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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6.23 초여름 밤 연희교회에서 마시는 맥주 두캔



남 앞에서 우는건 참 추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울음같은 짜증을 쥐어짜고 내 모든 속내를 친구한테 토로하다보면 그것만큼 시원한 일도 없다. (물론 '그걸'로 일이 해결된다거나 부조리가 없어진다던지 마음속에 얼룩은 가시지 않겠지만)

그냥 '이 답답함 호소할 데가 있는게 어디야' 그 위안이 참 큰 거 같다

요즘 난 내가 참 병신같다고 비굴하고 초라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도 알고 있는데) 그런 생각이 들때마다 운다. 1리터 가득 찬 눈물 중에 아직 300미리 밖에 못내놨다 아직 700미리가 남았어.  주말엔 졸 슬픈 영화를 보고 마저 쥐어 짜내야겠다. (아마도 또.. '우리집 개 이야기'가 되겠지)

만두랑 맥주 사서 간 곳이 연희교회였는데,
교회에서 음주라니 이렇게 불손해도 되나 싶었지만, 하나님이 계시다면 내가 얼마나 지금 졸불행한지 알고 있으니 그 정도는 이해해줄꺼라 생각된다

연희교회 등나무 아래서 버드나무를 봤는데
그러고 보니 나 대학 부총 떨어지고 과장 못구해서 쩔쩔 매고 있을 때 혼자 찾아와서 엉엉 울었던데가 여기였다.

불행도 돌고 돌고 인생도 돌고 도는구나.
그나마 내가 우리동네에서 살고 있지 않았더라면 더욱더 불행했을지 모를 일.
앞으로 몇번 더 등나무 아래서 울분을 토할지 알 수 없지만
일단 토할꺼 다 토하니까 기분이 가벼워졌다 (종이 2-3장 정도?)

그냥 그때 생각이 나니까,
나 대학교 3학년 겨울. 그때도 정말 하늘이 무너진거 같았지.

캔맥주 갯수도 딱 적당했고 마지막엔 아몬드 빼빼로를 먹어서 기분좋아졌고
엄마한테 다 때려칠꺼라고 진짜 더 못버티겠다고 징징대던게 한참 미안했고

내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몇번을 더 울게 될지 모르겠지만
날짜 박아놓고 엑스표 치면서 하루하루 버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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