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lbo:Can you promise that I will come back?
Gandalf:No. And if you do... You Will Not Be The Same.

 

늘 그랬다.

여행 사진을 뽑을 때면 늘 눈물이 날것처럼 코가 찌릿찌릿해졌다. 
그 시간들을 영영 '과거'에 정리해 두는 것 같아서.


지난 주엔 몰타와 프랑스 리옹, 아프리카와 아일랜드 사진을 출력했다. 
만장이 안되는 사진 중 800여장을 추려서 
인터넷 출력 사이트에 올리고 
소포를 받아 앨범에 정리하는데만 꼬박 하루가 걸렸다.


다섯달이 조금 넘는 여정. 
280장이 들어가는 앨범 세권이 가득 찼다. 
출력하지 못한 추억들도 눈감으면 바로 재생될만큼 아직 생생하다.


지난주말엔 아는 언니집에 가서 연례 행사로
반지의 제왕 확장판 1,2,3 과 호빗 확장판 1,2,3을 2박3일 보았다.


반지원정대가 아라고나스 석상을 향해 배를 타고 갔을 땐 뿜었다. 
그래. 나도 유속이 나지 않는 남아공 오렌지 리버에서

무려 7km를 카누잉 했던 적이 있었다. 

레골라스가 힘들었을거야. 김리를 태우고 가니까. 
노젓기를 잘 못하는 나 때문에 죤이 참 많이 고생했었다.


당나귀를 어색하게 탄 빌보의 모습에도 빵하고 웃음이 터졌다. 
몰타 승마 첫날의 내 모습이었다.
바짝 긴장해서 고작 한시간을 말을 타고 그야말로 걸었던 주제에
다음날 어찌나 뻐근하던지. 한참 동안 근육통에 시달렸었다.


비를 피했다가 고블린 굴에 떨어지는 드워프들을 보면서도 공감할 수 있었다. 
텐트 레인커버가 바람에 날아가 
자다 말고 비맞으면서 텐트를 다시 쳐야 했을 땐 
얼마나 짜증이 났던가.


트롤의 형상과 닮아 있던 스피츠코프의 바위들.
굽이굽이치던 모허절벽. 
아침에 뛰어놀던 귀여운 자칼 가족. 
강령술사가 튀어나올 것 같던 아일랜드의 풍경.


다행히 빌보와 프로도에 준하는 고생은 아니었고,
운 좋게 그들의 여정 못지 않은 굉장한 풍경과 만났다.


빌보와 소린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엉엉 목놓아 울었다. 
나도, 나에게도 이렇게 고맙고 소중한 친구들이 생겼다. 
고되고 힘들었던 시간, 배를 잡고 웃었던 시간, 

감탄하며 기뻐하던 시간 모두를 그들과 함께 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그들의 여정과 나의 여정이 만나 무엇과도 바꾸지 않을 소중한 기억들이 생겼다.


Go back to your books. 
And your armchair. 
Plant your trees. 
Watch them grow.


약속한대로 계획한대로 무사히 돌아왔지만
여행 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얼만큼 변했는가에 대해선 자신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확실한 것이 생겼다. 
자신의 집 정원에 도토리를 심고 자라는 참나무를 바라보며
참나무 방패 소린과 친구들을 떠올릴 수 있는 처럼, 
이젠 과거로 남겨진 사진들을 볼때마다 
시공간을 넘어 '그 때의 나'로 돌아갈 수 있는 것.


그것이 이 여행 끝에 주어진 소중한 '사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