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롬버스의 대테러....

 

오늘 리빙스턴에서 루사카로 넘어왔다.

트럭투어 친구 베이크랑도 헤어졌으니

이제 진짜 혼자하는 아프리카 여행이다!

생각하는 시간도 갖고 내 인생에 대해 정의하고
이번 여행에 대한 감상도 결정할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테러로 나의 소중한 시간을 또다시 날려버렸으니......

 
그러니까 이건 예기치 못한 공격이다.

 

버스 안에 바퀴벌레가 우글댄다던가

냄새가 난다던가 6시간짜리 버스가 9시간 걸려 도착한다든가
이런것들은 예상 가능한 범위 안의 일들이다.

아프리카니까 그렇다 스스로 위로할 수 있는 범위다.

이건 테러가 아니지.

 

어제 버스예약하러 가서 가장 깨끗하고 비싼 버스를 말했더니

샤롱 버스를 추천... 그때 스펠링을 잘 읽었어야 했는데
현지 발음은 샤롱이지만 샬롬이다.

 

하지만 블로그나 여행책자엔 잠비아 리빙스턴에서 루사카로 가는데는
가장 좋은 버스 중 하나라고만 소개해 있었지

가장 중요한 정보는 남겨주지 않았다...

 

그러니까 나는

내 짐을 차 트렁크에 실을 때 흘러나오던 찬송가에 나는 좀 더 주의했어야 했다.
오전 8시 출발 시간이지만 버스는 떠날 생각을 않는다.

8시 10분....
그때 반듯한 분홍 셔츠를 갖춰 입은 남성이 성경책을 들고 나타났다.
그때부터 마이티 네임 오브 지저스를 외쳐대면서

고린도 전후서의 며구절을 읊기 시작한다.
그래 버스 시간 다 됐겠다.

아마도 이건 기독교 회사 버스 같으니 잠깐 설교하고

안전 운전을 위해 주님께 기도나 잠깐 하려나보다..
는 나의 방심.

 

남자의 설교가 40분을 넘겼다는건 중요치 않다.
복음을 전하는데

악다구니를 쓰면서 박수를 치면서 거의 화를 내는 톤으로 설교 시작.
예수님이 성전 장사치들 가게를 뒤엎을 때도 저정도로 박력 넘쳤을 것 같진 않은데...

 

귀를 막아도 복도를 오가며 외쳐대는 통에 견딜 수가 없었다.
나중엔 한국말로 나도 모르게 '그만좀해'란

말이 육성으로 튀어나올 정도..

 

출발 시간이 훨씬 지난 8시40분...
버스가 출발했다.

드디어 가는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왠걸 ㅠㅠㅠㅠㅠ

버스가 출발했는데도 남자는 계속 서서 설교 중....

워딩을 좀더 정확하게 하자면 성경책 부여잡고 악다구니 쓰는 중 ㅠㅠㅠㅠㅠㅠ

동영상을 한번 실행해 보시라.

저건 막판 기도 중인데 정말로 저 사운드보다 더 큰 소리로

50여분간 화를 내며 복음을 전했다.


셔츠 겨드랑이 부분이 다 젖을때까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버스가 출발한지 십여분 후에야 남자는 자리로 돌아갔다.

아! 이제야 잠비아 풍경을 보면서 이번 아프리카 여행 중

조용한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겠구나 ..
는 개뿔

 

그때부터 버스 TV에서는 아프리카 CCM뮤직비디오가
내 좌석 위의 버스스피커에서 아프리카 CCM이 흘러나오기 시작 ㅠㅠㅠㅠㅠ 

재미난 것은 노래는 모두 다른데 모두 비슷한 춤을 추고 있다는 점.

그리고 뮤직비디오는 가끔 이해할 수 없는 하드코어 편집이 있었는데...
예수님이 겨드랑이에 창찔리고 가시면류관 쓰고 십자가못박히는데 그 영상이랑
흥에 겨워 춤추는 사람들 영상을 교차 편집...

이건 대체 뭘 의미하는거지????
예수님의 고통을 개의치 말고 구원받았다는 사실에 기뻐하라 이건가?!?!!?!? 응?!?!

 

내 심미안은 지독하게 까다롭진 않지만
그렇다고 취향이 절대 아닌 영상을 8시간 30분이나(그렇다 버스 예정시간은 6시간이었다.
도착시간 두시간은 훌쩍 넘겨버리는 아프리카 고속버스 ST) 볼 정도로 너그럽진 않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정말이지 아프리카와서 최고의 대 테러였음

트럭투어 도중 오카방고 델타에서 46도에서 워킹사파리로 3시간 걸었을때보다
샬롬버스에서 십분 이십분이 더 견디기 힘든 시간이었다고
기억한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여튼 나는 이 글을 블로그에 올리겠다.
나같이 아무 준비 없이 버스를 탔다가 8시간 내리 테러를 당하느니
마음의 방어막을 치고 샬롬버스를 탈 수 있도록...

부디
아프리카 CCM과 뮤직비디오가 음악적 영상적 취향이 아니신 분들은
귀마개를 준비하세요.
그리고 같은 가격에 다른 회사 버스도 있답니다.

 

 

북킹닷컴에서 예약해서 오게 된 Natwange Backpackers 는 굉장히 마음에 든다.

사람 사는 집 같고 ㅠㅠㅠ 도미토리 12달러에

무엇보다 바닥에 카페트가 깔려 있는데 푹신푹신..

물론 인터시티 버스 정류장에서 택시를 타야했지만

루사카 숙박 업체 찾고 계신 분들께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