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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0.13 여명808 그 커다란 사랑의 증거♥



여명 808이라는 신비의 명약이 있다.
나 대학 다닐 때 우리 동아리 탈 선배가 사줘서 알게 된 신비의 약의 가격은 5000원. 당시 소주 2병 가격. 용돈이 뻔한 그 시절 선배가 후배에게 사주는 여명 808은 사랑과 애정의 증거이며 신뢰의 산물이었다.
가격은 셌지만 정말 효과만큼은 특별했는데, 깨질것 같은 두통이 비 구름 걷히듯 맑아지는 그 순간. 온몸에 느껴지는 한줄기 희열이란. 1000원 더 비싼게 이유가 있고 까닭이 있는거다.

나 이 명약은 대학 다닐 때 딱 세번 마셨다.
동아리에서 두 번, 과학생회장 마지막 행사였던 과학술제 뒷풀이 자리에서 전대 과장 언니에게 한 번. 한번은 마시고 바로 토했는데, 우리 선배는 내 등짝을 찰쌀 찰싹 때리면서 그 비싼걸 '왜 토해? 왜 먹고 왜 토해!' 안타까워했고, 난 선배에게 맞으면서도 너무 좋아 실실대고 있었더랬다.
그리고 그건 손가락 하나 꼭꼭 집어서 기억해 낼 만큼 소중한 기억이다.

오늘 아침 여명808 캔을 따면서 내 돈 내고 사먹는데 왜그리 서글프던지.
아빠 술드셨니라고 참견하는 동네 가게 아저씨에게 제꺼에요. 라고 말하면서 그 순간 왜 그리 작아지고 쓸쓸하던지. 혼자 사는건 역시 생각해 봐야겠다. 숙취가 찾아오는 날 내 다리로 기어나가 여명을 사고 싶지는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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