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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5.10 스물 아홉에 부를 수 있는, 불러야만 할 노래. 2


나이가 나이인지라, 올 한해는 어떤 경계란 생각이 든다.
이 선을 넘게 되면 할 수 없는게 뭐가 있을까를 생각중이다.
동네파와 함께한 스물아홉이 가기 전 일도 그 일환의 하나고, 또 다른 하나가 바로 '노래'다.




스물 아홉 첫번째 노래 - 서른 즈음에
나 스무살때 학교 동아리 가장 나이가 지긋한 선배가 있었다. 그 선배가 생일맞이 한 날 불러준 노래가 바로 '서른즈음'이었다. 이 노래를 들을 때면 제일 먼저 떠올리는 것은 '그때'다. 밤을 새워 술마시고 동터오던 산너머를 보던 탈방. 그때 나는 무얼보고 무얼 깨닫고 무얼 결심했었나.
스물 아홉에 부를 첫번째 노래로 나는 단연 이 노래를 꼽는다. 그러면서도 아마도 이 노래는 서른 두살까진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즈음'의 범주를 어디다 두는지가 중요하겠다.



스물 아홉 두번째 노래 - 우리스무살때
이 노래는 정말 올해가 아니면 부를 수 없는 노래다. 아니, 엄연히 따지자면 이 노래를 스물 아홉에 부른다는 것 자체가 억지 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올해의 마지막날 이 노래를 부르겠다.

언젠가 비오던 날 이 거리는 술잔에 흔들렸고,
떠나는 그대는 바람이었어라 바람이었어라.
나는 보았네 그대 두눈에 가득 고인 눈물.
할말도 못한 채 돌아서야 했던 바보 같던 시절.

사랑하나 못하면서 사랑을 앓던 시절
손뼉을 치면 닿을것 같은 스무살 시절의 추억

먼 훗날 그대 이름조차도 잊혀 질디라도
어딘가 남아 있을 듯한 그때 우리 모습들.

대학 졸업식 때 이 노래를 속으로 불렀다.
나에겐 바람이라고 부를 '그대'도 없었으며, 할말도 하지 못한채 돌아서던.. 추억 역시 없었다;;; 하지만 '손뼉을 치면 닿을것 같던 추억'은 너무나 많아서. 그 시절 추억은 정말 그 무엇과도 바꾸지 않을만큼 선명하게 남아서 나는 이 노래를 부를 수 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들은 이십대를 어떻게 추억하는지 모르겠다. 우리 스무살 때에 포함되는 것은 올해가 마지막! (비록 스물 아홉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올 한해, 어딘가 남아  있을 듯한 '그때의 모습'을 잔뜩 만들고 싶다.  





스물아홉 세번째 노래 -나이 서른에 우린

1절
나이 서른에 우린 어디에 있을까  어느 곳에 어떤 얼굴로 서 있을까
나이 서른에 우린 무엇을 사랑하게 될까  젊은날의 높은 꿈이 부끄럽진 않을까
우리들의 노래와 우리들의 숨결이  나이 서른엔 어떤 뜻을 지닐까
 저 거친 들녁에 피어난  고운 나리꽃의 향기를 나이 서른에 우린  기억할 수 있을까
2절  
나이 서른에 우린 어디에 있을까  어느 곳에 어떤 이름으로 서 있을까
나이 서른에 우린 무엇을 꿈꾸게 될까  아주 작은 울타리에 갇히진 않을까
우리들의 만남과 우리들의 약속이  나이 서른엔 어떤 뜻을 지닐까
빈 가슴마다 울려나던  참된 그리움의 북소리를 나이 서른에 우린  들을 수 있을까

아무리 따져봐도 '서른'을 그려보고 꿈꿔볼 수 있는 나이는 올해가 마지막이다. 서른이 지나면 단지 '서른에 뭘했었나'를 추억할 수 있을 뿐.

몇번 언급한적이 있었지만, 나는 민중가요패와 함께 쓰는 동아리방을 쓰는 동아리에 몸담고 있었다. 이 노래 역시 옆동아리 놈들이 줄을 선채로 박자에 맞춰서 몸을 흔들며(?) 노래를 부르면 그 노래를 듣고 따라 불렀던 기억이 있다. 농활가서도, 선본방에서도 정말 줄기차게 불렀더랬다. 그때 꿈꾸던 '서른'을 생각해 보고, 그때 그리던 '나의 서른'을 떠올려 보고, 얼만치 변했나를 계산 하다보면, 생각이 많아진다. 감정도 많아진다.
'빈 가슴마다 울려나던 참된 그리움의 북소리'라는 가사를 오래간만에 들으니까
아! 정녕 주책맞게 코끝이 시큰해지는 게 울컥 울컥 치민다.





스물 아홉 네번째 노래 - 검정치마 <강아지>

'시간이 스물아홉에서 정지할꺼야'라고 친구들이 그랬어.
오 나도 알고 있지만 내가 열아홉살때도 나는 스무살이 되고 싶지 않았어.

검정치마 강아지.
이 노래는 내가 찍힌 다큐 <개청춘>의 엔딩곡이다.
서른이 되면 '시간이 스물아홉에서 정지할꺼야'라고 말할 순 없을테니까.
('결코 스물 아홉에서 정지하지 않는다'는 비극적인 장면과 직면한 순간일테니)
이 노래를 올해 불러야할 목록에 넣었다.

이십대에 잘한 일 중에 하나로 꼽는 걸로 <개청춘>을 출연을 꼽겠다.
영화의 대의를 떠나서,
적어도 이십대 중후반(?)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를 추억할 수 있고,
내가 사랑해 마지 않는 동네파의 모습도 곳곳에 찍혔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다.

반이다 분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를.
그리고 올해가 가기 전, 언젠가
"82년 개띠들" 넷이 모여서 검정치마 강아지노래를 부를수 있는 그날이 오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