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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8.17 니네 나 빼놓고 어디가?


27기들이 최후 통보를 했다.
'너 없이도 우리는 제주도로 떠나겠다'라고

니네 나 빼 놓고 어디가? 나를 두고 어디가?
나 없이 니네 즐거울거 같니? 행복할 것 같니??
날 데려가 나를 데려가아아아아악악악악!!
이 불쌍한 나를 돌아봐 돌아봐!!

라고 전화통을 붙잡고 돌규에게 악을 써도 뎡이한테 매달려도 소용 없었다
그들의 결의는 단단하고 견고했다. 안되면 빼고 가겠다.


난 그 주 원고 쓰는 주이고, 아무리 봐도 스케쥴에 답이 없다. 근데 목요일 밤에 택시를 타고서라 제주도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싣고 싶은 이 심정은 뭘까? 왠지 모르게 그날 밤 김포공항으로 허겁지겁 뛰어가 밤 8시 비행기에 몸을 안착시킬 수 있을 것 같은 근자감(근거없는자신감)은 어디서 오는걸까? 비행기를 타고 가는 길에 귀에 엠피삼을 꽂고 성시경이 부르는 '제주도 푸른 밤'이나 혹은 자우림의 '반딧불'을 듣고 있을 것 같은 이 설렘은 무얼까. 그러면서 웃을것 같다. 아아. 역시 꿈꾸면 이뤄지는 구나. 내일 있을 환한 제주도 백사장 보면서 방싯 방싯 웃다 말고 울 것 같다 실감이 안나서... 차타고 날 마중 나온 27기들을 보면서 울지도 몰라. 엉엉 울음을 터뜨릴지도 몰라. (완전 초장 박살날지 모르는 설렘과 자신감이겠지만)

잘 알고 있다. 이게 거의 마지막 여행이 될거라는 거. 하나 둘 방학을 잃어가는 나이가 되면서예전만큼 모이기가 쉽지 않다. 2002년 그 즐거웠던 2박 3일은 두번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다. 그래서 더 절실하고 더욱 간절하다. 진짜 마지막인데 나 빼놓고 마지막 같아서 서럽고 그렇다

내가 정말 메인이 돼서 지금보다 시간을 마음 껏 쓸 수 있을 땐 그땐 나와 같이 여행을 떠나줄 즐거운 친구들이 몇 남아 있지 않을 것 같다는 두려움은(?) 자꾸 쓸데 없는 집착을 만들어 내고 있다. 하나님과 딜이라도 하고 싶은 이 심정. 나를 제주도로 보내주시면 앞으로 1년간 성실히 교회 나갈 용의가 있다.

이런 시건방진 조건따위를 내걸면 벌받게 되려나??
아악 그래도 어떡해서든 가고 싶은걸 우째 어째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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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여름 깔맞춤 사진

그 해 여름. 대학 방학 60일 중 43박을 외지로 나다녔던 나는... (외출이 아닌 외박으로;;;)
그 벌을 이제야 받는 것 같다. 2년 반 회사에 콕 쳐박혀 서울 근교를 떠난 횟수를 다섯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ㅁ;

쭈꾸미 단체 사진 따위 보고 싶지 않다. 그 사진에 나를 합성하고 싶지 않다.

비비디 바비디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