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취향'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0.02.02 나의 판타지 2


나를 좀 안다 사람은 모두 아는 사실이겠지만,
나에겐 한결같은 취향이 있다.

전인권, 엑스재팬 보컬 토시, 루나씨 베이시스트 J, 최민수, 김장훈, 홍경민(3집 '운명' 부를 때), 탐웨이츠, 레너드 코엔, 이기 팝에 이르기까지. 내가 과연 죽기 전에 이런 목소리를 얼마나 더 찾아낼지는 의문이지만, 이들은 모두 내 취향이다. 올곧고 한결 같은 취향.

세월에 빛바래 거칠고 닳고 생채기 많이 난 목소리가 좋다. 고음을 질러 댈 때 가래가 끓으면서 녹슨 드럼통이 모래 언덕을 굴러가는 듯한 목소리를 들으면, 내 안에 내재된 모든 스트레스가 마모됨을 느낀다.
그런 목소리에는 이야기가 담겨 있다. 무언가를 향해 날카롭게 돌진하는 대신, 먼 발치에서 관조하고 포기하고 체념할 줄 아는 한(恨)이 담겨서. 그래서 수 많은 세월이, 그 속에 묻어나고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아마도 그래서겠지. 그런 것들이 자꾸 맞닿다 보니 공감하게 되고, 그게 또 재미있고 흥미로워서 취향으로 굳어진 거겠지.

정말 웃긴건 이런 남자들의 음성을 듣고 있노라면,
거친 세월의 풍파에 휩쓸려 나도 멋대로 살아보고 싶단 느낌이 든다.;;;;

우선 기지무늬 양복을 입는다. 셔츠와 조끼 회중시계까지 반드시 모두 착용 한다. 머리에는 중절모를 쓴다 턱선에는 반드시 구렛나루가 멋지게 자라 있어야한다. 담배(반드시 영국산 시가)를 입꼬리에 머금으며, 술(반드시 적정량의 얼음을 탄 위스키)을 (다이아 왕반지를 낀) 손으로 한잔 들고, 클럽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아가씨에게 다가가 담배 연기를 길고 멋지게 뿜어주고 싶다. 만약 내가 내 취향의 거칠고 굵은 목소리를 가진 남자였다면, 통장 잔고 따위 걱정하지 않고 통 크게 아가씨의 모든 술값을 계산해주리라! (서양 펍 같은 곳에 골든벨이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아가씨가 흡족해 한다면 일주일 정도 배를 곯는다 해도 골든벨도 울리리라! 아가씨가 나를 거절하고 무례하다며 해서 싸대기를 날릴지라도 내 콧수염을 엄지와 검지로 멋있게 꽈배기를 만들며 (개의치 않는듯)'허허허'(라고 세번 이상) 웃어 주리라!

마초를 증오하면서도,
그따위로 살아보고 싶은 이율배반적인 마음은 무엇이란 말인가?

여튼, 그것은 나의 로망!
바닷가 소금물에 절여져 녹슨 드럼통 변색된 쇠맛나는 남자의 목소리는 나의 판타지!
삶이 딱 한번이 아니라, 두번 세번 정도 주어진다면 허랑방탕한하고 허황되고 허풍스럽게 한 번 살아봄직도 할텐데. 어찌하여 생은 단 한 번 뿐이란 말인가!!!
소심한 주제에 하고 싶은건 많은 B형인 나는 그저 마냥 제자리다.


그냥 지금 편구 쓰고 있는데, 편구도 잘 안쓰이고 집에 빨리 가고 싶기도 하고, 내일 찾아야할 아이템이 한바가지인데다, 어제부터 "Leonard Cohen - Dance Me to the End Of Love"를 듣고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