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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의 무게

소소한 수다 2010. 10. 1. 22:42

요즘들어 스테레오가 그립다.
만두 왈, 그래도 개청춘에 담겨져 있는게 어디냐고 했다.
도도 왈, 거기 나오니까 더 그립다고 했다.

스테레오가 그리운 까닭을 곰곰히 생각해 봤다.
커피에 대한 탁월한 미각을 자랑할만큼 내 입맛이 잘란것도 아니고
핸드드립만 고집하는 것도 아니다.
나는 요즘도 싸구려 홍차라떼가 주는 가루거품의 단맛을 못 이겨 노란손수건을 찾는다.

그러다 얼마전 깨달았다.
스테레오가 줬던건 '약속없는 만남'이었다.

퇴근 후, 혹은 주말. 터덜터덜 쓰레빠를 끌고 나가
죽치고 앉아, 책을 보고 음악을 듣는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반가운 얼굴이 모여든다.
혼자라고 말했다 둘이 셋이 모여든다.

때론 약속이 주는 무게가 갑갑하다.
맞춰가야하고, 늦어선 안되고, 그래서 때론 미안하다. 
그런 강박은 밥벌이로 족하다.

정해진 것 만큼 재미 없는 것도 없다.  
문자를 통해, 전화를 통해 갖는 만남은 너무 건조하고 딱딱하다.
'우연'을 덧대면 훨씬더 말랑한 자리가 될텐데. 

예정된 약속 없이, 통보 없이, 가지게 되는 만남이 그립다. 
근데 그걸 잃었다.

동네엔 참 많은 커피집이 생겼다.  
그래도 혼자 우두커니 있다보면 눈치 안볼만한 집이 없고,
앉아 있다 보면 한놈 두놈 모여드는 단골집도 없다.
그래서 스테레오 낡은 테이블이, 짝짝이 의자가 아직도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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