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R. JHON

두번째스무살 2017. 1. 16. 11:50

Dear. Jhon.

I am a fuching chicken, still afraid of what straight to see.

After I know, it is not the same as before.
Therefore I hope to say, "Thanks."

 

-your friend Shin.

 

 

 

존 할아버지께.

 

인사가 늦은 이유를 이제야 설명할 수 있겠군요. 나는요, 정말이지 몇 줄의 줄 글로 당신을 보내기는 싫었어요. 그래서 나는 영하 십도의 날씨, 내게 주어진 며칠 안되는 휴일, 위험하기 그지 없는 아초항담 이불 밖으로 나왔습니다. 당신과 나. 우리는 최소 그정도는 되는 사이라 믿고 있거든요.

 

여전히 나는 우리의 만남이 특별했다고 기억합니다. 이십대 중반 갓 노동자로 일하기 시작한 내가, 그것도 계급이 첩첩쌓인 방송국 피라미드 맨 밑층에서 간신히 숨만 쉬며 살았던 내가, 스스로에 대한 연민과 세상에 대한 분개가 끓어 넘치던 내가, 그 시절, 그토록 좋아했던 장소 <커피볶는 곰다방>에서 당신을, 그것도 <제7의인간>을, 만난 건 결코 평범한 일이 아니죠. 안그런가요? 우리 그 순간을 운명의시작이라고 부르기로 해요.

 

 

그로부터 지금까지. 서른여섯을 먹고 꼭대기 선배작가가 없는 메인작가 타이틀을 단 지금까지. 당신의 이야기들은 여전히 내 삶을 몰아세우고 채찍질 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내게 외친 형형한 몇 마디는 여전히 내 삶의 지표로 서있죠.

 

당신도 알겠지만, 나는 여전히 겁쟁이예요. 나이를 먹을 수록 세상을 바로보는 것이 두려워지죠. 본다는 것. 그 원초적이고 1차적인 체험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잘알기 때문일 거예요. 때로는 나태한 나의 삶을 멱살잡아 휘몰아치는 태풍의 한가운데 저 머나먼 가시밭길로 끌고갈지 모를 일이니까요.

별 재주 없음에도 글로 먹고 사는 내가, 정규직 같은 안정적인 삶과는 멀어도 한참 먼 삶을 사는 내가, 이 명멸을 향해 달려가는 자본주의 세상의 질주 따위 외면해야 맞는 일인데... 체력도 딸리고 실력도 없는 내가 자꾸 의무방어전에 나서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요즘 자꾸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싶은 건지 모르겠어요.

 

솔직히 전 당신이나 에릭 홉스봄 아저씨 처럼 아흔살까지 살 의향은 없어요. 전지구적 생명체의 효용을 위한 길이죠. 인류의 진보를 위해서도 큰 발자취를 남기긴 그른것 같고 환경을 위해 빨리 사라지는 게 지구의 존재를 위한 길이지 않나.... 그래도 인류평균 수명으로 봤을 때 대충 여든 언저리까지 살건 같은데 언제까지 이 길고 긴 의무방어전을 계속 치를 수 있을지 솔직히 의구심이 듭니다. 한 쉰살까지면 버티면 그 뒤론  슬슬 빠져도 되지 않을 될까요?

 

하지만 너무나 잘 알고 있죠. 당신의 대답이 무엇인지를.

“Go on, continue... contest!”

 

대체 왜 어린 나에게 구구절절 옳은 소리를 속삭여줘서 이렇게 힘들게 살아야 하는 건지, 나는 가끔 따져 묻고 싶을 때가 있었어요.

 

그럼에도!
내가 당신께 남기고 싶은 것은 감사의 인사입니다.

보지 못하는 곳까지 보게 해주어 고맙고,

본다는 모든 체험들을 특별하게 만들어 주어 고맙습니다.

 

 

오래 알고지낸 당신의 친구로서 약속 할게요.
느리고 답답하지만,
우리. 멈추지 말고
조금씩 나아가기로 해요.

“Go on, continue... contest!”

 

-당신의 친구 신

 

 

 

 

그 모든 일이 씌여진대로 되면
너는 일곱명을 위해 죽어야 한다.

한 명은 요람에서 젖을 빠는 자.
한 명은 단단한 어린 젖가슴을 움켜쥐는 자.
한 명은 빈 접시를 내던지는 자.
한 명은 가난한 사람들의 승리를 돕는자.
한 명은 산산조각이 날때까지 일을 하는 자.
한 명은 달만 마냥 바라보는 자.

온 세상이 너의 묘비석이 되리니
너는 제7의 인간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