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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깊이

20세기 소녀 2009. 2. 22. 13:23


내가 결코 오래 살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근데 어느 새 십수년을 넘게 만나온 사람들이 참 많다. 만두나 김도도 영*이 같은경우는 심지어.. 20년을 채워간다. (한 동네에 22년째 사는건 정말 무서운 일이다.)

 만나온 햇수가 결코 사이의 깊이를 나타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무리 깊게 십수년을 만나온 사이라도 '현재의 나'를 알지 못한다면 그 순간만큼은 소용 없는 거니까.


생각해 보면 난 집중력이 떨어지는 애였다. '단짝친구'는 좀 불편했다. 심지어 또래 아이들이 만드는 그룹도 2-3개씩 여러개에 걸쳐 있었으니까. 하나에 집중하고, 하나에 깊이를 더하는걸 몹시 겁냈던 걸까? 너무 깊은 몰입에 항상 질려하고 쉽게 지쳐한 것 같다.


남자애들한테는 정을 덜 주려는 중이다. 동네 중학교 동창놈들, 고등학교 남자애들이나 교회놈들. 이런 얘들 결혼하고 나면 언제까지 만날 수 있을까? 주*이 같이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부류를 제외하고 나면 참 몇 안된다 싶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면 사람과의 관계도 참 부질없단 생각이 들어서 쓸쓸해진다. 동성과 이성을 구분 짓는 건 별로지만, 결혼하고 나서도 만날 수 있는 '이성친구'와의 관계란 건 참 한정적이구나 싶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선을 긋는 경우도 있고, 선을 긋고 계산하는 내 자신을 보면 우울하기도 하고.


28년간 관계의 깊이는 재보지 않고 부질 없이 넓혀 왔던 것 같다. 소모된 시간이 아까운게 아니라, 그 깊이 없음이 안타깝다. 내면에 추잡하고 쪼잔한 내 심정까지 다 드러내 보인 상대가 있었나? 손에 꼽으면 참 몇 안돼서 서럽다.


그냥 어제 술마시고 집으로 오는데 자꾸 한숨이 나왔다. (언덕길을 오르느라 숨이 차서 인지는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