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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2.16 소수성의 역사와 아바타. 4


인생은 타이밍이란 진부한 소리를 하고 싶은건 아니다.  
설연휴를 맞이하여 밀렸던 책을 집어 들었다.
이진경씨의 <역사의 공간>을 2장(소수적인 역사는 어떻게 가능한가?)을 읽었는데,
하필 아바타를 예매한 날이 어제였다. 

마사이 부족과 인디언을 뒤섞은 부족이 푸른색 피부에 CG로 덧그려지고
샤머니즘이라고 비하했던 것을 그들의 종교와 세계관으로 포장해서.
영미권의 시민 남성이 그들의 문화를 동경하고 하지만 그 부족의 운명은 영미권자에 의해서 구출된다. 마지막 해피엔딩을 보면서 역시 "미시간 표 헐리웃 영화"라고 냉소를 금할 수가 없다. 여튼 그 모든 게 폭력이란(심지어 박사가 학교를 세우고 있었던 것 조차) 생각을 지울수가 없다. (일본 영화였다면 나무신에 의해서 모두가 소멸되지 않았을까... 라고 하면 모노노케히메구나;;;)

<불의 기억>을 다 읽고 어떤 느낌이 들었더라?
모든 내용을 기억하는 것은 아니지만 매 장마다 분노하고 치를 떨던 감정은 기억한다.

'가진자'가 '다수'가 되는 세상이기에 내가 '없는 자'의 입장에 살 가능성이 훨씬 높아서 인지는 모르겠다. 마지막에 냉소했을 지언정 영화 내내 당하고 있는 나비족을 보는건 힘들고 괴로운 일이었다.

"그런건 '미신'아니야?"  천주교 신자였던 친구의 한마디에 조금은 답답함을 느꼈다.
누구는 영화를 보고 공감하고, 그 바깥의 구조까지 보고 냉소하고, 누구는 영화 속 이야기를 종교적 잣대로 구분한다. 같은 영화를 보고도 느끼는 것이 이렇게나 다른데, 모두가 같은 세상을 꿈꾸는 것 따윈 절대 오지 않으면 어쩌지?

여튼, <역사의 공간>을 읽고 <아바타>를 보면서 여러 생각을 하고 있다. '잉여'가 가지고 있는 '폭력성'에 대해서 누군가를 붙잡고 대화하고 싶었다. 세상 모든 것들로 부터 필요한만큼을 받고 사용하고 언젠간 그것을 돌려주는 삶. 그렇게 되면 얼마나 좋을까. '잉여'에 찌들은 삶을 이십구년동안 살면서 과연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을까? 하지만 그것에 대해 토로하고 대화하고 내가 그렇게 생각한다고 표현한다해서, 그 죄 값을 '속죄'할 수 있는 일일까?
아무 것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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