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자전거

그해여름손님 2018. 8. 14. 18:49

소설 <그해 여름손님>의 영화ver을 보게 된 건 우연히 아니었다.

취향의 힘이었다. 

(잘썡)으로 취향인 아미 해머가 나오니까.

거기다 또다른 남주는 그야말로 프랑스프랑스프랑스하게 생겼네? ㅎㅎ

 

영화는 좋았다. 

특히나 올리버가 자전거를 타고 가로지르는 플랫한 유럽 시골길이 예뻤다. 

그래서 나는 마음을 먹었다. 

세번.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면서, 굳게 마음을 먹었다.


나 저 길을 달려야겠어.

하다못해 비슷한 길이라도 달려야겠어!

마침 운좋게, 나는 네덜란드행 비행기 티켓이 내 손에 있었지. 후후후

올 여름 여름휴가지의 목표는 

자전거, 자전거! 자전거를 꼭 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크뢸러뮐러 미술관은 검색 도중 우연히 알게 된 보너스였다.

'자전거를 타고 국립공원을 가로지르는 게' 마음에 들었는데,

고흐 그림이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장된 미술관이었다니.

기차를 두번 갈아타고 버스를 두번 갈아타고 내린 공원 입구.

유럽에서 평균신장이 가장 큰 나라 답게 안장은 높았으며,

악명높은 더치자전거 답게 브레이크가 없었다. 

대신 멈추고 싶을땐 페달을 반대로 돌려야만 했지.


20인치 비토를 타고 내릴 때는 다리륻 뒤로 돌려서 내리는 것이 버릇이었다. 

그 버릇이 높은 자전거에 걸리면서 큰 사고로 이어질뻔 했다.  

나는 총 세번인나 넘어질 뻔 했는데, 

그래도 무사했으니 다행이다. 

미술관으로 가는 한적한 숲길엔 그 누구도 없었던 것!!! 


그 때 내 눈에 비친 풍경은 어떠했었나.

아무도 없는 국립공원에 하늘 바람

햇살과 그늘이 높은음과 낮은음을 쉴새 없이 연주해주면서

멋진 건축과 멋진 전시를 보러 가는 그 길은 잊을 수 없는 길이었다.

 

 




케이스와 헤르트는 도착하자마자 자전거부터 구해줬다.

집에 있던 남성용 자전거를 시범삼아 태워보더니

케이스가 붙잡아 주지 않는 한 자전거의 타고 중심을 못잡는 걸 

단박에 알아챘다.  

그리곤 주저 없이 옆집으로 여성용자전거를 빌리러 나갔다.

셋이 나란히 맥주를 마시러 가는 길. 

젠틀한 두 아저씨들이 안내해주는 길을 따라서 페달을 밟는데 

옆으론 소와 양이 뛰놀고 있고 전퉁 풍차 대신 전자 풍력발전기가 돌고 있었다. 

항구로 빠져들어 배사이를 가로지르며 다리를 건너고 

달리고 또 달리고 또 달려도 숨하나 차지 않은 길... 

내가 무슨 덕을 쌓았길래 이런 달콤한 경험을 하나. ㅠㅠㅠㅠㅠ 

진심 너무 좋아서 눈물이 났었는데 말이지. 




동양인 여성이 남성자전거를 타기란

쉽지 않다는 걸 알아챈 독일 아우크루크 숙소의 주인은

어디선가(?) 여성용 자전거를 한대 더 놔주었다. 

두명 앞에 놓인 두대의 여성자전거. 


"독일북부는, 플랫한 네덜란드랑 달라서 

자전거를 타기 쉽지 않을꺼야" 

라는 안내 말대로 목표한 수영장까지는 가지 못했다. 

내리막과 경사가 계속되는 자전거 길은 상당한 체력을 필요로 했기 때문에.

밥 안먹고 길 나섰다가 돌아오지 못할뻔.... 

 

그래도 숲을 자전거로 달릴 수 있었다. 

숲을 자전거로 달린다는 것. 

얼마나 가지고 싶었던 풍경이었나. 

얼마나 마음에 들었는지 독일에서 

집을 살 수는 없는것일까를 고민할 정도였다. 


여행이 끝나고 얼마전, 

친구가 함께 달리던 길을 DSLR로 찍은 영상을  보내주었다. 







 덕분에 지금도 생생하지. 생생하게 간직 중이다. 

그해 여름손님처럼 지나간 여름휴가, 자전거로 달리던 그 길들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