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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7.09 스물 여섯 일곱 여덟 - 인생 BGM 2


2년 6개월 전 내 인생 BGM은 자우림의 <샤이닝>이었다.
아이템 찾는 법을 몰랐고, 찾아도 취재하는 법을 몰랐고, 취재해도 뭐가 중요한지 몰랐고
매일 매일 까이는 인생이었다. 회의 때마다 혼나는 게 내 몫이고 내 담당인 그런 시기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럴 수 밖에 없었지'라고 수긍하겠지만 그 당시 그렇게 체념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금이 아닌 언젠가 여기가 아닌 어딘가 나를 받아줄 그곳이 있을까

2007년 1월. 사회 초년생. 초짜배기 막내 작가는 밤 12시 다 될 무렵까지도 끊기지 않는 무시무시한 7611번 버스에 몸을 싣고 귀에는 이어폰을 꽂았다. 지름길인 서강대교를 두고 마포대교로 돌아오는 길목에서 한강야경을 보며 울지 못해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이어폰에서는 김윤아의 목소리가 계속 흘러 나오고 있었다.  
 '그곳'이 과연 있냐? 혹시 개뻥 아냐?
사회에서 돋힌 가시. 세상을 향해 독이란 독은 내뿜으며 의문했다.


2008년 2월. 내 BGM은 뮤지컬 '애니'의 <Tomorrow> 였다.
고모랑 사촌 동생과 보러간 뮤지컬 해피엔딩 부분에서 남모르게 삐져나오는 콧물을 들이마시기에 열중했다.

Tomorrow! Tomorrow! I love yah, tomorrow!
You're always a day away!
Tomorrow! Tomorrow! I love yah, tomorrow!
You're always a day away!

이제 더이상, 난 내일을 기다리지 않는 걸. 기다려도 딱히 나아지지 못할 '내일'을 다 알아버렸는 걸. 그게 너무 통탄해서 울었다. 백수 때 내일을 기다리면서 마음껏 놀아볼 껄. 후회에 통탄에, 아쉬워서 울었다.


올해 BGM은 <BEN>이다.
마이클 잭슨이 떠났다고 선택하는 건 아니고, 누군가 추모하는 글에 올려 놨는데 가사를 읽었다. 듣자 마자 눈물을 왈칵 짜냈다.

They don’t see you as I do I wish they would try to
I’m sure they’d think again If they had a friend like Ben (A friend)
Like Ben


내 다른 모습이 있을거라고 나만은 세상과 다른 눈으로 널 봐주겠다고 말해줄 사람은 이미 세상을 떠난 마이클 밖에 없다니. 이럴쑤능 없능일! 누구라도 그 사실을 깨닫게 된 순간 최루성 멜로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울부짖을 수 밖에 없을 꺼다.
울부 짖는 와중에, 그래도 참 다행이었다. 남들은 모르지만 내가 생각하는 나는 분명 남들이 알지 못하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아이여서. 그걸 알아주는 사람들이 분명 있으니까. (그게 마이클이라는 건 절대 아니고)


미국 흑인 노예제 시대 때 비참하고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았던 흑인들이 자살하는 경우는 드물었다고 한다. 오히려 그들을 고용했던 고용주들의 자살율이 더 높았다지.
고용인들에게 없는, 흑인들에겐 그들의 한을 토해낼 '노래'가 있었다. 내게도 나만의 노래가 있다. 지금 이 순간과 그때 그 순간을 버티게 해줄 수 있던 작은 위로가.

그냥 사는 곳곳마다 내 삶을 대신 말해줄 노래들이라도 있어서 참 다행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자의 얼굴에 감격으 눈물이라도 그려주고푸다!



+) 덧붙이면 2007년도 여름 무렵 노래방 18번은 교실이데아였다
'매일 아침 7시 30분 까지 우릴 조그만 교실로 몰아 넣고 전국 900만에 아이들의 머리속에 모두 똑같은 것만 집어 넣고 있어!
고 3때도 난 즐겁게 생활하는 나태한 아이였는데, 그런 내가 교실 이데아를 부르며 피를 토하다니 ㅠㅠ

그냥 그 땐 아침 9시 반 출근해서 11시 반에 퇴근하면서
50일에 하루 쉬는 회사가 싫었을 뿐이다.
그리고 지금 돌이켜 보면
14시간 근무에 11시 반 퇴근해서 노래방 갈 여력이 있었다니 그 젊음이 놀라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