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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12.07 흔해빠진 사람들






지난 아이템을 진행하는 내내 떠오르는 잔상은 단 하나였다.
배낭 여행중이던 스물네살.
르브르에서 한발자국을 움직이지 못하고,
얼어붙은 채 한시간을 내리 그 자리에 서있게 만든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유명해서, 그래서 흔하고, 그래서 평범하지만, 
직접보지 않으면 모른다고 정말 아무것도 모를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 그림의 주인공은 앞으로 돌격하는 여신이 아니다.  
행진의 밑바닥에 이미 바스라져 죽어있는 사람들이었다.


주검이 되어서도 온전치 못하고
옷가지가 발가벗겨진 내버려진 처참함.
그럼에도-.
동료의 죽음 앞에서 너무나 초연하게 앞으로 앞으로 전진하고 전진만 계속하는 사람들. 
혁명 앞에서 삶은 아무것도 아니고, 생은 언제든 내던져 버릴 수 있는 값싼 장식이었다.

혁명은 냉혹하고 비정하지만,
그럼에도 너무나 달콤하고,  
단 한번이라도 억압 된적 있는 자라면 누구도 뿌리칠 수 없을만큼 강렬한 유혹.
기쁨, 열정, 분노, 슬픔. 
벅찬 환희를 위해 반드시 치러야만 하는 냉혹한 대가가 가슴 아파서
숨을 쉬기 어렵고 눈물이 막 나려는 걸 애써 참아야 했다. 
  

 



아흔다섯살까지 살았던 역사가는
열여섯살 소년시절의 물음을 평생 안고 살았다고 한다.

"어떻게 세상을 바꿀 것인가?"


그 시절에 만났고, 평생을 사랑하며 몰두했던 그 남자,
마르크스도 그렇게 말했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세상을 바꾸는 것이다"


무뚝뚝하고 건방진 영국계 유태인 소년이 열여섯살부터 아흔다섯살까지 살았던 삶.

구두공이 수선하던 신발 개수를 세며,
직공들의 연장가격을 계산하면서 그가 세상에 남기고자 했던 이야기를 떠올린다.

세상을 바꾼 것은 구두공이다.
세상을 바꾼 것은 광부다.
세상을 바꾼 것은 주부다.
세상을 바꾼 것은 흔해빠진 사람들이다..

평생을 고민하게 만들었던 '흔해빠진 평범한 사람들'에게 남겼던 마지막 말도 기억한다.

"시대가 아무리 마음에 안 들더라도 아직은 포기해선 안된다.
세상은 결코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


너무나 쉽게 바스라지고 물거품처럼 사라져 버리지만
답하지 않고는 견딜수 없는 외침.
그날의 '환희'와 '희열'의 잔상들이 자꾸 떠돌아서 마음잡기가 어렵다. 


12월이다.



저 바리케이트 너머는 우리가 꿈꾸는 세상
민중의 노래가 들리는가?
저 멀리 북소리가 들리는가?
내일이면 그들이 새 미래를 가져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