 이딴 질문을 하냐는 듯 All이란 대답이 돌아옴 ㅋㅋㅋㅋㅋㅋ 뭐여. 나 지금 내가 대한민국에 김치냉장고 가진 집이 몇집이냐, 이탈리안에게 에스프레소 머신 있는 집이 몇 집이나 되는가와 똑같은 격의 질문을 한건가.

그럼 왜 퍼블릭 사우나가 필요한거야? 라고 물었지만 나도 꺠달았다. 에스프레소 머신있다고 밖에 나가서 커피 안사마시는 건 아닌 것과 똑같은 대답이 돌아올 것을....

여튼 핀란드에서의 12일 야무지게 핀란드인들이 사우나를 체험하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