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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함께

소소한 수다 2016. 5. 20. 17:31

찍지 않길 잘했다고 생각한 장면들이 있다.

선명한 촛점, 구체적인 모형과 뚜렷한 색으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냄새, 바람, 소리, 그 순간에 정취가  있으니까.

차라리 눈을 감고 떠올리면 그 순간 그곳으로 이동이 쉬워진다. 

 

아투르와 호드리고와 텐트 밖에서 잔 날이 그랬다.

매트리스 하나 깔고 누운 침낭 안은 포근했고 거대한 달과 독대한 그 밤. 

잠결에 눈을 뜨면 나를 향해 웃어주던 달. 달. 티끌 하나 없이 둥그런 달.

 

 

 

당분간 여행도 못가는 몸뚱아리.

물욕으로 대신하려고 하나 장만했다.

크기는 작은데 바라볼 때마다

그곳, 그 순간, 그때의 간질간질 살랑살랑 내 안으로 들어 차던 기분이 되살아나 

참 좋음.

응, 진짜 좋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