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노래 중에 김보령 꿈길 이라는 노래가 있다.
작년에 흠뻑 빠졌던 드라마 '탐나는 도다 OST'에 나온 노래인데,
이 노래에 반하게 된 건 단 한 장면 때문이었다.
달이 휘엉청 뜬 밤. 작은 보따리를 싸서 버진이는 달리고 있었다.
금발의 친구 윌리엄과 고향 제주도를 떠나기 위해서.
그 갈대밭 속 버진이는 넘어져 다리를 삐어도 아랑곳 않았고
향할 곳도 오직 하나였다.
그리고 이 노래가 흘러 나왔다.
조선시대, 그것도 제주도에서 평생을 보내야 하는 여성의 삶.
물질 하나로 정해진 일생. 벗어 날 수 없는 멍에.
그 짐의 무게가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모든 것을 벗어던졌을 때 느꼈던 가벼움만큼은 탁트인 벌판 아래서
가득 펼쳐져 있었다.
여튼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때마다
나는 이 노래를 꺼내 듣는다.
그 언젠가 지금 나의 모습을 다 버린다 해도 결코 후회하지 않을 만큼
여행의 욕구가 차오를 때면
이 노래를 들으면서, 마음을 다지고, 주먹을 꼬옥 쥔 채로,
떠나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