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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9.27 동일한 DNA의 힘-9월25일 2

 

(9월26일에 쓰는) 9월25일 금요일 일기


 

오늘 쓴 돈 :

보트파티 20유로

J언니랑 커피 2유로

보트파티에서 5유로(빵값 지불 포함) 

 

<동일한 DNA의 힘>

동일한 DNA의 힘은 이렇게나 대단한 것일까?
본래 인류의 몸속에는 흥과 신명이라는 공통분모가 녹아 있는 것일까?

 

대학 다닐 때 수업에서 신명은 신을 모시는 것이고 신을 모시기 위해서 손을 들고 태양빛을 반사하는 금속을 흔들어야 하고 그것은 곧 춤이 된다고 배웠다. 사실 나는 그것이 우리 민족의 고유한 특성인 줄 알았는데...

그런데 알고 보면 신명은 굳이 태양신을 모시지 않아도 주신(알콜)을 만난다면

인류 누구나 발현할 수 있는 성질인 것일까?

 

나는 오늘 베를린에서 왔다는 DJ의 테크노 선율에 맞춰
파도를 가르며 계속되는 보트의 흔들림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손을 위로 들고 휘청이는 보트파티에 참석한 각종 인종의 사람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해봤다.


우리나라 고속버스에서 흥에 겨워 춤사위를 신명나게 시전하는 아저씨 아주머니들과

콜롬비아 보고타 소금성당으로 향하는 길에서 일잔한 뒤 춤추는 아저씨들과

무엇이 다르냐고.

 

몰타에서는 여름시즌 매주 금요일 보트파티라고

보트를 타고 신나게 춤을 추면서 세인트 폴 해변에 정착한다음
술이 오르고 흥에 겨워 춤을 추다가 바다에 점프하는 파티가 있다고 했다.

 

세상에!!! 뭐.라.고.요????!?!!

술도 좋고,
풍경도 좋은 밤에,
배를타고 나가서,
클럽음악에,
춤을 추다 말고, 
지중해 바다에 빠진다고?!?!?!?!?!?!

 

나 맨날 갈거야... ㅠㅠㅠㅠ 저 파티 맨날맨날 갈거야 ㅜㅜㅜㅜㅜㅜㅜ 하루 생활비로 1유로를 쓸지언정 저 보트파티 죽순이가 될거야... 라고 외쳤는데,
안타깝게도 시즌 끝나서 오늘 있을 보트파티가 마지막이라고 ㅠㅠㅠㅠㅠ

베를린에서 온 DJ가 테크노를 디제잉한다고 하는데

사실 테크노는 내 취향은 아니었기 때문에 초반 뱃머리 앞에서 밤바다를 구경했다.
추석 되기 하루 전 덜찬 달이 두둥실 떠 있고 저멀라 몰타 성의 성곽이 보이는 야경.

잔잔한 파도소리
파도 위에 달빛이 떠다니는 풍광...
사실 유람선이라고 해도 20유로가 아깝지 않겠다 싶었다.

밤에 몰타를 도는 배는 흔하지 않으니까.

 

사실 보트에 올랐을 때 완전 두껍게 껴 입은 아이들을 보며, 쌀쌀한 밤바다 바람을 맞다 보니 과연 뛰어들 수 있을까 싶었다. 그래도 몸을 덥혀야해. 20유로 낸 김에 야무지게 놀아주겠어.
흔들리는 고속버스 춤판과 매우 유사한 풍경 속에서 배의 흔들림에 맞춰 춤을 추며

바다에 뛰어들기 적합한 체온까지 끌어 올렸는데 이럴수가!

보트가 정착한 뒤에 아무도 뛰어드는 애들이 없는 거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나 오늘 수영복 입고 비치타올까지 한 짐 싸온여자인데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맥주 한캔을 더 들이킨 나는 서양여자애 하나를 붙잡고 중얼댔다.

나 다이빙 원해. 그것 때문에 여기 왔어...

 

근데 저쪽에서 환호성이 들리기 시작.
아니나 달라. 여자애 바다에 두명이 두둥실 떠있는게 아닌가.
비틀비틀 대면서 나는 옷을 집어 던지고 바다로 입수 준비를 시작했다.

 

밤공기 보다 바닷물은 따뜻했고
어제 낮에 찾아갔던 바다보다 훨씬 잔잔했다.
에메랄드 색 수면 위로 달빛이 비치고 밤하늘 위로 별들이 떠 있고
비록 코랑 입에는 짠물이 가득하지만...

 

한번으로 아쉬웠던 나는 이왕 젖은 김에 다시 한번 입수!

 

몸을 어느정도 말리고 난 뒤에 보니,
뒤로 돌아 백덤블링으로 점프하는 독일애
친구랑 손잡고 떨어지는 놈들
떨어진 다음 여러명이서 원만들어 노는 아이들...
역시 친구 사귄 다음에 보트타러 왔어야 했구나...

 

하지만 보트파티 막배라도 탄 게 어딘가 싶었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나는 한껏젖은 옷과 더이상 춤출 의지를 잃은 채

배 앞머리에 앉아 밤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내일 보름달이 뜨면 빌어야할 소원이 몇개 있다.
아픈 친구가 나았으면 좋겠고, 같이 여행갈 수 있었으면 좋겠고,

여기서 인생에 젊음에 다시 없을 기억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프지 않고 행복했으면 좋겠다.

보름달님께서 치사하고 쪼잔하게 하나만 빌라고 하나만 들어준다고 하지 않겠지.

밤바람은 너무 싸늘했지만 눈앞에 펼쳐지는 총총한 별들 얕게 퍼져 있는 구름.
또 다시 밤보트를 탈 수 있는 몰타의 밤이 있겠지만...
이 밤은 다시 찾아오지 않겠지.

혹시나 몰타에 여름 기간에 가게 된다면 무리해서라도 꼭꼭꼭 수영복을 챙겨 입고 위에 원피스를 걸치고 비치타올을 챙겨가야하는 보트파티를 추천한다!! 강추한다 진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