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 푸르트 공항이다.

이제 인천으로 가는 비행편만 남았다.

내게 남겨진 비행 열두시간.

북킹닷컴을 뒤지며 시트가 멀쩡한 숙소를 알아보고 구글맵을 열어서 길 최단거리 길을 확인하고 트립어드바이져를 열어서 맛집과 오늘 하루 배를 채울 곳을 알아보며 메모장에 하루 쓴 돈을 정리하던 생활이여!

안녕.


몰타 마지막은 여행객처럼 지내보고 싶었다. 다들 휴양지로 오는 나라니까. 어학연수 겸 학원 도미토리에서 머무르던 11주, 나는 일주일에 생활비로 백유로를 쓰던 가난한 어학연수생이었다. 하지만 돌아와선 하루 예산 백유로짜리로 탈바꿈해 돈을 펑펑 써보았다. 히히.


무엇보다 삼일간 혼자라는 사실이 무척 맘에 들었다.

여튼 나는 이 섬에서 부산한 마음 다잡고 안녕잘있어요. 인사 나눌 곳이 많았으니까.

엊그제는 두시간 짜리 승마를 신청했는데

말위에서 보는 몰타 전경엔 봄이 한 가득.

흩뿌려진듯 가득한 꽃과 푸른 하늘. 몰타 대리석을 닮은 상아색 햇살이 채워져 있었다.

아 봄이구나. 

 

또각또각 말발굽 소리를 들으면서 안녕안녕 곳곳에 작별인사를 남겼다.

 

어제는 다섯 시간. 매일 같이 산책을 다니던 세인트 쥴리안의 모든 길을 걸었다.

뜨거운 햇살. 시원한 바람. 대리석 위에 고운 햇살이 덧입혀져 더욱 아름다운 건물들.

낮엔 해수욕까지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래 나는 이 섬의 길고긴 여름을 너무나 사랑했었다.  

마지막까지 엄청난 광경을 보여주는 이 작은 섬이 너무나 고마웠다.

 

 

다섯달이 조금 넘는 기간.
지나칠 정도로 충분히 맛있었고 (파하하)

나는 차마 다 담지 못할 거대하고 경이로운 풍경 속에 서있었으며
나는 나의 많은 부분이 깨트리고 새로운 경험들로 다시 채워 나갈 수 있었다.

언젠가 나를 모르는 타지에서 생활해 보는 것과 아프리카를 탐험 해보는 것.

스무살 초반 꾸던 꿈이었다.

그땐 간신히 비행기만 타 봤을, 배낭여행 조차 해본 적 없던 시절이었다.


어느덧 서른다섯 먹은 나는 오래 묵은 꿈을 이뤘고,

 꿈같이 즐거웠던 다섯달을 내려 놓고,

대신 전과 달라진 나를 데리고 집으로 향한다.

나의 경험과 기억이 그리고 사유의 기준이 나를 이루는 부분이라면, 나는 나를 사랑한다고 간절하게 고백할 수 있다.

지난 150여일은 나를 뜨겁게 사랑하던 시간이었다.

대단했고 놀라웠으며 행복했다.

 

모든 것이 끝나가는 지금 무엇과도 바꾸고 싶지 않은 보물같은 시간이

"내"가 되어 너무나 기쁘다.

안녕 안녕 고마웠어요.

나에게서 멀어져 갈 160여일의 시간들을 향해 손을 흔듭니다.

그리고 이젠

새로운 꿈을 꿀 차례다.

 

-2016.02.28 프랑크푸르트공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