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토 생파로 다모토리에 갔다.
삼겹살집에서부터 얼근했던 우리는 아는 노래마다 죄따라부르고, 두들겨지지도 않는 테이블을 두들기고, 어깨춤추면서 '처먹어'를 남발했다. 옆테이블 아저씨는 흥을 못이겨 걸어 나와 춤을 추었다.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 나오더라.
이대부고에는 '한올'이라는 중창단이 있었다.
한올은 써클이 없이 특별활동만을 시키던, 교내 유일한 동아리였고, 졸업한 선배와 완전 후배를 연결시키며 많은 커플을 탄생시킨 동아리였다.

우리반에는 서은선이랑 최보윤이 한올이었는데,
당시 곡을 연습한다고 매일 워크맨을 들고 와서 쉬는 시간마다 노래를 듣곤 했다.

서은선에게 워크맨을 빌려서 '세상에 뿌려진 사랑만큼'을 들었던 쉬는 시간. 평소 같이 날뛰며 놀던 우리반 애들의 모습에 왜 울컥하고 치미는게 있었을까. 귀에 꽂고, 들리는 가사마다 맺히는 애들의 모습이 뭐 특별하다고, 앞으로 그리울꺼라고 생각했을까.

그래도 그뒤로 항상 이 모양이다.

천땡과 수다 떨던 서미연, 교실 구석에 앉아 있는 최보윤이랑 서은선 김효지. 왕웃긴 신혜선과 오혜미 두지연 엄기나. 앞쪽에 앉아 있던 감혜선. 욕 잘하는 장소라. 신지은. 최정은. 문환희. 너무 쉽게 게임에 인생을 걸었던 김동환 덩달아 놀았던 유광희 백인용 하숙집 아들이었던 김종민도 있었고 조뚱도 있고. 별명이 개코원숭이였던 박현숙 턱에 관한 별명이 있었던 이하윤. 이하윤과 사귀던 부반장. 부반장의 친구였던 김정제. 김정제와 사귀었던 최혜진. 음치였던 감데스와 정석현 유재관 조규자... 에어콘 구석 침을 뱉으며 놀던 오빠들까지. 가사속에 새겨 놓은 듯 이 노래를 들을 때면, 어김없이 1998년 가을 이대부고 교실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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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곡으로는 조하문의 '눈오는밤'이 나왔는데,

나는 당시 다니던 교회에 '오빠'가 있었고, 뚱토는 이대부고 3학년에 '오빠'가 있었고, 이지희는 같은반 옆분단에 '오빠'가 있었다. 그리고 이대부고엔 공식적인 오빠들이 있었다.

'그 시절에 오빠들은 어디에서 무얼할까. 우리들의 얘기할까.'

할리가 없다. 1%의 가능성 조차 없다. 그게 너무나 당연하다.


한참을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