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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4.19 임계점을 넘는 찰나에 관하여


이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바비가 목사와 마주하며 수다를 떠는 '지난한' 시퀀스다.
마음이 갔던 건 영상보다는 두 배우가 주고 받는 '대화의 내용'이었다.

세상 만사가 유물론적 사고로 결론 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실재하는 것들에는 힘이 있다.

어떠한 생각이 힘을 가지기 위해서는 행동으로 변질되는 임계점이 필요하다.
물론 모든 생각이 그 지점을 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떤 생각이 아주 작고 사소한 범위를 지나 임계점을 넘었을 때 
때론 인생의 방향이 달라지고, 삶의 방향을 선동하는 역할을 해낸다.

행동 하나마다 당위가 필요하고 그 행동을 변명하고 옹호하는 순간 삶은 그 당위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한다.  
그래서  임계점을 넘은 생각에는 가속이 붙고 날이 갈수록 더 큰 힘이 생겨난다. 
   
그가 선지자가 될 수 있었고,
마땅히 영웅의 역할을 해냈으며,  
능히 제단 위 어린양으로 바쳐졌던 투쟁.

먹는 것과 배설하는 것
흡수하는 것과 뱉어내는 것.
산다는 것, 생이 가진 본능 전부를 쏟아내며 완성하는 보시(布施). 

그리고 그 보시를 통해 임계점을 넘어가기 시작한 수많은 생각들. 
그 모든 연결고리가 완벽하게 이어지는 대화였다.

선구자는 위대하게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이리저리 부딪히는 삶을 통해서 만들어지고 완성된다는 그 진실이 너무나 마음에 들어서, 
그것이 아주 사소한 시작점이라는 게 마음에 들어서
손가락이 담배재를 톡톡 두드리며 대사를 읊는 그 시퀀스를
다섯번 정도 돌려 봤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