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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0.05 그리고 나는 몸살을 앓았다. 1



몇주 전부터 골골대고 코감기 목감기 달고 살았었는데,
추석 전전날에는 몸살기가 음습했다. 병원가서 약지어 먹고 쌍화탕 마셔서 좀 괜찮은가 싶었다. 그래도 몸살은 나지 않아서 방심하고 있었는데 추석날 회사에서 기어이 몸살기가 도졌다.

재수 없기야 한강에서 친구들이랑 노닥거리는 도중, 아이템 펑크 전화를 받으면서 예감했지만,(심지어 난 그 아이템 이틀에 걸쳐서 촬구를 썼다규!!)
기왕 회사 출근한 거 긍정적 마인드로 담당 피디랑 보름달 보면서 사발면 먹으려고 했는데, 아뿔싸! 비가 떨어지더라. 나의 악땜은 이걸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나? 최대한 긍정적으로 살아보자 했다.

언제나 인생은 끝을 예감한 순간 반전을 던지곤 하더라.
새벽 1시 30분 경. 손가락 끝이 아려오고 온몸이 으슬으슬 떨려오면서부터였다. 목소리를 마녀에게 팔고 다리 받은 인어공주가 걸음 걸을 때 이렇게 아팠나? 자판 치는데 손가락 끝이 너무 아프다. 온몸이 쑤셔서 숨쉬기가 힘들다. 게다가 설사병까지 동반돼서 화장실 왔다 갔다 정신 없고 눈물이 쏠랑 난다. 반바지 입고 왔는데 회사는 너무 썰렁하고 춥고 담요 빤다고 싹다 가져가서 무릎을 덮을 담요가 없었다.

숨 들이 마시고, 한 줄 치고 한번 더 들이 마시고 두 줄 치고.
그렇게 꾸역 꾸역 4시까지 기어이 촬구를 다 작성했다.

아아 나는 왜 이리 미련할 정도로 잘 참나?
아픈건 죄가 아닌데 내 아픈거 왜 남한테 말하지 못하나?

작년 기억이 났다. 근 20년만에 몸살을 알았는데 몸살 앓는 도중 새벽 6시 VJ촬영에 동반해서 촬영 따라나갔었지. 아직도 기억난다 애증의 조찬소!! 저녁부터 새벽까지 꼬박 앓고 새벽 5시에 일어나 출근해서 촬영나가고 결국 그날도 조퇴 못하고 골골대다가 결국은 내 체력으로 자력갱생.... (덕분에 이틀만에 2,5kg 감량이란 색다른 다이어트를 경험했지만)

여튼 일요일엔 좀 놀아보겠단 마음가짐으로, 기어이 새벽 촬구를 끝냈다. 이제 집에서 끙끙 앓다가 점심때 자리 박차고 일어나면 되겠다 싶어 택시를 탔다. 택시 타고 가는 길 도로 위를 달리는건 택시인데 왜 내가 이렇게 죽을만큼 힘든진 모르겠지만, 여튼 (거의 사람죽을 때 하는 곡을 하면서) 집에 당도했다. 아이고 아이고... 나죽네 나죽어...

일요일 기력 좀 차리고 감기약 쌍화탕 들이켜주고 자전거 타고 애들 만나러 가는 길에 허세를 만났다. 내 모습을 본 허세가 한마디 했다. '야 니 자전거 펑크 난거 같아.' '뭐어???'
그냥 처음 결심대로 택시 타고 갈걸. 백만번 후회해도 여기서 자전거를 가져다 놓으면 진짜 다시 못나올 거 같았다. 근데 다른 애들은 가져다 놓으라고 성화고, 나는 내 마지막 기력을 쥐어 짜 여기까지 나왔는데 다시 갔다 놓으라니. 차라리 혀깨물고 죽겠다 싶었다. 펑크난 자전거를 끌면서 집에 오는 길, 어찌나 서럽고 섭섭하던지 그 새벽, 죽어라 노력한 내 노력이 보잘것 없어 보이고, 그게 노력이나 열정이 아니라 쓸데 없는 고집처럼 느껴지고.

내 건강 내가 챙기지 그 새벽 몸살을 앓으면서 편구 쓴다고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애들 노는데 골골대면 그것도 민폐고. 하루 푹 쉬고 건강 차릴 생각 못하는게 그게 다 무모한 객기고 철없는 생각이다 머리로야 잘 아는데 아파서 그런지 무썰듯 냉정한 사리 판단이 안된다. 짜증나고 서럽고 울고 싶고 그랬다.

결국 집에 온 나는 한 5시간 푹 자고 일어나 추석날 못본 무한도전을 보며 낄낄거리다가 결국 새벽 3시 까지 잠을 못잤다.

그리고 오늘 다시 골골대는 악순환의 연장선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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