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만화책이 너무나 많았는데 계속 야근에다 주말출근이어서 한양문고에 들리지 못했다
근 한달만에 들린 한양문고 앞에서 주머니를 뒤적였다. 주머니 속 32000원을 확인하고 가게로 들어섰다. 오! 오늘밤 침대에 누워 만화 좀 보겠는데...

진짜 뒷편이 궁금해서 죽어버릴 것 같았던 시미즈 레이꼬의 <비밀> 6권이 나왔고
한혜연의 애총도 사야하고, 새로운 발견 윤지운 작가 새 만화가 2권까지 나왔다 <한 눈에 반하다>도 새 책이 나왔구나. 렌이 죽던 말던 나나가 정신병자가 되던말던 나에겐 아오안이지만 <나나> 21권은 동생을 위해 사가야한다. 아아~ 살게 많아! 살 게 많다!!! 저스트 고고는 아직도 31권이 나오지 않았고 프린세스는 한승원작가 손목부상으로 1년째 다음권이 나오지 않고 있다. 배가본드 리얼 아직 새로 나온게 없다.

더 이상 안고른건 없겠지? 안심하며 돌아선 순간  눈에 들어온 것은 <허니와 클로버 팬북>.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너 이 작가의 오타쿠였던 그 시절을 잊은거냐? 이여자 데뷔전 만화책을 40만원 주고 지르면서 무덤까지 가져가고 싶다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더니 결국 1년 만에 식은 게냐? 인간이란 참으로 교활하고 간사하구나! 니가 진정 오타쿠 전문가가 되고 싶다면 전 권 소장은 물론 새로 판본이 나올 때마다 구입하는 일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
스스로에 대한 검열과 자기반성으로 결국 집어 들었다. 근데 뒷편을 보다가 기절했다.
정가 7000원....

손바닥만한 이 사이즈의 책. 이거 원판 아니자나? 일본책도 아니자나?
정가 7000원은 뉘집 개이름인가염? 옛날 같으면 700원짜리 짭퉁 드래곤볼 10권 살 수 있는 돈이고 2000원짜리 오렌지 보이 해적판 3권 반을 살 수 있는 돈이거든뇨?

심지어 우미노 치카의 새 만화 3월의 라이온은 8000원이었다. 이거 뭐 30000원으로 책 네 권이나 살 수 있나요? ㅠ_ㅠ

<3월의 라이온>을 살 것인가 <허니와 클로버> 팬북으로 책장의 완성미를 더 해줄 것인가?
결국 내가 선택한 것은 팬북이었다. 꽂을 자리도 없는 책장. 새만화를 채워넣기 시작하느니 단 하나의 빠트림 없는 완벽한 책장을 선택했다.  

그리고 나선 손에 쥐고 있던 <애총>의 1,2권의 가격을 봤는데...
지금 장난하나요?!?!?!? 제시카가 서현이 밀치면서 식빵이라고 말한 것 처럼 오늘 나 생일도 아닌데 지금 만화출판사에서 담합해서 날 놀리고 있는건가염?!?!?! 권장가 8000원?
이거 누가 권장한건가요? 지금 만화책은 사서 보겠다는 일말의 양심으로 사서 보는데, 그 양심의 주머니 쌈짓돈을 다 우려먹고 사골국물 내겠다 이건가염?

결국 애총은 1권만 집어들었다... 는 눈물없인 들을 수 없는 사연이  ㅠ_ㅠ

내가 본격적으로 만화책을 모으기 시작한건 중학교 1학년이었다. 그때 만화책 가격은 3000원 비싸면 3500원 선이었으니까 10년도 훨씬 지났겠다 생각해 보면 그 가격으로 오를 법도 하다. 하지만 한권의 만화가 가지고 있는 정보나 재미가 과연 8000원 가까이의 가치를 지닐까? 근 만원 돈인데 그 돈을 다 지불하고 만화를 사 보는 사람이 과연 늘어날 수 있을까?
절대 그렇게 될 수 없을것 같아서 마음이 무거웠다.

만화가 계속 음지로 시장 밖으로 내몰리고 있구나. 매니아 집단만 남고 대중성과 멀어지는 문화는 풍부해지기 어렵다. 풍부하지 않은데 깊어질 수는 더욱 없는 법. 어느날 갑자기 사라진다 인사도 없이 그냥 사라져 버릴거 같아서 그리고 그 자리를 일본 만화가 채울 것이 너무나 불보듯 뻔해서 너무나 안타까웠다.  내가 그토록 좋아했던 90년대 우리 만화는 아무래도 점점 만나기 힘들 것 같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런 식빵!!! 이명박 개새끼 복수할꺼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